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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 속 빛난 ‘만년 꼴찌의 돌풍’ 캔자스시티
입력 2014.10.30 (14:51) 수정 2014.10.30 (14:52) 연합뉴스
미국프로야구 캔자스시티 로열스는 1985년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 이후 가파른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후 28년 동안 리그 우승은 고사하고 지구 우승도 해보지 못했다.

캔자스시티의 열혈팬 이성우 씨가 미국 현지에서 그토록 화제를 모은 것도 따지고 보면 형편없는 성적 탓에 지역 팬들도 외면하는 이 팀을 그토록 한결같이 응원한 것이 신기했기 때문이다.

캔자스시티에 변화의 바람이 분 것은 2006년 여름 데이튼 무어가 신임 단장으로 부임하면서부터다. 무어 신임 단장은 팜 시스템(신예 선수 육성 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반발은 거셌다. 팀을 재건한다는 이유로 카를로스 벨트란, 자니 데이먼, 저메인 다이 등과 같이 젊고 재능 있는 프랜차이즈 선수들을 팔아치운 기억 때문이다. 무어 단장은 이들의 좌절을 이해했고, 인내를 요구했다.

캔자스시티는 팜 시스템에 돈을 쏟아부었다. 수면 위의 캔자스시티는 한 시즌에 100패 이상을 하는 만년 꼴찌팀이었지만 그 밑바닥에서는 극적인 변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마이너리그 유망주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또 한 번의 극적인 변화가 찾아왔다. 2012년 12월이었다. 무어 단장은 엄청난 비난을 무릅쓰고 팀 내 최고 유망주인 윌 마이어스를 탬파베이 레이스에 내주고 대신 팀의 에이스와 핵심 불펜으로 자라난 제임스 쉴즈, 웨이드 데이비스를 데려왔다.

마이어스는 2013년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을 거머쥐었지만, 캔자스시티가 남는 장사였다. 캔자스시티는 그해 86승을 수확했다. 오랜 기간 팜 랭킹 1위를 고수하면서 일궈낸 성적이었다.

젊은 선수들의 기량은 드디어 올해 10월에 만개했다. 캔자스시티는 이번 포스트 시즌에서 와일드카드 결정전(단판승부)부터 디비전시리즈(5전3승제), 리그 챔피언십시리즈(7전4승제)까지 8연승으로 통과하는 괴력을 발휘하며 29년 만에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2007년 전체 2순위 지명자인 마이크 무스타커스는 이번 포스트 시즌에서 홈런을 5개나 쏘아 올리며 그동안의 기다림에 보답했다.

월드시리즈에서 2승 3패로 몰렸다가 6차전을 따내고 시리즈 균형을 맞춘 캔자스시티는 30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카우프먼 스타디움에서 마지막 7차전을 맞았다.

1979년 이후 9번의 7차전에서 승리한 것은 모두 홈팀이었다. 6차전 대승으로 자신감을 얻은 캔자스시티 선수들은 홈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경기에 나섰다.

관건은 1차전과 5차전의 스타인 샌프란시스코의 에이스 매디슨 범가너가 마운드에 오르기 전에 승기를 잡는 것이었다. 네드 요스트 감독은 불펜진에 총동원령을 내렸다. 선발 제레미 거스리가 4이닝만 버텨주면 '불펜 철벽 트리오 3인방'에게 남은 이닝을 맡길 계획이었다.

그러나 경기는 요스트 감독의 기대와는 다르게 진행됐다. 샌프란시스코 선발 팀 허드슨을 조기 강판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리드를 얻지는 못했다. 요스트 감독은 4회초 경기가 심상치 않게 흐르자 불펜에 전화를 걸었다. 4회초 1사 1, 3루에서 선발 거스리를 내리고 켈빈 에레라를 곧바로 올렸다.

에레라는 샌프란시스코의 지명타자 마이클 모스를 상대로 노볼 2스트라이크에서 159㎞짜리 직구를 뿌렸다. 힘이 가득 실린 공에 배트는 박살이 났지만, 모스는 힘으로 밀고 나가 타구를 우익수 앞에 떨어뜨렸다. 경기는 2-3으로 다시 샌프란시스코가 리드를 되찾았다.

결국 5회말 불펜의 문이 열리고 '가을 남자' 범가너가 천천히 걸어나왔다. 캔자스시티 로열스 홈팬들은 일제히 야유를 퍼부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범가너는 첫 타자에게 안타를 내준 이후 14타자를 연속 범타 처리했다. 알렉스 고든이 9회말 2사에서 안타를 치고 3루까지 나갔지만 그는 그 이상 진루하지 못했다.

7차전 경기는 결국 캔자스시티의 2-3 패배로 끝났고, 캔자스시티의 '기적'도 함께 막을 내렸다.

캔자스시티 팬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시즌이었다.

한 세대 동안 '가을 야구'를 경험하지 못한 이 '잃어버린 세대'는 무려 29년 만에 밟은 포스트 시즌 무대의 환희와 쓰라림까지 함께 알게 됐다.

