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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 비상
벗는데 15분 ‘사우나’ 보호복, 에볼라의료진 생명줄
입력 2014.10.26 (07:37) 수정 2014.10.26 (14:30) 연합뉴스
에볼라 출혈열 유행을 예견한 것으로 주목받는 영화, '아웃 브레이크'에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직원들은 모두 '우주복'과 같은 보호장비를 갖추고 발병 현장에 등장한다.

이런 보호복은 현재 서아프리카 에볼라 발병국에서 의료 활동을 펼치는 세계보건기구(WHO)·선진국 의료진들이 실제로 사용하고, 이르면 다음 달말 현지 파견될 우리나라 보건의료 인력들도 착용할 예정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현지 의료진 안전대책의 '핵심'으로 이 보호복을 꼽는 이유는 무엇일까.

◇ 외과수술복→속장갑·신→전신보호복→마스크→겉장갑→안면보호구 순서 착용

26일 질병관리본부와 미국 CDC 홈페이지 등에 따르면 에볼라 발병 현장에서 활동하는 보건의료 인력은 개인보호장비로서 완전 방수급의 전신보호복, 안면보호구, N95마스크 또는 전동식호흡장치(PAPR), 이중 장갑, 이중 덧신(겉 덧신 방수 덧신), 앞치마(에이프런) 등을 갖춰야한다.

우선 현장 참여자는 자신의 옷을 모두 벗고 외과 수술복(또는 일회용 옷)으로 갈아입은 다음, 니트로(고무)·라텍스 재질의 장갑을 낀다. 아울러 부츠 위에 다시 방수 덧신(커버)를 신어 이중으로 발과 발목 부위를 보호한다.

다음으로 팔·다리·몸통이 연결된 형태의 전신보호복(가운)을 입는데, 이 옷은 피나 체액 등 액체 형태의 물질이 전혀 스며들 수 없어야 한다. 최근까지 국내 에볼라 관련 의료지침에서는 생활방수 수준의 보호복(D등급)도 사용 가능 장비로 규정했지만, 의료진 파견을 앞두고 미국 수준으로 강화했다. 아울러 활동 중 소매가 말려 올라가지 않도록 소매 밑단을 엄지손가락에 거는 형태가 권장된다.

이제 호흡기 보호를 위해 마스크를 쓴다. N95 마스크는 '공기에 떠다니는 미세입자 95% 이상 거를 수 있다'는 뜻이고, PAPR의 경우 전기모터로 공기를 강제 순환시키며 이물질을 여과하는 한 단계 높은 성능의 마스크이다. 주로 환자를 가까이에서 접하며 기도 삽관 등의 위험 작업을 담당하는 의료진에게 필요하다.

마스크 착용 이후에는 외과 수술복 후드와 앞치마를 쓰고, 겉 장갑을 한 벌 더 착용한다.

마지막으로 용접 마스크와 비슷한 형태의 안면보호구를 쓰는데, 여기에는 투명 플라스틱 소재의 창이 있어 시야 확보가 가능하다. 다만 PAPR 방식 마스크를 사용한다면 안면보호구를 따로 착용할 필요가 없다.



◇ 탈의시 수시로 소독·전문가 점검, 최대 24단계 거쳐야…"숙련되지 않으면 파견 불가"

반대로 보호장비를 벗을 때는 대체로 앞치마-부츠·덧신-겉장갑-전신보호복(가운)-마스크-안장갑-외과 수술복 순서로 진행한다. PAPR를 쓰고 있다면 PAPR를 먼저 빼고 가운을 벗어야한다.

입을 때와 달리 탈의 과정에서는 각 부분을 분리할 때마다 수시로 소독하고 현장안전관리자로부터 일일이 찢어진 곳은 없는지 등을 점검받기 때문에, 최대 24 단계를 거쳐야하고 시간도 훨씬 더 많이 걸린다. 우리 보건의료팀의 현장안전관리자로는 원자력·소방 등 재난재해 분야에서 보호장비 등을 연구·강의한 경력자가 파견될 예정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N19를 착용한 숙련자의 경우 모두 벗는데 5분 정도 걸리지만 PAPR의 경우 시간이 3배인 15분도 필요할 수 있다"며 "PAPR 마스크는 혼자 벗을 수가 없고, 마스크의 오염된 부분을 소독티슈로 다 닦아줘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장비의 가격도 만만치 찮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N95 필터 마스크는 10만원대 정도이지만, PAPR는 80만~130만원에 이른다. 따라서 PAPR가

포함된 한 벌의 개인보호장비를 모두 갖추려면 적어도 100만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다. 또 이들 장비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처럼 비싸고 복잡한 장비를 갖추는 이유는, 당연히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것이다.

