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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전선 화재 막는 ‘난연’ 처리…‘난연’ 맞아요?
입력 2014.11.06 (11:25) 수정 2014.11.06 (11:30) 취재후
■ 증권 전산망까지 다운시킨 지하공동구 화재

2000년 여의도에서 발생했던 지하공동구 화재는 아직도 기억이 선명하다. 지하에 전력선 뿐 아니라 전화선 등 여러가지 전선을 모아놓은 공동구에 불이 나, 여의도 일대에 전원이 나간 것은 물론이고 통신까지 두절돼 화재가 발생한 다음날이 되도록 증권사들의 전산망이 두절되는 사태가 이어진 것이다. 또 냉장고에 보관해놓은 음식물이 녹는 것은 물론이고 손님 예약 전화를 받지 못한다며 음식점과 여행업체 등의 불만이 컸던 게 기억난다. 또 2002년에는 서울 우면동에 있는 지하전력구에서 불이 났고, 2006년에는 구리시 교문동에서 불이 났다. 지하 공동구나 전력구에 불이 나면 일단 화재 진압반이 들어가서 불을 끄기가 아주 힘들기 때문에 맨홀 뚜껑 같은 걸 열고 소화수를 뿌리는 것 말고는 별 방법이 없다. 또 전선 등이 타면서 나오는 가스가 지독해 주민들의 불편이 며칠씩 이어지기도 한다.

■ 지하 전력구 전선의 ‘난연 처리’ 의무화



이런 피해가 이어지자 지하전력구 등에 설치하는 전선에는 화재를 막아주는 '난연처리'를 추가로 하도록 규정이 강화되었는데, 특히 전선과 전선을 잇는 접속부에 대한 난연처리가 필수적이다. 전선을 잇다보면 커버를 벗기고 연결을 하기 때문에, 행여라도 이상 전압이 흐르게 되면 이런 부위에서 열이 나거나 불꽃이 튀어 화재로 연결되기 쉽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소방방재청 고시에 의해, 전선을 이은 접속부의 양쪽 20미터는 난연재질로 처리를 하게 하였다. 이런 난연처리로 대표적인 것이, 전선의 접속부에 불에 잘 견딘다는 '난연케이스'를 씌우거나 페인트처럼 바르는 '난연도료'를 칠하는 것이다.

■ “이렇게 잘 타는데 ‘난연’ 맞아요?”



그런데,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실물화재 시험을 해보니, 이런 난연처리를 한 전선들도 속수무책 불에 타버리는 것이 아닌가. 불을 붙인지 5분도 되지 않아, 난연 케이스 안의 온도가 1000도를 넘어서버렸다. 심지어 원래 불꽃이 사그라든 뒤에도, 전선 자체에 불이 붙어 계속 타는 모습이 확인되었다. 이쯤되면 비전문가의 눈에 보기에도, "이렇게 불에 잘 타는데 '난연' 맞아요?"하는 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거듭 확인해봐도 시험재료들은 현행 규정에 맞는 '난연' 처리를 제대로 한 제품들이었다.
이때 실물화재 시험이라는 건, 화염의 온도가 1000도 이상 올라가는 실제 화재상황을 가정해서 불에 타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인데, 전선의 난연처리 재료들은 이런 실물화재를 기준으로 합격 불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게 아니어서 실제 화재 상황에서는 불에 탈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럼 전선의 난연기준은 뭘로 정하는 걸까?

