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남단 마라도 방어어장 ‘불청객’ 상어떼 어쩌나?

입력 2014.11.02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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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겨울 바다의 최고 횟감으로 미식가들의 입맛을 자극하는 방어가 제철을 맞았다. 그러나 올해도 어김없이 서귀포시 대정읍 마라도 해역의 방어 어장에 상어가 떼 지어 몰려들어 어민과 상어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제주 남서부 지역 어민들은 해마다 가을이 깊어가면 캄차카반도에서 남쪽으로 회유해 마라도 부근에서 월동하는 방어잡이에 신명이 난다.

이곳에서 잡히는 방어는 물살이 센 서식지의 특성 덕분에 다른 곳보다는 육질이 쫄깃하고 담백하기로 이름나 모슬포 주민들은 이를 소재로 한 축제를 지난 2001년부터 열고 있다. 올해도 오는 7∼9일 모슬포항 일대에서 '최남단방어축제'를 열어 도민과 관광객들을 초대한다.

하지만 축제를 일주일 앞두고 지역 어민들이 상어 때문에 방어잡이가 시원치 않아 애를 태우고 있다.

◇ 방어조업 부진…"상어 탓"

9.77t짜리 방어잡이 어선인 제3해광호 이경필(47) 선장은 "새벽 4시에 출어해 방어 미끼인 자리돔을 산채로 잡고서 정오께부터 땅거미가 지는 오후 5∼6시까지 본격적으로 방어낚시를 한다"며 그러나 요즘 조업상황이 영 신통치 않다고 하소연했다.

마라도 어장에 떼로 몰려든 상어들이 미리 뿌려놓은 자리돔 미끼를 보고 몰려든 방어떼를 공격해 도망가게 만드는가 하면 낚시에 걸려 올라오는 방어까지 먹어치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선장은 지난달 29일 선원 8∼9명과 함께 조업해 벌어들인 돈이 30만∼40만원 정도로 출어경비인 40만∼50만원에도 못 미쳤다고 한탄했다.

모슬포수협에 따르면 올가을 처음으로 방어 위판이 이뤄진 지난달 20일에는 마리당 무게가 4㎏이 넘는 '대방어'가 1천마리, 무게 2∼4㎏ 미만인 '중방어' 150마리가 거래됐다. 그러나 불과 10일이 지난 같은 달 29일 위판량은 대방어 64마리, 중방어 28마리에 불과했다.

위판량이 격감하다 보니 가격이 크게 뛰어 초기에 마리당 3만4천200원이던 대방어는 5만5천원으로 60.8%(2만800원), 중방어는 1만8천600원이던 것이 2만2천500원으로 21.0%(3천900원)나 올랐다.

수협의 판매담당 직원은 "하루 19∼25척의 어선이 방어조업에 나서고 있지만 위판량은 날마다 줄어 전날의 절반 정도씩 떨어지고 있다"고 조업부진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 상어 퇴치기 실험…"효과 의문"

지난해 11월 모슬포 선적의 강모 선장은 상어들이 같은 종의 피 냄새를 맡으면 달아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방어잡이 하는 동안 일부러 상어를 잡아 배에 매달아 보기도 했다.

제주도는 방어잡이 어민들의 고민이 깊어지자 지난해 11월 마라·가파도 해역의 상어 서식실태 조사에 나서는가 하면 국립수산과학원과 카이스트에 의뢰해 상어 퇴치기 시제품을 개발, 현장 실험에 들어갔다.

상어 퇴치기는 상어가 싫어하는 전류를 흘려보내 상어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고안한 기구다. 머리에 '로렌치니'라는 기관이 있어 주위에 흐르는 전류를 감지하면 깜짝 놀라 도망을 가는 상어의 습성을 이용한 것이다.

그러나 상어 퇴치기의 효과는 대체로 긍정적인 편이지만 널리 보급해 실용화하는 데는 다소 기간이 걸릴 전망이다.

