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모든 비밀을 안다

입력 2014.10.17 (23:38) 수정 2014.10.18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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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당신이 어딜 갔는지, 누구와 통화를 했고 어떤 문자를 주고 받았는지,

당신과 늘 함께하고 있는 이 휴대전화는 그 모든 것을 알고 있습니다.

숨기고 싶은 문자나 대화를 삭제하셨다고요??

삭제한 문자나 대화가 없어졌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신의 착각일 뿐입니다.

휴대전화는 그 비밀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사생활을 담은 이 디지털 판도라 상자는 너무나도 쉽게 열립니다.

김지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길을 걸을 때도..

사진을 찍을 때도..

우리는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않습니다.

내 손안에 있는, 가장 친숙한 디지털 기기입니다.

<인터뷰> 강정은 : "저는 하루종일 붙들고 있는 것 같아요."

<인터뷰> 단이송 : "시간 날 때마다 계속 사용하는 것 같아요."

<인터뷰> 김용남 : "(휴대전화는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 글쎄요. 다른 하나의 머리. 뇌? (나의 머리?) 네. 모든 걸 다 찾을 수 있잖아요. 지금."

그렇다면 휴대전화에 담긴 사생활은 어떻게 관리하고 있을까?

<인터뷰> 박준일 : "카톡 대화방을 나가거나 아니면 그거 다시 거기서 눌러서 지울 수 있거든요. 그렇게 지우죠. (그렇게 지우면 다 지워지나요?) 지워지죠!"

<인터뷰> 송봉혜 : "들어가서 삭제해서...지우죠. (삭제하면 지워질까요?) 삭제하면 휴지통으로 들어가잖아요."

지워진 휴대전화 데이터를 복구해준다는 인터넷 광고들.

직접 찾아가봤습니다.

업체는 휴대전화를 몇 시간만 맡기면 삭제한 문자 대화나 카카오톡 메시지 등 데이터를 복구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녹취> 복구업체 : "휴대전화는 두 시간 정도만 저희가 그 정보를 가져오고 나서 돌려드려요...카카오톡 복구는 40만 원, 문자가 35만 원이에요."
또 다른 휴대전화 복구 업체.

이번엔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도 데이터 복구가 가능한지 물어봤습니다.

<녹취> "제가 다른 사람 것을 복구하려고 하는데... (본인 게 아니고요?) 제 것이 아니고 남편 건데..."

그러자 업체는 종이 한 장을 내밉니다.

각서만 쓰면, 휴대폰 소유자의 동의가 없어도 데이터를 복구해주겠다는 겁니다.

<녹취> 복구 업체 : "이런 걸 받아요. 굳이 하셔야 되면...이게 뭐냐면, 다른 거 없어요. 모든 책임은 그냥 본인이 진다는 각서예요...사실은 제대로 하려면 위임장에 본인, 명의자 분 인감도장을 찍어야 돼요."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를 단 몇 시간만 손에 넣을 수 있으면 아무 제한 없이 그 사람의 비밀을 알 수 있는 겁니다.

감추고 싶은 대화나 메시지를 꼼꼼히 삭제했다면 복구가 가능할까?

본인의 동의를 받아 메시지를 모두 삭제한 다음 복구 결과를 기다려 봤습니다.

<녹취> 복구 업체(음성변조) : "데이터 나왔는데, 카카오톡 삭제가 6천 건이 좀 넘게 나왔어요. (6천 건이요?)"

분명히 메시지를 다 삭제했는데도, 지난해 3월에 주고받은 대화까지 줄줄이 복원됐습니다.

어떻게 가능한 걸까.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지워진 데이터를 복구하는 방법입니다.

먼저, 휴대전화를 컴퓨터에 연결하고, '루팅', '탈옥'이라는 과정을 거칩니다.

스마트폰에는 일반 사용자가 접근할 수 없는 운영체제나 숨겨진 데이터 영역이 있는데, 이곳에 마음대로 접근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겁니다.

그 뒤 휴대전화의 모든 데이터를 컴퓨터로 옮기고, 전문가가 복구프로그램을 이용해 삭제된 데이터를 되살립니다.

<인터뷰> 최호용(고려대 디지털포렌식연구센터 연구원) : "데이터를 삭제했다는 것은 책에 비유하자면 목차만 없애버린 거거든요. 실제로 목차를 없애버려도...내용을 보게 되면 실제로 그 목차에 해당하는 내용이 남아있지 않습니까."

이는 실제 수사 기관에서 활용하고 있는, 일명 컴퓨터 법의학이라고 불리는 '디지털 포렌식' 기법입니다.