신형식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센터장은 "10개도 채 되지 않는 에볼라 바이러스라도 눈·코 점막이나 피부 등을 통해 몸에 들어오면 충분히 감염이 이뤄질 수 있다"며 "따라서 개인보호장비가 매우 중요하며, 환자 혈액 등이 소독을 통해서도 잘 지워지지 않는 경우가 있는만큼 매뉴얼에 따라 안전하게 벗는 방법도 반드시 숙지해야한다"고 설명했다.

보건당국도 앞으로 이뤄질 파견 의료진 교육의 초점을 '보호장비 숙련'에 맞출 예정이다.

조은희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감시과장은 "미국 CDC가 새 지침에서 강조한 대목 중 하나가 '탈의시 시간에 구애받지 말라'는 것"이라며 "국내에서도 30분만 보호복을 입고 있으면 '사우나' 같은데, 매우 더운 서아프리카 현지에서 의료진이 환자 진료 후 갑갑하다고 서둘러 보호복을 벗다가 실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조 과장은 "따라서 보호복 탈의 훈련 과정을 통과하지 못한 사람은 파견될 수 없고, 개인보호구 착탈이 익숙해진 사람만 현지에 갈 수 있다"며 "다음 달 초 질병관리본부 직원이 미국 CDC에서 3일동안 업데이트된 에볼라 지침을 배운 뒤 국내 교육 프로그램에 추가로 반영할 예정인데, 다른 나라와의 교육 공조가 여의치 않을 경우 '국경없는 의사회(MFS)' 프로그램이라도 참여해 확실히 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 벗는데 15분 ‘사우나’ 보호복, 에볼라의료진 생명줄
    • 입력 2014-10-26 07:37:07
    • 수정2014-10-26 14:30:51
    연합뉴스
에볼라 출혈열 유행을 예견한 것으로 주목받는 영화, '아웃 브레이크'에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직원들은 모두 '우주복'과 같은 보호장비를 갖추고 발병 현장에 등장한다.

이런 보호복은 현재 서아프리카 에볼라 발병국에서 의료 활동을 펼치는 세계보건기구(WHO)·선진국 의료진들이 실제로 사용하고, 이르면 다음 달말 현지 파견될 우리나라 보건의료 인력들도 착용할 예정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현지 의료진 안전대책의 '핵심'으로 이 보호복을 꼽는 이유는 무엇일까.

◇ 외과수술복→속장갑·신→전신보호복→마스크→겉장갑→안면보호구 순서 착용

26일 질병관리본부와 미국 CDC 홈페이지 등에 따르면 에볼라 발병 현장에서 활동하는 보건의료 인력은 개인보호장비로서 완전 방수급의 전신보호복, 안면보호구, N95마스크 또는 전동식호흡장치(PAPR), 이중 장갑, 이중 덧신(겉 덧신 방수 덧신), 앞치마(에이프런) 등을 갖춰야한다.

우선 현장 참여자는 자신의 옷을 모두 벗고 외과 수술복(또는 일회용 옷)으로 갈아입은 다음, 니트로(고무)·라텍스 재질의 장갑을 낀다. 아울러 부츠 위에 다시 방수 덧신(커버)를 신어 이중으로 발과 발목 부위를 보호한다.

다음으로 팔·다리·몸통이 연결된 형태의 전신보호복(가운)을 입는데, 이 옷은 피나 체액 등 액체 형태의 물질이 전혀 스며들 수 없어야 한다. 최근까지 국내 에볼라 관련 의료지침에서는 생활방수 수준의 보호복(D등급)도 사용 가능 장비로 규정했지만, 의료진 파견을 앞두고 미국 수준으로 강화했다. 아울러 활동 중 소매가 말려 올라가지 않도록 소매 밑단을 엄지손가락에 거는 형태가 권장된다.

