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조작 제보했던 그 연구원이 10년 만에 털어놓은 진실

입력 2014.10.30 (14:10) 수정 2014.10.30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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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대한민국을 뒤흔든 황우석 사태의 출발은 한 연구원의 작은 제보로 시작됐다.

황우석 교수 밑에서 줄기세포 연구팀장으로 일한 연구원은 연구실을 그만둔 뒤 황 교수의 논문조작 사실을 언론에 알렸다. 황 교수의 논문조작과 비윤리적 난자 사용 실태가 MBC PD수첩에 보도되면서 사태는 일파만파 확대됐다. 희대의 스캔들로 번졌다.

제보자였던 그는 큰 고통을 겪었다. 신원이 노출되면서 황 교수 지지자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졌고, 그는 결국 다니던 병원을 그만두고 오랜 도피 생활을 해야했다.



그 연구원은 류영준 강원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다. 지난 2일 개봉한 영화 ‘제보자’의 실제인물이기도 한 류 교수가 30일 처음으로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류 교수는 30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글로벌공학교육센터에서 한국학술단체총연합회 주관으로 열린 '2014 연구윤리 국제포럼'에서 '무엇이 과학자를 유혹하는가'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그는 9년전 발생한 황우석 사건을 돌아보며 “노벨상, 사회적 권력에 대한 욕구가 희대의 연구조작 사건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구 조작의 필요충분조건으로 ▲ 학문을 다른 용도로 이용할 목적 ▲ 연구를 조작하려는 강한 의지 ▲ 공공감시시스템이나 동료 학자의 감시 부재 ▲ 승진, 자금, 사회적 권력 등 구체적 유혹 등을 꼽았다.

황우석 사태는 이런 조건을 복합적으로 갖췄다는 게 류 교수의 분석이다.

그는 특히 "대부분 연구부정이 승진이나 자금의 유혹 때문에 발생하는데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는 이례적으로 노벨상이나 사회적 권력에 대한 욕구가 강했다"고 말했다. 황우석 교수의 욕심이 황우석 사건을 만들었다는 얘기다.

이날 포럼에서는 국내외 학자들이 모여 각국의 연구윤리 정책과 연구부정을 막기 위한 방안 등을 논의했다.

류 교수에 앞서 기조연설자로 나선 마이클 파딩 영국 서섹스대 의대 부총장은 '연구진실성을 높이기 위한 최근의 동향과 과제'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좀 더 근접한 감시와 검사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앞으로 연구부정을 막기 위해선 연구기관 간 국제적 정보공유 합법화, 허용 가능한 수준의 실수 기준 정립, '죄에 상응하는 처벌' 확립, 초기 연구부정 조기 감지 및 연구자의 사고방식, 연구부정 동기 등에 관한 더 많은 연구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류교수의 박사논문을 지도했던 김옥주 서울대 의과대 교수는 '한국의 생명윤리 거버넌스의 변화와 과제' 발표에서 "황우석 사태로 한국 정부와 학계, 대중은 연구자의 비윤리적 행동과 현대생명공학의 잘못된 사용이 가져오는 잠재적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됐다"면서 "그 이후 정부와 학자들은 선진국의 생명윤리를 본받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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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우석 조작 제보했던 그 연구원이 10년 만에 털어놓은 진실
    • 입력 2014-10-30 14:10:42
    • 수정2014-10-30 17:34:06
    IT·과학
2005년 대한민국을 뒤흔든 황우석 사태의 출발은 한 연구원의 작은 제보로 시작됐다.

황우석 교수 밑에서 줄기세포 연구팀장으로 일한 연구원은 연구실을 그만둔 뒤 황 교수의 논문조작 사실을 언론에 알렸다. 황 교수의 논문조작과 비윤리적 난자 사용 실태가 MBC PD수첩에 보도되면서 사태는 일파만파 확대됐다. 희대의 스캔들로 번졌다.

제보자였던 그는 큰 고통을 겪었다. 신원이 노출되면서 황 교수 지지자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졌고, 그는 결국 다니던 병원을 그만두고 오랜 도피 생활을 해야했다.



그 연구원은 류영준 강원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다. 지난 2일 개봉한 영화 ‘제보자’의 실제인물이기도 한 류 교수가 30일 처음으로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류 교수는 30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글로벌공학교육센터에서 한국학술단체총연합회 주관으로 열린 '2014 연구윤리 국제포럼'에서 '무엇이 과학자를 유혹하는가'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그는 9년전 발생한 황우석 사건을 돌아보며 “노벨상, 사회적 권력에 대한 욕구가 희대의 연구조작 사건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구 조작의 필요충분조건으로 ▲ 학문을 다른 용도로 이용할 목적 ▲ 연구를 조작하려는 강한 의지 ▲ 공공감시시스템이나 동료 학자의 감시 부재 ▲ 승진, 자금, 사회적 권력 등 구체적 유혹 등을 꼽았다.

황우석 사태는 이런 조건을 복합적으로 갖췄다는 게 류 교수의 분석이다.

그는 특히 "대부분 연구부정이 승진이나 자금의 유혹 때문에 발생하는데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는 이례적으로 노벨상이나 사회적 권력에 대한 욕구가 강했다"고 말했다. 황우석 교수의 욕심이 황우석 사건을 만들었다는 얘기다.

이날 포럼에서는 국내외 학자들이 모여 각국의 연구윤리 정책과 연구부정을 막기 위한 방안 등을 논의했다.

류 교수에 앞서 기조연설자로 나선 마이클 파딩 영국 서섹스대 의대 부총장은 '연구진실성을 높이기 위한 최근의 동향과 과제'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좀 더 근접한 감시와 검사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앞으로 연구부정을 막기 위해선 연구기관 간 국제적 정보공유 합법화, 허용 가능한 수준의 실수 기준 정립, '죄에 상응하는 처벌' 확립, 초기 연구부정 조기 감지 및 연구자의 사고방식, 연구부정 동기 등에 관한 더 많은 연구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류교수의 박사논문을 지도했던 김옥주 서울대 의과대 교수는 '한국의 생명윤리 거버넌스의 변화와 과제' 발표에서 "황우석 사태로 한국 정부와 학계, 대중은 연구자의 비윤리적 행동과 현대생명공학의 잘못된 사용이 가져오는 잠재적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됐다"면서 "그 이후 정부와 학자들은 선진국의 생명윤리를 본받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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