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비정규직 10명중 1∼2명만 정규직 전환…OECD 최하위 수준
입력 2014.10.26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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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의 소득·처우 불균형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가운데 가장 심한 축에 속한다.
비정규직으로 열심히 일해도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은 너무 낮고,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은 정규직의 64%에 불과하다.
◇임금근로자 35%가 비정규직…月임금, 정규직보다 158만원 적어
올해 한국의 임금근로자 가운데 비정규직(임시·일용근로자)은 35%, 정규직(상용근로자)은 65% 수준으로 최근 비정규직 비율이 소폭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6일 통계청에 따르면 비정규직 비율은 올해 1분기 34.6%(633만1천명), 2분기 35.3%(663만명), 3분기 35.5%(669만9천명)다.
연도별로 보면,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44.4%까지 오른 비정규직 비율은 2009년 42.9%, 2010년 40.6%, 2011년 38.7%, 2012년 37.3%, 2013년 35.6% 등으로 하향세를 기록했다.
그전에는 더 높았다. 1996년 43.2%이던 비정규직 비율은 외환위기를 거치며 1997년 45.7%, 1998년 46.9%, 1999년 51.6%, 2000년 52.1%로 치솟았다.
비정규직의 처우는 시간이 갈수록 좋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정규직과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3만1천663개 표본사업체 소속 근로자 82만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월 임금 차이는 2008년 134만9천원에서 지난해 158만1천원으로 더 커졌다.
정규직의 월 임금은 2008년 256만9천원에서 지난해 298만5천원으로 41만6천원 오른 반면, 비정규직은 122만원에서 140만4천원으로 18만4천원 상승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비정규직(140만4천원)의 임금은 정규직(298만5천원)의 47.0% 수준이다. 근무시간을 감안한 시간당 임금은 비정규직(1만1천259원)이 정규직(1만7천524원)의 64.2%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불균형 현상은 고학력자들 사이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지난해 비정규직으로 취업한 인력의 평균 연봉은 2천642만원으로 정규직 박사(5천498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비정규직으로 취업하는 박사 학위자의 비율은 62.6%나 된다. 가방끈이 길어도 비정규직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韓 비정규직→정규직 OECD 최하위 수준
한국의 비정규직 문제는 OECD 가운데 가장 심각한 축에 속한다.
OECD의 '2013년 비정규직 이동성 국가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수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한국의 비정규직 10명 중 1∼2명만이 몇년 뒤 정규직으로 일하고 나머지 8∼9명은 비정규직이나 실업 상태에 놓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영국,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일본 등 16개 조사 대상 국가 중 가장 열악한 수준이다.
한국의 비정규직이 1년 뒤 정규직으로 일하는 비율은 11.1%, 여전히 비정규직인 비율은 69.4%다. 실업 등으로 아예 일하지 않는 비율은 19.5%나 된다.
'3년 뒤' 기준으로는 정규직 전환 비율이 22.4%, 여전히 비정규직이 50.9%, 실업자 전락은 26.7%다.
네덜란드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49.1%가 1년 뒤에는 정규직, 69.9%가 3년 뒤에는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OECD는 보고서에서 "한국의 비정규직은 열악한 일자리의 덫에 갇힐 위험이 높다"며 "심각하게 분절돼 있는 노동시장이 사회통합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시장의 이중성 심화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근로 동기와 의욕을 약화시킨다.
특히, 경제위기 등 외부 충격으로 이들의 상당수가 실직에 처할 경우 실업급여, 생계지원 등 사회적 지출이 늘어나면서 경기회복에 부담을 준다.
'21세기 자본론'의 저자인 피케티 파리경제대(EHESS) 교수는 지난달 한국을 방문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를 해소하려면 정부가 포용적인 방향으로 노동법을 개혁하고 노동시장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유도…안전업무 비정규직 제한
정부도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고민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는 다음달에 비정규직 대책을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준비중이다.
대책에는 비정규직 근로자가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기존의 경력을 인정하는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비정규직으로 2년 일한 근로자가 정규직으로 바뀌면 그동안의 근무기간을 인정한 호봉을 받도록 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정부는 중소·중견기업이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한 뒤 임금을 올리면 임금 인상분의 절반을 월 최대 60만원까지 1년간 지원할 계획이다.
공공기관 비정규직은 2016년부터 전체 정원의 5% 이내로 축소하고 공공부문 비정규직은 2015년까지 6만5천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현재 비정규직 인력 비중이 38%에 달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비정규직 인력은 2017년까지 20∼30%로 축소하기로 했다.