사설 업체에선 단순히 데이터를 일부 복구하는 수준에 그치지만, 실제 '디지털 포렌식'은 데이터 복구뿐만 아니라, 통화나 검색 기록 등 다양한 디지털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 범죄 관련 증거를 찾는 수사 기법을 의미합니다.

<인터뷰> 이상진(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 "컴퓨터 자체 내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기록들이 여기저기 남아있거든요. 그걸 찾아서 이 사람이 과거에 어떤 행동을 했구나 이걸 알 수가 있습니다. 그걸 가지고 과거에 범죄와 관련된 행동을 했다면 그걸 입증하는, 그런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을 디지털 포렌식이라고 하죠."

수사 기관은 '디지털 포렌식'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 디지털포렌식 센터.

올해 팀에서 센터로 격상됐고 인원도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인터뷰> 정활채(경찰청 사이버안전국 포렌식기획팀장) : "우리 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여러 가지 물건들이 다 디지털화되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수사 현장에서도 디지털 증거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검찰도 지난 2008년 144억 원을 들여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서울 강서구 재력가 피살 사건.

수사 과정에서 '디지털포렌식' 기법이 활용됐습니다.

살인 교사 혐의를 받고 있는 김형식 서울시의원이 팽모씨와 주고받은 메시지를 복원한 겁니다.

<녹취> 이상호(서울 남부지검 차장검사) : "서울 남부지검은 광범위한 참고인 조사를 비롯하여 압수수색, 모바일 분석 등 가능한 모든 과학적인 수사 방법을 동원하여 살인 교사 혐의를 규명하였습니다."

세월호 침몰 사건 에서도 '디지털포렌식' 기법은 큰 역할을 했습니다.

사고 당일 정황이 담긴 휴대전화 메시지가 복원돼 선원들의 혐의를 입증하는 증거로 사용됐습니다.

그러나 이런 성과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타인의 디지털 기록을 수집하고 분석해서 증거를 찾는 이 수사 기법을 누구에게,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이 문제는 디지털 시대에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김 모씨의 남편은 지난해 12월 철도 노조 파업에 참가했습니다.

그런데 두 달이나 지난 뒤 난데없이 통지서가 배달됐습니다.

수사 기관이 김 씨의 남편을 찾기 위해 김씨는 물론 어린 아들의 휴대전화 통화 내역, 인터넷 접속 기록 등을 낱낱이 확인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통보한 겁니다.

초등학생 학습 사이트와 게임, 쇼핑 사이트 접속 기록까지 수사 당국의 수집 대상이 됐습니다.

<인터뷰> 김모씨 : "파업 당사자인 남편이 아니라 저하고 어린 아이잖아요. 그 아이는 미성년자잖아요 아직. 이제 14살 먹은 아이의 그런 사생활까지 들여봐야 될 이유가 뭐가 있을까 하는 이런 의문들이 드는 거죠."

기소나 처분 시점을 기준으로 한 달 이내에 본인에게 서면으로 통보하도록 규정한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른 절차였습니다.

<인터뷰> "자연히 위축될 수밖에 없죠...메시지나 이런 것들을 마음대로 보낼 수가 없죠."

카카오톡 압수수색으로 불거진 이른바 '사이버 사찰' 논란.

경찰은 디지털 기록을 분석해 범죄 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합법적인 수사였다는 입장이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호중(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영장이 발부됐는지조차 당사자는 전혀 모르고 있는 상태에서 나중에 그냥 그 집행 사실 통지서 한 장 받아보고, 아 이게 이런 일이 있었구나 알게 되는데...수사기관이 만약 그 내용을 좀 악의적으로 남용하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또 그럴 가능성도 있거든요."

파문이 확산되자 다음카카오 대표는 공식 사과하고, 앞으로 수사기관의 감청 영장에 응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해 논쟁에 불을 붙였습니다.

<녹취> 이석우(다음카카오 공동대표) : "프라이버시 관점에서 고민이 부족했다는 점을 많이 느꼈습니다. 그래서 법을 엄격히 해석해서. 과거에 했던 방식으로는 (협조하는 것이) 앞으로는 어렵다."

범죄자를 잡기 위해서 동원되는 수사 기법이 논쟁에 휘말리는 가운데 정작 사설 업체들의 상술은 더욱 노골화되고 있습니다.

디지털포렌식 기법을 이용해 데이터를 복구해주는 사설업체들.

일부에선 디지털 흥신소 역할을 마다하지 않고 있습니다.

<녹취> "남편 분 카톡 대화 내용을 알고 싶다는 말씀이시잖아요? (네.) 그러시면 작업해드릴 테니까 직접 오셔서요."

