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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수 “그동안 왜그리 까불었을까 반성많이 했어요”
입력 2014.10.28 (09:48) 연합뉴스
10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이들의 가슴에 수작으로 남아있는 노희경 작가의 '꽃보다 아름다워'는 김흥수라는 배우를 주목하게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

16세이던 1999년 KBS 2TV 청소년 드라마 '학교2'로 데뷔했던 아역 배우 김흥수는 '꽃보다 아름다워'를 통해 순수하고 착한 청년 캐릭터로 성장해 20대 초반을 활발하게 수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너무 일찍 '안주'했고, 한창 꽃을 피워야했던 20대 후반에 오히려 배우로서 하향곡선을 그렸다. 그러다 조용히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게 지난해 여름. 그야말로 '어느새' 30대(그는 올해 서른하나다)가 됐지만, 불러주는 데 하나 없었다.

청춘스타에 끼었던 시절은 오간 데 없고 "일을 잡으러 다니면서 내 입지를 확실하게 확인했고 상처도 많이 받았지만 그럴수록 연기가 더 간절해졌다"는 그는 두 편의 단막극과 OCN '신의 퀴즈 4'의 연쇄살인마 역을 거친 후 MBC TV 월화극 '야경꾼일지'의 기산군을 만나면서 다시 시청자의 시야 안으로 들어왔다.

지난 21일 종영한 '야경꾼일지'에서 김흥수는 서자라는 열등감 탓에 광기에 휩싸이고 종내 정신분열증세까지 보이는 폭군 기산군을 연기하며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제게 채찍같은 작품이었어요. 연기하면서는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왔지만 끝난 지금은 연기하는 데 있어 큰 자극이 된 작품입니다. 제 연기 점수를 주자면 100점 만점에 40점밖에 못 주겠어요. 70~80점은 할줄 알고 들어갔는데 너무 못한거죠. 하지만 도중에 제가 이 역할을 하면서 느꼈던 좌절감에 비하면 많은 점수가 나온거에요. 그나마 빵점을 받지 않은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그동안 왜 그렇게 까불었을까 반성을 많이 했고 새롭게 태어나게 해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27일 광화문에서 만난 김흥수는 "작품이 끝나고나서 울어본 게 데뷔작 '학교2'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연기하면서 고생을 많이 해 끝나는 날만 손꼽아 기다렸는데 막상 끝나니 만감이 교차하면서 눈물이 쏟아지더라"며 웃었다.

실제로 기산군은 단순한 폭군이 아니었다. 주인공은 아니었지만 역할이 꽤나 복잡하고 강렬했다. 서자 출신인 데다 능력이 부족한 가운데 왕위에 오른 탓에 콤플렉스가 많고 늘 왕좌에서 끌어내려질까 두려워한다. 나약함을 숨기기 위해 과장되게 강한 척을 하느라 술에 취해있는 때가 많고, 지나친 불안감이 광기로 번져 제2의 나를 보는 정신분열증세까지 나타난다.

"한 회에 적게는 두 신, 많아야 여덟 신 정도 나왔어요. 그런데 어느 하나 정상적인 연기를 펼치지 않았죠. 정신분열 증세로 1인2역을 하는가하면, 미친듯이 웃어제끼거나 하염없이 울고, 마구 화를 내거나 겁을 먹어 두려움에 떠는 연기가 이어졌어요. 그런데 그 모든 연기를 이어서 촬영해야했어요. 연기하는 제가 제정신이 아니었죠.(웃음)"

색깔이 분명한 연기를 펼친 까닭에 기산군은 한번 나오면 임팩트가 상당히 강했다.

"어느 하나 쉬운 장면이 없어서 에너지 소비가 엄청 났어요. 깔깔 웃고 소리 지르는 연기를 계속 하려니 나중에는 체력이 달려서 쓰러지겠더라고요. 단백질 보충제를 계속 마시면서 버텼어요. 게다가 제가 제대로 연기를 못하고 있다는 스트레스가 너무 컸어요. 이렇게 복잡한 역할을 너무 쉽게 덤볐다는 생각에 초반부터 '멘붕'이 왔고 더 잘할 수 있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는 것 같아 아쉬움이 컸죠. 분량이 적었지만 제가 기산군을 놓고 고민한 시간은 다른 역할 못지 않았어요."