아울러 철도나 해상여객, 항공 운수 등의 안전 업무에 비정규직 채용을 제한할 예정이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는 임금을 지원해주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또 체불임금 부가금제를 도입, 임금 체불을 당한 근로자가 법원 판결을 통해 체불임금 이외에 동일한 금액의 부가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노동계 "공염불에 그칠 것"…안전업무 정규직 채용은 호평
노동계는 정부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지난 25일 서울 도심에서 '2014년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이들의 핵심 요구안은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자성 쟁취, 산재보험 전면적용 ▲비정규직 철폐, 간접고용 노동자 정규직화 ▲저임금 비정규직 확산하는 시간제 확대 중단 등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정부는 민생안정을 위해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하겠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파견 직종을 늘리고 고령층 파견 대상을 확대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며 "공염불에 그칠 대책만 발표할 것이 아니라 사업장을 직접 방문해 노동 현장의 현안이 무엇인지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정부가 안전 업무에 비정규직 채용을 제한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강훈중 대변인은 "세월호 참사에서도 봤듯이 국민의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 인력이 비정규직이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책임성과 전문성이 강한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일시적으로 필요한 인력이 있을 때에는 비정규직을 고용하더라도 지속적인 업무에는 정규직을 쓸 수 있도록 정규직의 비율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정부가 대기업 편에 서서 여전히 간접고용을 폭넓게 허용하고 있다"며 "특히 대·중소기업간 인력교류는 또다른 비정규직 파견으로,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비정규직으로 열심히 일해도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은 너무 낮고,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은 정규직의 64%에 불과하다.
◇임금근로자 35%가 비정규직…月임금, 정규직보다 158만원 적어
올해 한국의 임금근로자 가운데 비정규직(임시·일용근로자)은 35%, 정규직(상용근로자)은 65% 수준으로 최근 비정규직 비율이 소폭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6일 통계청에 따르면 비정규직 비율은 올해 1분기 34.6%(633만1천명), 2분기 35.3%(663만명), 3분기 35.5%(669만9천명)다.
연도별로 보면,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44.4%까지 오른 비정규직 비율은 2009년 42.9%, 2010년 40.6%, 2011년 38.7%, 2012년 37.3%, 2013년 35.6% 등으로 하향세를 기록했다.
그전에는 더 높았다. 1996년 43.2%이던 비정규직 비율은 외환위기를 거치며 1997년 45.7%, 1998년 46.9%, 1999년 51.6%, 2000년 52.1%로 치솟았다.
비정규직의 처우는 시간이 갈수록 좋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정규직과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3만1천663개 표본사업체 소속 근로자 82만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월 임금 차이는 2008년 134만9천원에서 지난해 158만1천원으로 더 커졌다.
정규직의 월 임금은 2008년 256만9천원에서 지난해 298만5천원으로 41만6천원 오른 반면, 비정규직은 122만원에서 140만4천원으로 18만4천원 상승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비정규직(140만4천원)의 임금은 정규직(298만5천원)의 47.0% 수준이다. 근무시간을 감안한 시간당 임금은 비정규직(1만1천259원)이 정규직(1만7천524원)의 64.2%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불균형 현상은 고학력자들 사이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지난해 비정규직으로 취업한 인력의 평균 연봉은 2천642만원으로 정규직 박사(5천498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비정규직으로 취업하는 박사 학위자의 비율은 62.6%나 된다. 가방끈이 길어도 비정규직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韓 비정규직→정규직 OECD 최하위 수준
한국의 비정규직 문제는 OECD 가운데 가장 심각한 축에 속한다.
OECD의 '2013년 비정규직 이동성 국가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수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한국의 비정규직 10명 중 1∼2명만이 몇년 뒤 정규직으로 일하고 나머지 8∼9명은 비정규직이나 실업 상태에 놓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영국,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일본 등 16개 조사 대상 국가 중 가장 열악한 수준이다.
한국의 비정규직이 1년 뒤 정규직으로 일하는 비율은 11.1%, 여전히 비정규직인 비율은 69.4%다. 실업 등으로 아예 일하지 않는 비율은 19.5%나 된다.
'3년 뒤' 기준으로는 정규직 전환 비율이 22.4%, 여전히 비정규직이 50.9%, 실업자 전락은 26.7%다.
