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통영함 승조원들 “12개 항목서 불량”

입력 2014.10.28 (06:02) 수정 2014.10.28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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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납 비리가 드러난 해군 통영함에서, 승조원들의 운영평가 결과 12개 항목에 걸쳐 결함이 발견됐지만, 아직 해결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선체고정 음파탐지기(HMS)'와 '수중 무인탐사기(ROV)' 등 2개 장비에서 심각한 결함이 발견됐지만, 납품업체가 유령업체 수준이어서 불량장비에 대한 보완이 쉽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만일 음탐기 등을 신규 사업으로 할 경우 1~2년의 추가 기간이 소요돼 사업이 차질을 빚게 된다.

28일 새누리당 정미경 의원(수원권선구)이 입수한 해군의 운영평가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승조원들이 통영함에 대해 12가지 항목에서 개선을 요구한 사실이 밝혀졌다.



승조원들은 "잠수사에게 공기, 온수 등을 공급하는 생명유지선이 유연성이 부족하고, 중량이 과다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웹벨(잠수사 두 명이 들어가서 작전을 하는 공간) 공간이 협소해 위험하고, 비상 상황이 생겼을 때 웹벨 내부의 밸부 조작에 제한이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하지만 이렇게 지적된 12개 항목 중 대부분은 아직 개선되지 않고 있다.

방사청은 "12개 항목에 대해서는 함 인도 전에 보증수리가 완료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불량 장비로 인한 혈세 낭비도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가 된 HMS의 경우 수심 200m에서 탐지가 가능해야 하는데, 해군이 6일간 6차례 평가해본 결과 탐지가 전혀 되지 않았다. 길이 58m의 선박이 76m 수심에 침몰해 있었지만, 이 장비로는 이를 탐지하지 못했다.

이런 결함 때문에 2012년 진수된 통영함은 '국내 기술로 제작된 최첨단 수상 구조함'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해군이 인수를 거부해 세월호 구조현장에 투입되지 못했다.

여기에 '수중 무인탐사기(ROV)'의 불량 사실도 드러났다.


< 선체고정 음파탐지기(HMS) (좌), 수중 무인탐사기(ROV) (우)>

'ROV(Remotely Operated Vehicle)'는 원격으로 조정되는 심해자원 탐사 및 개발용 무인 잠수정을 말한다. 모선에 장착된 컨트롤러(Controller)를 통해 원격으로 제어가 가능하여 사람이 작업하기 힘든 해저 환경에서 해저 자원의 탐사, 침몰된 선박의 인양 작업, 해저 케이블 설치, 각종 수중 구조물의 설치 및 수리 등에 사용된다.

평가 기준에 의하면 ROV는 수심 1000m 이상에서 작전 운용이 가능해야 한다.

하지만 시험 결과 최대 수심 2054m에서 로봇팔, 조명, 카메라 등의 작동 상태는 양호했지만, 초음파 카메라 식별이 불가능했다. 모니터 영상이 뜨긴 했지만, 표적이 어떻게 생겼는지 구분을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통영함의 장비불량은 군납비리의 결과물로 볼 수 있다.

HMS의 경우 2억원짜리 불량장비를 41억원에 구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가격 결정을 담당했던 실무자 2명이 검찰에 구속된 상태다.

ROV의 경우 문제가 된 초음파 카메라를 따로 구입한 것이 아니라 장비전체로 계약이 돼 있기 때문에 손실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ROV 전체 가격은 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량이 드러난 음탐기의 경우 납품업체(미국 하켄코사)는 거의 유령회사 수준이어서 불량장비에 대한 보완이 쉽지 않은 상태다. 만일 음탐기 등을 신규 사업으로 할 경우 1~2년의 추가 기간이 소요돼 사업이 늦어지게 된다.

현재 선체를 건조한 회사인 대우조선해양측은 "관급 장비의 결함은 제조사가 수리할 수 없다"며 "조속히 배를 인도해 갈 것"을 요구하면서 정부와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한편 통영함에 대한 운영평가 결과 장비 불량 외에도 전력화 지원요소 분야에서 4개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사실도 밝혀졌다.

즉 보급지원 군수품 목록화가 완료되지 못했고, 잠수체계와 조타기 구성품 재원 등도 누락돼 있었다.



<이용걸 방위사업청장>

◆방사청 개편론 대두


통영함의 부실이 속속 밝혀지면서 이 사업의 주관부서인 방위사업청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방사청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지난 2006년 군의 무기 구매와 군수품 조달 업무를 담당하던 육, 해, 공군의 여러 기관들을 하나로 통폐합해 만들어졌다.

무기 등 군수품 획득업무를 간소화하고 군수 조달업무의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였다. 방사청이 주무르는 예산은 연간 15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군수 분야의 비리나 비효율이 좋아졌다는 얘기는 별로 나오지 않았다.

방사청과 방위산업체들 사이에 얽히고 설킨 '군피아'들의 존재로 방산 분야의 비리와 비효율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번 통영함 비리로 구속된 전직 영관급 장교는 통영함 비리 말고도 다른 부실 장비 납품에 개입했고, 전역하자마자 관련 방산업체의 계열사 간부로 취직했다. 원가 2억원짜리 선체고정 음파탐지기를 41억원 판 업체 부사장도 해군사관 출신이다.

