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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와 샐러리맨의 ‘잘못된 만남?’
입력 2014.10.28 (16:10) 수정 2014.11.18 (10:28) 경제
소형 가전업계에서 혁신업체로 주목받았던 중견기업 모뉴엘. 지난 22일 모뉴엘은 갑작스럽게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은행에 갚아야 할 수출환어음을 결제하지 못한 것. 관련업계에서는 그야말로 충격에 휩싸였다. 튼튼하고 건실한 기업이라고 알려진 모뉴엘의 첫 단추는 어디서부터 잘못 꿰였을까.

◆ 디자이너와 샐러리맨의 '잘못된 만남?'

모뉴엘의 출발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모뉴엘의 전신은 산업 디자인 회사인 아하닉스.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 출신인 원덕연 부사장이 2004년 학교 인근인 서울 상수동에서 자본금 1000만원으로 창업했다. 원 부사장은 전공을 살려, 디자인을 접목한 제품과 기술 개발에 주력했다.

창업 1년 정도가 지난 2005년. 현 모뉴엘 대표인 박홍석 대표가 아하닉스에 합류하게 된다. 박 대표는 삼성전자 북미영업총괄 이사를 지낸 샐러리맨 출신. 제품과 기술 개발에만 주력했던 원 부사장 입장에선, 전 세계 기업인 삼성전자에서 영업 분야 임원까지 지낸 박 대표가 천군만마였던 셈이다.

실제 아하닉스의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난 건, 박 대표가 합류했을 때였다. 아하닉스는 2006~2007년 미국 업체와 '홈시어터PC(HTPC)'의 케이스 및 시스템을 공급했고, CES도 참가해 혁신상을 받았다.

대외적인 인지도가 급격히 올라가면서 회사에 변화가 일었다. 2007년 11월 아하닉스에서 모뉴엘로 사명이 바뀌었다. 그리고 박 대표가 이 시점에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유상증자 때 지분 94.7%를 확보해 모뉴엘의 경영권도 확보하게 된다. 창업자인 원 부사장의 지분율은 한 자릿수로 감소했다.

모뉴엘의 주력 상품으로 꼽히는 홈시어터PC는 국내외 가전업계에서 호평이 나올 정도로 "잘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산업 디자이너인 원 부사장이 제품 기획과 개발을 맡았는데, 디자인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실제 초창기 모뉴엘의 제품은 디자인에 초첨이 맞춰져 있다. 원 부사장의 의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모뉴엘은 헬로키티 캐릭터의 케이스를 적용한 미니PC, 키보드, 마우스를 출시해 일본 등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었고, 이동기, 강석현, 하지훈, 하태임 등 유명 디자이너의 디자인이 들어간 올인원PC(본체와 모니터가 하나로 합쳐진 제품)를 내놓기도 했다.



제품의 디자인과 기능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모뉴엘은 승승장구했다. 2008년 매출 739억원에 불과했지만, 작년 매출 1조2737억원으로, 5년 만에 17배나 성장했다. 매출의 90%가 해외에서 나올 정도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각 기업이 휘청거릴 때, 모뉴엘은 그야말로 고속 성장을 이어갔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모뉴엘을 강소 중견기업으로 끌어올린 두 사람의 동거는 끝난 상황이다. 모뉴엘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전 창업자인 원 부사장이 이미 회사를 떠났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이후, 회사 안팎에서 "모뉴엘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떠돌았다. 이 와중에 원 부사장이 회사 운영과 관련해 박 대표와 갈등을 겪으며 모뉴엘을 떠났다. 관련업계에서는 약 10년을 함께 한 두 사람의 이별이, 모뉴엘 쇠락의 사전 징조가 아니었느냐 하는 얘기도 나온다.

법정관리 소식 이후 연락이 두절됐던 박 대표는 최근 제주도 본사를 찾아가 직원들에게 "(이번 사태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내부 회의를 통해 입장을 밝히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 분식회계 의혹…돈 떼일 위기 처한 금융권

갑작스런 모뉴엘의 법정관리 신청과 관련해선, 의혹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금융감독 당국과 관세청 등에 따르면 모뉴엘과 자회사인 잘만테크는 각각 가공 매출을 계상해 매출액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재무제표를 양호하게 포장해온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모뉴엘은 분식회계 수법으로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출액을 부풀려 재무제표를 좋게 포장해 은행들로부터 돈을 융통해온 혐의다. 실제 관세청은 모뉴엘이 관련 서류를 조작해 금융회사들에 허위 수출채권을 제출해 할인 판매하는 수법을 써온 사실을 확인했다.