<녹취> "그러면 (휴대전화를) 뺏으세요. 뺏고 나서 떳떳하면 이거 복구 동의해라. (싫다고 하면 어떡해요?) 그럼 그거(외도) 인정하는 거죠."

<녹취> "오시는 분들, 6,70%가 고객님같이 남녀문제나 돈 문제, 이렇게 다 사연이 있으신 분들이에요."

돈만 내면 해주다 보니, 휴대전화 복구 때문에 이혼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남편의 불륜을 의심한 부인이 몰래 복구한 남편의 휴대전화에서 사생활 관련 정보를 빼냈고 이혼을 요구하는 근거로 사용했습니다.

당사자는 전혀 모르게 휴대전화의 비밀이 새어나간 겁니다.

<녹취> 최모씨(음성변조) : "카톡 관련된 거라든지 문자 관련된 게 다 나온 거예요. 그러다보니 친구들이랑 농담삼아 얘기했던 것도 다 나와서 문제가 되고 이혼 얘기까지도 나오게 되고...실소유주하고 확인만 됐더라도 가정이 와해되는 그런 문제는 불상사는 좀 막을 수 있었을텐데..."

소유자의 동의 없이 휴대전화 데이터를 복구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그러나 업체들은 교묘히 법망을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인터뷰> 문혜경(변호사) : "현실적으로 처벌하는 경우가 크게 많지 않고 ...당사자의 동의 없이 복원하는 업체들에 대해서 경찰이나 이런 곳에서 단속하는 것이 제도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4천만 명이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무선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 100%가 넘는 사회.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소통하고 정보를 검색합니다.

이렇게 매일, 어딘가에 자신도 모르게 디지털 흔적을 남기며 사는 우리...

<인터뷰> 장여경(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 "굉장히 기록이 방대해지고 그 모든 것을 기록하는 시대에 우리가 사실 접어들었거든요.그게 편리한 만큼 다른 측면에서는 우리에게는 사생활의 종말인 시대도 오게 됐다는 거죠."

본인조차 망각의 바다로 흘려 보낸 수 많은 정보들은 은밀한 삶의 흔적을 간직한 채 디지털 공간에서 웅크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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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의 모든 비밀을 안다
    • 입력 2014-10-17 22:00:31
    • 수정2014-10-18 00:41:43
    취재파일K
<앵커 멘트>

당신이 어딜 갔는지, 누구와 통화를 했고 어떤 문자를 주고 받았는지,

당신과 늘 함께하고 있는 이 휴대전화는 그 모든 것을 알고 있습니다.

숨기고 싶은 문자나 대화를 삭제하셨다고요??

삭제한 문자나 대화가 없어졌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신의 착각일 뿐입니다.

휴대전화는 그 비밀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사생활을 담은 이 디지털 판도라 상자는 너무나도 쉽게 열립니다.

김지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길을 걸을 때도..

사진을 찍을 때도..

우리는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않습니다.

내 손안에 있는, 가장 친숙한 디지털 기기입니다.

<인터뷰> 강정은 : "저는 하루종일 붙들고 있는 것 같아요."

<인터뷰> 단이송 : "시간 날 때마다 계속 사용하는 것 같아요."

<인터뷰> 김용남 : "(휴대전화는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 글쎄요. 다른 하나의 머리. 뇌? (나의 머리?) 네. 모든 걸 다 찾을 수 있잖아요. 지금."

그렇다면 휴대전화에 담긴 사생활은 어떻게 관리하고 있을까?

<인터뷰> 박준일 : "카톡 대화방을 나가거나 아니면 그거 다시 거기서 눌러서 지울 수 있거든요. 그렇게 지우죠. (그렇게 지우면 다 지워지나요?) 지워지죠!"

<인터뷰> 송봉혜 : "들어가서 삭제해서...지우죠. (삭제하면 지워질까요?) 삭제하면 휴지통으로 들어가잖아요."

지워진 휴대전화 데이터를 복구해준다는 인터넷 광고들.

직접 찾아가봤습니다.

업체는 휴대전화를 몇 시간만 맡기면 삭제한 문자 대화나 카카오톡 메시지 등 데이터를 복구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녹취> 복구업체 : "휴대전화는 두 시간 정도만 저희가 그 정보를 가져오고 나서 돌려드려요...카카오톡 복구는 40만 원, 문자가 35만 원이에요."
또 다른 휴대전화 복구 업체.

이번엔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도 데이터 복구가 가능한지 물어봤습니다.

