[이슈&한반도] 북 실세 깜짝 방문…남북 관계 향방은?

입력 2014.10.11 (07:50) 수정 2014.10.11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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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녹취> 조선중앙TV (지난 4일) : “제17차 아시아경기대회 폐막식에 참가하기 위하여 정부 비행대 비행기로 4일 오전 9시 인천을 향해 평양비행장을 출발했습니다.”

<녹취> 임병철(통일부 대변인/지난 4일) : “황병서 총정치국장 최룡해 비서, 김양건 비서 등 북한 측 인사가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을 참석을 위해 우리 측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남북 당국의 공식 발표가 이뤄진 지 50여 분 만에 북한 대표단을 태운 비행기가 인천공항에 도착합니다.

‘황갈색’ 군복을 차려 입은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삼엄한 호위를 받으며 모습을 드러냅니다.

권력 서열에 따라 최룡해 국가체육지도위원장이 뒤따르고, 대남통으로 잘 알려진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마지막으로 모습을 나타냅니다.

전격적으로 남한을 방문한 북한 최고 실세들의 입에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녹취> 류길재(통일부 장관) : “우리 측에 귀한 손님들이 오셔서 격려한 데 대해서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녹취> 최룡해(북한 국가체육지도위원장) : “통일 구호도 부르고 통일기(한반도기)도 다 흔들면서 응원하는 것을 보고 체육이 조국 통일을 위한 데서 앞서 있구나.”

서로에게 강도 높은 비방을 주고받던 남과 북, 그러나 이날만큼은 마주한 고위인사들의 얼굴에서 긴장감을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녹취> “처음 (남북) 대표단끼리 뵙게 되는 거니까 악수하고 시작합시다.”

북한이 ‘벌초대상 1호’로 표현하며 위협을 가했던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함께한 오찬장에서도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계속됐습니다.

<녹취> 김양건(북한 통일전선부장) : “이번 기회가 북남 사이의 관계를 보다 다지는 데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그런 희망을 가지고 더욱 구면이 되기를 바랍니다.”

북한 대표단은 철저한 역할 분담 속에 주로 김양건 비서가 대화를 이끌었고, 최룡해 비서가 여유로운 모습으로 대화에 참여했습니다.

100분 간의 오찬 회담을 마치고 북한 선수단 선수촌을 방문한 북한 대표단.

하지만 관심을 모았던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대신 폐막식 참가 직전 정홍원 총리와 짧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녹취> 황병서(북한군 총정치국장) : “잘 돌봐주고 또 경기할 때 환호해주고 그래서 다 좋은 성적들을 (올린 것 같습니다).”

폐막식에서도 남북 인사들은 나란히 함께 앉았습니다.

태극기가 게양되고 애국가가 울려 퍼지자 북한 대표단은 부동자세를 취하며 경의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옆에 앉아 연신 귀엣말을 주고받았고, 류길재 통일부 장관과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손을 맞잡는 장면도 연출됐습니다.

북한 대표단은 폐막식 직후 정홍원 총리와 다시 만난 뒤 방문 12시간 30분 만에 북한으로 돌아갔습니다.

송지현 리포터 북한은 이번 방문에서 우리 정부의 ‘고위급 접촉’ 제의를 수용했습니다.

시점은 10월 말에서 11월 초, 우리가 원하는 시기에 하겠단 뜻도 밝혔는데요. 경색 국면이던 남북관계는 일단 다시 대화 국면으로 접어든 모양샙니다.

지난 2월, 이번 정부 들어 처음으로 남북의 고위급 인사가 만났습니다.

그리고 금강산에서는 3년 4개월 만에 이산가족들의 상봉 행사가 열렸습니다.

그러나 화해 무드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북한은 지난달 8일까지 올해 들어서만 19차례, 모두 111발의 발사체를 발사했습니다.

북한 인권 문제를 두고 유엔총회에서 날선 공방이 시작되자, 북한은 당분간 남북 대화의 가능성은 없다고 선을 긋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실세들의 방한으로 분위기는 반전됐습니다.

실세 3인방 외에도 맹경일 아태 평화위원회 부위원장과 리충복 북한 적십자사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처럼 남북 교류에 잔뼈가 굵은 대남 일꾼까지, 북한 대표단의 면면에서 관계 개선을 향한 북한의 의지가 엿보였습니다.

