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Check!] “안락한 삶 경멸해” 인생을 통찰하는 니체의 돌직구

입력 2014.10.26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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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수업』박찬국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내 인생은 왜 이렇게 힘들기만 할까?"라는 친구의 푸념에 이렇게 답해보자.
"너는 안락한 삶을 경멸해야 해. 운명이 평탄하기를 바라지 말고 가혹하기를 바라렴."

웬 우정 깨지는 답변이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19세기 철학자 니체는 '힐링'이 익숙한 이 시대에 고통과 험난한 운명을 바라는 '초인' 정신을 요구한다.

이 책은 우리가 살면서 던질 수밖에 없는 본질적인 10가지 질문과 이에 대한 니체의 대답으로 구성됐다.

'의미 있게 살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라는 질문에 니체는 인생의 의미를 찾지 말라고 말한다. 어떠한 의미를 찾지 않을 때, 비로소 의미 있는 삶이 된다는 것이다.

'마음대로 되는 일이 왜 하나도 없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위험하게 사는 삶의 아름다움에 대해 역설한다. 가혹한 시련은 자신을 단련시키는 최고의 친구라는 설명을 더해준다.

니체는 편안한 삶을 추구하는 우리에게 고난을 견디는 것뿐 아니라, 고난을 사랑하라고 조언한다. 또, 감정과 생각을 넘어 신체를 다스릴 것을 조언한다. 힘들다고 함부로 눕지 말고, 그때의 상황에 요구되는 적절한 자세를 취하라는 것이다. 19세기 철학자가 전하는 기품있는 삶에 대한 조언이 따끔하게 다가온다.



◆『세상은 이렇게 바꾸는 겁니다』

폴 파머 지음, 박종근 옮김, 조너선 바이겔 엮음, 골든타임 펴냄

아프니까 청춘이다. 하지만 이제는 '바꾸니까 청춘이다'를 외쳐보는 것은 어떨까.

'21세기 슈바이처'로 불리는 폴 파머 박사는 사회정의와 국제 보건 평등의 가장 열렬한 옹호자이다. 'PIH(Partners In Health)'의 공동설립자이자 하버드 의과대학 교수인 그는 아이티와 르완다 등 빈민 지역의 구제활동에 힘쓰고 있다.

폴 파머 박사는 청춘들을 향해 아픔에 대한 위로보다는 적극적인 도전을 제시한다. 세상을 바꿀 수 있으니 청춘이라는 것이다.

책에서는 '세상을 바꾸는 의사' 폴 파머의 연설 19개를 엮었다.

하버드 의대 졸업 연설에서 그는 "여러분은 이미 의사로서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싸우라는 특별 허가를 받았다"며 "환자를 위해, 그중에서도 가장 아프고 약한 사람들의 생존과 존엄을 위해 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프린스턴 대학교 졸업장에서는 "대학을 떠나는 여러분에게 조금이라도 달라진 세상을 만들어 달라고 바라는 것이 미친 짓일까, 희망과 역사가 어우러지기를 바라면 안 되는 것일까?"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폴 박사는 하버드와 옥스퍼드, 존스 홉킨스 대학 등 세계적 명문 대학의 학생들에게 끊임없이 평등과 인권, 희망에 대한 도전을 제시한다.

그렇다면, 세계 보건 평등과 인권이라는 '위대한 일'을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폴 파머 박사는 '세상을 바꾸는 일'은 고독한 작업이 아니라 여럿이 함께 벌이는 작업이라고 설명한다. 같은 비전을 가진 청년들이 힘을 합칠 때 세상을 좀 더 평등하고 풍요로운 곳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19편에 달하는 폴 박사의 연설문을 읽다 보면, 어느새 평등을 상상하게 된다.



◆『한국의 경제학자들』 이정환 지음, 생각정원 펴냄

2012년 1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베이커리 전문점 아티제 사업을 철수했다. 재벌의 빵 사업이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정치권의 비판이 이끌어낸 결과다. 이를 두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는 "재벌가 딸들이 취미로 빵집을 경영하며 국민의 일자리를 빼앗아서는 안 된다는 정치권의 비판은 핵심을 놓치고 있다"며 "본질은 국가가 영세 자영업의 구조조정과 진정한 사회 안전망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벌, 한국에서는 이미 10년째 개혁 논쟁의 대상이다. 재벌은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었을까, 오히려 경제 생태계를 무너뜨린 장본인일까.

재벌, 더 정확히 삼성은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공존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토론이 펼쳐진다. 한국의 경제학자 7명이 저마다의 관점으로 '삼성 사용설명서'를 소개한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재벌과의 대타협'을 주장한다. 장 교수는 삼성 3세들에게 경영권을 인정해 주는 대신 경영을 잘못하면 정부가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자는 것이다.

