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eye] IS 터키 국경 육박, 난민 엑소더스

입력 2014.10.18 (08:39) 수정 2014.10.18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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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터키와 시리아 국경지역입니다.

터키에서 시리아 북부 코바니를 KBS 기자가 촬영한 화면인데요.

치열한 포격전이 한창입니다.

미국 등 연합군의 계속된 공습에도 불구하고 이슬람 무장단체 IS의 공세가 예상외로 강합니다.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세력을 넓히고 있는 IS는 시리아에서는 북부를 장악해 터키 국경까지 육박한 상황입니다.

터키 국경 지역에 KBS 특파원이 들어갔는데요.

포격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난민들의 탈출이 이어지고 있다고 황동진 특파원이 전해왔습니다.

<리포트>

터키와 시리아의 국경지역, 터키 땅에서 바라본 시리아 지역에서 시커먼 연기가 솟아오릅니다.

이른 아침부터 미군의 토마호크 미사일이 날아가 IS의 근거지를 타격한 겁니다.

언덕에 올라 확인해보니 2발은 시내에, 나머지 한 발은 국경 근처 공장 옆에 떨어졌습니다.

<녹취> 총소리

이어 코바니 시내에서는 IS와 쿠르드족 민병대 사이에 총격전이 오가고, IS의 전차가 쏜 포탄이 거대한 흙먼지를 일으킵니다.

IS와 쿠르드 민병대가 시리아 북부 코바니 지역을 놓고 교전을 벌인 지도 한달여.

치열한 전투 장면은 터키 땅에서도 생생하게 목격됩니다.

<녹취> "쿠르드어로 통화"

교전이 이뤄지는 현장에 사는 한 노인과 통화해 현지 상황을 알아봤습니다.

<인터뷰> 리반트 알리(시리아 난민) : "할아버지는 집을 지키기 위해 남아있는 상황이고요. 아침부터 민병대와 IS가 총쏘는 소리를 들었대요."

현재 코바니 동부지역은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IS가, 서부지역은 쿠르드 민병대가 장악하고 있습니다.

<녹취> "차를 타고 달리는 소리"

교전 지역과 바로 인접한 터키 국경.

터키군 전차 수십대가 곳곳에 전진 배치돼 있고, 군인들은 참호를 판 채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이곳으로부터 1킬로미터 뒷쪽이 전투가 이뤄지고 있는 코바니지역입니다.

터키 군과 경찰은 보시는 것처럼 길을 막아놓고 차량과 사람의 통행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난민을 실어오는 차량과 구급차만 코바니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녹취> 터키경찰 : "(들어갈 수 있어요?) 사람들은 거의 다 나왔어요. 더 이상 걸어서는 들어갈 수 없고 지금은 저쪽은 전쟁중이예요."

시리아와 인접한 터키의 다른 도시들도 장갑차가 배치되고, 일부 도시에는 계엄령까지 내려져 긴장감이 흐르고 있습니다.

시리아 국경에서 7킬로미터 가량 떨어진 터키 남부의 소도시 '수루치'입니다.

시내 중앙 광장은 하루 종일 피난민들로 북적입니다.

광장 한쪽에는 간이 천막이 설치돼 난민 등록을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세이한(이주등록본부 소장) : "이곳에서는 등록만 하고 여기저기에 분산돼 있는 캠프에서 다양한 지원을 해주고 있습니다."

등록을 마친 난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쿠르드족의 미래를 걱정하면서 자신들이 겪은 IS의 잔혹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인터뷰> 메흐메드 : "무자비하게 참수하고 배를 갈라서 심장을 꺼내고... 사람이라면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겠어요?"

<인터뷰> 미달 아뚜/(피난민) : "그들(IS)은 사람이 아니예요. 동물이예요. 아무런 감정이 없어요. 마치 고기를 먹으려는 동물과 같아요."

이같은 IS의 폭압을 피해 피난을 나온 코바니 주민은 20만 명.

대부분 쿠르드족으로, 피난민의 80% 가량은 노인과 여성, 그리고 아이들입니다.

국제 구호단체가 마련한 임시거처 한 곳을 방문했습니다.

가로세로 20여 미터 방안에 난민 10여 가족이 맨바닥에 이불 한장씩만 깔고 살고 있습니다.

인원에 비해 너무 좁아서 낮에는 주로 밖에 나가있고, 밤에만 돌아와 쪽잠을 잡니다.

하루 세끼는 구호단체의 급식으로 해결합니다.

<인터뷰> 레자 희리만(여자) : "빵도 주고, 우유도 주고 감사하죠.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은 이런게 아니예요. 저희에게 무기를 주세요."

