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 ‘원투펀치’…국내 증시 웃을까? 울까?

입력 2014.11.02 (05:57) 수정 2014.11.02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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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 나온 일본 중앙은행(BOJ)과 공적연금의 전격적인 발표가 국내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유동성 효과 때문에 투자심리가 개선되며 위험자산 선호도를 키울 수 있다고 봤다.

다른 한편에선 엔저(엔·달러 환율 상승) 현상을 다시 촉발시키며 수출주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왔다.

◇ 일본 BOJ·GPIF의 '깜짝' 발표에 국제금융시장 급변

지난달 31일 시차를 두고 공개된 일본의 정책 변화는 놀랄만했다.

중앙은행은 예상보다 빨리 유동성 공급력을 강화했고, 공적연금은 안전자산(채권) 비중을 낮추고 위험자산(주식) 투자를 늘리겠다는 포트폴리오 개편안을 내놨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인 BOJ는 연간 자산 매입규모를 기존 60조~70조엔에서 80조엔으로 늘리는 추가 양적완화를 단행했다.

특히 중장기 국채 매입액을 연간 50조엔에서 80조엔으로 확대했다.

물가 상승 목표 2%를 달성하려는 조치다.

그 직후 일본의 연금적립금관리운용(GPIF)은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내놨다.

개편안은 일본채권에 대한 투자비중을 현행 60%에서 앞으로 35%로 확 낮추는 대신 일본주식과 외국주식을 각각 12%에서 25%로, 외국채권을 11%에서 15%로 높여 잡았다.

BOJ의 조치는 지난 4월 소비세율을 5%에서 8%로 올린 뒤 소비 위축으로 물가 하락,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진데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선까지 빠지자 물가에 하방 압력이 커진 상황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BOJ가 2014회계연도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7월) 1.0%에서 이번에 0.5%로, 근원물가 상승률을 1.3%에서 1.2%로 낮춘 것은 이런 관측에 무게를 실어준다.

2015년 전망치도 성장률(1.5%)은 유지했지만 근원물가 상승률은 1.9%에서 1.7%로 낮췄다.

추가 완화 채비를 서두르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움직임이 일본 당국을 자극했을 수도 있다.

애초 시장에선 BOJ의 추가 완화 시점을 내년 초로 봤었다.

일본의 두 가지 발표에 대한 시장 반응은 강했다.

지난달 31일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4.83% 폭등한 16,413.76에 마감했다.

선진국 주요 지수도 급등했다.

뉴욕증시 3대 지수가 1% 넘게 오르고 유럽에선 2% 넘게 뛰는 지수가 속출했다.

달러화는 미국 경기 개선 전망에 일본의 유동성 추가 공급 소식까지 더해지며 강세를 보였다.

한동안 110엔선을 밑돌던 엔화 환율은 엔저 동력을 재충전하면서 달러당 112엔선까지 뚫고 올라갔다.

◇ 국내 증시 웃을까 울까…수급엔 긍정적이나 엔저 악영향 우려

이런 시장반응 등에 비춰 일본의 조치는 글로벌 시장, 특히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돈을 더 많이 풀기 때문에 나타날 수 있는 유동성 효과다.

큰 틀에서 일본의 추가 완화는 물론 자산담보증권(ABS)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돈을 추가로 풀려는 ECB의 움직임은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에 따른 유동성 공백을 막아주는 구도를 형성한다.

삼성증권은 "ECB와 BOJ의 경기부양 지속과 강화는 투자심리 안정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붐(boom) 사이클 도래, 펀더멘털을 반영한 수익률 격차 확대, 달러화 강세 지속, 주요국 장기금리의 점진적 상승을 강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GPIF 포트폴리오의 공격적 변화는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GPIF는 자산이 127조3천억엔(한화 1천220조원) 넘는 세계 최대의 공적 연금인데다 이번에 주식 비중을 지금보다 갑절 넘게 늘리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 입장에선 추가 양적완화와 GPIF의 주식 투자 확대가 맞물려 일본계 자금 유입이 증가하며 외국인 수급에 긍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

2분기부터 일본계 자금이 국내 주식시장에 꾸준히 유입된 것도 앞서 나온 GPIF의 포트폴리오 조정 예고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는 점은 이런 분석의 배경이 된다.

일본계 자금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지난 4월부터 6개월째 순매수하며 3조원 어치를 쓸어담았다.

2분기 1조20억원에서 3분기 1조9천910억원로 매수 강도가 세지며 올해 1~9월 누계로는 2조5천130억원의 매수 우위를 보였다.

이에 따라 일본은 지난 9월 중국을 제치고 2위 순매수국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시장에선 엔저의 공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다시 커진다.

미국이 출구전략을 가동하는 반면 일본과 유로존은 완화 강도를 키우는 정반대의 통화정책 탓에 통화가치의 변화가 불가피해서다.

강한 달러화, 약한 엔화로 향한 속도가 다시 빨라질 수밖에 없다.

소재용 하나대투증권 매크로전략팀장은 "BOJ의 이번 행동은 자산매입을 연장하려는 사전 정지작업으로 받아들여진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엔화 약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은 유효하며 달러당 115엔 안팎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국내 대형 수출주엔 투자심리를 움츠러들게 할 수 있는 악재로 여겨진다.