<인터뷰> 서보혁(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연구교수) : “기존의 남북대화의 관록 있는 사람들이 참여함으로써 황병서, 최룡해 일행 등을 보장하는 그런 의미도 있지만은 실질적인 남북 간의 교류와 협력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물색하는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 대표단이 전격적으로 방문한 의도는 다각적으로 분석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올해 초 신년사에서부터 의도했던 경제협력을 끌어내고자 하는 것입니다.

5.24 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가 최우선 목표로 보입니다.

아울러 북한 인권과 핵 문제 등으로 입지가 좁아진 국제무대에서 이미지 개선을 노렸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인터뷰> 구갑우(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핵-경제) 병진 노선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외교 관계의 다변화가 북한으로서는 필요했던 것처럼 보입니다. 특히 북한 입장에서는 중국 의존적인 외교관계를 조금 탈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을 것이고 남북관계 개선도 외교관계의 다변화 맥락에서 조금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습니다.”

2000년, 남북 두 정상이 평양에서 만났습니다.

<녹취> 김정일 국방위원장 : “이렇게 영광되게 오신 데 대해서 우리 인민들이 뜨겁게 맞이했는데…….”

<녹취> 김대중 전 대통령 : “김 위원장님께서 직접 공항에 나오시고 이렇게 수십만 인민들이 나오고 그래서 감사하기 짝이 없습니다.”

분단 55년 만에 성사된 남북 정상회담 이면엔 당시 박지원 문화부 장관과 북측 송호경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의 비밀협상이 있었습니다.

<녹취> 박지원(당시 문화부 장관/2000년 4월) : “이산가족 문제와 경협 등 폭넓은 의견 교환을 할 것으로 믿습니다.”

7년 만에 성사된 두 번째 남북 정상회담 역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비밀리에 남한을 방문하면서 가능했습니다.

중요한 순간마다 등장하는 이른바 ‘특사 외교’는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반영합니다.

황병서 총정치국장을 단장으로 한 이번 대표단 역시 ‘특사 외교’의 일환으로 보는 시선도 이 때문입니다.

북한 대표단의 손엔 의례 들려오는 최고지도자의 ‘친서’는 없었지만 남북관계 개선을 원하는 김정은의 메시지를 대표단을 통해 전달하고자 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 제의에 대해선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했습니다.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조문단으로 온 김기남 비서가 일정까지 연기하며 이명박 대통령을 면담한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입니다.

<인터뷰> 서보혁(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연구교수) : “2009년에 김기남의 이명박 정부 방문은 상당히 성과가 없었던 것이죠. 따라서 우리가 미처 예측하지 못하는 방식과 시점에서 들어오면서 이후에 있을 남북관계 개선을 목표로 하는 남북회담의 책임, 또 그것에 대한 일정한 분위기 조성을 남한한테 지금 던져놓고 북한은 또 새로운 협상전략을 지금 짜고 있을 겁니다.”

2009년 북한 조문단의 남한 방문은 남북 관계 개선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고, 오히려 심각한 경색과 갈등 국면으로 연결됐습니다.

남북 특사외교가 그 자체만으로는 관계 개선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북한 실세들의 방한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대화 정례화에 대한 기대와 함께 북한의 진정성 있는 태도를 촉구했습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도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 없이는 5.24 조치 해제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아직 낙관만 하기에는 크고 작은 난제들이 우리 앞에 놓여있습니다.

이번 방문 결과에 대해 침묵하고 있던 북한은 대신 남한에 대한 압박과 위협의 공세 수위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녹취> 조평통 서기국 보도(지난 9일) : “남조선 당국이 이번 삐라(대북 전단) 살포 난동을 허용하거나 묵인한다면 북남 관계는 또 다시 수습할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게 될 것이며…….”

탈북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남북 관계 파탄을 위협하던 북한은 실제 대북 전단을 날린 연천 지역에 십 여 발의 고사총을 발사했습니다.

우리 군도 기관총 40여 발을 쏘며 대응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녹취> 경기도 연천군 주민 : “당연히 사격 (훈련)인 줄 알고 넘어갔는데, 사이렌 소리가 잠깐 들리더라고요. 총알, 총탄 같은 게 떨어졌다고......”

이보다 앞선 지난 7일에는 북한 경비정 한 척이 서해 북방 한계선을 침범해 우리 해군의 경고 사격에 대응 사격을 하며 상호 사격전을 벌였습니다.

북한의 위협적 공세는 계속되고 있지만, 대화의 문은 여전히 열려있다는 평갑니다.

