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4성 장군의 ‘음주 추태’는 실제 있었나?

입력 2014.11.06 (15:17) 수정 2014.11.07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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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현돈 미스터리

4성 장군의 '음주 추태' 의혹을 둘러싸고 진실게임이 벌어졌습니다.

신현돈 전 1군사령관은 대통령 해외순방 기간 근무 지역을 이탈해 만취 추태를 벌였다는 이유로 자진 전역했는데요.

사건이 처음 언론에 보도됐을 때는 4성 장군이 만취 상태에서 벌인 추태 자체에 관심이 모아졌지만,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기 전 사실상 강제 전역 조치가 아니었는지, 더 나아가 전역을 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윗선'의 개입은 없었는지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신 전 사령관이 '추태는 없었다'며 정정보도까지 요청하면서 사안은 더 복잡해졌는데요.

이번 <취재후>에서는 이번 사건에서 무엇이 논란이 됐고, 또 어떤 과제를 남겼는지 차근차근 짚어보겠습니다.



■ '추태'냐 아니냐, 그것이 문제로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6월 19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신 전 사령관은 모교인 청주고에서 안보 강연을 마친 뒤 청주시의 한 일식집에서 동창생들과 만찬을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술잔이 돌고, 신 전 사령관은 소주 2병 가량의 술을 마신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저녁 8시쯤 신 전 사령관은 부대에 복귀하기위해 자리를 떴는데, 동창생들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휴대전화를 만찬 장소에 놓고 갔다는 겁니다.

그래서 신 전 사령관은 부관과 함께 해당 만찬장소로 다시 이동했고 그때 오창휴게소 화장실에 잠시 들릅니다.

당시 이 사건을 수도방위사령부에 처음 신고한 A 교수는 신 전 사령관이 '별 4개 단 장군이 비틀거리면서 간다'며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이후 언론이 제기한 추태 의혹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1) 헌병에 업혀 가고 군화 한쪽이 벗겨질 정도로 만취 상태였다.
2) 수행원과 민간인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조사 결과, 신 전 사령관의 옷 매무새가 다소 흐트러져 있었던 점은 맞지만 헌병에게 업혀 가거나, 군화 한 쪽이 벗겨진 사실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A 교수는 당시 수행원이 다른 쪽 출입구를 이용하도록 유도한 것은 맞지만 싸우거나 입씨름을 벌인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 신 전 사령관의 갑작스러운 전역


대통령 순방기간에 위수지역(작전지역)을 이탈하고 술을 2병이나 마신 신 전 사령관의 처신은 분명히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와 관련해 신 전 사령관은, 충북 출신으로 같은 고교 선배인 한민구 국방장관으로부터 구두 경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렇게 쉬쉬하고 넘어갈 것 같았던 사건은 두달 여 뒤 뒤늦게 언론을 통해 세상에 떠들석하게 알려집니다. 대부분 신 전 사령관이 만취 추태를 부린 사실이 드러나 사실상 강제 전역조치됐다는 내용이었는데요. 본인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 책임을 지는건 당연한 수순이지만 문제는 감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국방부가 신 전 사령관을 전역 조치했다는 겁니다.

최초 신고자인 A교수에 대한 조사도 전역 조치 이후에야 실시됐는데, 가장 중요한 당사자인 신 전 사령관은 아예 조사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국방부가 당시에는 신 전 사령관의 과음 행위에 가볍게 경고 조치로 넘어가려 하다가 막상 언론 취재가 시작되고 정치권에서 문제를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자 성급히 4성 장군을 강제 전역시킨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 오락가락 국방부의 해명


전역 후 기도원을 오가며 마음을 다스리던 4성 장군이 급기야 명예회복에 나섰습니다. 정식으로 국방부에 감사를 요청하고취재했던 기자들을 대상으로 정정보도를 요청했습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기까지 언론도 전혀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국방부가 그동안 언론 보도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 사실상 만취 추태 의혹을 사실로 기정사실화했다는 점은 부인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논란이 커지자 국방부는 11월 3일 '음주는 맞지만 추태는 없었다'고 정식으로 브리핑을 합니다. 그런데 반나절 만에 국방부는 입장을 180도 바꿨습니다. 한민구 국방장관이 직접 나서 '제 3자가 보면 추태로 볼 수 있다'고 국방부의 설명을 뒤집은 겁니다.

당장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국방부가 청와대까지 불똥이 튈까 우려해 오락가락 해명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 누구를 위한 전역인가

한민구 장관의 발언 이후 신 전 사령관은 그동안 언론이 만취 추태 의혹에 대한 자신의 반론을 충분히 실어줘 본인의 억울함이 많이 풀렸다며 정정보도 요청을 철회했습니다. 국방부의 조치에도 섭섭함이 없다고 말해 이쯤에서 털고 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사건은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꼬리 자르기식으로 사실 관계를 덮고 넘어가려는 국방부의 행태는 여전하고, 신 전 장군이 전역 조치되기까지의 배경도 명쾌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전 4성 장군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 채 다시 기도원으로 들어갔습니다.