상어 퇴치기를 3개월간 어선에 설치해 시험조업했던 박윤갑(50) 선장은 "수심 20m 이내 표층에 있는 상어를 퇴치하는 데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방어는 수심 50∼60m에 서식하기 때문에 그곳에서 먹잇감을 구하는 상어를 퇴치하려고 전류를 높였을 때 다른 바닷물고기에 영향은 없는지 규명되지 않았고, 퇴치기 가격도 400만원선으로 비싸서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립수산과학원 박성욱 과장은 "상어 퇴치기의 효과는 분명히 있다"면서 그러나 문제는 전류를 흘려보내면 상어가 달아나는 것은 분명한데 다시 나타난 상어가 전류의 자극을 받았던 개체인지 아닌지 명확히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박 과장은 "올가을 이후 어선 2척에 상어 퇴치기를 달아 조업한 결과 낚싯줄에 걸린 방어를 공격하는 상어 피해가 없었고, 방어 어획량 또한 다른 어선들과 큰 차이가 없다면 그 효과를 간접적으로나마 확인된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도 등 우리나라 남쪽 해역이 점차 아열대화하면서 상어에 의한 각종 피해 사례는 늘어날 것"이라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상어 없애고 싶지만…국제보호종이라 맘대로 못해

한 어선주는 "예전에는 상어가 제수용 등으로 팔리면서 전문적인 조업도 이뤄졌지만, 요즘은 200㎏짜리를 잡더라고 3만원 정도에 불과하니 어민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행정 당국에서 상어를 이용한 요리를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등 자원화하게 되면 자연적으로 상어잡이 조업이 활성화되고, 상어 개체 수 감소로도 이어져 방어어장에 대한 피해도 줄어들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마라도 해역의 상어를 대대적으로 포획하기는 그리 쉽지 않을 전망이다. 멸종위기에 놓인 국제적 보호종이기 때문이다.

제주대 씨그랜트센터가 최근 연구 조사한 결과 마라도 방어어장에 출현하는 상어류는 무태상어(학명 Carcharhinus brachyurus)와 국내 미기록 상어인 'Carcharinus obscurus' 등 2종으로 확인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3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보고서'인 적색목록에 무태상어를 모두 9단계의 멸종위기등급 가운데 6번째인 '취약근접'(near threatened), 미기록 상어 'Carcharinus obscurus'는 5번째인 '취약'(vulnerable)으로 각각 분류하고 있다.

씨그랜트센터는 방어어장에서 상어 출현과 방어 어획량을 비교한 결과 어획량이 상어 출현에 관계없이 비슷하거나, 11월경부터는 상어 출현 시에 방어 어획량이 오히려 많은 경향을 보였다고 밝혔다. 방어가 많으면 상어도 많고, 방어가 적으면 상어도 적다는 뜻이다.

씨그랜트센터 관계자는 "현장에서 어민들이 상어로 인한 피해와 불편을 토로하고 있기 때문에 대대적인 상어 포획보다는 자원량을 파악한 후 일부 제한적인 포획이나 효능이 확실히 증명된 상어 퇴치 방법 등을 이용해 상어 개체군에 대한 영향과 방어 어장에서 어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센터는 이들 상어의 개체군 증가 속도가 대단히 느려서 IUCN에서 보호관리 대상 종으로 선정·보호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만큼 해양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인 이들을 대량으로 제거하면 생태계 불균형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방어는 전갱잇과로 몸길이가 최대 110cm가량 자란다. 가을이 되면 캄차카반도에서 남쪽으로 회유해 월동하는데 국내에서는 대정읍 마라도 주변이 최대 어장으로 손꼽힌다.