반면,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그런 타협은 가능하지도 않고 의미도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재벌의 경제력 집중이 한국 경제의 성장을 가로막았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장하준, 김상조, 이병천, 김성구, 김상봉, 장하성, 김정호 등 한국의 대표 경제학자들의 시선을 통해 한국 자본주의의 미래를 진단한다.

저자는 "탈정치화된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탈정치화된 국가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완벽하게 잘 작동하는 효율적인 시장이 김상조 교수의 환상인 것처럼 신자유주의에 맞서 싸우는 국가를 기대하는 장하준 교수의 이론도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를 사회적 논의의 장으로 끌어낼 것을 주장한다. 책의 후편에는 삼성의 상속 및 지배구조 개편과 이재용 후계구도 시나리오가 담겼다.



◆『천천히, 함께하는 마지막』 이현택 지음, 책밭 펴냄

당신은 효자인가, 불효자인가. 책 소개에 앞서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 사는 게 바빠서, 표현을 못 해서, 시간이 없어서 등의 이유로 비자발적 '불효자'가 되기 쉬운 세상이다.

얼마 전 식도암으로 부친을 잃은 저자가 '불효 일기'를 공개했다. 말기 암 판정을 받은 아버지와의 마지막 시간에 대한 기록이다. 현직 기자인 저자는 아버지의 일상을 섬세하게 관찰하고 담담한 어조로 풀어낸다.

'암'이라는 병, 한국인의 사망원인 1위에 오를 만큼 치명적이면서도 흔한 병이다. 요즘은 완치율도 높다지만, 여전히 '암환자' 가족은 눈물이 익숙하다. 사랑하는 사람이 빠르게 늙고, 야위어 가는 모습을 본다는 것은 감당하기 힘든 일이다.

그렇다고 눈물만 쥐어짤 수는 없다. 남아있는 시간이 그만큼 소중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아버지의 마지막 순간까지, 재밌고 유익하게 보내고 싶었다"고 한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아버지에 대한 일기라니, 자칫 신파극을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암 환자는 왜 잔소리가 많은가'부터 '암 환자가 산책에 필요한 4가지' 등 생활 밀착형 정보를 소개한다. 또 암환자 가족이 겪는 감정의 변화, 치료비용에 대한 경제적 부담 등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고충을 말한다.

책에서 지속해서 전하는 메시지는 암환자도 일상이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묘사한 아버지의 투병 생활에는 '식사'와 '가족'의 중요성이 드러난다. 소소한 일상의 기록에 녹아든 아들의 눈물이 잔잔히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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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Check!] “안락한 삶 경멸해” 인생을 통찰하는 니체의 돌직구
    • 입력 2014-10-26 07:47:24
◆『초인수업』박찬국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내 인생은 왜 이렇게 힘들기만 할까?"라는 친구의 푸념에 이렇게 답해보자. "너는 안락한 삶을 경멸해야 해. 운명이 평탄하기를 바라지 말고 가혹하기를 바라렴." 웬 우정 깨지는 답변이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19세기 철학자 니체는 '힐링'이 익숙한 이 시대에 고통과 험난한 운명을 바라는 '초인' 정신을 요구한다. 이 책은 우리가 살면서 던질 수밖에 없는 본질적인 10가지 질문과 이에 대한 니체의 대답으로 구성됐다. '의미 있게 살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라는 질문에 니체는 인생의 의미를 찾지 말라고 말한다. 어떠한 의미를 찾지 않을 때, 비로소 의미 있는 삶이 된다는 것이다. '마음대로 되는 일이 왜 하나도 없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위험하게 사는 삶의 아름다움에 대해 역설한다. 가혹한 시련은 자신을 단련시키는 최고의 친구라는 설명을 더해준다. 니체는 편안한 삶을 추구하는 우리에게 고난을 견디는 것뿐 아니라, 고난을 사랑하라고 조언한다. 또, 감정과 생각을 넘어 신체를 다스릴 것을 조언한다. 힘들다고 함부로 눕지 말고, 그때의 상황에 요구되는 적절한 자세를 취하라는 것이다. 19세기 철학자가 전하는 기품있는 삶에 대한 조언이 따끔하게 다가온다.

