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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 재개발, 보존과 개발의 조화
입력 2014.10.18 (08:31) 수정 2014.10.18 (09:44) 특파원 현장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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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번엔 미국 얘기입니다.

유럽에 비해 역사는 짧지만 미국도 낡은 건물이나 시설 처리 문제가 지역적 현안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뉴욕이나 보스턴 등 미국 역사 초창기의 도시들이 그런 문제를 안고 있는데요.

비교적 원만하게 재개발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 보존과 개발을 조화시킨 개발 방식을 채택하는 건데요.

시간은 걸리지만 후유증은 적다고 합니다.

뉴욕과 보스턴시의 재개발 사례를 통해 미국의 해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김성진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밤중, 허드슨 강변에서 바라본 뉴욕 맨하탄입니다.

녹색 왕관을 쓴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남쪽 스카이라인 한가운데 우뚝 솟은 세계무역센터.

누군가는, 맨하탄은 밤이 되면 보석으로 변한다고 했습니다.

나른한 오후 햇살이 내리쬐는 맨하탄 14번가.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 남녀들이 한가한 한 때를 보내고 있습니다.

여느 공원처럼 보이는 이곳엔 하지만 특별한 게 있습니다.

땅 위가 아니라 공중에 떠있는 공원입니다.

<녹취> 엘렌 키건(뉴욕 시민)

공장이 밀집해 있던 맨하탄 남서쪽에 화물열차 고가철도가 들어선 건 1934년.

하지만 공장들이 이전하면서 열차는 1980년 운행을 중단합니다.

그 후 20년, 고가철길은 잡초가 무성하고 쓰레기가 뒹구는 흉물로 변했습니다.

철거 여론이 비등했습니다.

<인터뷰> 주디스 버거(인근 주민)

하지만 역사적 유산을 함부로 철거해서는 안 된다는 반대 여론도 일기 시작했습니다.

1999년, 철거 반대 여론은 시민단체 탄생으로 이어졌고 2003년, 뉴욕시는 결국 공원을 조성하기로 결정합니다.

공중에 떠 있는 공원!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하이라인입니다.

공원 높이 지상 10미터, 남쪽 갠즈부르가에서 북쪽 32번가까지 2.3킬로미터에 걸친 녹슨 철길이 자연이 살아 숨쉬는 녹색 공간으로 탈바꿈했습니다.

공원 디자인 총괄은 한국 건축가 황나현씨가 맡았습니다.

<녹취> 황나현(전 하이라인 총괄디자이너, NHDM 대표) : "바닥 재질이 처음부터 끝까지 연결성을 갖죠. 자연과 사람,프로그램과 생태가 나눠지는 것이 아니라 둘이 같이 공존할 수 있고 연결 부위가 모호해지면서 더 재밌어요."

철길을 연상시키는 길죽한 바닥재를 다양하게 조립하는 방식으로 통일성과 다양성을 동시에 추구했습니다.

마치 바닥이 솟아오른 듯 바닥재와 통일성을 강조한 벤치도 재미있는 눈요깃 거립니다.

철길이 방치됐던 시절, 이 곳에 자생했던 식물을 비롯해 300여 종의 풀과 나무들이 삭막한 콘크리트 빌딩숲을 녹색의 공간으로 변화시켰습니다.

<인터뷰> 안나(독일 관광객)

고립되기 쉬운 고가공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특별한 공간도 마련했습니다.

안에서는 밖을 밖에서는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구존데, 공중에 떠 있지만 지상과 연결되는 통로 역할을 합니다.

<녹취> 황나현(건축가) : "떠있지만 지상에 잇는 도로네트워크, 보행자들과 관계를 맺어주는 거죠."

한 때 골칫거리였던 화물 고가도로는 20년 넘는 지난한 논쟁을 거치면서 이제 없어서는 안 될 맨하탄 서남부의 명소가 됐습니다.

