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압록강에서 사금 캐는 이유를 보니…

입력 2014.10.28 (07:00) 수정 2014.10.28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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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압록강 사금 채취 현장

압록강 중상류 지역을 배를 타고 내려가다 보니 북한쪽 강변을 따라 허리까지 물에 잠긴 채 뭔가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눈에 뜨이더군요.

두세 명씩 짝을 이룬 상태였는데요.

한 사람은 삽으로 흙을 떠서 채에 옮기고, 다른 사람은 쉴 새 없이 물을 부으면서 뭔가를 걸러냅니다.

잠수경을 쓴 또 다른 사람은 물속을 보면서 뭔가를 찾고 있구요.

영화에서나 보던 바로 사금 캐는 장면이었습니다.

배를 가까이 접근시켜 말을 붙여 봤습니다.

“뭐 하고 있냐, 금 많냐” 등등 여러 질문에 “금을 캐고 있다, 금이 많다” 등등 짧게 대답하는데 비교적 표정들은 밝아 보였습니다.

오전 8시부터 일을 시작해 5시 쯤 끝난다고 하는데 시계가 없는지 저한테 몇 시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구요.

강가에는 이들을 감시하는 걸로 보이는 사람들이 우리들을 경계의 눈초리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사금 채취 현장은 압록강변을 따라 2킬로미터 가량 펼쳐져 있고 인원은 대략 70여 명 정도로 보였습니다. 여성들도 4분의 1 가량 됐는데요.

삽으로 흙을 퍼내는 모습이 힘에 겨워 보였고 애처롭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미 가을이어서 물이 찼는데요. 손을 담가보니 사우나 냉탕과 비슷한 느낌인 걸로 봐서 20도에서 25도 사이 정도 아닐가 추정됐습니다.

저 사람들 하루 종일 물속에 있다 저체온증 걸리는 게 아닌지 걱정도 됐습니다.



이번 출장은 압록강 상류에서 하류까지 여정이었는데 이처럼 사금 채취 현장은 처음 본 겁니다. 특이한 것은 북한 쪽에만 사람들이 있고 중국 쪽에는 전혀 없었는데요. 중국 당국이 중국인들의 채취는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북한은 주민들을 동원해 캔 사금을 국가 소유로 가져가지만 중국쪽은 개인 소유가 되니까 분쟁의 소지가 있다는 겁니다. 또 사금 자체의 양도 얼마 안되니까 굳이 허용해서 분쟁을 야기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금지했다는 분석도 있었습니다.

어쨌든 금광 주변에서 이뤄지던 사금 채취가 압록강에서 이뤄지고 있는 장면이 포착된 건 처음인데요. 북한 당국이 대대적으로 사금 채취에 나선 이유가 뭘까요?



■ 사금 채취는 외화벌이 방편

북한의 금 매장량은 2천 톤으로 세계 7위 규모로 알려져 있을 정도로 상대적으로 금이 풍부한 나라로 알려져 있고 또 공식 통계에는 잡히지 않더라도 금 수출로 상당한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금광과 그 주변으로 부족해 주민들을 압록강으로 내몰아 사금을 채취하게 하는 건 지금까지 금 채굴을 많이 해서 양이 줄어든게 아닐까 추측도 가능하구요. 그만큼 외화벌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걸 방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이웃 중국이 세계 경제 2위 대국으로 올라설 정도로 부를 축적한 이후 전통적으로 금을 좋아하는 중국인들이 금을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김정은 집권 이후 광물자원 유출을 막으면서 금 정광과 아연 등 일부 품목만 수출을 허용하는 북한의 정책을 고려하면 외화벌이 차원으로 접근하는게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북한이 외화벌이에 주력하고 있다는 증거는 이 뿐만이 아닙니다.



■ 대동강 맥주도 외화벌이

위 사진은 북한이 동방 제일의 맥주로 선전하는 '대동강 맥주'인데요. 단둥, 장백 등 북중 접경 중국 지역에서 유통되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일단은 북한 식당 위주로 공급이 되고 있었는데 일부에서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단둥의 경우 북한 식당이 7곳 정도 있었는데요. 일일이 물어보니까 2군데만 대동강 맥주를 팔고 있었습니다.

병에 붙어 있는 수입 인증으로 봐서 정식으로 수입통관 절차를 밟아 수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생산국은 북한, 생산지는 대동강 맥주회사로 표시돼 있습니다.