방어에는 DHA, EPA 같은 불포화 지방산이 많고 비타민 D도 풍부해 고혈압, 동맥경화, 심근경색, 뇌졸중 등 순환기계 질환의 예방은 물론 골다공증과 노화 예방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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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남단 마라도 방어어장 ‘불청객’ 상어떼 어쩌나?
    • 입력 2014-11-02 07:50:04
    연합뉴스
제주 겨울 바다의 최고 횟감으로 미식가들의 입맛을 자극하는 방어가 제철을 맞았다. 그러나 올해도 어김없이 서귀포시 대정읍 마라도 해역의 방어 어장에 상어가 떼 지어 몰려들어 어민과 상어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제주 남서부 지역 어민들은 해마다 가을이 깊어가면 캄차카반도에서 남쪽으로 회유해 마라도 부근에서 월동하는 방어잡이에 신명이 난다. 이곳에서 잡히는 방어는 물살이 센 서식지의 특성 덕분에 다른 곳보다는 육질이 쫄깃하고 담백하기로 이름나 모슬포 주민들은 이를 소재로 한 축제를 지난 2001년부터 열고 있다. 올해도 오는 7∼9일 모슬포항 일대에서 '최남단방어축제'를 열어 도민과 관광객들을 초대한다. 하지만 축제를 일주일 앞두고 지역 어민들이 상어 때문에 방어잡이가 시원치 않아 애를 태우고 있다. ◇ 방어조업 부진…"상어 탓" 9.77t짜리 방어잡이 어선인 제3해광호 이경필(47) 선장은 "새벽 4시에 출어해 방어 미끼인 자리돔을 산채로 잡고서 정오께부터 땅거미가 지는 오후 5∼6시까지 본격적으로 방어낚시를 한다"며 그러나 요즘 조업상황이 영 신통치 않다고 하소연했다. 마라도 어장에 떼로 몰려든 상어들이 미리 뿌려놓은 자리돔 미끼를 보고 몰려든 방어떼를 공격해 도망가게 만드는가 하면 낚시에 걸려 올라오는 방어까지 먹어치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선장은 지난달 29일 선원 8∼9명과 함께 조업해 벌어들인 돈이 30만∼40만원 정도로 출어경비인 40만∼50만원에도 못 미쳤다고 한탄했다. 모슬포수협에 따르면 올가을 처음으로 방어 위판이 이뤄진 지난달 20일에는 마리당 무게가 4㎏이 넘는 '대방어'가 1천마리, 무게 2∼4㎏ 미만인 '중방어' 150마리가 거래됐다. 그러나 불과 10일이 지난 같은 달 29일 위판량은 대방어 64마리, 중방어 28마리에 불과했다. 위판량이 격감하다 보니 가격이 크게 뛰어 초기에 마리당 3만4천200원이던 대방어는 5만5천원으로 60.8%(2만800원), 중방어는 1만8천600원이던 것이 2만2천500원으로 21.0%(3천900원)나 올랐다. 수협의 판매담당 직원은 "하루 19∼25척의 어선이 방어조업에 나서고 있지만 위판량은 날마다 줄어 전날의 절반 정도씩 떨어지고 있다"고 조업부진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 상어 퇴치기 실험…"효과 의문" 지난해 11월 모슬포 선적의 강모 선장은 상어들이 같은 종의 피 냄새를 맡으면 달아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방어잡이 하는 동안 일부러 상어를 잡아 배에 매달아 보기도 했다. 제주도는 방어잡이 어민들의 고민이 깊어지자 지난해 11월 마라·가파도 해역의 상어 서식실태 조사에 나서는가 하면 국립수산과학원과 카이스트에 의뢰해 상어 퇴치기 시제품을 개발, 현장 실험에 들어갔다. 상어 퇴치기는 상어가 싫어하는 전류를 흘려보내 상어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고안한 기구다. 머리에 '로렌치니'라는 기관이 있어 주위에 흐르는 전류를 감지하면 깜짝 놀라 도망을 가는 상어의 습성을 이용한 것이다. 그러나 상어 퇴치기의 효과는 대체로 긍정적인 편이지만 널리 보급해 실용화하는 데는 다소 기간이 걸릴 전망이다. 