<녹취> "제가 다른 사람 것을 복구하려고 하는데... (본인 게 아니고요?) 제 것이 아니고 남편 건데..."

그러자 업체는 종이 한 장을 내밉니다.

각서만 쓰면, 휴대폰 소유자의 동의가 없어도 데이터를 복구해주겠다는 겁니다.

<녹취> 복구 업체 : "이런 걸 받아요. 굳이 하셔야 되면...이게 뭐냐면, 다른 거 없어요. 모든 책임은 그냥 본인이 진다는 각서예요...사실은 제대로 하려면 위임장에 본인, 명의자 분 인감도장을 찍어야 돼요."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를 단 몇 시간만 손에 넣을 수 있으면 아무 제한 없이 그 사람의 비밀을 알 수 있는 겁니다.

감추고 싶은 대화나 메시지를 꼼꼼히 삭제했다면 복구가 가능할까?

본인의 동의를 받아 메시지를 모두 삭제한 다음 복구 결과를 기다려 봤습니다.

<녹취> 복구 업체(음성변조) : "데이터 나왔는데, 카카오톡 삭제가 6천 건이 좀 넘게 나왔어요. (6천 건이요?)"

분명히 메시지를 다 삭제했는데도, 지난해 3월에 주고받은 대화까지 줄줄이 복원됐습니다.

어떻게 가능한 걸까.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지워진 데이터를 복구하는 방법입니다.

먼저, 휴대전화를 컴퓨터에 연결하고, '루팅', '탈옥'이라는 과정을 거칩니다.

스마트폰에는 일반 사용자가 접근할 수 없는 운영체제나 숨겨진 데이터 영역이 있는데, 이곳에 마음대로 접근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겁니다.

그 뒤 휴대전화의 모든 데이터를 컴퓨터로 옮기고, 전문가가 복구프로그램을 이용해 삭제된 데이터를 되살립니다.

<인터뷰> 최호용(고려대 디지털포렌식연구센터 연구원) : "데이터를 삭제했다는 것은 책에 비유하자면 목차만 없애버린 거거든요. 실제로 목차를 없애버려도...내용을 보게 되면 실제로 그 목차에 해당하는 내용이 남아있지 않습니까."

이는 실제 수사 기관에서 활용하고 있는, 일명 컴퓨터 법의학이라고 불리는 '디지털 포렌식' 기법입니다.

사설 업체에선 단순히 데이터를 일부 복구하는 수준에 그치지만, 실제 '디지털 포렌식'은 데이터 복구뿐만 아니라, 통화나 검색 기록 등 다양한 디지털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 범죄 관련 증거를 찾는 수사 기법을 의미합니다.

<인터뷰> 이상진(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 "컴퓨터 자체 내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기록들이 여기저기 남아있거든요. 그걸 찾아서 이 사람이 과거에 어떤 행동을 했구나 이걸 알 수가 있습니다. 그걸 가지고 과거에 범죄와 관련된 행동을 했다면 그걸 입증하는, 그런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을 디지털 포렌식이라고 하죠."

수사 기관은 '디지털 포렌식'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 디지털포렌식 센터.

올해 팀에서 센터로 격상됐고 인원도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인터뷰> 정활채(경찰청 사이버안전국 포렌식기획팀장) : "우리 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여러 가지 물건들이 다 디지털화되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수사 현장에서도 디지털 증거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검찰도 지난 2008년 144억 원을 들여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서울 강서구 재력가 피살 사건.

수사 과정에서 '디지털포렌식' 기법이 활용됐습니다.

살인 교사 혐의를 받고 있는 김형식 서울시의원이 팽모씨와 주고받은 메시지를 복원한 겁니다.

<녹취> 이상호(서울 남부지검 차장검사) : "서울 남부지검은 광범위한 참고인 조사를 비롯하여 압수수색, 모바일 분석 등 가능한 모든 과학적인 수사 방법을 동원하여 살인 교사 혐의를 규명하였습니다."

세월호 침몰 사건 에서도 '디지털포렌식' 기법은 큰 역할을 했습니다.

사고 당일 정황이 담긴 휴대전화 메시지가 복원돼 선원들의 혐의를 입증하는 증거로 사용됐습니다.

그러나 이런 성과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타인의 디지털 기록을 수집하고 분석해서 증거를 찾는 이 수사 기법을 누구에게,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이 문제는 디지털 시대에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김 모씨의 남편은 지난해 12월 철도 노조 파업에 참가했습니다.

그런데 두 달이나 지난 뒤 난데없이 통지서가 배달됐습니다.