<인터뷰> 황나현(건축가) : "현대 도시들이 과거 도시기반시설들을 많이 철거하면서 개발을 하는 게 상례가 돼있는데 하이라인같은 경우에는 철거를 하지 않고 역사성을 살리면서 복원을 뛰어넘어서 현재 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욕구, 자연,여가, 새로운 공공성 그런 욕구들을 잘 반영해서 이뤄졌다는 것이 큰 의미가 있습니다."

미국 동북부의 유서깊은 도시 보스톤입니다.

도시의 명성 만큼이나 이민 초기부터 이어져온 역사와 문화에 대한 보스톤 시민들의 자부심 또한 정평이 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자부심과 애정은 오래된 건축물들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보스톤 시내, 역사 보존구역.

까다로운 심의 탓에 창틀 하나 갈아끼우기 어렵다는 이곳에 얼마전 겉면을 유리로 만든 30층 초 현대식 고층 빌딩이 들어섰습니다.

18세기 러시아 무역회사 건물을 비롯해 이 곳엔 원래 3동의 옛 건물이 있었습니다.

보스톤시는 이 건물들을 훼손하지 않는 조건으로 건축 허가를 내줬습니다.

기초공사부터 난관에 부딪혔지만 결과는 대 성공이었습니다.

<인터뷰> 필 케이시(건물 설계)

역사성과 편의성을 모두 고려한 선택 덕분에, 이 건물은 보스톤의 새로운 명물이 됐습니다.

최근 새롭게 들어선 인근의 또 다른 보험회사 빌딩, 22층 짜리 현대식 건물입니다.

옛 건물과 새롭게 들어선 22층 건물은 자세히 봐도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신구 조화에 신경을 썼습니다.

건물 외벽 색깔과 선형은 물론 창틀 모양까지 그대로입니다.

<인터뷰> 리차드 버트만(건축가)

과거냐 현재냐를 놓고 보스톤시는 공존을 선택했습니다.

역사성과 편의성은 둘다 놓칠 수 없는 가치라는 게 보스톤시의 설명입니다.

역사의 숨결을 지키면서도 현재 필요한 편의를 더하는 미국인들의 재개발 방식은 기존의 것들을 완전히 부수고 새로 짓는 관행에 익숙한 우리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 미국식 재개발, 보존과 개발의 조화
    • 입력 2014-10-18 08:59:36
    • 수정2014-10-18 09:44:44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이번엔 미국 얘기입니다.

유럽에 비해 역사는 짧지만 미국도 낡은 건물이나 시설 처리 문제가 지역적 현안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뉴욕이나 보스턴 등 미국 역사 초창기의 도시들이 그런 문제를 안고 있는데요.

비교적 원만하게 재개발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 보존과 개발을 조화시킨 개발 방식을 채택하는 건데요.

시간은 걸리지만 후유증은 적다고 합니다.

뉴욕과 보스턴시의 재개발 사례를 통해 미국의 해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김성진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밤중, 허드슨 강변에서 바라본 뉴욕 맨하탄입니다.

녹색 왕관을 쓴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남쪽 스카이라인 한가운데 우뚝 솟은 세계무역센터.

누군가는, 맨하탄은 밤이 되면 보석으로 변한다고 했습니다.

나른한 오후 햇살이 내리쬐는 맨하탄 14번가.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 남녀들이 한가한 한 때를 보내고 있습니다.

여느 공원처럼 보이는 이곳엔 하지만 특별한 게 있습니다.

땅 위가 아니라 공중에 떠있는 공원입니다.

<녹취> 엘렌 키건(뉴욕 시민)

공장이 밀집해 있던 맨하탄 남서쪽에 화물열차 고가철도가 들어선 건 1934년.

하지만 공장들이 이전하면서 열차는 1980년 운행을 중단합니다.

그 후 20년, 고가철길은 잡초가 무성하고 쓰레기가 뒹구는 흉물로 변했습니다.

철거 여론이 비등했습니다.

<인터뷰> 주디스 버거(인근 주민)

하지만 역사적 유산을 함부로 철거해서는 안 된다는 반대 여론도 일기 시작했습니다.

1999년, 철거 반대 여론은 시민단체 탄생으로 이어졌고 2003년, 뉴욕시는 결국 공원을 조성하기로 결정합니다.