이같은 임시거처는 사원과 학교는 물론, 공장 창고에까지 마련됐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보니 그냥 길거리에서 노숙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인터뷰> 하스 아흐메트 : "비가 와서 애들은 옆에 있는 텐트로 보냈고, 전 이곳에서 물건을 지키기 위해 천을 두르고 밤새 비를 맞았어요."

운이 좋은 경우, 국제구호단체와 지자체가 설치한 난민촌 텐트에 들어가기도 합니다.

이 난민 캠프에 사는 에미라와 시린 씨 가족은 8인용 텐트에서 12명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때때로 구호품도 받고, 급식을 받아 끼니를 거르는 일은 없지만, 마음은 편치가 않습니다.

<인터뷰> 에미라 압바스 : "여기는 사는데 당장 불편함이 없어요. 하지만, 코바니에 남아 있는 사람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요."

특히, 시린 씨는 태어난지 두달밖에 안된 아기가 치료받지 못해 애태우고 있습니다.

<인터뷰> 시린 아흐메드 : "국경을 넘을 때 비를 맞아서 아기가 몸이 아팠어요. 그래서 이곳 병원에 갔더니, 우르파에 있는 큰 병원으로 가라고 해서 갔는데, 돈이 없어서 그냥 돌아왔어요."

난민촌 생활은 점차 익숙해져가지만,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 건 주변사람들의 차별과 멸시입니다.

<인터뷰> 에미라 압바스 : "터키 안텝지역 터미널에 있을 때, 터키 사람들이 우리를 더럽다고 해서 우리도 따졌죠."우리는 더럽지 않아요, 우리는 단지 난민일뿐이라고요"라고요."

무엇보다 난민들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자신들의 미래인 자식들이 겪어서는 안될 경험을, 보아서는 안될 광경을 보았다는 사실입니다.

때문에 터키 지방정부는 국제구호단체와 손잡고 전쟁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프로그램 마련에 들어갔습니다.

<인터뷰> 수루치 군수 : "여성과 아이들이 전쟁 트라우마를 겪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것을 치료하기 위한 센터와 심리학자가 필요합니다."

IS의 공세는 더욱 거세지고 미국 등 연합군의 공습은 큰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터키 국경의 피난민들은 언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유엔은 올해 전세계적으로 난민 수가 1990년대 발칸 사태 이후 최대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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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eye] IS 터키 국경 육박, 난민 엑소더스
    • 입력 2014-10-18 08:59:36
    • 수정2014-10-18 09:44:45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터키와 시리아 국경지역입니다.

터키에서 시리아 북부 코바니를 KBS 기자가 촬영한 화면인데요.

치열한 포격전이 한창입니다.

미국 등 연합군의 계속된 공습에도 불구하고 이슬람 무장단체 IS의 공세가 예상외로 강합니다.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세력을 넓히고 있는 IS는 시리아에서는 북부를 장악해 터키 국경까지 육박한 상황입니다.

터키 국경 지역에 KBS 특파원이 들어갔는데요.

포격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난민들의 탈출이 이어지고 있다고 황동진 특파원이 전해왔습니다.

<리포트>

터키와 시리아의 국경지역, 터키 땅에서 바라본 시리아 지역에서 시커먼 연기가 솟아오릅니다.

이른 아침부터 미군의 토마호크 미사일이 날아가 IS의 근거지를 타격한 겁니다.

언덕에 올라 확인해보니 2발은 시내에, 나머지 한 발은 국경 근처 공장 옆에 떨어졌습니다.

<녹취> 총소리

이어 코바니 시내에서는 IS와 쿠르드족 민병대 사이에 총격전이 오가고, IS의 전차가 쏜 포탄이 거대한 흙먼지를 일으킵니다.

IS와 쿠르드 민병대가 시리아 북부 코바니 지역을 놓고 교전을 벌인 지도 한달여.

치열한 전투 장면은 터키 땅에서도 생생하게 목격됩니다.

<녹취> "쿠르드어로 통화"

교전이 이뤄지는 현장에 사는 한 노인과 통화해 현지 상황을 알아봤습니다.

<인터뷰> 리반트 알리(시리아 난민) : "할아버지는 집을 지키기 위해 남아있는 상황이고요. 아침부터 민병대와 IS가 총쏘는 소리를 들었대요."

현재 코바니 동부지역은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IS가, 서부지역은 쿠르드 민병대가 장악하고 있습니다.

<녹취> "차를 타고 달리는 소리"

교전 지역과 바로 인접한 터키 국경.

터키군 전차 수십대가 곳곳에 전진 배치돼 있고, 군인들은 참호를 판 채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이곳으로부터 1킬로미터 뒷쪽이 전투가 이뤄지고 있는 코바니지역입니다.

