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이슈] 영국, EU 탈퇴 여론 ‘부글’…득과 실은?

입력 2014.10.28 (18:13) 수정 2014.10.28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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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녹취> 데이비드 캐머런(영국 총리) : "이런 문제(영-EU 갈등 등)를 해결할 수 없다면, 유럽연합은 실패하고 영국은 유럽연합에서 탈퇴할 겁니다."

지난해 1월, 유럽연합, EU 탈퇴의사를 표시한 영국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이 한 마디.

세계 경제계에 곧바로 큰 파장을 불러왔죠.

그 뒤 EU에 대한 거부감이 사그라졌나 싶더니, 최근 다시 탈퇴론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국제부 정창화 기자와 알아봅니다.

<질문>
영국에서 왜 또 EU 탈퇴 목소리가 커지고 있죠?

<답변>
네, 그동안 유럽연합의 각종 규제와 간섭을 마뜩치 않아 했던 영국인데요.

EU가 영국에 막대한 추가 분담금 납부를 요구하면서 탈퇴론이 더욱 불거졌습니다.

EU는 경제규모에 따른 회원국 분담금 산출에 새 기준을 적용해 최근 4년간 경제 실적이 좋아진 영국에 추가 분담금 납부를 요구했는데요.

금액이 무려 21억 유로, 우리 돈 약 2조 8천억 원입니다.

1년에 내는 분담금의 5분의 1 수준이구요.

오는 12월1일까지 내야 합니다.

그런데 독일과 프랑스는 분담금을 오히려 돌려받은바 있어서 영국을 자극시켰습니다.

기껏 힘들게 쥐어짜가며 경제를 좀 살려놨더니 돈을 더 내라는 건 받아들이기 힘들단 거죠.

반발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녹취> 나이젤 파라지(영국 독립당 당수) : "우리는 이미 매일 5천 5백 만 파운드를 EU에 회비로 지불합니다. 그런데 이제 영국인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57파운드씩을 더 내라고 하는거죠. 정말 터무니없는 겁니다."

<질문>
정 기자, 특히 최근 들어 양측의 의견 충돌이 잦은 것 같아요?

<답변>
그렇습니다.

특히 지난 2012년에 영국과 EU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는데요.

당시엔 금융거래세 도입이 화두였습니다.

독일을 비롯해 프랑스, 스페인, 그리스 등은 찬성했지만 영국은 반대했죠.

금융 산업이 국가경제의 14%를 차지하는 영국 입장에서는, 금융 거래세가 영 못마땅한 제도였기 때문입니다.

<녹취> 조지 오스본(영국 재무장관) : "유럽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금융 거래세에 반대하는 건 영국에 피해가 오기 때문입니다. 영국은 피해를 입고 싶지 않고, 간접적으로라도 금융 거래세의 영향을 받고 싶지 않습니다"

게다가 지난 6월, 영국이 줄곧 지명 반대의사를 펴왔던 장 클로드 융커가 EU 집행위원장이 되면서 심기가 다시 불편해진 요즘입니다.

<녹취> 데이비드 카메론(영국 총리) :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집행위원회를 맡을 사람을 지명하는 겁니다. / (융커는) 이 조직을 맡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질문>
저 정도의 말을 하는 걸 보면 갈등의 역사적 뿌리가 있을 법한 상황인 것 같은데요..

<답변>
네, 영국이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 EEC에 가입한 지가 올해로 40년입니다.

그동안 영국과 유럽연합 간 갈등은 겪었던 건 한두 번이 아닌데요, 그 역사는 1980년대부터 이어졌습니다.

지난 1984년 대처 정부 시절, 농업 보조금 분담을 놓고 유럽과 갈등을 빚었고요.

1992년엔 유명한 '검은 수요일' 사건이 발생했죠.

1990년 통일 후 높은 금리로 경제를 안정시키려 했던 독일 때문에 핀란드와 영국 등이 엄청난 피해를 봤는데요.

영국이 유로화를 채택하지 않고 별도로 파운드화를 사용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때의 충격 때문입니다.

1999년엔 EU가 영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을 중단 조치하면서 또 한 번 갈등의 골이 깊어졌고요.