■ “실제 화재까지는 막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전선의 난연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수직불꽃시험'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데, 이 시험은 전선을 세로로 세워놓고 아래쪽에서 불을 피웠을 때 전선이 얼마나 불을 확산시키느냐를 기준으로 한다. 전선에 불이 붙었을 때 얼마나 타들어가느냐를 시험하는 건데, 확인해본 결과 이 시험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이기도 했다. 전선이 불에 타지 않아야 한다는 게 아니라, 불에 타더라도 다른 곳으로 불을 확산시키지 말라는 기준으로 이해가 된다. 모든 전선이 불에 타지 않도록 만들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하자면 얼마나 많은 돈이 들겠는가. 하지만 실제로 타도 너무 타는 난연 제품들을 눈으로 보고 나니, 전선이나 관련제품에 요구되는 난연 조건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조건과는 상당히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방재시험연구원은 전선이나 관련 제품의 난연성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이 수직불꽃시험이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 시험방식으로는 대부분 전선이 난연성능이 있다고 '적합' 판정을 받게 돼서, 어떤 제품이 제대로 난연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힘들다는 것. 결국 '난연'이 아닌 제품도 '난연' 인증을 받게 돼서 문제라는 얘기다.

■ 화재로부터 전선을 지킬 새로운 소재를 찾아라!

현장에 적용하기에 꼭 필요하지는 않은 '오버 스펙'을 요구하는 것은 비경제적인 '오버'일 수도 있지만, 특별히 불을 막아야 하는 부위에 있어서는 좀더 강화된 기준을 사용해야 하지 않나 싶다. 우리가 그런 피해사례를 이미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런 필요성에 따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개발한 난연 튜브는 1000도가 넘는 온도에도 내부의 전선을 끄떡없이 지켜냈다. 불꽃이 닿으면 흑연 성분이 부풀어오르면서 방화벽을 구축해 튜브 안으로 열이 전달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또 몸체에 구멍이 나 있어, 평상시에는 내부에서 나는 열을 바깥으로 배출하는 기능도 갖고 있는데, 조립식이이서 현장에서 전선에 씌우기에는 쉽다는 설명이었다. 외국에서 사오는 난연도료 등은 가격이 비싼 데 비해, 가격도 저렴하다고 하니 앞으로 많은 현장에 적용돼 화재를 막고, 공사비도 아끼는 주역이 되길 기대해 본다. 

☞바로가기 [뉴스9] 지하 전력구 화재 취약…“신기술 개발”
  • [취재후] 전선 화재 막는 ‘난연’ 처리…‘난연’ 맞아요?
    • 입력 2014-11-06 11:25:13
    • 수정2014-11-06 11:30:44
    취재후
■ 증권 전산망까지 다운시킨 지하공동구 화재

2000년 여의도에서 발생했던 지하공동구 화재는 아직도 기억이 선명하다. 지하에 전력선 뿐 아니라 전화선 등 여러가지 전선을 모아놓은 공동구에 불이 나, 여의도 일대에 전원이 나간 것은 물론이고 통신까지 두절돼 화재가 발생한 다음날이 되도록 증권사들의 전산망이 두절되는 사태가 이어진 것이다. 또 냉장고에 보관해놓은 음식물이 녹는 것은 물론이고 손님 예약 전화를 받지 못한다며 음식점과 여행업체 등의 불만이 컸던 게 기억난다. 또 2002년에는 서울 우면동에 있는 지하전력구에서 불이 났고, 2006년에는 구리시 교문동에서 불이 났다. 지하 공동구나 전력구에 불이 나면 일단 화재 진압반이 들어가서 불을 끄기가 아주 힘들기 때문에 맨홀 뚜껑 같은 걸 열고 소화수를 뿌리는 것 말고는 별 방법이 없다. 또 전선 등이 타면서 나오는 가스가 지독해 주민들의 불편이 며칠씩 이어지기도 한다.

■ 지하 전력구 전선의 ‘난연 처리’ 의무화



이런 피해가 이어지자 지하전력구 등에 설치하는 전선에는 화재를 막아주는 '난연처리'를 추가로 하도록 규정이 강화되었는데, 특히 전선과 전선을 잇는 접속부에 대한 난연처리가 필수적이다. 전선을 잇다보면 커버를 벗기고 연결을 하기 때문에, 행여라도 이상 전압이 흐르게 되면 이런 부위에서 열이 나거나 불꽃이 튀어 화재로 연결되기 쉽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소방방재청 고시에 의해, 전선을 이은 접속부의 양쪽 20미터는 난연재질로 처리를 하게 하였다. 이런 난연처리로 대표적인 것이, 전선의 접속부에 불에 잘 견딘다는 '난연케이스'를 씌우거나 페인트처럼 바르는 '난연도료'를 칠하는 것이다.