터키 군과 경찰은 보시는 것처럼 길을 막아놓고 차량과 사람의 통행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난민을 실어오는 차량과 구급차만 코바니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녹취> 터키경찰 : "(들어갈 수 있어요?) 사람들은 거의 다 나왔어요. 더 이상 걸어서는 들어갈 수 없고 지금은 저쪽은 전쟁중이예요."

시리아와 인접한 터키의 다른 도시들도 장갑차가 배치되고, 일부 도시에는 계엄령까지 내려져 긴장감이 흐르고 있습니다.

시리아 국경에서 7킬로미터 가량 떨어진 터키 남부의 소도시 '수루치'입니다.

시내 중앙 광장은 하루 종일 피난민들로 북적입니다.

광장 한쪽에는 간이 천막이 설치돼 난민 등록을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세이한(이주등록본부 소장) : "이곳에서는 등록만 하고 여기저기에 분산돼 있는 캠프에서 다양한 지원을 해주고 있습니다."

등록을 마친 난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쿠르드족의 미래를 걱정하면서 자신들이 겪은 IS의 잔혹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인터뷰> 메흐메드 : "무자비하게 참수하고 배를 갈라서 심장을 꺼내고... 사람이라면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겠어요?"

<인터뷰> 미달 아뚜/(피난민) : "그들(IS)은 사람이 아니예요. 동물이예요. 아무런 감정이 없어요. 마치 고기를 먹으려는 동물과 같아요."

이같은 IS의 폭압을 피해 피난을 나온 코바니 주민은 20만 명.

대부분 쿠르드족으로, 피난민의 80% 가량은 노인과 여성, 그리고 아이들입니다.

국제 구호단체가 마련한 임시거처 한 곳을 방문했습니다.

가로세로 20여 미터 방안에 난민 10여 가족이 맨바닥에 이불 한장씩만 깔고 살고 있습니다.

인원에 비해 너무 좁아서 낮에는 주로 밖에 나가있고, 밤에만 돌아와 쪽잠을 잡니다.

하루 세끼는 구호단체의 급식으로 해결합니다.

<인터뷰> 레자 희리만(여자) : "빵도 주고, 우유도 주고 감사하죠.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은 이런게 아니예요. 저희에게 무기를 주세요."

이같은 임시거처는 사원과 학교는 물론, 공장 창고에까지 마련됐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보니 그냥 길거리에서 노숙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인터뷰> 하스 아흐메트 : "비가 와서 애들은 옆에 있는 텐트로 보냈고, 전 이곳에서 물건을 지키기 위해 천을 두르고 밤새 비를 맞았어요."

운이 좋은 경우, 국제구호단체와 지자체가 설치한 난민촌 텐트에 들어가기도 합니다.

이 난민 캠프에 사는 에미라와 시린 씨 가족은 8인용 텐트에서 12명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때때로 구호품도 받고, 급식을 받아 끼니를 거르는 일은 없지만, 마음은 편치가 않습니다.

<인터뷰> 에미라 압바스 : "여기는 사는데 당장 불편함이 없어요. 하지만, 코바니에 남아 있는 사람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요."

특히, 시린 씨는 태어난지 두달밖에 안된 아기가 치료받지 못해 애태우고 있습니다.

<인터뷰> 시린 아흐메드 : "국경을 넘을 때 비를 맞아서 아기가 몸이 아팠어요. 그래서 이곳 병원에 갔더니, 우르파에 있는 큰 병원으로 가라고 해서 갔는데, 돈이 없어서 그냥 돌아왔어요."

난민촌 생활은 점차 익숙해져가지만,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 건 주변사람들의 차별과 멸시입니다.

<인터뷰> 에미라 압바스 : "터키 안텝지역 터미널에 있을 때, 터키 사람들이 우리를 더럽다고 해서 우리도 따졌죠."우리는 더럽지 않아요, 우리는 단지 난민일뿐이라고요"라고요."

무엇보다 난민들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자신들의 미래인 자식들이 겪어서는 안될 경험을, 보아서는 안될 광경을 보았다는 사실입니다.

때문에 터키 지방정부는 국제구호단체와 손잡고 전쟁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프로그램 마련에 들어갔습니다.

<인터뷰> 수루치 군수 : "여성과 아이들이 전쟁 트라우마를 겪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것을 치료하기 위한 센터와 심리학자가 필요합니다."

IS의 공세는 더욱 거세지고 미국 등 연합군의 공습은 큰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터키 국경의 피난민들은 언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유엔은 올해 전세계적으로 난민 수가 1990년대 발칸 사태 이후 최대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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