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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한국 돈 5만 원권을 해외로 밀반출한다고?
입력 2014.10.30 (10:11) 수정 2014.10.30 (17:34) 취재후
'5만 원 권 지폐가 해외로 밀반출되고 있다!'

관세청이 지난 5년 간 국제공항이나 항만 터미널 세관에서 적발한 화폐 밀반출 사례 4천여 건을 분석한 결과 나온 결론입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박덕흠 의원실을 통해 자료를 받은 뒤, 가장 먼저 한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 돈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화폐가 아닌데, 왜 외국으로 밀반출되는 걸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 해외 밀반출 적발, 5만원권이 대부분

화폐를 외국으로 가지고 나갈 때, 미화 만 달러 이상의 액수는 사전에 신고를 해야 합니다. 단순한 여행 자금이라면 공항에서 세관에 신고를 하면 되지만, 사업 자금이나 부동산 구입 자금 등 특정 용도가 있는 돈이면, 금융기관에 사전 신고를 반드시 해야 합니다. 신고하지 않고 돈을 들고 나가면 '밀반출'로 간주되고, 외환관리법 위반으로 처벌받게 됩니다.



관세청이 적발한 화폐 해외 밀반출 시도 건수를 보면, 2011년 860건(314억 원)에서 2012년 1055건(398억 원), 2013년 1525건(552억 원)으로 늘었습니다. 올해는 9월까지 통계가 1040건 (319억 원)을 기록하고 있으니, 계속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밀반출되는 화폐의 종류는 미국 달러화가 가장 많을 걸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한국 원화가 가장 많았습니다. 2010년부터 2014년 9월까지의 자료를 보면, 밀반출 시도 건수의 43.5%, 708억 6천 만 원 가량이 한국 원화였고, 2위가 일본 엔화로 27%, 439억 2천 만 원이었습니다. 미국 달러화는 21.2%로 3위(344억 4천만 원), 중국 위안화는 5.6%(91억 4천만 원) 4위였습니다.

특히, 한국 돈 가운데 5만원 권이 전체 검액의 94%인 666억 4600만 원이나 됐습니다. 결국, 밀반출하려던 한국 돈은 거의 5만 원 권이었던 셈입니다.

◆ 누가 왜 한국 돈을 외국으로 가져갈까?

적발된 사람들의 국적 분포를 관세청에 문의했습니다. 5만 원 권만 놓고 분석했을 때, 적발된 사람의 85%가 중국 국적자였고, 한국 국적자는 10.4%에 불과했습니다.

중국 사람들이 한국 돈을 왜 환전도 안 하고 가져가려 했을까? 또 다른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혹시 보이스피싱같은 범죄로 가로챈 돈이라 수사기관에 들키지 않기 위해 그런걸까 싶었습니다. 외국인 범죄를 주로 수사하는 곳에 문의를 했습니다. 경찰은 돈을 직접 들고 나가다 공항에서 걸린 일당은 들어본 적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환치기하는 거 하니냐는 얘기를 했습니다. 여기서 중국으로 송금을 하면 송금 수수료와 환전 수수료가 드니까, 그냥 원화를 중국에 들고 가서, 중국 내 환치기 업자들을 통해 위안화로 바꿀 수는 있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추측이지, 확인된 사실은 아니었습니다.



환율에 차이가 있을까 싶어, 외환은행에 문의를 했습니다. 한국 돈을 중국 돈으로 바꿀 때, 한국에서 바꾸는 것보다 중국에서 바꾸는 게 더 유리한 지를 물었습니다. 중국에서는 한국 돈이 필요 없으니, 가치도 더 떨어져, 불리하면 했지, 유리하지는 않을 거라고 했습니다.

이번에는 중국계 은행에 문의를 했습니다. 한국에서 중국으로 돈을 송금하는데 제한이 있는지, 자금 추적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중국 밖에서 중국으로 위안화를 송금할 때는 1년에 5만 달러까지는 그냥 송금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의 금액인 경우 출처를 증명하는 자료를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취업한 중국동포들이, 몇 년 간 모은 수입을 다 합치면 5만 달러를 넘을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적발된 중국 국적자들 중 일부는 이 송금 절차를 피하기 위해, 현금 뭉치로 들고 가려 했을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절차는 간단해질 지언정, 대신 환차손을 감수해야 합니다.