특히 남북한의 고위급 인사들이 직접 만나 관계 개선의 필요성에 공감했다는 점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수년간의 남북 교착 상태를 끊어내는 전환점을 만들기 위해서 남북한 모두에게 보다 많은 지혜와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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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0-11 08:21:08
    • 수정2014-10-11 08:3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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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 조선중앙TV (지난 4일) : “제17차 아시아경기대회 폐막식에 참가하기 위하여 정부 비행대 비행기로 4일 오전 9시 인천을 향해 평양비행장을 출발했습니다.”

<녹취> 임병철(통일부 대변인/지난 4일) : “황병서 총정치국장 최룡해 비서, 김양건 비서 등 북한 측 인사가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을 참석을 위해 우리 측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남북 당국의 공식 발표가 이뤄진 지 50여 분 만에 북한 대표단을 태운 비행기가 인천공항에 도착합니다.

‘황갈색’ 군복을 차려 입은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삼엄한 호위를 받으며 모습을 드러냅니다.

권력 서열에 따라 최룡해 국가체육지도위원장이 뒤따르고, 대남통으로 잘 알려진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마지막으로 모습을 나타냅니다.

전격적으로 남한을 방문한 북한 최고 실세들의 입에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녹취> 류길재(통일부 장관) : “우리 측에 귀한 손님들이 오셔서 격려한 데 대해서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녹취> 최룡해(북한 국가체육지도위원장) : “통일 구호도 부르고 통일기(한반도기)도 다 흔들면서 응원하는 것을 보고 체육이 조국 통일을 위한 데서 앞서 있구나.”

서로에게 강도 높은 비방을 주고받던 남과 북, 그러나 이날만큼은 마주한 고위인사들의 얼굴에서 긴장감을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녹취> “처음 (남북) 대표단끼리 뵙게 되는 거니까 악수하고 시작합시다.”

북한이 ‘벌초대상 1호’로 표현하며 위협을 가했던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함께한 오찬장에서도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계속됐습니다.

<녹취> 김양건(북한 통일전선부장) : “이번 기회가 북남 사이의 관계를 보다 다지는 데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그런 희망을 가지고 더욱 구면이 되기를 바랍니다.”

북한 대표단은 철저한 역할 분담 속에 주로 김양건 비서가 대화를 이끌었고, 최룡해 비서가 여유로운 모습으로 대화에 참여했습니다.

100분 간의 오찬 회담을 마치고 북한 선수단 선수촌을 방문한 북한 대표단.

하지만 관심을 모았던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대신 폐막식 참가 직전 정홍원 총리와 짧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녹취> 황병서(북한군 총정치국장) : “잘 돌봐주고 또 경기할 때 환호해주고 그래서 다 좋은 성적들을 (올린 것 같습니다).”

폐막식에서도 남북 인사들은 나란히 함께 앉았습니다.

태극기가 게양되고 애국가가 울려 퍼지자 북한 대표단은 부동자세를 취하며 경의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옆에 앉아 연신 귀엣말을 주고받았고, 류길재 통일부 장관과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손을 맞잡는 장면도 연출됐습니다.

북한 대표단은 폐막식 직후 정홍원 총리와 다시 만난 뒤 방문 12시간 30분 만에 북한으로 돌아갔습니다.

송지현 리포터 북한은 이번 방문에서 우리 정부의 ‘고위급 접촉’ 제의를 수용했습니다.

시점은 10월 말에서 11월 초, 우리가 원하는 시기에 하겠단 뜻도 밝혔는데요. 경색 국면이던 남북관계는 일단 다시 대화 국면으로 접어든 모양샙니다.

지난 2월, 이번 정부 들어 처음으로 남북의 고위급 인사가 만났습니다.

그리고 금강산에서는 3년 4개월 만에 이산가족들의 상봉 행사가 열렸습니다.

그러나 화해 무드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북한은 지난달 8일까지 올해 들어서만 19차례, 모두 111발의 발사체를 발사했습니다.

북한 인권 문제를 두고 유엔총회에서 날선 공방이 시작되자, 북한은 당분간 남북 대화의 가능성은 없다고 선을 긋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실세들의 방한으로 분위기는 반전됐습니다.

실세 3인방 외에도 맹경일 아태 평화위원회 부위원장과 리충복 북한 적십자사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처럼 남북 교류에 잔뼈가 굵은 대남 일꾼까지, 북한 대표단의 면면에서 관계 개선을 향한 북한의 의지가 엿보였습니다.

<인터뷰> 서보혁(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연구교수) : “기존의 남북대화의 관록 있는 사람들이 참여함으로써 황병서, 최룡해 일행 등을 보장하는 그런 의미도 있지만은 실질적인 남북 간의 교류와 협력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물색하는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 대표단이 전격적으로 방문한 의도는 다각적으로 분석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올해 초 신년사에서부터 의도했던 경제협력을 끌어내고자 하는 것입니다.