네덜란드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49.1%가 1년 뒤에는 정규직, 69.9%가 3년 뒤에는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OECD는 보고서에서 "한국의 비정규직은 열악한 일자리의 덫에 갇힐 위험이 높다"며 "심각하게 분절돼 있는 노동시장이 사회통합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시장의 이중성 심화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근로 동기와 의욕을 약화시킨다.
특히, 경제위기 등 외부 충격으로 이들의 상당수가 실직에 처할 경우 실업급여, 생계지원 등 사회적 지출이 늘어나면서 경기회복에 부담을 준다.
'21세기 자본론'의 저자인 피케티 파리경제대(EHESS) 교수는 지난달 한국을 방문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를 해소하려면 정부가 포용적인 방향으로 노동법을 개혁하고 노동시장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유도…안전업무 비정규직 제한
정부도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고민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는 다음달에 비정규직 대책을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준비중이다.
대책에는 비정규직 근로자가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기존의 경력을 인정하는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비정규직으로 2년 일한 근로자가 정규직으로 바뀌면 그동안의 근무기간을 인정한 호봉을 받도록 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정부는 중소·중견기업이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한 뒤 임금을 올리면 임금 인상분의 절반을 월 최대 60만원까지 1년간 지원할 계획이다.
공공기관 비정규직은 2016년부터 전체 정원의 5% 이내로 축소하고 공공부문 비정규직은 2015년까지 6만5천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현재 비정규직 인력 비중이 38%에 달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비정규직 인력은 2017년까지 20∼30%로 축소하기로 했다.
아울러 철도나 해상여객, 항공 운수 등의 안전 업무에 비정규직 채용을 제한할 예정이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는 임금을 지원해주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또 체불임금 부가금제를 도입, 임금 체불을 당한 근로자가 법원 판결을 통해 체불임금 이외에 동일한 금액의 부가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노동계 "공염불에 그칠 것"…안전업무 정규직 채용은 호평
노동계는 정부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지난 25일 서울 도심에서 '2014년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이들의 핵심 요구안은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자성 쟁취, 산재보험 전면적용 ▲비정규직 철폐, 간접고용 노동자 정규직화 ▲저임금 비정규직 확산하는 시간제 확대 중단 등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정부는 민생안정을 위해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하겠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파견 직종을 늘리고 고령층 파견 대상을 확대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며 "공염불에 그칠 대책만 발표할 것이 아니라 사업장을 직접 방문해 노동 현장의 현안이 무엇인지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정부가 안전 업무에 비정규직 채용을 제한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강훈중 대변인은 "세월호 참사에서도 봤듯이 국민의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 인력이 비정규직이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책임성과 전문성이 강한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일시적으로 필요한 인력이 있을 때에는 비정규직을 고용하더라도 지속적인 업무에는 정규직을 쓸 수 있도록 정규직의 비율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정부가 대기업 편에 서서 여전히 간접고용을 폭넓게 허용하고 있다"며 "특히 대·중소기업간 인력교류는 또다른 비정규직 파견으로,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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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비정규직 10명중 1∼2명만 정규직 전환…OECD 최하위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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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4-10-26 07:43:50
한국의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의 소득·처우 불균형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가운데 가장 심한 축에 속한다.
비정규직으로 열심히 일해도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은 너무 낮고,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은 정규직의 64%에 불과하다.
◇임금근로자 35%가 비정규직…月임금, 정규직보다 158만원 적어
올해 한국의 임금근로자 가운데 비정규직(임시·일용근로자)은 35%, 정규직(상용근로자)은 65% 수준으로 최근 비정규직 비율이 소폭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6일 통계청에 따르면 비정규직 비율은 올해 1분기 34.6%(633만1천명), 2분기 35.3%(663만명), 3분기 35.5%(669만9천명)다.
연도별로 보면,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44.4%까지 오른 비정규직 비율은 2009년 42.9%, 2010년 40.6%, 2011년 38.7%, 2012년 37.3%, 2013년 35.6% 등으로 하향세를 기록했다.
그전에는 더 높았다. 1996년 43.2%이던 비정규직 비율은 외환위기를 거치며 1997년 45.7%, 1998년 46.9%, 1999년 51.6%, 2000년 52.1%로 치솟았다.
비정규직의 처우는 시간이 갈수록 좋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정규직과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3만1천663개 표본사업체 소속 근로자 82만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월 임금 차이는 2008년 134만9천원에서 지난해 158만1천원으로 더 커졌다.