수사 기관이 김 씨의 남편을 찾기 위해 김씨는 물론 어린 아들의 휴대전화 통화 내역, 인터넷 접속 기록 등을 낱낱이 확인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통보한 겁니다.

초등학생 학습 사이트와 게임, 쇼핑 사이트 접속 기록까지 수사 당국의 수집 대상이 됐습니다.

<인터뷰> 김모씨 : "파업 당사자인 남편이 아니라 저하고 어린 아이잖아요. 그 아이는 미성년자잖아요 아직. 이제 14살 먹은 아이의 그런 사생활까지 들여봐야 될 이유가 뭐가 있을까 하는 이런 의문들이 드는 거죠."

기소나 처분 시점을 기준으로 한 달 이내에 본인에게 서면으로 통보하도록 규정한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른 절차였습니다.

<인터뷰> "자연히 위축될 수밖에 없죠...메시지나 이런 것들을 마음대로 보낼 수가 없죠."

카카오톡 압수수색으로 불거진 이른바 '사이버 사찰' 논란.

경찰은 디지털 기록을 분석해 범죄 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합법적인 수사였다는 입장이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호중(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영장이 발부됐는지조차 당사자는 전혀 모르고 있는 상태에서 나중에 그냥 그 집행 사실 통지서 한 장 받아보고, 아 이게 이런 일이 있었구나 알게 되는데...수사기관이 만약 그 내용을 좀 악의적으로 남용하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또 그럴 가능성도 있거든요."

파문이 확산되자 다음카카오 대표는 공식 사과하고, 앞으로 수사기관의 감청 영장에 응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해 논쟁에 불을 붙였습니다.

<녹취> 이석우(다음카카오 공동대표) : "프라이버시 관점에서 고민이 부족했다는 점을 많이 느꼈습니다. 그래서 법을 엄격히 해석해서. 과거에 했던 방식으로는 (협조하는 것이) 앞으로는 어렵다."

범죄자를 잡기 위해서 동원되는 수사 기법이 논쟁에 휘말리는 가운데 정작 사설 업체들의 상술은 더욱 노골화되고 있습니다.

디지털포렌식 기법을 이용해 데이터를 복구해주는 사설업체들.

일부에선 디지털 흥신소 역할을 마다하지 않고 있습니다.

<녹취> "남편 분 카톡 대화 내용을 알고 싶다는 말씀이시잖아요? (네.) 그러시면 작업해드릴 테니까 직접 오셔서요."

<녹취> "그러면 (휴대전화를) 뺏으세요. 뺏고 나서 떳떳하면 이거 복구 동의해라. (싫다고 하면 어떡해요?) 그럼 그거(외도) 인정하는 거죠."

<녹취> "오시는 분들, 6,70%가 고객님같이 남녀문제나 돈 문제, 이렇게 다 사연이 있으신 분들이에요."

돈만 내면 해주다 보니, 휴대전화 복구 때문에 이혼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남편의 불륜을 의심한 부인이 몰래 복구한 남편의 휴대전화에서 사생활 관련 정보를 빼냈고 이혼을 요구하는 근거로 사용했습니다.

당사자는 전혀 모르게 휴대전화의 비밀이 새어나간 겁니다.

<녹취> 최모씨(음성변조) : "카톡 관련된 거라든지 문자 관련된 게 다 나온 거예요. 그러다보니 친구들이랑 농담삼아 얘기했던 것도 다 나와서 문제가 되고 이혼 얘기까지도 나오게 되고...실소유주하고 확인만 됐더라도 가정이 와해되는 그런 문제는 불상사는 좀 막을 수 있었을텐데..."

소유자의 동의 없이 휴대전화 데이터를 복구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그러나 업체들은 교묘히 법망을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인터뷰> 문혜경(변호사) : "현실적으로 처벌하는 경우가 크게 많지 않고 ...당사자의 동의 없이 복원하는 업체들에 대해서 경찰이나 이런 곳에서 단속하는 것이 제도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4천만 명이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무선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 100%가 넘는 사회.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소통하고 정보를 검색합니다.

이렇게 매일, 어딘가에 자신도 모르게 디지털 흔적을 남기며 사는 우리...

<인터뷰> 장여경(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 "굉장히 기록이 방대해지고 그 모든 것을 기록하는 시대에 우리가 사실 접어들었거든요.그게 편리한 만큼 다른 측면에서는 우리에게는 사생활의 종말인 시대도 오게 됐다는 거죠."

본인조차 망각의 바다로 흘려 보낸 수 많은 정보들은 은밀한 삶의 흔적을 간직한 채 디지털 공간에서 웅크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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