하지만 오랫동안 팜 시스템을 알뜰하게 가꾸며 미래를 대비해온 캔자스시티의 기적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 패배 속 빛난 ‘만년 꼴찌의 돌풍’ 캔자스시티
    • 입력 2014-10-30 14:51:35
    • 수정2014-10-30 14:52:13
    연합뉴스
미국프로야구 캔자스시티 로열스는 1985년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 이후 가파른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후 28년 동안 리그 우승은 고사하고 지구 우승도 해보지 못했다.

캔자스시티의 열혈팬 이성우 씨가 미국 현지에서 그토록 화제를 모은 것도 따지고 보면 형편없는 성적 탓에 지역 팬들도 외면하는 이 팀을 그토록 한결같이 응원한 것이 신기했기 때문이다.

캔자스시티에 변화의 바람이 분 것은 2006년 여름 데이튼 무어가 신임 단장으로 부임하면서부터다. 무어 신임 단장은 팜 시스템(신예 선수 육성 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반발은 거셌다. 팀을 재건한다는 이유로 카를로스 벨트란, 자니 데이먼, 저메인 다이 등과 같이 젊고 재능 있는 프랜차이즈 선수들을 팔아치운 기억 때문이다. 무어 단장은 이들의 좌절을 이해했고, 인내를 요구했다.

캔자스시티는 팜 시스템에 돈을 쏟아부었다. 수면 위의 캔자스시티는 한 시즌에 100패 이상을 하는 만년 꼴찌팀이었지만 그 밑바닥에서는 극적인 변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마이너리그 유망주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또 한 번의 극적인 변화가 찾아왔다. 2012년 12월이었다. 무어 단장은 엄청난 비난을 무릅쓰고 팀 내 최고 유망주인 윌 마이어스를 탬파베이 레이스에 내주고 대신 팀의 에이스와 핵심 불펜으로 자라난 제임스 쉴즈, 웨이드 데이비스를 데려왔다.

마이어스는 2013년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을 거머쥐었지만, 캔자스시티가 남는 장사였다. 캔자스시티는 그해 86승을 수확했다. 오랜 기간 팜 랭킹 1위를 고수하면서 일궈낸 성적이었다.

젊은 선수들의 기량은 드디어 올해 10월에 만개했다. 캔자스시티는 이번 포스트 시즌에서 와일드카드 결정전(단판승부)부터 디비전시리즈(5전3승제), 리그 챔피언십시리즈(7전4승제)까지 8연승으로 통과하는 괴력을 발휘하며 29년 만에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2007년 전체 2순위 지명자인 마이크 무스타커스는 이번 포스트 시즌에서 홈런을 5개나 쏘아 올리며 그동안의 기다림에 보답했다.

월드시리즈에서 2승 3패로 몰렸다가 6차전을 따내고 시리즈 균형을 맞춘 캔자스시티는 30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카우프먼 스타디움에서 마지막 7차전을 맞았다.

1979년 이후 9번의 7차전에서 승리한 것은 모두 홈팀이었다. 6차전 대승으로 자신감을 얻은 캔자스시티 선수들은 홈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경기에 나섰다.

관건은 1차전과 5차전의 스타인 샌프란시스코의 에이스 매디슨 범가너가 마운드에 오르기 전에 승기를 잡는 것이었다. 네드 요스트 감독은 불펜진에 총동원령을 내렸다. 선발 제레미 거스리가 4이닝만 버텨주면 '불펜 철벽 트리오 3인방'에게 남은 이닝을 맡길 계획이었다.

그러나 경기는 요스트 감독의 기대와는 다르게 진행됐다. 샌프란시스코 선발 팀 허드슨을 조기 강판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리드를 얻지는 못했다. 요스트 감독은 4회초 경기가 심상치 않게 흐르자 불펜에 전화를 걸었다. 4회초 1사 1, 3루에서 선발 거스리를 내리고 켈빈 에레라를 곧바로 올렸다.

에레라는 샌프란시스코의 지명타자 마이클 모스를 상대로 노볼 2스트라이크에서 159㎞짜리 직구를 뿌렸다. 힘이 가득 실린 공에 배트는 박살이 났지만, 모스는 힘으로 밀고 나가 타구를 우익수 앞에 떨어뜨렸다. 경기는 2-3으로 다시 샌프란시스코가 리드를 되찾았다.

결국 5회말 불펜의 문이 열리고 '가을 남자' 범가너가 천천히 걸어나왔다. 캔자스시티 로열스 홈팬들은 일제히 야유를 퍼부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범가너는 첫 타자에게 안타를 내준 이후 14타자를 연속 범타 처리했다. 알렉스 고든이 9회말 2사에서 안타를 치고 3루까지 나갔지만 그는 그 이상 진루하지 못했다.

7차전 경기는 결국 캔자스시티의 2-3 패배로 끝났고, 캔자스시티의 '기적'도 함께 막을 내렸다.

캔자스시티 팬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시즌이었다.

한 세대 동안 '가을 야구'를 경험하지 못한 이 '잃어버린 세대'는 무려 29년 만에 밟은 포스트 시즌 무대의 환희와 쓰라림까지 함께 알게 됐다.

하지만 오랫동안 팜 시스템을 알뜰하게 가꾸며 미래를 대비해온 캔자스시티의 기적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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