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 외국은행 국내시장 철수하나?

입력 2014.11.06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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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은행 국내지점(이하 외은 지점)의 경영실적이 급격히 악화된 가운데 외국 은행들도 국내 시장에서 철수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보험·증권·자산운용업에서는 경쟁격화와 수익성 악화로 한국시장에서 이탈한 사례가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익성 악화로 국내에서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외은 지점은 2008∼2009년 1곳에서 2010년 3곳, 2011년 5곳, 2012년 8곳, 2013년 7곳으로 늘었다.

2013년 현재 외은지점은 총 40곳인 점을 고려하면 다섯 곳 중 한 곳꼴로 손실을 입은 셈이다.

외은지점의 총 당기순이익은 2009년 총 2조4천억원에서 2013년 9천억원으로 4년 만에 61% 감소했다.

물론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외은지점들이 이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올린 측면이 있지만, 외은지점들의 순익은 2010년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한 외은지점 관계자는 "시장 변동성이 작아진 점이 수익성 하락의 가장 큰 요인"이라며 "외은지점들의 독무대였던 외환·이자율 관련 파생거래 분야에 국내 시중은행이 진입하며 경쟁이 격화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수익성 악화가 장기화할 경우 한국을 떠날 채비를 하는 외국 은행들이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금융시장이 본격적으로 개방되기 이전인 1990년대에는 총 34개 외은 지점이 문을 닫았고, 2000년대 들어서도 31곳의 지점이 한국에서 철수한 바 있다.

근래 들어서는 리먼 사태로 인가가 취소된 리먼브라더스뱅크하우스(2009년 6월)와 본점이 BOA에 인수된 메릴린치 인터내셔널(2009년 12월)을 제외하면 그 이후 국내 지점을 철수한 외국 은행이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다른 금융업에서는 최근 들어서도 외국계 금융사가 한국시장에서 철수한 사례가 드물지 않다.

증권업에서는 푸르덴셜 투자증권이 2010년 지분을 한화증권에 매각했고, 자산운용업에서는 소시에테제네랄(SG), 푸르덴셜이 각각 2010년과 2011년 지분을 매각했다. 골드만삭스도 지난해 자산운용 부문 철수를 발표한 바 있다.

HSBC는 지난해 생명보험사 지분도 하나금융에 전량 매각했고, ING생명도 지난해 보유 지분을 MBK파트너스에 매각해 철수했다.

외국계 시중은행인 한국씨티은행과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수익성 악화로 지점을 감축하는 등 소매금융 부문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외은 지점의 철수 가능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HSBC가 지난해 한국 내 소매금융 업무를 중단하고 10개 지점을 폐쇄하면서 이런 우려는 더욱 짙어졌다.

한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다른 아시아 시장과 비교해서도 한국 금융시장의 수익성은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글로벌 금융사 입장에서 수익성에 따라 중점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외은 지점 가운데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없는 상황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직까지 철수를 고려하는 곳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는 본사에서 한국시장에 남아 있을 유인이 있다고 판단한다는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은지점 관계자들을 만나 보면 경영여건 악화를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이는 특정 금융사의 문제라기보다는 전체 시장이 좋지 않기 때문이라 현 상황에서 철수까지 고려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익성 악화가 장기화할 경우 외은지점 입장에서는 경영전략 차원에서 자산을 축소하거나 지점 문을 닫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세계경제포럼(WEF)이 최근 발표한 한국 금융시장 성숙도가 우간다와 비슷하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들릴 만큼 한국 금융산업의 경쟁력은 후진국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투기성 자금과 달리 외국자본의 은행 진입은 자금중개역할을 하면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며 "금융산업을 억누르는 규제를 개혁하지 않는 한 외국 은행의 철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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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적 악화’ 외국은행 국내시장 철수하나?
    • 입력 2014-11-06 06:25:10
    연합뉴스
외국은행 국내지점(이하 외은 지점)의 경영실적이 급격히 악화된 가운데 외국 은행들도 국내 시장에서 철수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보험·증권·자산운용업에서는 경쟁격화와 수익성 악화로 한국시장에서 이탈한 사례가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익성 악화로 국내에서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외은 지점은 2008∼2009년 1곳에서 2010년 3곳, 2011년 5곳, 2012년 8곳, 2013년 7곳으로 늘었다. 2013년 현재 외은지점은 총 40곳인 점을 고려하면 다섯 곳 중 한 곳꼴로 손실을 입은 셈이다. 외은지점의 총 당기순이익은 2009년 총 2조4천억원에서 2013년 9천억원으로 4년 만에 61% 감소했다. 물론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외은지점들이 이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올린 측면이 있지만, 외은지점들의 순익은 2010년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한 외은지점 관계자는 "시장 변동성이 작아진 점이 수익성 하락의 가장 큰 요인"이라며 "외은지점들의 독무대였던 외환·이자율 관련 파생거래 분야에 국내 시중은행이 진입하며 경쟁이 격화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수익성 악화가 장기화할 경우 한국을 떠날 채비를 하는 외국 은행들이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금융시장이 본격적으로 개방되기 이전인 1990년대에는 총 34개 외은 지점이 문을 닫았고, 2000년대 들어서도 31곳의 지점이 한국에서 철수한 바 있다. 근래 들어서는 리먼 사태로 인가가 취소된 리먼브라더스뱅크하우스(2009년 6월)와 본점이 BOA에 인수된 메릴린치 인터내셔널(2009년 12월)을 제외하면 그 이후 국내 지점을 철수한 외국 은행이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다른 금융업에서는 최근 들어서도 외국계 금융사가 한국시장에서 철수한 사례가 드물지 않다. 증권업에서는 푸르덴셜 투자증권이 2010년 지분을 한화증권에 매각했고, 자산운용업에서는 소시에테제네랄(SG), 푸르덴셜이 각각 2010년과 2011년 지분을 매각했다. 골드만삭스도 지난해 자산운용 부문 철수를 발표한 바 있다. HSBC는 지난해 생명보험사 지분도 하나금융에 전량 매각했고, ING생명도 지난해 보유 지분을 MBK파트너스에 매각해 철수했다. 외국계 시중은행인 한국씨티은행과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수익성 악화로 지점을 감축하는 등 소매금융 부문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외은 지점의 철수 가능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HSBC가 지난해 한국 내 소매금융 업무를 중단하고 10개 지점을 폐쇄하면서 이런 우려는 더욱 짙어졌다. 한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다른 아시아 시장과 비교해서도 한국 금융시장의 수익성은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글로벌 금융사 입장에서 수익성에 따라 중점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외은 지점 가운데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없는 상황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직까지 철수를 고려하는 곳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는 본사에서 한국시장에 남아 있을 유인이 있다고 판단한다는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은지점 관계자들을 만나 보면 경영여건 악화를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이는 특정 금융사의 문제라기보다는 전체 시장이 좋지 않기 때문이라 현 상황에서 철수까지 고려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익성 악화가 장기화할 경우 외은지점 입장에서는 경영전략 차원에서 자산을 축소하거나 지점 문을 닫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세계경제포럼(WEF)이 최근 발표한 한국 금융시장 성숙도가 우간다와 비슷하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들릴 만큼 한국 금융산업의 경쟁력은 후진국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투기성 자금과 달리 외국자본의 은행 진입은 자금중개역할을 하면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며 "금융산업을 억누르는 규제를 개혁하지 않는 한 외국 은행의 철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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