(*2011년 이후부터 연결 재무제표 기준)

모뉴엘이 은행권 10여곳으로부터 빌린 대출은 6768억원에 달한다. 이 중 담보가 설정된 대출은 총 3860억원,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은 2908억원에 이른다. 대출액이 가장 많은 곳은 기업은행으로 1500억원에 이르고, 산업은행(1165억원), 외환은행(1100억원), 국민은행(700억원), 농협은행(700억원), 수출입은행(400억원) 등도 거액을 대출해줬다. 국책은행과 시중은행이 모뉴엘이 제시한 허위 서류만 보고 수천억대의 대출을 해 줬다가 돈을 떼일 위기에 처한 셈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어제(27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모뉴엘 사태와 관련,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를 보고, 문제가 있다면 관계 부처와 제도 개선을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최수현 금감원장도 "모뉴엘 의혹은 KT ENS와 마찬가지로 대한민국 (금융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국감 이후 현장 최고경영자(CEO)들과 허심탄회하게 얘기해보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보겠다"고 답했다.



▲ 잘만테크 홈페이지 

◆ 잘만테크 1주일새 주가 반토막, 투자자 '멘붕'


모뉴엘의 자회사인 잘만테크에 투자한 투자자는 그야말로 '멘붕' 상태다. 잘만테크의 주가가 불과 일주일도 안돼 반토막났기 때문이다.

잘만테크는 모뉴엘의 갑작스런 법정관리 신청 소식이 알려진 지난 22일 이후 연일 하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오늘(28일) 역시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진 676원에 거래를 마쳤다. 21일 주가(1510원)와 비교하면 55.23%가 하락했다. 매도 잔량이 쌓여 있어, 앞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증권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한 포털사이트의 잘만테크 주식 게시판에는 하루에 수백개의 글이 올라올 정도다. 투자자의 관심이 폭증하고 있는 셈이다. 대부분 원망의 목소리다. 한 투자자는 "분식회계 등의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 금융 당국이 투자자 보호 대책을 내놔야 하는 거 아니냐"며 "거래정지되고 상장폐지된다면, 그야말로 곡소리하는 투자자가 속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 당국은 잘만테크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에 착수했다.

잘만테크는 1999년 설립된 컴퓨터 냉각장치 전문업체로, 지난 2007년 5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모뉴엘이 2011년 잘만테크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경영권을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됐다. 잘만테크의 실적도 시원치 않다. 올 상반기 매출 556억원, 영업손실 103억원, 당기순손실 124억원을 기록했다.

잘만테크의 지분은 지난 6월 말 기준 모뉴엘과 박홍성 모뉴엘 대표가 각각 60.28%, 0.13%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40% 내외는 개인 투자자가 가지고 있다. 잘만테크의 현 대표는 박 대표의 친동생인 박민석씨다.
  • 디자이너와 샐러리맨의 ‘잘못된 만남?’
    • 입력 2014-10-28 16:10:59
    • 수정2014-11-18 10:28:59
    경제
소형 가전업계에서 혁신업체로 주목받았던 중견기업 모뉴엘. 지난 22일 모뉴엘은 갑작스럽게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은행에 갚아야 할 수출환어음을 결제하지 못한 것. 관련업계에서는 그야말로 충격에 휩싸였다. 튼튼하고 건실한 기업이라고 알려진 모뉴엘의 첫 단추는 어디서부터 잘못 꿰였을까.

◆ 디자이너와 샐러리맨의 '잘못된 만남?'

모뉴엘의 출발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모뉴엘의 전신은 산업 디자인 회사인 아하닉스.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 출신인 원덕연 부사장이 2004년 학교 인근인 서울 상수동에서 자본금 1000만원으로 창업했다. 원 부사장은 전공을 살려, 디자인을 접목한 제품과 기술 개발에 주력했다.

창업 1년 정도가 지난 2005년. 현 모뉴엘 대표인 박홍석 대표가 아하닉스에 합류하게 된다. 박 대표는 삼성전자 북미영업총괄 이사를 지낸 샐러리맨 출신. 제품과 기술 개발에만 주력했던 원 부사장 입장에선, 전 세계 기업인 삼성전자에서 영업 분야 임원까지 지낸 박 대표가 천군만마였던 셈이다.

실제 아하닉스의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난 건, 박 대표가 합류했을 때였다. 아하닉스는 2006~2007년 미국 업체와 '홈시어터PC(HTPC)'의 케이스 및 시스템을 공급했고, CES도 참가해 혁신상을 받았다.

대외적인 인지도가 급격히 올라가면서 회사에 변화가 일었다. 2007년 11월 아하닉스에서 모뉴엘로 사명이 바뀌었다. 그리고 박 대표가 이 시점에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유상증자 때 지분 94.7%를 확보해 모뉴엘의 경영권도 확보하게 된다. 창업자인 원 부사장의 지분율은 한 자릿수로 감소했다.

모뉴엘의 주력 상품으로 꼽히는 홈시어터PC는 국내외 가전업계에서 호평이 나올 정도로 "잘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산업 디자이너인 원 부사장이 제품 기획과 개발을 맡았는데, 디자인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실제 초창기 모뉴엘의 제품은 디자인에 초첨이 맞춰져 있다. 원 부사장의 의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모뉴엘은 헬로키티 캐릭터의 케이스를 적용한 미니PC, 키보드, 마우스를 출시해 일본 등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었고, 이동기, 강석현, 하지훈, 하태임 등 유명 디자이너의 디자인이 들어간 올인원PC(본체와 모니터가 하나로 합쳐진 제품)를 내놓기도 했다.