◆ 중국 동북 3성은 한국 돈 자유구역?

가장 납득이 가는 답변을 해 준 사람은 바로 관세청 양승혁 외환조사과장이었습니다. 중국 동북 3성 쪽에서는 한국 돈이 그대로 쓰이는 지역이 많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힘들게 번 돈을 송금수수료나 환전수수료로 낭비하기 싫어서, 그냥 한국 돈을 들고 가 현지에서 바로 사용한다고 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몰래 반출된 돈은 추적이 어려워서, 검은 거래나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재산 은닉의 수단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외환관리법에서는 화폐 밀반출을 비교적 엄하게 처벌하고 있습니다. 적발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합니다. 검찰은 대개 적발된 금액의 5~10%를 벌금으로 물리고, 돈은 적법 절차를 거쳐 은행을 통해 송금하도록 합니다. 결국, 송금 수수료와 환전 수수료에다 벌금까지 물어야 하니, 손해 막심입니다.



세관 직원들에 따르면, 대개 현금은 분실이나 도난 가능성이 높아서 수화물로 부치지 않고 승객들이 몸이나 소지품에 넣어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항의 엑스레이 투영기로 비춰 보면, 화폐가 여러 장 겹쳐 있으면 음영이 달라 금방 표가 난다고 합니다. 수수료 조금 아끼려다 낭패를 볼 수 있으니, 그냥 금융기관을 통해 송금하는 게 마음도 편하고 금전 손실도 줄일 수 있습니다. 단순한 여행자금이라면, 공항에서 세관에 바로 신고하면 됩니다. 여행자금에는 세금도, 수수료도 안 물리고 그냥 통과시켜 줍니다.

☞ 바로가기 <뉴스12> 5만 원권 해외 밀반출 적발 증가…왜?
  • [취재후] 한국 돈 5만 원권을 해외로 밀반출한다고?
    • 입력 2014-10-30 10:11:46
    • 수정2014-10-30 17:34:06
    취재후
'5만 원 권 지폐가 해외로 밀반출되고 있다!'

관세청이 지난 5년 간 국제공항이나 항만 터미널 세관에서 적발한 화폐 밀반출 사례 4천여 건을 분석한 결과 나온 결론입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박덕흠 의원실을 통해 자료를 받은 뒤, 가장 먼저 한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 돈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화폐가 아닌데, 왜 외국으로 밀반출되는 걸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 해외 밀반출 적발, 5만원권이 대부분

화폐를 외국으로 가지고 나갈 때, 미화 만 달러 이상의 액수는 사전에 신고를 해야 합니다. 단순한 여행 자금이라면 공항에서 세관에 신고를 하면 되지만, 사업 자금이나 부동산 구입 자금 등 특정 용도가 있는 돈이면, 금융기관에 사전 신고를 반드시 해야 합니다. 신고하지 않고 돈을 들고 나가면 '밀반출'로 간주되고, 외환관리법 위반으로 처벌받게 됩니다.



관세청이 적발한 화폐 해외 밀반출 시도 건수를 보면, 2011년 860건(314억 원)에서 2012년 1055건(398억 원), 2013년 1525건(552억 원)으로 늘었습니다. 올해는 9월까지 통계가 1040건 (319억 원)을 기록하고 있으니, 계속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밀반출되는 화폐의 종류는 미국 달러화가 가장 많을 걸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한국 원화가 가장 많았습니다. 2010년부터 2014년 9월까지의 자료를 보면, 밀반출 시도 건수의 43.5%, 708억 6천 만 원 가량이 한국 원화였고, 2위가 일본 엔화로 27%, 439억 2천 만 원이었습니다. 미국 달러화는 21.2%로 3위(344억 4천만 원), 중국 위안화는 5.6%(91억 4천만 원) 4위였습니다.