5.24 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가 최우선 목표로 보입니다.

아울러 북한 인권과 핵 문제 등으로 입지가 좁아진 국제무대에서 이미지 개선을 노렸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인터뷰> 구갑우(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핵-경제) 병진 노선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외교 관계의 다변화가 북한으로서는 필요했던 것처럼 보입니다. 특히 북한 입장에서는 중국 의존적인 외교관계를 조금 탈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을 것이고 남북관계 개선도 외교관계의 다변화 맥락에서 조금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습니다.”

2000년, 남북 두 정상이 평양에서 만났습니다.

<녹취> 김정일 국방위원장 : “이렇게 영광되게 오신 데 대해서 우리 인민들이 뜨겁게 맞이했는데…….”

<녹취> 김대중 전 대통령 : “김 위원장님께서 직접 공항에 나오시고 이렇게 수십만 인민들이 나오고 그래서 감사하기 짝이 없습니다.”

분단 55년 만에 성사된 남북 정상회담 이면엔 당시 박지원 문화부 장관과 북측 송호경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의 비밀협상이 있었습니다.

<녹취> 박지원(당시 문화부 장관/2000년 4월) : “이산가족 문제와 경협 등 폭넓은 의견 교환을 할 것으로 믿습니다.”

7년 만에 성사된 두 번째 남북 정상회담 역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비밀리에 남한을 방문하면서 가능했습니다.

중요한 순간마다 등장하는 이른바 ‘특사 외교’는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반영합니다.

황병서 총정치국장을 단장으로 한 이번 대표단 역시 ‘특사 외교’의 일환으로 보는 시선도 이 때문입니다.

북한 대표단의 손엔 의례 들려오는 최고지도자의 ‘친서’는 없었지만 남북관계 개선을 원하는 김정은의 메시지를 대표단을 통해 전달하고자 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 제의에 대해선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했습니다.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조문단으로 온 김기남 비서가 일정까지 연기하며 이명박 대통령을 면담한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입니다.

<인터뷰> 서보혁(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연구교수) : “2009년에 김기남의 이명박 정부 방문은 상당히 성과가 없었던 것이죠. 따라서 우리가 미처 예측하지 못하는 방식과 시점에서 들어오면서 이후에 있을 남북관계 개선을 목표로 하는 남북회담의 책임, 또 그것에 대한 일정한 분위기 조성을 남한한테 지금 던져놓고 북한은 또 새로운 협상전략을 지금 짜고 있을 겁니다.”

2009년 북한 조문단의 남한 방문은 남북 관계 개선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고, 오히려 심각한 경색과 갈등 국면으로 연결됐습니다.

남북 특사외교가 그 자체만으로는 관계 개선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북한 실세들의 방한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대화 정례화에 대한 기대와 함께 북한의 진정성 있는 태도를 촉구했습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도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 없이는 5.24 조치 해제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아직 낙관만 하기에는 크고 작은 난제들이 우리 앞에 놓여있습니다.

이번 방문 결과에 대해 침묵하고 있던 북한은 대신 남한에 대한 압박과 위협의 공세 수위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녹취> 조평통 서기국 보도(지난 9일) : “남조선 당국이 이번 삐라(대북 전단) 살포 난동을 허용하거나 묵인한다면 북남 관계는 또 다시 수습할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게 될 것이며…….”

탈북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남북 관계 파탄을 위협하던 북한은 실제 대북 전단을 날린 연천 지역에 십 여 발의 고사총을 발사했습니다.

우리 군도 기관총 40여 발을 쏘며 대응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녹취> 경기도 연천군 주민 : “당연히 사격 (훈련)인 줄 알고 넘어갔는데, 사이렌 소리가 잠깐 들리더라고요. 총알, 총탄 같은 게 떨어졌다고......”

이보다 앞선 지난 7일에는 북한 경비정 한 척이 서해 북방 한계선을 침범해 우리 해군의 경고 사격에 대응 사격을 하며 상호 사격전을 벌였습니다.

북한의 위협적 공세는 계속되고 있지만, 대화의 문은 여전히 열려있다는 평갑니다.

특히 남북한의 고위급 인사들이 직접 만나 관계 개선의 필요성에 공감했다는 점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수년간의 남북 교착 상태를 끊어내는 전환점을 만들기 위해서 남북한 모두에게 보다 많은 지혜와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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