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대교 붕괴 20년] 내가 다니는 한강다리는 과연 안전한가?

입력 2014.10.20 (06:07) 수정 2014.10.2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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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당대교에서 일산대교까지..
서울과 경기도에 있는 한강다리 29곳 위로 하루 200만대의 차가 다닌다.

12월 개통을 앞두고 있는 구리 암사대교와 내년 8월 완공을 앞두고 있는 월드컵대교까지 합하면 한강다리는 31개나 된다.

과연 이 다리들은 절대 안전할까.

내일(21일)로 성수대교 붕괴사고가 일어난지 20년을 맞는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 당시 모습

1994년 10월 21일 오전 7시 40분, 서울 압구정동과 성수동을 잇는 성수대교에서 교각 10번과 11번 사이 상판 48m구간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아침 출근길의 직장인, 등하교길의 학생, 시민 32명이 차가운 한강물에 빠져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부상자도 17명이나 발생한 참혹한 재해였다.

검찰 수사 결과 시공사인 동아건설의 부실 시공이 밝혀졌다.

성수대교의 교량 상판을 떠받치는 철제 구조물의 연결 이음매 용접이 불량했고, 볼트와 연결핀 설치도 부실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부실 시공보다 더 직접적인 사고 원인은 관리 부실이었다.

누적되는 다리의 피로 현상을 관리하지 못한 부실한 교량 관리가 더 큰 이유였다.

많고 많은 한강다리 중에 왜 성수대교에서만 대형사고가 터진 것일까.

이유는 몇가지 있지만 공법과도 관련이 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성수대교는 이른바 '게르버 트러스' 공법으로 지어졌다.

무게에 의한 처짐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다리 중간에 또 하나의 상판을 올려놓은 방식이다. 접합점이 많기 때문에 피로가 누적될 경우 취약성이 드러난다.

성수대교의 문제는 바로 여기서 비롯됐다.

교량의 심장인 상판 핀이 피로가 누적되면서 뚝 끊어졌다. 핀이 부러질 것에 대비해야 하는데 성수대교는 그런 장치가 없었다. 교량 안전 매뉴얼도 없을 정도로 안전에 문외한인 서울시의 부실한 교량 관리가 낳은 최악의 참변이었다.

◆ 성산대교의 운명은?


마포구 망원동과 영등포구 양평동을 잇는 성산대교의 모습. 1980년 현대건설이 지었다.

그렇다면 성수대교 외에 다른 한강 다리는 문제가 없을까.

그렇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주요 시설물 관리를 맡고 있는 서울시 관계자들의 입에서도 주요 시설물이 노후화되면서 안전사고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특히 교량을 가장 걱정하고 있다.

가장 우려가 큰 다리가 성산대교다.

바로 성수대교와 같은 게르버 트러스트 공법으로 지어졌다. 상판이 부러져도 버틸 수 있게 보강해 관리하고 있지만 서울시의 요주의 1호 다리다.



한강을 횡단하는 교량은 총 29개, 이 중 서울시 관내에 있는 교량은 21개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기준으로 21개 교량의 안전성 등급은 모두 A등급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상황은 다르다.

노후화 상태를 가늠하는 상태평가에선 19곳이 B등급이다. C등급도 있다.

개통 후 30년이 넘은 성산대교와 동호대교가 C등급을 받았다.

21개 교량 중 30%가 넘는 8곳이 지어진 지 30년이 넘은 상태다.

성산대교와 함께 C등급을 받은 동호대교도 노후화가 심한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는 “동호대교도 콘크리트 슬라브의 노후화가 심해 서울시로는 관리에 신경을 쓰는 다리”라고 말했다.




◆ 원효대교도 공법 논란

B등급을 받은 다리 중에서도 우려가 되는 다리가 원효대교다.

이 다리는 1981년 '우리도 아름다운 다리를 만들 때가 됐다'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탄생했다.


용산구 원효로 4가와 영등포구 여의도동을 연결하는 원효대교

교각 쪽에서 중앙부로 콘크리트를 쳐 나가는 '디비닥 공법'이 사용됐는데, 공법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이미 건설 당시에 해외 토목학회 논문에는 디비닥 공법이 위험하다는 논문이 나왔지만, 우리는 이런 해외 정보에 어두웠다.

우려대로 원효대교는 만든 지 10년이 지나자 심한 처짐 현상이 발생해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했다. 같은 공법으로 만든 전북 임실의 운암대교를 비롯, 충북의 상진대교·청풍대교 등도 모두 처짐 현상 때문에 보강 공사를 해서 쓰고 있다.

한강 다리 안전 문제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하는 부분이 바로 통행기준이다. 한강 다리중에는 40톤이상의 화물차가 다닐수 있는 1등교가 있지만 그렇지 않은 다리도 있다. 영동대교와 성산대교, 잠수교는 32톤까지만 통행이 가능한 2등교다. 경찰과 서울시가 과적 차량을 단속하고 있다지만 위반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 1주일에 교량 하나씩 무너진 미국...우리는?