정규직의 월 임금은 2008년 256만9천원에서 지난해 298만5천원으로 41만6천원 오른 반면, 비정규직은 122만원에서 140만4천원으로 18만4천원 상승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비정규직(140만4천원)의 임금은 정규직(298만5천원)의 47.0% 수준이다. 근무시간을 감안한 시간당 임금은 비정규직(1만1천259원)이 정규직(1만7천524원)의 64.2%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불균형 현상은 고학력자들 사이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지난해 비정규직으로 취업한 인력의 평균 연봉은 2천642만원으로 정규직 박사(5천498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비정규직으로 취업하는 박사 학위자의 비율은 62.6%나 된다. 가방끈이 길어도 비정규직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韓 비정규직→정규직 OECD 최하위 수준
한국의 비정규직 문제는 OECD 가운데 가장 심각한 축에 속한다.
OECD의 '2013년 비정규직 이동성 국가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수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한국의 비정규직 10명 중 1∼2명만이 몇년 뒤 정규직으로 일하고 나머지 8∼9명은 비정규직이나 실업 상태에 놓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영국,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일본 등 16개 조사 대상 국가 중 가장 열악한 수준이다.
한국의 비정규직이 1년 뒤 정규직으로 일하는 비율은 11.1%, 여전히 비정규직인 비율은 69.4%다. 실업 등으로 아예 일하지 않는 비율은 19.5%나 된다.
'3년 뒤' 기준으로는 정규직 전환 비율이 22.4%, 여전히 비정규직이 50.9%, 실업자 전락은 26.7%다.
네덜란드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49.1%가 1년 뒤에는 정규직, 69.9%가 3년 뒤에는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OECD는 보고서에서 "한국의 비정규직은 열악한 일자리의 덫에 갇힐 위험이 높다"며 "심각하게 분절돼 있는 노동시장이 사회통합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시장의 이중성 심화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근로 동기와 의욕을 약화시킨다.
특히, 경제위기 등 외부 충격으로 이들의 상당수가 실직에 처할 경우 실업급여, 생계지원 등 사회적 지출이 늘어나면서 경기회복에 부담을 준다.
'21세기 자본론'의 저자인 피케티 파리경제대(EHESS) 교수는 지난달 한국을 방문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를 해소하려면 정부가 포용적인 방향으로 노동법을 개혁하고 노동시장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유도…안전업무 비정규직 제한
정부도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고민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는 다음달에 비정규직 대책을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준비중이다.
대책에는 비정규직 근로자가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기존의 경력을 인정하는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비정규직으로 2년 일한 근로자가 정규직으로 바뀌면 그동안의 근무기간을 인정한 호봉을 받도록 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정부는 중소·중견기업이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한 뒤 임금을 올리면 임금 인상분의 절반을 월 최대 60만원까지 1년간 지원할 계획이다.
공공기관 비정규직은 2016년부터 전체 정원의 5% 이내로 축소하고 공공부문 비정규직은 2015년까지 6만5천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현재 비정규직 인력 비중이 38%에 달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비정규직 인력은 2017년까지 20∼30%로 축소하기로 했다.
아울러 철도나 해상여객, 항공 운수 등의 안전 업무에 비정규직 채용을 제한할 예정이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는 임금을 지원해주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또 체불임금 부가금제를 도입, 임금 체불을 당한 근로자가 법원 판결을 통해 체불임금 이외에 동일한 금액의 부가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노동계 "공염불에 그칠 것"…안전업무 정규직 채용은 호평
노동계는 정부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지난 25일 서울 도심에서 '2014년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이들의 핵심 요구안은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자성 쟁취, 산재보험 전면적용 ▲비정규직 철폐, 간접고용 노동자 정규직화 ▲저임금 비정규직 확산하는 시간제 확대 중단 등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정부는 민생안정을 위해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하겠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파견 직종을 늘리고 고령층 파견 대상을 확대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며 "공염불에 그칠 대책만 발표할 것이 아니라 사업장을 직접 방문해 노동 현장의 현안이 무엇인지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정부가 안전 업무에 비정규직 채용을 제한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강훈중 대변인은 "세월호 참사에서도 봤듯이 국민의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 인력이 비정규직이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책임성과 전문성이 강한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일시적으로 필요한 인력이 있을 때에는 비정규직을 고용하더라도 지속적인 업무에는 정규직을 쓸 수 있도록 정규직의 비율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정부가 대기업 편에 서서 여전히 간접고용을 폭넓게 허용하고 있다"며 "특히 대·중소기업간 인력교류는 또다른 비정규직 파견으로,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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