상어 퇴치기를 3개월간 어선에 설치해 시험조업했던 박윤갑(50) 선장은 "수심 20m 이내 표층에 있는 상어를 퇴치하는 데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방어는 수심 50∼60m에 서식하기 때문에 그곳에서 먹잇감을 구하는 상어를 퇴치하려고 전류를 높였을 때 다른 바닷물고기에 영향은 없는지 규명되지 않았고, 퇴치기 가격도 400만원선으로 비싸서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립수산과학원 박성욱 과장은 "상어 퇴치기의 효과는 분명히 있다"면서 그러나 문제는 전류를 흘려보내면 상어가 달아나는 것은 분명한데 다시 나타난 상어가 전류의 자극을 받았던 개체인지 아닌지 명확히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박 과장은 "올가을 이후 어선 2척에 상어 퇴치기를 달아 조업한 결과 낚싯줄에 걸린 방어를 공격하는 상어 피해가 없었고, 방어 어획량 또한 다른 어선들과 큰 차이가 없다면 그 효과를 간접적으로나마 확인된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도 등 우리나라 남쪽 해역이 점차 아열대화하면서 상어에 의한 각종 피해 사례는 늘어날 것"이라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상어 없애고 싶지만…국제보호종이라 맘대로 못해 한 어선주는 "예전에는 상어가 제수용 등으로 팔리면서 전문적인 조업도 이뤄졌지만, 요즘은 200㎏짜리를 잡더라고 3만원 정도에 불과하니 어민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행정 당국에서 상어를 이용한 요리를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등 자원화하게 되면 자연적으로 상어잡이 조업이 활성화되고, 상어 개체 수 감소로도 이어져 방어어장에 대한 피해도 줄어들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마라도 해역의 상어를 대대적으로 포획하기는 그리 쉽지 않을 전망이다. 멸종위기에 놓인 국제적 보호종이기 때문이다. 제주대 씨그랜트센터가 최근 연구 조사한 결과 마라도 방어어장에 출현하는 상어류는 무태상어(학명 Carcharhinus brachyurus)와 국내 미기록 상어인 'Carcharinus obscurus' 등 2종으로 확인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3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보고서'인 적색목록에 무태상어를 모두 9단계의 멸종위기등급 가운데 6번째인 '취약근접'(near threatened), 미기록 상어 'Carcharinus obscurus'는 5번째인 '취약'(vulnerable)으로 각각 분류하고 있다. 씨그랜트센터는 방어어장에서 상어 출현과 방어 어획량을 비교한 결과 어획량이 상어 출현에 관계없이 비슷하거나, 11월경부터는 상어 출현 시에 방어 어획량이 오히려 많은 경향을 보였다고 밝혔다. 방어가 많으면 상어도 많고, 방어가 적으면 상어도 적다는 뜻이다. 씨그랜트센터 관계자는 "현장에서 어민들이 상어로 인한 피해와 불편을 토로하고 있기 때문에 대대적인 상어 포획보다는 자원량을 파악한 후 일부 제한적인 포획이나 효능이 확실히 증명된 상어 퇴치 방법 등을 이용해 상어 개체군에 대한 영향과 방어 어장에서 어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센터는 이들 상어의 개체군 증가 속도가 대단히 느려서 IUCN에서 보호관리 대상 종으로 선정·보호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만큼 해양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인 이들을 대량으로 제거하면 생태계 불균형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방어는 전갱잇과로 몸길이가 최대 110cm가량 자란다. 가을이 되면 캄차카반도에서 남쪽으로 회유해 월동하는데 국내에서는 대정읍 마라도 주변이 최대 어장으로 손꼽힌다. 방어에는 DHA, EPA 같은 불포화 지방산이 많고 비타민 D도 풍부해 고혈압, 동맥경화, 심근경색, 뇌졸중 등 순환기계 질환의 예방은 물론 골다공증과 노화 예방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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