2004년엔 영국과 프랑스가 EU의 통합 헌법을 놓고 갈등을 빚기도 했죠.

독일이나 프랑스에 비해 푸대접을 받고 있다는 불만.

그리고 EU의 주도권을 그들에게 내줬다는 상실감이 영국인 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겁니다.

<질문>
그런데 영국의 EU 탈퇴...

바로 현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나요?

<답변>
쉽게 진행되진 않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EU 측에서도 영국에 경고를 하고 나섰거든요.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최근, 영국이 EU를 떠나면 국제적 영향력을 상실할 것이라며 강한 경고성 발언을 했습니다.

한번 들어보실까요?

<녹취> 조제 마누엘 바호주(유럽연합 집행위원장) : "(영국은) 다른 EU 회원국들의 기분을 상하게 했습니다. 영국이 유럽의 동맹국들을 멀리하는 것은 역사적인 실수가 될 겁니다."

<질문>
내년에 영국 정부가 EU 잔류 여부에 대한 국민투표도 치를 예정이라죠?

<답변>
그렇습니다.

캐머런 총리가 정식으로 제안을 해놓은 상태입니다.

<녹취> 데이비드 캐머런(영국 총리) : "영국인에게 간단한 선택지를 통한 국민투표를 할 겁니다. 이를 토대로 유럽연합에 머물거나 완전히 탈퇴하게 되겠죠."

하지만 야당인 노동당은 경제적 손실을 우려하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녹취> 에드 볼스(영국 노동당 의원) : "우린 (EU 탈퇴 국민투표를) 반대합니다. 향후 4년 만에 영국의 산업이 끝날 수도 있어요. 아주 어리석은 일입니다."

반대로 EU 탈퇴가 영국 경제를 성공으로 이끄는 길이 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현재로선 결과를 예측하기가 힘듭니다.

보신 것처럼 영국과 EU의 갈등은 최근 1~2년 사이에 갑자기 불거진 게 아닙니다.

30년 넘게 쌓여온 감정이 밑바탕에 깔려 있죠.

다시 불거진 탈퇴론, 어떻게 결론이 날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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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이슈] 영국, EU 탈퇴 여론 ‘부글’…득과 실은?
    • 입력 2014-10-28 17:48:52
    • 수정2014-10-28 19:57:39
    글로벌24
<앵커 멘트>

<녹취> 데이비드 캐머런(영국 총리) : "이런 문제(영-EU 갈등 등)를 해결할 수 없다면, 유럽연합은 실패하고 영국은 유럽연합에서 탈퇴할 겁니다."

지난해 1월, 유럽연합, EU 탈퇴의사를 표시한 영국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이 한 마디.

세계 경제계에 곧바로 큰 파장을 불러왔죠.

그 뒤 EU에 대한 거부감이 사그라졌나 싶더니, 최근 다시 탈퇴론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국제부 정창화 기자와 알아봅니다.

<질문>
영국에서 왜 또 EU 탈퇴 목소리가 커지고 있죠?

<답변>
네, 그동안 유럽연합의 각종 규제와 간섭을 마뜩치 않아 했던 영국인데요.

EU가 영국에 막대한 추가 분담금 납부를 요구하면서 탈퇴론이 더욱 불거졌습니다.

EU는 경제규모에 따른 회원국 분담금 산출에 새 기준을 적용해 최근 4년간 경제 실적이 좋아진 영국에 추가 분담금 납부를 요구했는데요.

금액이 무려 21억 유로, 우리 돈 약 2조 8천억 원입니다.

1년에 내는 분담금의 5분의 1 수준이구요.

오는 12월1일까지 내야 합니다.

그런데 독일과 프랑스는 분담금을 오히려 돌려받은바 있어서 영국을 자극시켰습니다.

기껏 힘들게 쥐어짜가며 경제를 좀 살려놨더니 돈을 더 내라는 건 받아들이기 힘들단 거죠.

반발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녹취> 나이젤 파라지(영국 독립당 당수) : "우리는 이미 매일 5천 5백 만 파운드를 EU에 회비로 지불합니다. 그런데 이제 영국인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57파운드씩을 더 내라고 하는거죠. 정말 터무니없는 겁니다."