전문가들은 건물, 터널, 교량 등의 주요 시설물 중에서 가장 위험한 것이 교량이라고 지적한다. 피로 현상이 누적되면서 붕괴위험이 가장 큰 건축물이 교량이라는 얘기다.

미국이 그랬다. 우리보다 도시 개발이 30년 정도 앞선 1930년대 도시개발이 본격화된 미국은 약 30년전 교량 연쇄 붕괴 사고가 있었다. 거의 1주일에 하나꼴로 무너졌다.

1989년부터 2000년까지 503개의 다리가 연쇄적으로 무너져 '교량 공포증(gephyro-phobia)'이란 용어까지 생겼다. 시간 주기로 볼 때 본격적인 도시개발이 미국보다 30년 정도 늦은 우리에게 비슷한 안전 사고가 곧 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2007년 발생한 미국 미니애폴리스 교량 붕괴사고 당시 모습

2007년 붕괴된 미니애폴리스 교량 붕괴사고는 62명의 사상자를 낳았다.

이 다리 역시 '게르버 트러스 공법'으로 만든 다리였다.

◆ 과학적인 교량 안전 프로그램 도입해야

도시가 늙어가면서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안전 관련 예산은 매년 줄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안전에 관한 투자를 늘려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나라도 교량 안전에 대한 과학적인 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교량의 라이프 사이클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얘기다.

교량사고가 많았던 미국의 경우 일종의 '다리 상태 예측 프로그램(PONTIS)'을 개발, 운영해 큰 효과를 봤다. 다리의 건축 기법, 연도, 상태 등을 입력하면 이 프로그램은 보수해야 하는 다리의 우선순위를 정해준다. 한정된 예산을 통해 좀더 위험한 다리를 우선 보강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이런 체계적인 관리 기법이 도입되지 않았다.

현재 한국에 시설물 안전관리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인력은 10여 명 안팎이다. 복지 확대의 기치 속에 자치단체들은 가장 본연의 역할이라 할 수 있는 안전에 관한 투자는 소극적이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한국의 도시들은 이제 각종 시설물의 노후화가 시작된다고 봐야 한다"며 "시기별로 필요한 대책과 그에 따른 집중적인 예산 지원이 논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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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수대교 붕괴 20년] 내가 다니는 한강다리는 과연 안전한가?
    • 입력 2014-10-20 06:07:28
    • 수정2014-10-20 16:01:52
    사회
팔당대교에서 일산대교까지..
서울과 경기도에 있는 한강다리 29곳 위로 하루 200만대의 차가 다닌다.

12월 개통을 앞두고 있는 구리 암사대교와 내년 8월 완공을 앞두고 있는 월드컵대교까지 합하면 한강다리는 31개나 된다.

과연 이 다리들은 절대 안전할까.

내일(21일)로 성수대교 붕괴사고가 일어난지 20년을 맞는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 당시 모습

1994년 10월 21일 오전 7시 40분, 서울 압구정동과 성수동을 잇는 성수대교에서 교각 10번과 11번 사이 상판 48m구간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아침 출근길의 직장인, 등하교길의 학생, 시민 32명이 차가운 한강물에 빠져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부상자도 17명이나 발생한 참혹한 재해였다.

검찰 수사 결과 시공사인 동아건설의 부실 시공이 밝혀졌다.

성수대교의 교량 상판을 떠받치는 철제 구조물의 연결 이음매 용접이 불량했고, 볼트와 연결핀 설치도 부실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부실 시공보다 더 직접적인 사고 원인은 관리 부실이었다.

누적되는 다리의 피로 현상을 관리하지 못한 부실한 교량 관리가 더 큰 이유였다.

많고 많은 한강다리 중에 왜 성수대교에서만 대형사고가 터진 것일까.

이유는 몇가지 있지만 공법과도 관련이 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성수대교는 이른바 '게르버 트러스' 공법으로 지어졌다.

무게에 의한 처짐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다리 중간에 또 하나의 상판을 올려놓은 방식이다. 접합점이 많기 때문에 피로가 누적될 경우 취약성이 드러난다.

성수대교의 문제는 바로 여기서 비롯됐다.

교량의 심장인 상판 핀이 피로가 누적되면서 뚝 끊어졌다. 핀이 부러질 것에 대비해야 하는데 성수대교는 그런 장치가 없었다. 교량 안전 매뉴얼도 없을 정도로 안전에 문외한인 서울시의 부실한 교량 관리가 낳은 최악의 참변이었다.

◆ 성산대교의 운명은?


마포구 망원동과 영등포구 양평동을 잇는 성산대교의 모습. 1980년 현대건설이 지었다.