대동강 맥주는 지난 2천 년부터 북한이 영국과 독일의 설비를 들여와 제조해 왔는데요. 북한 매체들은 발효도가 높고 맛이 진하다며 평양 제일의 맥주, 동방제일의 맥주로 선전해 왔습니다.



북한 식당 뿐만 아니라 조선족이 운영하는 중국 식당에서도 대동강 맥주를 팔고 있었는데요. 식당 주인 얘기로는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했습니다.

대동강 맥주에 한국 관광객은 신기한 생각에 사서 맛을 보지만 중국인들은 그렇지 않다고 하는데요. 무엇보다 가격이 너무 비싸서 경쟁력이 약하다고 합니다.

그 중국 식당에서는 대동강 맥주 한 병에 25위안(우리돈 4천3백원)에 팔고 있었는데요. 상대적으로 20여 종류나 되는 중국 맥주는 3-15위안에 불과했습니다.

여기에 중국 맥주도 대동강 맥주처럼 홉 함량이 높아 맛 차이가 별로 안나기 때문에 굳이 비싼 대동강 맥주를 사서 먹을 필요가 없다는거죠.

다만 취재를 하다보니 우리나라에서는 카스나 하이트 등 맥주 종류도 몇 안되는데다, 그마나 몇 개월 전에 출시된 클라우드를 빼고는 홉 함량이 낮아 진한 맛을 좋아하는 소비자들의 입맛에는 대동강 맥주가 맞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대동강 맥주가 해외 수출까지 된다는 사실이 흥미로워서 취재를 했지만 현장에서 확인해보니 실제 돈벌이가 되지는 못할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중국내 북한 식당들도 경쟁력이 없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일단 북한 식당이 좁은 지역에 너무 밀집해 있는데다, 서비스나 맛에 비해 가격이 너무 비쌌습니다.

판에 박힌 메뉴와 공연 프로그램도 10년 전 베이징에서 봤던 거와 별반 차이가 없었구요. 여기에 그나마 주요 고객이던 한국 손님들도 5.24 조치와 관광객 감소 등으로 큰 폭으로 줄었다고 합니다.

변화가 없는 북한 내부의 모습이 북중 국경지역 북한 식당에서도 그대로 읽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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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압록강에서 사금 캐는 이유를 보니…
    • 입력 2014-10-28 07:00:21
    • 수정2014-10-28 07:41:52
    취재후·사건후
■ 압록강 사금 채취 현장

압록강 중상류 지역을 배를 타고 내려가다 보니 북한쪽 강변을 따라 허리까지 물에 잠긴 채 뭔가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눈에 뜨이더군요.

두세 명씩 짝을 이룬 상태였는데요.

한 사람은 삽으로 흙을 떠서 채에 옮기고, 다른 사람은 쉴 새 없이 물을 부으면서 뭔가를 걸러냅니다.

잠수경을 쓴 또 다른 사람은 물속을 보면서 뭔가를 찾고 있구요.

영화에서나 보던 바로 사금 캐는 장면이었습니다.

배를 가까이 접근시켜 말을 붙여 봤습니다.

“뭐 하고 있냐, 금 많냐” 등등 여러 질문에 “금을 캐고 있다, 금이 많다” 등등 짧게 대답하는데 비교적 표정들은 밝아 보였습니다.

오전 8시부터 일을 시작해 5시 쯤 끝난다고 하는데 시계가 없는지 저한테 몇 시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구요.

강가에는 이들을 감시하는 걸로 보이는 사람들이 우리들을 경계의 눈초리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사금 채취 현장은 압록강변을 따라 2킬로미터 가량 펼쳐져 있고 인원은 대략 70여 명 정도로 보였습니다. 여성들도 4분의 1 가량 됐는데요.

삽으로 흙을 퍼내는 모습이 힘에 겨워 보였고 애처롭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미 가을이어서 물이 찼는데요. 손을 담가보니 사우나 냉탕과 비슷한 느낌인 걸로 봐서 20도에서 25도 사이 정도 아닐가 추정됐습니다.

저 사람들 하루 종일 물속에 있다 저체온증 걸리는 게 아닌지 걱정도 됐습니다.



이번 출장은 압록강 상류에서 하류까지 여정이었는데 이처럼 사금 채취 현장은 처음 본 겁니다. 특이한 것은 북한 쪽에만 사람들이 있고 중국 쪽에는 전혀 없었는데요. 중국 당국이 중국인들의 채취는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북한은 주민들을 동원해 캔 사금을 국가 소유로 가져가지만 중국쪽은 개인 소유가 되니까 분쟁의 소지가 있다는 겁니다. 또 사금 자체의 양도 얼마 안되니까 굳이 허용해서 분쟁을 야기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금지했다는 분석도 있었습니다.