그의 사극 출연은 이번이 두번째다. 잘나가던 2004년 KBS 2TV '해신'에서 그는 노예였다. 그로부터 10년 후 그는 곤룡포를 입게 됐다.

"어유, 다시는 왕 안하려고요.(웃음) 노예가 좋아요. 마음대로 돌아다녀도 되고 하고 싶은대로 하면 되요. 근데 왕은 세트에 갇혀서 너무 답답해요. 관직은 아무나 맡는 게 아니더라고요. 그래도 제가 이번에 농담삼아 기록 세운 게 있어요. 최장신 왕, 최고 심약한 왕이요.(웃음)"

김흥수는 188㎝다. 지금은 모델 출신 연기자가 많이 탄생해 젊은 배우들의 평균 신장이 커졌지만 10년 전은 물론이고, 지금도 여전히 그는 독보적으로 큰 키다.

"나보다 다들 컸으면 좋겠다. 나도 좀 올려다보면서 연기하고 싶다"는 그는 "신발을 신고 연기를 한 적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기산군을 연기하는 내내 힘들었다지만 김흥수는 변화무쌍한 캐릭터를 소화해내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꽃보다 아름다워' 이후 '고두심의 아들'이 제 대표 캐릭터였어요. 이제는 누군가의 아들이 아니라 남자로서 홀로 서는 역할을 하고 싶고 변신하고 싶은 욕심이 들 때 이 작품을 만났으니 제겐 정말 고마움 작품이죠."

좋은 일은 이어졌다. 그는 곧바로 내달 시작하는 KBS 2TV 새 일일극 '달콤한 비밀'의 남자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 재벌 2세의 냉철한 패션회사 본부장으로 신소율과 호흡을 맞춘다.

연기생활 15년을 맞은 김흥수는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내가 얼마나 연기를 하고 싶어하는지 이제 알게됐다. 잘하고 싶다"고 말했다.
  • 김흥수 “그동안 왜그리 까불었을까 반성많이 했어요”
    • 입력 2014-10-28 09:48:55
    연합뉴스
10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이들의 가슴에 수작으로 남아있는 노희경 작가의 '꽃보다 아름다워'는 김흥수라는 배우를 주목하게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

16세이던 1999년 KBS 2TV 청소년 드라마 '학교2'로 데뷔했던 아역 배우 김흥수는 '꽃보다 아름다워'를 통해 순수하고 착한 청년 캐릭터로 성장해 20대 초반을 활발하게 수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너무 일찍 '안주'했고, 한창 꽃을 피워야했던 20대 후반에 오히려 배우로서 하향곡선을 그렸다. 그러다 조용히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게 지난해 여름. 그야말로 '어느새' 30대(그는 올해 서른하나다)가 됐지만, 불러주는 데 하나 없었다.

청춘스타에 끼었던 시절은 오간 데 없고 "일을 잡으러 다니면서 내 입지를 확실하게 확인했고 상처도 많이 받았지만 그럴수록 연기가 더 간절해졌다"는 그는 두 편의 단막극과 OCN '신의 퀴즈 4'의 연쇄살인마 역을 거친 후 MBC TV 월화극 '야경꾼일지'의 기산군을 만나면서 다시 시청자의 시야 안으로 들어왔다.

지난 21일 종영한 '야경꾼일지'에서 김흥수는 서자라는 열등감 탓에 광기에 휩싸이고 종내 정신분열증세까지 보이는 폭군 기산군을 연기하며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제게 채찍같은 작품이었어요. 연기하면서는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왔지만 끝난 지금은 연기하는 데 있어 큰 자극이 된 작품입니다. 제 연기 점수를 주자면 100점 만점에 40점밖에 못 주겠어요. 70~80점은 할줄 알고 들어갔는데 너무 못한거죠. 하지만 도중에 제가 이 역할을 하면서 느꼈던 좌절감에 비하면 많은 점수가 나온거에요. 그나마 빵점을 받지 않은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그동안 왜 그렇게 까불었을까 반성을 많이 했고 새롭게 태어나게 해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27일 광화문에서 만난 김흥수는 "작품이 끝나고나서 울어본 게 데뷔작 '학교2'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연기하면서 고생을 많이 해 끝나는 날만 손꼽아 기다렸는데 막상 끝나니 만감이 교차하면서 눈물이 쏟아지더라"며 웃었다.