다만, 그간 기업의 체질이 개선되고 내성도 생겼다는 점에서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안기태 우리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엔화 대비 원화 강세는 거스를 수 없는 추세로 판단한다"며 "아직은 일본 제조업체가 환차익을 누리는데 치중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달러기준 수출단가를 낮춰 점유율을 높이려 한다면 한국 업체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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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1-02 05:57:45
    • 수정2014-11-02 06:42:23
    연합뉴스
지난 주말에 나온 일본 중앙은행(BOJ)과 공적연금의 전격적인 발표가 국내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유동성 효과 때문에 투자심리가 개선되며 위험자산 선호도를 키울 수 있다고 봤다.

다른 한편에선 엔저(엔·달러 환율 상승) 현상을 다시 촉발시키며 수출주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왔다.

◇ 일본 BOJ·GPIF의 '깜짝' 발표에 국제금융시장 급변

지난달 31일 시차를 두고 공개된 일본의 정책 변화는 놀랄만했다.

중앙은행은 예상보다 빨리 유동성 공급력을 강화했고, 공적연금은 안전자산(채권) 비중을 낮추고 위험자산(주식) 투자를 늘리겠다는 포트폴리오 개편안을 내놨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인 BOJ는 연간 자산 매입규모를 기존 60조~70조엔에서 80조엔으로 늘리는 추가 양적완화를 단행했다.

특히 중장기 국채 매입액을 연간 50조엔에서 80조엔으로 확대했다.

물가 상승 목표 2%를 달성하려는 조치다.

그 직후 일본의 연금적립금관리운용(GPIF)은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내놨다.

개편안은 일본채권에 대한 투자비중을 현행 60%에서 앞으로 35%로 확 낮추는 대신 일본주식과 외국주식을 각각 12%에서 25%로, 외국채권을 11%에서 15%로 높여 잡았다.

BOJ의 조치는 지난 4월 소비세율을 5%에서 8%로 올린 뒤 소비 위축으로 물가 하락,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진데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선까지 빠지자 물가에 하방 압력이 커진 상황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BOJ가 2014회계연도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7월) 1.0%에서 이번에 0.5%로, 근원물가 상승률을 1.3%에서 1.2%로 낮춘 것은 이런 관측에 무게를 실어준다.

2015년 전망치도 성장률(1.5%)은 유지했지만 근원물가 상승률은 1.9%에서 1.7%로 낮췄다.

추가 완화 채비를 서두르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움직임이 일본 당국을 자극했을 수도 있다.

애초 시장에선 BOJ의 추가 완화 시점을 내년 초로 봤었다.

일본의 두 가지 발표에 대한 시장 반응은 강했다.

지난달 31일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4.83% 폭등한 16,413.76에 마감했다.

선진국 주요 지수도 급등했다.

뉴욕증시 3대 지수가 1% 넘게 오르고 유럽에선 2% 넘게 뛰는 지수가 속출했다.

달러화는 미국 경기 개선 전망에 일본의 유동성 추가 공급 소식까지 더해지며 강세를 보였다.

한동안 110엔선을 밑돌던 엔화 환율은 엔저 동력을 재충전하면서 달러당 112엔선까지 뚫고 올라갔다.

◇ 국내 증시 웃을까 울까…수급엔 긍정적이나 엔저 악영향 우려

이런 시장반응 등에 비춰 일본의 조치는 글로벌 시장, 특히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돈을 더 많이 풀기 때문에 나타날 수 있는 유동성 효과다.

큰 틀에서 일본의 추가 완화는 물론 자산담보증권(ABS)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돈을 추가로 풀려는 ECB의 움직임은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에 따른 유동성 공백을 막아주는 구도를 형성한다.

삼성증권은 "ECB와 BOJ의 경기부양 지속과 강화는 투자심리 안정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붐(boom) 사이클 도래, 펀더멘털을 반영한 수익률 격차 확대, 달러화 강세 지속, 주요국 장기금리의 점진적 상승을 강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GPIF 포트폴리오의 공격적 변화는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GPIF는 자산이 127조3천억엔(한화 1천220조원) 넘는 세계 최대의 공적 연금인데다 이번에 주식 비중을 지금보다 갑절 넘게 늘리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 입장에선 추가 양적완화와 GPIF의 주식 투자 확대가 맞물려 일본계 자금 유입이 증가하며 외국인 수급에 긍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

2분기부터 일본계 자금이 국내 주식시장에 꾸준히 유입된 것도 앞서 나온 GPIF의 포트폴리오 조정 예고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는 점은 이런 분석의 배경이 된다.

일본계 자금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지난 4월부터 6개월째 순매수하며 3조원 어치를 쓸어담았다.

2분기 1조20억원에서 3분기 1조9천910억원로 매수 강도가 세지며 올해 1~9월 누계로는 2조5천130억원의 매수 우위를 보였다.

이에 따라 일본은 지난 9월 중국을 제치고 2위 순매수국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시장에선 엔저의 공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다시 커진다.

미국이 출구전략을 가동하는 반면 일본과 유로존은 완화 강도를 키우는 정반대의 통화정책 탓에 통화가치의 변화가 불가피해서다.

강한 달러화, 약한 엔화로 향한 속도가 다시 빨라질 수밖에 없다.

소재용 하나대투증권 매크로전략팀장은 "BOJ의 이번 행동은 자산매입을 연장하려는 사전 정지작업으로 받아들여진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엔화 약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은 유효하며 달러당 115엔 안팎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국내 대형 수출주엔 투자심리를 움츠러들게 할 수 있는 악재로 여겨진다.

다만, 그간 기업의 체질이 개선되고 내성도 생겼다는 점에서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안기태 우리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엔화 대비 원화 강세는 거스를 수 없는 추세로 판단한다"며 "아직은 일본 제조업체가 환차익을 누리는데 치중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달러기준 수출단가를 낮춰 점유율을 높이려 한다면 한국 업체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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