어쨌든 금광 주변에서 이뤄지던 사금 채취가 압록강에서 이뤄지고 있는 장면이 포착된 건 처음인데요. 북한 당국이 대대적으로 사금 채취에 나선 이유가 뭘까요?



■ 사금 채취는 외화벌이 방편

북한의 금 매장량은 2천 톤으로 세계 7위 규모로 알려져 있을 정도로 상대적으로 금이 풍부한 나라로 알려져 있고 또 공식 통계에는 잡히지 않더라도 금 수출로 상당한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금광과 그 주변으로 부족해 주민들을 압록강으로 내몰아 사금을 채취하게 하는 건 지금까지 금 채굴을 많이 해서 양이 줄어든게 아닐까 추측도 가능하구요. 그만큼 외화벌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걸 방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이웃 중국이 세계 경제 2위 대국으로 올라설 정도로 부를 축적한 이후 전통적으로 금을 좋아하는 중국인들이 금을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김정은 집권 이후 광물자원 유출을 막으면서 금 정광과 아연 등 일부 품목만 수출을 허용하는 북한의 정책을 고려하면 외화벌이 차원으로 접근하는게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북한이 외화벌이에 주력하고 있다는 증거는 이 뿐만이 아닙니다.



■ 대동강 맥주도 외화벌이

위 사진은 북한이 동방 제일의 맥주로 선전하는 '대동강 맥주'인데요. 단둥, 장백 등 북중 접경 중국 지역에서 유통되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일단은 북한 식당 위주로 공급이 되고 있었는데 일부에서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단둥의 경우 북한 식당이 7곳 정도 있었는데요. 일일이 물어보니까 2군데만 대동강 맥주를 팔고 있었습니다.

병에 붙어 있는 수입 인증으로 봐서 정식으로 수입통관 절차를 밟아 수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생산국은 북한, 생산지는 대동강 맥주회사로 표시돼 있습니다.

대동강 맥주는 지난 2천 년부터 북한이 영국과 독일의 설비를 들여와 제조해 왔는데요. 북한 매체들은 발효도가 높고 맛이 진하다며 평양 제일의 맥주, 동방제일의 맥주로 선전해 왔습니다.



북한 식당 뿐만 아니라 조선족이 운영하는 중국 식당에서도 대동강 맥주를 팔고 있었는데요. 식당 주인 얘기로는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했습니다.

대동강 맥주에 한국 관광객은 신기한 생각에 사서 맛을 보지만 중국인들은 그렇지 않다고 하는데요. 무엇보다 가격이 너무 비싸서 경쟁력이 약하다고 합니다.

그 중국 식당에서는 대동강 맥주 한 병에 25위안(우리돈 4천3백원)에 팔고 있었는데요. 상대적으로 20여 종류나 되는 중국 맥주는 3-15위안에 불과했습니다.

여기에 중국 맥주도 대동강 맥주처럼 홉 함량이 높아 맛 차이가 별로 안나기 때문에 굳이 비싼 대동강 맥주를 사서 먹을 필요가 없다는거죠.

다만 취재를 하다보니 우리나라에서는 카스나 하이트 등 맥주 종류도 몇 안되는데다, 그마나 몇 개월 전에 출시된 클라우드를 빼고는 홉 함량이 낮아 진한 맛을 좋아하는 소비자들의 입맛에는 대동강 맥주가 맞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대동강 맥주가 해외 수출까지 된다는 사실이 흥미로워서 취재를 했지만 현장에서 확인해보니 실제 돈벌이가 되지는 못할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중국내 북한 식당들도 경쟁력이 없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일단 북한 식당이 좁은 지역에 너무 밀집해 있는데다, 서비스나 맛에 비해 가격이 너무 비쌌습니다.

판에 박힌 메뉴와 공연 프로그램도 10년 전 베이징에서 봤던 거와 별반 차이가 없었구요. 여기에 그나마 주요 고객이던 한국 손님들도 5.24 조치와 관광객 감소 등으로 큰 폭으로 줄었다고 합니다.

변화가 없는 북한 내부의 모습이 북중 국경지역 북한 식당에서도 그대로 읽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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