특히, 한국 돈 가운데 5만원 권이 전체 검액의 94%인 666억 4600만 원이나 됐습니다. 결국, 밀반출하려던 한국 돈은 거의 5만 원 권이었던 셈입니다.

◆ 누가 왜 한국 돈을 외국으로 가져갈까?

적발된 사람들의 국적 분포를 관세청에 문의했습니다. 5만 원 권만 놓고 분석했을 때, 적발된 사람의 85%가 중국 국적자였고, 한국 국적자는 10.4%에 불과했습니다.

중국 사람들이 한국 돈을 왜 환전도 안 하고 가져가려 했을까? 또 다른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혹시 보이스피싱같은 범죄로 가로챈 돈이라 수사기관에 들키지 않기 위해 그런걸까 싶었습니다. 외국인 범죄를 주로 수사하는 곳에 문의를 했습니다. 경찰은 돈을 직접 들고 나가다 공항에서 걸린 일당은 들어본 적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환치기하는 거 하니냐는 얘기를 했습니다. 여기서 중국으로 송금을 하면 송금 수수료와 환전 수수료가 드니까, 그냥 원화를 중국에 들고 가서, 중국 내 환치기 업자들을 통해 위안화로 바꿀 수는 있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추측이지, 확인된 사실은 아니었습니다.



환율에 차이가 있을까 싶어, 외환은행에 문의를 했습니다. 한국 돈을 중국 돈으로 바꿀 때, 한국에서 바꾸는 것보다 중국에서 바꾸는 게 더 유리한 지를 물었습니다. 중국에서는 한국 돈이 필요 없으니, 가치도 더 떨어져, 불리하면 했지, 유리하지는 않을 거라고 했습니다.

이번에는 중국계 은행에 문의를 했습니다. 한국에서 중국으로 돈을 송금하는데 제한이 있는지, 자금 추적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중국 밖에서 중국으로 위안화를 송금할 때는 1년에 5만 달러까지는 그냥 송금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의 금액인 경우 출처를 증명하는 자료를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취업한 중국동포들이, 몇 년 간 모은 수입을 다 합치면 5만 달러를 넘을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적발된 중국 국적자들 중 일부는 이 송금 절차를 피하기 위해, 현금 뭉치로 들고 가려 했을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절차는 간단해질 지언정, 대신 환차손을 감수해야 합니다.

◆ 중국 동북 3성은 한국 돈 자유구역?

가장 납득이 가는 답변을 해 준 사람은 바로 관세청 양승혁 외환조사과장이었습니다. 중국 동북 3성 쪽에서는 한국 돈이 그대로 쓰이는 지역이 많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힘들게 번 돈을 송금수수료나 환전수수료로 낭비하기 싫어서, 그냥 한국 돈을 들고 가 현지에서 바로 사용한다고 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몰래 반출된 돈은 추적이 어려워서, 검은 거래나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재산 은닉의 수단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외환관리법에서는 화폐 밀반출을 비교적 엄하게 처벌하고 있습니다. 적발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합니다. 검찰은 대개 적발된 금액의 5~10%를 벌금으로 물리고, 돈은 적법 절차를 거쳐 은행을 통해 송금하도록 합니다. 결국, 송금 수수료와 환전 수수료에다 벌금까지 물어야 하니, 손해 막심입니다.



세관 직원들에 따르면, 대개 현금은 분실이나 도난 가능성이 높아서 수화물로 부치지 않고 승객들이 몸이나 소지품에 넣어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항의 엑스레이 투영기로 비춰 보면, 화폐가 여러 장 겹쳐 있으면 음영이 달라 금방 표가 난다고 합니다. 수수료 조금 아끼려다 낭패를 볼 수 있으니, 그냥 금융기관을 통해 송금하는 게 마음도 편하고 금전 손실도 줄일 수 있습니다. 단순한 여행자금이라면, 공항에서 세관에 바로 신고하면 됩니다. 여행자금에는 세금도, 수수료도 안 물리고 그냥 통과시켜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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