새누리당 정미경 의원은 "지금까지 드러난 방사청의 비리와 무능은 방사청의 존립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며 "군피아 비리를 막기위해 방사청 해체를 검토할 때가 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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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0-28 06:02:03
    • 수정2014-10-28 16:22:55
    정치
군납 비리가 드러난 해군 통영함에서, 승조원들의 운영평가 결과 12개 항목에 걸쳐 결함이 발견됐지만, 아직 해결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선체고정 음파탐지기(HMS)'와 '수중 무인탐사기(ROV)' 등 2개 장비에서 심각한 결함이 발견됐지만, 납품업체가 유령업체 수준이어서 불량장비에 대한 보완이 쉽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만일 음탐기 등을 신규 사업으로 할 경우 1~2년의 추가 기간이 소요돼 사업이 차질을 빚게 된다.

28일 새누리당 정미경 의원(수원권선구)이 입수한 해군의 운영평가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승조원들이 통영함에 대해 12가지 항목에서 개선을 요구한 사실이 밝혀졌다.



승조원들은 "잠수사에게 공기, 온수 등을 공급하는 생명유지선이 유연성이 부족하고, 중량이 과다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웹벨(잠수사 두 명이 들어가서 작전을 하는 공간) 공간이 협소해 위험하고, 비상 상황이 생겼을 때 웹벨 내부의 밸부 조작에 제한이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하지만 이렇게 지적된 12개 항목 중 대부분은 아직 개선되지 않고 있다.

방사청은 "12개 항목에 대해서는 함 인도 전에 보증수리가 완료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불량 장비로 인한 혈세 낭비도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가 된 HMS의 경우 수심 200m에서 탐지가 가능해야 하는데, 해군이 6일간 6차례 평가해본 결과 탐지가 전혀 되지 않았다. 길이 58m의 선박이 76m 수심에 침몰해 있었지만, 이 장비로는 이를 탐지하지 못했다.

이런 결함 때문에 2012년 진수된 통영함은 '국내 기술로 제작된 최첨단 수상 구조함'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해군이 인수를 거부해 세월호 구조현장에 투입되지 못했다.

여기에 '수중 무인탐사기(ROV)'의 불량 사실도 드러났다.


< 선체고정 음파탐지기(HMS) (좌), 수중 무인탐사기(ROV) (우)>

'ROV(Remotely Operated Vehicle)'는 원격으로 조정되는 심해자원 탐사 및 개발용 무인 잠수정을 말한다. 모선에 장착된 컨트롤러(Controller)를 통해 원격으로 제어가 가능하여 사람이 작업하기 힘든 해저 환경에서 해저 자원의 탐사, 침몰된 선박의 인양 작업, 해저 케이블 설치, 각종 수중 구조물의 설치 및 수리 등에 사용된다.

평가 기준에 의하면 ROV는 수심 1000m 이상에서 작전 운용이 가능해야 한다.

하지만 시험 결과 최대 수심 2054m에서 로봇팔, 조명, 카메라 등의 작동 상태는 양호했지만, 초음파 카메라 식별이 불가능했다. 모니터 영상이 뜨긴 했지만, 표적이 어떻게 생겼는지 구분을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통영함의 장비불량은 군납비리의 결과물로 볼 수 있다.

HMS의 경우 2억원짜리 불량장비를 41억원에 구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가격 결정을 담당했던 실무자 2명이 검찰에 구속된 상태다.

ROV의 경우 문제가 된 초음파 카메라를 따로 구입한 것이 아니라 장비전체로 계약이 돼 있기 때문에 손실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ROV 전체 가격은 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량이 드러난 음탐기의 경우 납품업체(미국 하켄코사)는 거의 유령회사 수준이어서 불량장비에 대한 보완이 쉽지 않은 상태다. 만일 음탐기 등을 신규 사업으로 할 경우 1~2년의 추가 기간이 소요돼 사업이 늦어지게 된다.

현재 선체를 건조한 회사인 대우조선해양측은 "관급 장비의 결함은 제조사가 수리할 수 없다"며 "조속히 배를 인도해 갈 것"을 요구하면서 정부와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한편 통영함에 대한 운영평가 결과 장비 불량 외에도 전력화 지원요소 분야에서 4개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사실도 밝혀졌다.

즉 보급지원 군수품 목록화가 완료되지 못했고, 잠수체계와 조타기 구성품 재원 등도 누락돼 있었다.



<이용걸 방위사업청장>

◆방사청 개편론 대두


통영함의 부실이 속속 밝혀지면서 이 사업의 주관부서인 방위사업청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방사청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지난 2006년 군의 무기 구매와 군수품 조달 업무를 담당하던 육, 해, 공군의 여러 기관들을 하나로 통폐합해 만들어졌다.

무기 등 군수품 획득업무를 간소화하고 군수 조달업무의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였다. 방사청이 주무르는 예산은 연간 15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군수 분야의 비리나 비효율이 좋아졌다는 얘기는 별로 나오지 않았다.

방사청과 방위산업체들 사이에 얽히고 설킨 '군피아'들의 존재로 방산 분야의 비리와 비효율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번 통영함 비리로 구속된 전직 영관급 장교는 통영함 비리 말고도 다른 부실 장비 납품에 개입했고, 전역하자마자 관련 방산업체의 계열사 간부로 취직했다. 원가 2억원짜리 선체고정 음파탐지기를 41억원 판 업체 부사장도 해군사관 출신이다.

새누리당 정미경 의원은 "지금까지 드러난 방사청의 비리와 무능은 방사청의 존립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며 "군피아 비리를 막기위해 방사청 해체를 검토할 때가 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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