실제로 기산군은 단순한 폭군이 아니었다. 주인공은 아니었지만 역할이 꽤나 복잡하고 강렬했다. 서자 출신인 데다 능력이 부족한 가운데 왕위에 오른 탓에 콤플렉스가 많고 늘 왕좌에서 끌어내려질까 두려워한다. 나약함을 숨기기 위해 과장되게 강한 척을 하느라 술에 취해있는 때가 많고, 지나친 불안감이 광기로 번져 제2의 나를 보는 정신분열증세까지 나타난다.

"한 회에 적게는 두 신, 많아야 여덟 신 정도 나왔어요. 그런데 어느 하나 정상적인 연기를 펼치지 않았죠. 정신분열 증세로 1인2역을 하는가하면, 미친듯이 웃어제끼거나 하염없이 울고, 마구 화를 내거나 겁을 먹어 두려움에 떠는 연기가 이어졌어요. 그런데 그 모든 연기를 이어서 촬영해야했어요. 연기하는 제가 제정신이 아니었죠.(웃음)"

색깔이 분명한 연기를 펼친 까닭에 기산군은 한번 나오면 임팩트가 상당히 강했다.

"어느 하나 쉬운 장면이 없어서 에너지 소비가 엄청 났어요. 깔깔 웃고 소리 지르는 연기를 계속 하려니 나중에는 체력이 달려서 쓰러지겠더라고요. 단백질 보충제를 계속 마시면서 버텼어요. 게다가 제가 제대로 연기를 못하고 있다는 스트레스가 너무 컸어요. 이렇게 복잡한 역할을 너무 쉽게 덤볐다는 생각에 초반부터 '멘붕'이 왔고 더 잘할 수 있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는 것 같아 아쉬움이 컸죠. 분량이 적었지만 제가 기산군을 놓고 고민한 시간은 다른 역할 못지 않았어요."

그의 사극 출연은 이번이 두번째다. 잘나가던 2004년 KBS 2TV '해신'에서 그는 노예였다. 그로부터 10년 후 그는 곤룡포를 입게 됐다.

"어유, 다시는 왕 안하려고요.(웃음) 노예가 좋아요. 마음대로 돌아다녀도 되고 하고 싶은대로 하면 되요. 근데 왕은 세트에 갇혀서 너무 답답해요. 관직은 아무나 맡는 게 아니더라고요. 그래도 제가 이번에 농담삼아 기록 세운 게 있어요. 최장신 왕, 최고 심약한 왕이요.(웃음)"

김흥수는 188㎝다. 지금은 모델 출신 연기자가 많이 탄생해 젊은 배우들의 평균 신장이 커졌지만 10년 전은 물론이고, 지금도 여전히 그는 독보적으로 큰 키다.

"나보다 다들 컸으면 좋겠다. 나도 좀 올려다보면서 연기하고 싶다"는 그는 "신발을 신고 연기를 한 적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기산군을 연기하는 내내 힘들었다지만 김흥수는 변화무쌍한 캐릭터를 소화해내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꽃보다 아름다워' 이후 '고두심의 아들'이 제 대표 캐릭터였어요. 이제는 누군가의 아들이 아니라 남자로서 홀로 서는 역할을 하고 싶고 변신하고 싶은 욕심이 들 때 이 작품을 만났으니 제겐 정말 고마움 작품이죠."

좋은 일은 이어졌다. 그는 곧바로 내달 시작하는 KBS 2TV 새 일일극 '달콤한 비밀'의 남자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 재벌 2세의 냉철한 패션회사 본부장으로 신소율과 호흡을 맞춘다.

연기생활 15년을 맞은 김흥수는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내가 얼마나 연기를 하고 싶어하는지 이제 알게됐다. 잘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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