◆『세상은 이렇게 바꾸는 겁니다』 폴 파머 지음, 박종근 옮김, 조너선 바이겔 엮음, 골든타임 펴냄 아프니까 청춘이다. 하지만 이제는 '바꾸니까 청춘이다'를 외쳐보는 것은 어떨까. '21세기 슈바이처'로 불리는 폴 파머 박사는 사회정의와 국제 보건 평등의 가장 열렬한 옹호자이다. 'PIH(Partners In Health)'의 공동설립자이자 하버드 의과대학 교수인 그는 아이티와 르완다 등 빈민 지역의 구제활동에 힘쓰고 있다. 폴 파머 박사는 청춘들을 향해 아픔에 대한 위로보다는 적극적인 도전을 제시한다. 세상을 바꿀 수 있으니 청춘이라는 것이다. 책에서는 '세상을 바꾸는 의사' 폴 파머의 연설 19개를 엮었다. 하버드 의대 졸업 연설에서 그는 "여러분은 이미 의사로서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싸우라는 특별 허가를 받았다"며 "환자를 위해, 그중에서도 가장 아프고 약한 사람들의 생존과 존엄을 위해 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프린스턴 대학교 졸업장에서는 "대학을 떠나는 여러분에게 조금이라도 달라진 세상을 만들어 달라고 바라는 것이 미친 짓일까, 희망과 역사가 어우러지기를 바라면 안 되는 것일까?"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폴 박사는 하버드와 옥스퍼드, 존스 홉킨스 대학 등 세계적 명문 대학의 학생들에게 끊임없이 평등과 인권, 희망에 대한 도전을 제시한다. 그렇다면, 세계 보건 평등과 인권이라는 '위대한 일'을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폴 파머 박사는 '세상을 바꾸는 일'은 고독한 작업이 아니라 여럿이 함께 벌이는 작업이라고 설명한다. 같은 비전을 가진 청년들이 힘을 합칠 때 세상을 좀 더 평등하고 풍요로운 곳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19편에 달하는 폴 박사의 연설문을 읽다 보면, 어느새 평등을 상상하게 된다.

◆『한국의 경제학자들』 이정환 지음, 생각정원 펴냄 2012년 1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베이커리 전문점 아티제 사업을 철수했다. 재벌의 빵 사업이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정치권의 비판이 이끌어낸 결과다. 이를 두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는 "재벌가 딸들이 취미로 빵집을 경영하며 국민의 일자리를 빼앗아서는 안 된다는 정치권의 비판은 핵심을 놓치고 있다"며 "본질은 국가가 영세 자영업의 구조조정과 진정한 사회 안전망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벌, 한국에서는 이미 10년째 개혁 논쟁의 대상이다. 재벌은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었을까, 오히려 경제 생태계를 무너뜨린 장본인일까. 재벌, 더 정확히 삼성은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공존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토론이 펼쳐진다. 한국의 경제학자 7명이 저마다의 관점으로 '삼성 사용설명서'를 소개한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재벌과의 대타협'을 주장한다. 장 교수는 삼성 3세들에게 경영권을 인정해 주는 대신 경영을 잘못하면 정부가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자는 것이다. 반면,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그런 타협은 가능하지도 않고 의미도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재벌의 경제력 집중이 한국 경제의 성장을 가로막았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장하준, 김상조, 이병천, 김성구, 김상봉, 장하성, 김정호 등 한국의 대표 경제학자들의 시선을 통해 한국 자본주의의 미래를 진단한다. 저자는 "탈정치화된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탈정치화된 국가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완벽하게 잘 작동하는 효율적인 시장이 김상조 교수의 환상인 것처럼 신자유주의에 맞서 싸우는 국가를 기대하는 장하준 교수의 이론도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를 사회적 논의의 장으로 끌어낼 것을 주장한다. 책의 후편에는 삼성의 상속 및 지배구조 개편과 이재용 후계구도 시나리오가 담겼다.

◆『천천히, 함께하는 마지막』 이현택 지음, 책밭 펴냄
당신은 효자인가, 불효자인가. 책 소개에 앞서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 사는 게 바빠서, 표현을 못 해서, 시간이 없어서 등의 이유로 비자발적 '불효자'가 되기 쉬운 세상이다. 얼마 전 식도암으로 부친을 잃은 저자가 '불효 일기'를 공개했다. 말기 암 판정을 받은 아버지와의 마지막 시간에 대한 기록이다. 현직 기자인 저자는 아버지의 일상을 섬세하게 관찰하고 담담한 어조로 풀어낸다. '암'이라는 병, 한국인의 사망원인 1위에 오를 만큼 치명적이면서도 흔한 병이다. 요즘은 완치율도 높다지만, 여전히 '암환자' 가족은 눈물이 익숙하다. 사랑하는 사람이 빠르게 늙고, 야위어 가는 모습을 본다는 것은 감당하기 힘든 일이다. 그렇다고 눈물만 쥐어짤 수는 없다. 남아있는 시간이 그만큼 소중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아버지의 마지막 순간까지, 재밌고 유익하게 보내고 싶었다"고 한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아버지에 대한 일기라니, 자칫 신파극을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암 환자는 왜 잔소리가 많은가'부터 '암 환자가 산책에 필요한 4가지' 등 생활 밀착형 정보를 소개한다. 또 암환자 가족이 겪는 감정의 변화, 치료비용에 대한 경제적 부담 등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고충을 말한다. 책에서 지속해서 전하는 메시지는 암환자도 일상이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묘사한 아버지의 투병 생활에는 '식사'와 '가족'의 중요성이 드러난다. 소소한 일상의 기록에 녹아든 아들의 눈물이 잔잔히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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