이제 호흡기 보호를 위해 마스크를 쓴다. N95 마스크는 '공기에 떠다니는 미세입자 95% 이상 거를 수 있다'는 뜻이고, PAPR의 경우 전기모터로 공기를 강제 순환시키며 이물질을 여과하는 한 단계 높은 성능의 마스크이다. 주로 환자를 가까이에서 접하며 기도 삽관 등의 위험 작업을 담당하는 의료진에게 필요하다.

마스크 착용 이후에는 외과 수술복 후드와 앞치마를 쓰고, 겉 장갑을 한 벌 더 착용한다.

마지막으로 용접 마스크와 비슷한 형태의 안면보호구를 쓰는데, 여기에는 투명 플라스틱 소재의 창이 있어 시야 확보가 가능하다. 다만 PAPR 방식 마스크를 사용한다면 안면보호구를 따로 착용할 필요가 없다.



◇ 탈의시 수시로 소독·전문가 점검, 최대 24단계 거쳐야…"숙련되지 않으면 파견 불가"

반대로 보호장비를 벗을 때는 대체로 앞치마-부츠·덧신-겉장갑-전신보호복(가운)-마스크-안장갑-외과 수술복 순서로 진행한다. PAPR를 쓰고 있다면 PAPR를 먼저 빼고 가운을 벗어야한다.

입을 때와 달리 탈의 과정에서는 각 부분을 분리할 때마다 수시로 소독하고 현장안전관리자로부터 일일이 찢어진 곳은 없는지 등을 점검받기 때문에, 최대 24 단계를 거쳐야하고 시간도 훨씬 더 많이 걸린다. 우리 보건의료팀의 현장안전관리자로는 원자력·소방 등 재난재해 분야에서 보호장비 등을 연구·강의한 경력자가 파견될 예정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N19를 착용한 숙련자의 경우 모두 벗는데 5분 정도 걸리지만 PAPR의 경우 시간이 3배인 15분도 필요할 수 있다"며 "PAPR 마스크는 혼자 벗을 수가 없고, 마스크의 오염된 부분을 소독티슈로 다 닦아줘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장비의 가격도 만만치 찮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N95 필터 마스크는 10만원대 정도이지만, PAPR는 80만~130만원에 이른다. 따라서 PAPR가

포함된 한 벌의 개인보호장비를 모두 갖추려면 적어도 100만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다. 또 이들 장비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처럼 비싸고 복잡한 장비를 갖추는 이유는, 당연히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것이다.

신형식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센터장은 "10개도 채 되지 않는 에볼라 바이러스라도 눈·코 점막이나 피부 등을 통해 몸에 들어오면 충분히 감염이 이뤄질 수 있다"며 "따라서 개인보호장비가 매우 중요하며, 환자 혈액 등이 소독을 통해서도 잘 지워지지 않는 경우가 있는만큼 매뉴얼에 따라 안전하게 벗는 방법도 반드시 숙지해야한다"고 설명했다.

보건당국도 앞으로 이뤄질 파견 의료진 교육의 초점을 '보호장비 숙련'에 맞출 예정이다.

조은희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감시과장은 "미국 CDC가 새 지침에서 강조한 대목 중 하나가 '탈의시 시간에 구애받지 말라'는 것"이라며 "국내에서도 30분만 보호복을 입고 있으면 '사우나' 같은데, 매우 더운 서아프리카 현지에서 의료진이 환자 진료 후 갑갑하다고 서둘러 보호복을 벗다가 실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조 과장은 "따라서 보호복 탈의 훈련 과정을 통과하지 못한 사람은 파견될 수 없고, 개인보호구 착탈이 익숙해진 사람만 현지에 갈 수 있다"며 "다음 달 초 질병관리본부 직원이 미국 CDC에서 3일동안 업데이트된 에볼라 지침을 배운 뒤 국내 교육 프로그램에 추가로 반영할 예정인데, 다른 나라와의 교육 공조가 여의치 않을 경우 '국경없는 의사회(MFS)' 프로그램이라도 참여해 확실히 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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