■ “이렇게 잘 타는데 ‘난연’ 맞아요?”



그런데,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실물화재 시험을 해보니, 이런 난연처리를 한 전선들도 속수무책 불에 타버리는 것이 아닌가. 불을 붙인지 5분도 되지 않아, 난연 케이스 안의 온도가 1000도를 넘어서버렸다. 심지어 원래 불꽃이 사그라든 뒤에도, 전선 자체에 불이 붙어 계속 타는 모습이 확인되었다. 이쯤되면 비전문가의 눈에 보기에도, "이렇게 불에 잘 타는데 '난연' 맞아요?"하는 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거듭 확인해봐도 시험재료들은 현행 규정에 맞는 '난연' 처리를 제대로 한 제품들이었다.
이때 실물화재 시험이라는 건, 화염의 온도가 1000도 이상 올라가는 실제 화재상황을 가정해서 불에 타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인데, 전선의 난연처리 재료들은 이런 실물화재를 기준으로 합격 불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게 아니어서 실제 화재 상황에서는 불에 탈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럼 전선의 난연기준은 뭘로 정하는 걸까?

■ “실제 화재까지는 막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전선의 난연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수직불꽃시험'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데, 이 시험은 전선을 세로로 세워놓고 아래쪽에서 불을 피웠을 때 전선이 얼마나 불을 확산시키느냐를 기준으로 한다. 전선에 불이 붙었을 때 얼마나 타들어가느냐를 시험하는 건데, 확인해본 결과 이 시험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이기도 했다. 전선이 불에 타지 않아야 한다는 게 아니라, 불에 타더라도 다른 곳으로 불을 확산시키지 말라는 기준으로 이해가 된다. 모든 전선이 불에 타지 않도록 만들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하자면 얼마나 많은 돈이 들겠는가. 하지만 실제로 타도 너무 타는 난연 제품들을 눈으로 보고 나니, 전선이나 관련제품에 요구되는 난연 조건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조건과는 상당히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방재시험연구원은 전선이나 관련 제품의 난연성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이 수직불꽃시험이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 시험방식으로는 대부분 전선이 난연성능이 있다고 '적합' 판정을 받게 돼서, 어떤 제품이 제대로 난연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힘들다는 것. 결국 '난연'이 아닌 제품도 '난연' 인증을 받게 돼서 문제라는 얘기다.

■ 화재로부터 전선을 지킬 새로운 소재를 찾아라!

현장에 적용하기에 꼭 필요하지는 않은 '오버 스펙'을 요구하는 것은 비경제적인 '오버'일 수도 있지만, 특별히 불을 막아야 하는 부위에 있어서는 좀더 강화된 기준을 사용해야 하지 않나 싶다. 우리가 그런 피해사례를 이미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런 필요성에 따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개발한 난연 튜브는 1000도가 넘는 온도에도 내부의 전선을 끄떡없이 지켜냈다. 불꽃이 닿으면 흑연 성분이 부풀어오르면서 방화벽을 구축해 튜브 안으로 열이 전달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또 몸체에 구멍이 나 있어, 평상시에는 내부에서 나는 열을 바깥으로 배출하는 기능도 갖고 있는데, 조립식이이서 현장에서 전선에 씌우기에는 쉽다는 설명이었다. 외국에서 사오는 난연도료 등은 가격이 비싼 데 비해, 가격도 저렴하다고 하니 앞으로 많은 현장에 적용돼 화재를 막고, 공사비도 아끼는 주역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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