제품의 디자인과 기능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모뉴엘은 승승장구했다. 2008년 매출 739억원에 불과했지만, 작년 매출 1조2737억원으로, 5년 만에 17배나 성장했다. 매출의 90%가 해외에서 나올 정도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각 기업이 휘청거릴 때, 모뉴엘은 그야말로 고속 성장을 이어갔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모뉴엘을 강소 중견기업으로 끌어올린 두 사람의 동거는 끝난 상황이다. 모뉴엘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전 창업자인 원 부사장이 이미 회사를 떠났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이후, 회사 안팎에서 "모뉴엘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떠돌았다. 이 와중에 원 부사장이 회사 운영과 관련해 박 대표와 갈등을 겪으며 모뉴엘을 떠났다. 관련업계에서는 약 10년을 함께 한 두 사람의 이별이, 모뉴엘 쇠락의 사전 징조가 아니었느냐 하는 얘기도 나온다.

법정관리 소식 이후 연락이 두절됐던 박 대표는 최근 제주도 본사를 찾아가 직원들에게 "(이번 사태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내부 회의를 통해 입장을 밝히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 분식회계 의혹…돈 떼일 위기 처한 금융권

갑작스런 모뉴엘의 법정관리 신청과 관련해선, 의혹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금융감독 당국과 관세청 등에 따르면 모뉴엘과 자회사인 잘만테크는 각각 가공 매출을 계상해 매출액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재무제표를 양호하게 포장해온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모뉴엘은 분식회계 수법으로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출액을 부풀려 재무제표를 좋게 포장해 은행들로부터 돈을 융통해온 혐의다. 실제 관세청은 모뉴엘이 관련 서류를 조작해 금융회사들에 허위 수출채권을 제출해 할인 판매하는 수법을 써온 사실을 확인했다.



(*2011년 이후부터 연결 재무제표 기준)

모뉴엘이 은행권 10여곳으로부터 빌린 대출은 6768억원에 달한다. 이 중 담보가 설정된 대출은 총 3860억원,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은 2908억원에 이른다. 대출액이 가장 많은 곳은 기업은행으로 1500억원에 이르고, 산업은행(1165억원), 외환은행(1100억원), 국민은행(700억원), 농협은행(700억원), 수출입은행(400억원) 등도 거액을 대출해줬다. 국책은행과 시중은행이 모뉴엘이 제시한 허위 서류만 보고 수천억대의 대출을 해 줬다가 돈을 떼일 위기에 처한 셈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어제(27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모뉴엘 사태와 관련,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를 보고, 문제가 있다면 관계 부처와 제도 개선을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최수현 금감원장도 "모뉴엘 의혹은 KT ENS와 마찬가지로 대한민국 (금융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국감 이후 현장 최고경영자(CEO)들과 허심탄회하게 얘기해보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보겠다"고 답했다.



▲ 잘만테크 홈페이지 

◆ 잘만테크 1주일새 주가 반토막, 투자자 '멘붕'


모뉴엘의 자회사인 잘만테크에 투자한 투자자는 그야말로 '멘붕' 상태다. 잘만테크의 주가가 불과 일주일도 안돼 반토막났기 때문이다.

잘만테크는 모뉴엘의 갑작스런 법정관리 신청 소식이 알려진 지난 22일 이후 연일 하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오늘(28일) 역시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진 676원에 거래를 마쳤다. 21일 주가(1510원)와 비교하면 55.23%가 하락했다. 매도 잔량이 쌓여 있어, 앞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증권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한 포털사이트의 잘만테크 주식 게시판에는 하루에 수백개의 글이 올라올 정도다. 투자자의 관심이 폭증하고 있는 셈이다. 대부분 원망의 목소리다. 한 투자자는 "분식회계 등의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 금융 당국이 투자자 보호 대책을 내놔야 하는 거 아니냐"며 "거래정지되고 상장폐지된다면, 그야말로 곡소리하는 투자자가 속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 당국은 잘만테크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에 착수했다.

잘만테크는 1999년 설립된 컴퓨터 냉각장치 전문업체로, 지난 2007년 5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모뉴엘이 2011년 잘만테크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경영권을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됐다. 잘만테크의 실적도 시원치 않다. 올 상반기 매출 556억원, 영업손실 103억원, 당기순손실 124억원을 기록했다.

잘만테크의 지분은 지난 6월 말 기준 모뉴엘과 박홍성 모뉴엘 대표가 각각 60.28%, 0.13%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40% 내외는 개인 투자자가 가지고 있다. 잘만테크의 현 대표는 박 대표의 친동생인 박민석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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