<질문>
정 기자, 특히 최근 들어 양측의 의견 충돌이 잦은 것 같아요?

<답변>
그렇습니다.

특히 지난 2012년에 영국과 EU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는데요.

당시엔 금융거래세 도입이 화두였습니다.

독일을 비롯해 프랑스, 스페인, 그리스 등은 찬성했지만 영국은 반대했죠.

금융 산업이 국가경제의 14%를 차지하는 영국 입장에서는, 금융 거래세가 영 못마땅한 제도였기 때문입니다.

<녹취> 조지 오스본(영국 재무장관) : "유럽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금융 거래세에 반대하는 건 영국에 피해가 오기 때문입니다. 영국은 피해를 입고 싶지 않고, 간접적으로라도 금융 거래세의 영향을 받고 싶지 않습니다"

게다가 지난 6월, 영국이 줄곧 지명 반대의사를 펴왔던 장 클로드 융커가 EU 집행위원장이 되면서 심기가 다시 불편해진 요즘입니다.

<녹취> 데이비드 카메론(영국 총리) :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집행위원회를 맡을 사람을 지명하는 겁니다. / (융커는) 이 조직을 맡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질문>
저 정도의 말을 하는 걸 보면 갈등의 역사적 뿌리가 있을 법한 상황인 것 같은데요..

<답변>
네, 영국이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 EEC에 가입한 지가 올해로 40년입니다.

그동안 영국과 유럽연합 간 갈등은 겪었던 건 한두 번이 아닌데요, 그 역사는 1980년대부터 이어졌습니다.

지난 1984년 대처 정부 시절, 농업 보조금 분담을 놓고 유럽과 갈등을 빚었고요.

1992년엔 유명한 '검은 수요일' 사건이 발생했죠.

1990년 통일 후 높은 금리로 경제를 안정시키려 했던 독일 때문에 핀란드와 영국 등이 엄청난 피해를 봤는데요.

영국이 유로화를 채택하지 않고 별도로 파운드화를 사용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때의 충격 때문입니다.

1999년엔 EU가 영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을 중단 조치하면서 또 한 번 갈등의 골이 깊어졌고요.

2004년엔 영국과 프랑스가 EU의 통합 헌법을 놓고 갈등을 빚기도 했죠.

독일이나 프랑스에 비해 푸대접을 받고 있다는 불만.

그리고 EU의 주도권을 그들에게 내줬다는 상실감이 영국인 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겁니다.

<질문>
그런데 영국의 EU 탈퇴...

바로 현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나요?

<답변>
쉽게 진행되진 않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EU 측에서도 영국에 경고를 하고 나섰거든요.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최근, 영국이 EU를 떠나면 국제적 영향력을 상실할 것이라며 강한 경고성 발언을 했습니다.

한번 들어보실까요?

<녹취> 조제 마누엘 바호주(유럽연합 집행위원장) : "(영국은) 다른 EU 회원국들의 기분을 상하게 했습니다. 영국이 유럽의 동맹국들을 멀리하는 것은 역사적인 실수가 될 겁니다."

<질문>
내년에 영국 정부가 EU 잔류 여부에 대한 국민투표도 치를 예정이라죠?

<답변>
그렇습니다.

캐머런 총리가 정식으로 제안을 해놓은 상태입니다.

<녹취> 데이비드 캐머런(영국 총리) : "영국인에게 간단한 선택지를 통한 국민투표를 할 겁니다. 이를 토대로 유럽연합에 머물거나 완전히 탈퇴하게 되겠죠."

하지만 야당인 노동당은 경제적 손실을 우려하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녹취> 에드 볼스(영국 노동당 의원) : "우린 (EU 탈퇴 국민투표를) 반대합니다. 향후 4년 만에 영국의 산업이 끝날 수도 있어요. 아주 어리석은 일입니다."

반대로 EU 탈퇴가 영국 경제를 성공으로 이끄는 길이 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현재로선 결과를 예측하기가 힘듭니다.

보신 것처럼 영국과 EU의 갈등은 최근 1~2년 사이에 갑자기 불거진 게 아닙니다.

30년 넘게 쌓여온 감정이 밑바탕에 깔려 있죠.

다시 불거진 탈퇴론, 어떻게 결론이 날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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