☞ 바로가기 <뉴스광장> ‘음주추태 논란 신현돈 전 사령관’ 군 해명 오락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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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4성 장군의 ‘음주 추태’는 실제 있었나?
    • 입력 2014-11-06 15:17:37
    • 수정2014-11-07 13:35:04
    취재후·사건후
■ 신현돈 미스터리

4성 장군의 '음주 추태' 의혹을 둘러싸고 진실게임이 벌어졌습니다.

신현돈 전 1군사령관은 대통령 해외순방 기간 근무 지역을 이탈해 만취 추태를 벌였다는 이유로 자진 전역했는데요.

사건이 처음 언론에 보도됐을 때는 4성 장군이 만취 상태에서 벌인 추태 자체에 관심이 모아졌지만,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기 전 사실상 강제 전역 조치가 아니었는지, 더 나아가 전역을 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윗선'의 개입은 없었는지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신 전 사령관이 '추태는 없었다'며 정정보도까지 요청하면서 사안은 더 복잡해졌는데요.

이번 <취재후>에서는 이번 사건에서 무엇이 논란이 됐고, 또 어떤 과제를 남겼는지 차근차근 짚어보겠습니다.



■ '추태'냐 아니냐, 그것이 문제로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6월 19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신 전 사령관은 모교인 청주고에서 안보 강연을 마친 뒤 청주시의 한 일식집에서 동창생들과 만찬을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술잔이 돌고, 신 전 사령관은 소주 2병 가량의 술을 마신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저녁 8시쯤 신 전 사령관은 부대에 복귀하기위해 자리를 떴는데, 동창생들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휴대전화를 만찬 장소에 놓고 갔다는 겁니다.

그래서 신 전 사령관은 부관과 함께 해당 만찬장소로 다시 이동했고 그때 오창휴게소 화장실에 잠시 들릅니다.

당시 이 사건을 수도방위사령부에 처음 신고한 A 교수는 신 전 사령관이 '별 4개 단 장군이 비틀거리면서 간다'며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이후 언론이 제기한 추태 의혹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1) 헌병에 업혀 가고 군화 한쪽이 벗겨질 정도로 만취 상태였다.
2) 수행원과 민간인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조사 결과, 신 전 사령관의 옷 매무새가 다소 흐트러져 있었던 점은 맞지만 헌병에게 업혀 가거나, 군화 한 쪽이 벗겨진 사실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A 교수는 당시 수행원이 다른 쪽 출입구를 이용하도록 유도한 것은 맞지만 싸우거나 입씨름을 벌인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 신 전 사령관의 갑작스러운 전역


대통령 순방기간에 위수지역(작전지역)을 이탈하고 술을 2병이나 마신 신 전 사령관의 처신은 분명히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와 관련해 신 전 사령관은, 충북 출신으로 같은 고교 선배인 한민구 국방장관으로부터 구두 경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렇게 쉬쉬하고 넘어갈 것 같았던 사건은 두달 여 뒤 뒤늦게 언론을 통해 세상에 떠들석하게 알려집니다. 대부분 신 전 사령관이 만취 추태를 부린 사실이 드러나 사실상 강제 전역조치됐다는 내용이었는데요. 본인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 책임을 지는건 당연한 수순이지만 문제는 감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국방부가 신 전 사령관을 전역 조치했다는 겁니다.

최초 신고자인 A교수에 대한 조사도 전역 조치 이후에야 실시됐는데, 가장 중요한 당사자인 신 전 사령관은 아예 조사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국방부가 당시에는 신 전 사령관의 과음 행위에 가볍게 경고 조치로 넘어가려 하다가 막상 언론 취재가 시작되고 정치권에서 문제를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자 성급히 4성 장군을 강제 전역시킨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 오락가락 국방부의 해명


전역 후 기도원을 오가며 마음을 다스리던 4성 장군이 급기야 명예회복에 나섰습니다. 정식으로 국방부에 감사를 요청하고취재했던 기자들을 대상으로 정정보도를 요청했습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기까지 언론도 전혀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국방부가 그동안 언론 보도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 사실상 만취 추태 의혹을 사실로 기정사실화했다는 점은 부인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논란이 커지자 국방부는 11월 3일 '음주는 맞지만 추태는 없었다'고 정식으로 브리핑을 합니다. 그런데 반나절 만에 국방부는 입장을 180도 바꿨습니다. 한민구 국방장관이 직접 나서 '제 3자가 보면 추태로 볼 수 있다'고 국방부의 설명을 뒤집은 겁니다.

당장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국방부가 청와대까지 불똥이 튈까 우려해 오락가락 해명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 누구를 위한 전역인가

한민구 장관의 발언 이후 신 전 사령관은 그동안 언론이 만취 추태 의혹에 대한 자신의 반론을 충분히 실어줘 본인의 억울함이 많이 풀렸다며 정정보도 요청을 철회했습니다. 국방부의 조치에도 섭섭함이 없다고 말해 이쯤에서 털고 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사건은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꼬리 자르기식으로 사실 관계를 덮고 넘어가려는 국방부의 행태는 여전하고, 신 전 장군이 전역 조치되기까지의 배경도 명쾌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전 4성 장군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 채 다시 기도원으로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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