공중에 떠 있는 공원!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하이라인입니다.

공원 높이 지상 10미터, 남쪽 갠즈부르가에서 북쪽 32번가까지 2.3킬로미터에 걸친 녹슨 철길이 자연이 살아 숨쉬는 녹색 공간으로 탈바꿈했습니다.

공원 디자인 총괄은 한국 건축가 황나현씨가 맡았습니다.

<녹취> 황나현(전 하이라인 총괄디자이너, NHDM 대표) : "바닥 재질이 처음부터 끝까지 연결성을 갖죠. 자연과 사람,프로그램과 생태가 나눠지는 것이 아니라 둘이 같이 공존할 수 있고 연결 부위가 모호해지면서 더 재밌어요."

철길을 연상시키는 길죽한 바닥재를 다양하게 조립하는 방식으로 통일성과 다양성을 동시에 추구했습니다.

마치 바닥이 솟아오른 듯 바닥재와 통일성을 강조한 벤치도 재미있는 눈요깃 거립니다.

철길이 방치됐던 시절, 이 곳에 자생했던 식물을 비롯해 300여 종의 풀과 나무들이 삭막한 콘크리트 빌딩숲을 녹색의 공간으로 변화시켰습니다.

<인터뷰> 안나(독일 관광객)

고립되기 쉬운 고가공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특별한 공간도 마련했습니다.

안에서는 밖을 밖에서는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구존데, 공중에 떠 있지만 지상과 연결되는 통로 역할을 합니다.

<녹취> 황나현(건축가) : "떠있지만 지상에 잇는 도로네트워크, 보행자들과 관계를 맺어주는 거죠."

한 때 골칫거리였던 화물 고가도로는 20년 넘는 지난한 논쟁을 거치면서 이제 없어서는 안 될 맨하탄 서남부의 명소가 됐습니다.

<인터뷰> 황나현(건축가) : "현대 도시들이 과거 도시기반시설들을 많이 철거하면서 개발을 하는 게 상례가 돼있는데 하이라인같은 경우에는 철거를 하지 않고 역사성을 살리면서 복원을 뛰어넘어서 현재 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욕구, 자연,여가, 새로운 공공성 그런 욕구들을 잘 반영해서 이뤄졌다는 것이 큰 의미가 있습니다."

미국 동북부의 유서깊은 도시 보스톤입니다.

도시의 명성 만큼이나 이민 초기부터 이어져온 역사와 문화에 대한 보스톤 시민들의 자부심 또한 정평이 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자부심과 애정은 오래된 건축물들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보스톤 시내, 역사 보존구역.

까다로운 심의 탓에 창틀 하나 갈아끼우기 어렵다는 이곳에 얼마전 겉면을 유리로 만든 30층 초 현대식 고층 빌딩이 들어섰습니다.

18세기 러시아 무역회사 건물을 비롯해 이 곳엔 원래 3동의 옛 건물이 있었습니다.

보스톤시는 이 건물들을 훼손하지 않는 조건으로 건축 허가를 내줬습니다.

기초공사부터 난관에 부딪혔지만 결과는 대 성공이었습니다.

<인터뷰> 필 케이시(건물 설계)

역사성과 편의성을 모두 고려한 선택 덕분에, 이 건물은 보스톤의 새로운 명물이 됐습니다.

최근 새롭게 들어선 인근의 또 다른 보험회사 빌딩, 22층 짜리 현대식 건물입니다.

옛 건물과 새롭게 들어선 22층 건물은 자세히 봐도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신구 조화에 신경을 썼습니다.

건물 외벽 색깔과 선형은 물론 창틀 모양까지 그대로입니다.

<인터뷰> 리차드 버트만(건축가)

과거냐 현재냐를 놓고 보스톤시는 공존을 선택했습니다.

역사성과 편의성은 둘다 놓칠 수 없는 가치라는 게 보스톤시의 설명입니다.

역사의 숨결을 지키면서도 현재 필요한 편의를 더하는 미국인들의 재개발 방식은 기존의 것들을 완전히 부수고 새로 짓는 관행에 익숙한 우리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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