그렇다면 성수대교 외에 다른 한강 다리는 문제가 없을까.

그렇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주요 시설물 관리를 맡고 있는 서울시 관계자들의 입에서도 주요 시설물이 노후화되면서 안전사고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특히 교량을 가장 걱정하고 있다.

가장 우려가 큰 다리가 성산대교다.

바로 성수대교와 같은 게르버 트러스트 공법으로 지어졌다. 상판이 부러져도 버틸 수 있게 보강해 관리하고 있지만 서울시의 요주의 1호 다리다.



한강을 횡단하는 교량은 총 29개, 이 중 서울시 관내에 있는 교량은 21개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기준으로 21개 교량의 안전성 등급은 모두 A등급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상황은 다르다.

노후화 상태를 가늠하는 상태평가에선 19곳이 B등급이다. C등급도 있다.

개통 후 30년이 넘은 성산대교와 동호대교가 C등급을 받았다.

21개 교량 중 30%가 넘는 8곳이 지어진 지 30년이 넘은 상태다.

성산대교와 함께 C등급을 받은 동호대교도 노후화가 심한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는 “동호대교도 콘크리트 슬라브의 노후화가 심해 서울시로는 관리에 신경을 쓰는 다리”라고 말했다.




◆ 원효대교도 공법 논란

B등급을 받은 다리 중에서도 우려가 되는 다리가 원효대교다.

이 다리는 1981년 '우리도 아름다운 다리를 만들 때가 됐다'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탄생했다.


용산구 원효로 4가와 영등포구 여의도동을 연결하는 원효대교

교각 쪽에서 중앙부로 콘크리트를 쳐 나가는 '디비닥 공법'이 사용됐는데, 공법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이미 건설 당시에 해외 토목학회 논문에는 디비닥 공법이 위험하다는 논문이 나왔지만, 우리는 이런 해외 정보에 어두웠다.

우려대로 원효대교는 만든 지 10년이 지나자 심한 처짐 현상이 발생해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했다. 같은 공법으로 만든 전북 임실의 운암대교를 비롯, 충북의 상진대교·청풍대교 등도 모두 처짐 현상 때문에 보강 공사를 해서 쓰고 있다.

한강 다리 안전 문제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하는 부분이 바로 통행기준이다. 한강 다리중에는 40톤이상의 화물차가 다닐수 있는 1등교가 있지만 그렇지 않은 다리도 있다. 영동대교와 성산대교, 잠수교는 32톤까지만 통행이 가능한 2등교다. 경찰과 서울시가 과적 차량을 단속하고 있다지만 위반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 1주일에 교량 하나씩 무너진 미국...우리는?

전문가들은 건물, 터널, 교량 등의 주요 시설물 중에서 가장 위험한 것이 교량이라고 지적한다. 피로 현상이 누적되면서 붕괴위험이 가장 큰 건축물이 교량이라는 얘기다.

미국이 그랬다. 우리보다 도시 개발이 30년 정도 앞선 1930년대 도시개발이 본격화된 미국은 약 30년전 교량 연쇄 붕괴 사고가 있었다. 거의 1주일에 하나꼴로 무너졌다.

1989년부터 2000년까지 503개의 다리가 연쇄적으로 무너져 '교량 공포증(gephyro-phobia)'이란 용어까지 생겼다. 시간 주기로 볼 때 본격적인 도시개발이 미국보다 30년 정도 늦은 우리에게 비슷한 안전 사고가 곧 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2007년 발생한 미국 미니애폴리스 교량 붕괴사고 당시 모습

2007년 붕괴된 미니애폴리스 교량 붕괴사고는 62명의 사상자를 낳았다.

이 다리 역시 '게르버 트러스 공법'으로 만든 다리였다.

◆ 과학적인 교량 안전 프로그램 도입해야

도시가 늙어가면서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안전 관련 예산은 매년 줄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안전에 관한 투자를 늘려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나라도 교량 안전에 대한 과학적인 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교량의 라이프 사이클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얘기다.

교량사고가 많았던 미국의 경우 일종의 '다리 상태 예측 프로그램(PONTIS)'을 개발, 운영해 큰 효과를 봤다. 다리의 건축 기법, 연도, 상태 등을 입력하면 이 프로그램은 보수해야 하는 다리의 우선순위를 정해준다. 한정된 예산을 통해 좀더 위험한 다리를 우선 보강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이런 체계적인 관리 기법이 도입되지 않았다.

현재 한국에 시설물 안전관리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인력은 10여 명 안팎이다. 복지 확대의 기치 속에 자치단체들은 가장 본연의 역할이라 할 수 있는 안전에 관한 투자는 소극적이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한국의 도시들은 이제 각종 시설물의 노후화가 시작된다고 봐야 한다"며 "시기별로 필요한 대책과 그에 따른 집중적인 예산 지원이 논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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