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멜로디’ 기로에 선 악기산업

입력 2014.11.06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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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악기시장이 좀처럼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산 저가 제품 확산, 악기소비 감소, 스마트폰을 통한 가상악기 사용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악기업체는 '머리(헤드)가 없는 기타' 등 이색적이고 파격적인 제품으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 한때 10대 전략 수출품 '악기', 수출 규모 '반토막'

한국무역협회와 악기업계에 따르면 올 1~9월 국내 악기(악기 및 그 부분품과 부속품) 수출은 1억11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억344만달러) 대비 2.3% 감소했다. 매월 수출 실적이 작년과 비교해 모두 마이너스 성장일 정도로, 수출 감소세가 뚜렷했다.

작년 국내 악기 수출은 1억3833만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악기 수출이 사상 최대를 기록한 1995년(3억6381만달러)과 비교하면 60% 이상 감소한 것이다. 95년 이후로 국내 악기 수출은 내리막길을 걸었는데, 2000년과 2010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뒷걸음을 쳤다.

이런 수출 감소와 맞물려, 국내 주요 악기업체의 실적도 시원찮다. 한때 200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했던 영창뮤직은 작년 600억원대의 매출에 그쳤다. 올 상반기 매출은 319억원인데,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이 각각 47억원, 77억원에 달했다. 90년대 2000억원대의 매출을 자랑한 삼익악기 역시 2000년대 들어 700억원 수준까지 매출이 감소했다. 해외 악기 브랜드 인수 등으로 1500억원대로 회복했지만, 몇 년째 이 규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악기산업 흔들, 이유는?

국내 악기산업이 흔들리는 이유는 뭘까. 여러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한 것이라고 악기업계 관계자는 설명한다. 먼저 몇 년전부터 들어오는 중국산 저가 제품의 영향이 크다. 악기 수입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인데, 지난 2009년 1억4617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작년 2억111만 달러로 4년만에 약 37% 증가했다. 야마하, 깁슨, 마틴, 테일러 등 해외 브랜드의 강세도 한몫 했다.




악기를 소비하는 문화가 줄어든 것도 한 원인이다. 1990년대 시장 규모가 가장 컸던 피아노는 자녀 교육을 위한 필수 아이템으로 꼽혔다. 하지만 이젠 고가의 피아노 대신 기타나 바이올린, 트럼펫 등 다른 악기를 가르치려는 부모가 늘었다. 인터넷 활성화로, 자녀의 관심이 컴퓨터 게임 등으로 쏠린 것도 있다.

실제 악기 대신 가상악기를 사용하는 소비자가 증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악기의 주요 고객 중 하나가 작곡가나 연주자 등인데, 스마트폰이 활성화하면서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소프트웨어로 작업을 하는 경우가 늘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들 프로그램을 통해 실제 악기와 근접한 소리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때문에, 악기 구입을 포기하는 소비자가 늘었다는 분석도 있다.

한 악기업체 관계자는 "국내 악기 시장 규모는 1990년대 최고 수준을 보인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며 "향후에도 시장 규모의 축소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 '3D 기타' '머리없는 기타'…악기업체,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

이러한 최악의 상황이 계속되자, 국내 악기업체는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국내 기타 브랜드 '코로나'를 선보이고 있는 스쿨뮤직은 최근 비대칭 몸체(바디)와 머리(헤드)가 없는 기타 등 신제품 10종을 대거 선보였다. 기존 제품과 차별화를 둔 것인데, '아프로디테'란 기타는 헤드가 없고, 음을 조율하는 조율기(헤드머신)를 바디 뒤쪽에 장착했다. 이는 이 회사가 오랜 기간 연구 끝에 개발한 것으로, 특허 출원도 마쳤다.

안정모 스쿨뮤직 대표는 "악기 시장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3D(3차원) 기타를 생산할 공장을 국내에 설립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삼익악기는 중국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 중산층이 늘어나면서 피아노 교육 열풍이 불자, 현지 판매가 연 30% 이상 증가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삼익악기는 인도네시아 피아노 생산 공장에 가정용 피아노 생산시설을 추가로 늘리기로 했다.

'영창피아노' 브랜드와 미국의 전자악기 전문기업인 '커즈와일'을 보유한 영창뮤직은 디지털 분야를 강화하고 있다. 디지털피아노로 대표되는 전자악기와 관현악기 등 실용악기를 전면에 배치한 것. 전국 피아노 대리점 중 30곳을 실용음악 전문 판매점으로 바꿔 매출 증가 효과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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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1-06 16:26:42
    경제
국내 악기시장이 좀처럼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산 저가 제품 확산, 악기소비 감소, 스마트폰을 통한 가상악기 사용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악기업체는 '머리(헤드)가 없는 기타' 등 이색적이고 파격적인 제품으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 한때 10대 전략 수출품 '악기', 수출 규모 '반토막' 한국무역협회와 악기업계에 따르면 올 1~9월 국내 악기(악기 및 그 부분품과 부속품) 수출은 1억11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억344만달러) 대비 2.3% 감소했다. 매월 수출 실적이 작년과 비교해 모두 마이너스 성장일 정도로, 수출 감소세가 뚜렷했다. 작년 국내 악기 수출은 1억3833만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악기 수출이 사상 최대를 기록한 1995년(3억6381만달러)과 비교하면 60% 이상 감소한 것이다. 95년 이후로 국내 악기 수출은 내리막길을 걸었는데, 2000년과 2010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뒷걸음을 쳤다. 이런 수출 감소와 맞물려, 국내 주요 악기업체의 실적도 시원찮다. 한때 200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했던 영창뮤직은 작년 600억원대의 매출에 그쳤다. 올 상반기 매출은 319억원인데,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이 각각 47억원, 77억원에 달했다. 90년대 2000억원대의 매출을 자랑한 삼익악기 역시 2000년대 들어 700억원 수준까지 매출이 감소했다. 해외 악기 브랜드 인수 등으로 1500억원대로 회복했지만, 몇 년째 이 규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악기산업 흔들, 이유는? 국내 악기산업이 흔들리는 이유는 뭘까. 여러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한 것이라고 악기업계 관계자는 설명한다. 먼저 몇 년전부터 들어오는 중국산 저가 제품의 영향이 크다. 악기 수입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인데, 지난 2009년 1억4617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작년 2억111만 달러로 4년만에 약 37% 증가했다. 야마하, 깁슨, 마틴, 테일러 등 해외 브랜드의 강세도 한몫 했다.

악기를 소비하는 문화가 줄어든 것도 한 원인이다. 1990년대 시장 규모가 가장 컸던 피아노는 자녀 교육을 위한 필수 아이템으로 꼽혔다. 하지만 이젠 고가의 피아노 대신 기타나 바이올린, 트럼펫 등 다른 악기를 가르치려는 부모가 늘었다. 인터넷 활성화로, 자녀의 관심이 컴퓨터 게임 등으로 쏠린 것도 있다. 실제 악기 대신 가상악기를 사용하는 소비자가 증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악기의 주요 고객 중 하나가 작곡가나 연주자 등인데, 스마트폰이 활성화하면서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소프트웨어로 작업을 하는 경우가 늘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들 프로그램을 통해 실제 악기와 근접한 소리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때문에, 악기 구입을 포기하는 소비자가 늘었다는 분석도 있다. 한 악기업체 관계자는 "국내 악기 시장 규모는 1990년대 최고 수준을 보인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며 "향후에도 시장 규모의 축소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 '3D 기타' '머리없는 기타'…악기업체,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 이러한 최악의 상황이 계속되자, 국내 악기업체는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국내 기타 브랜드 '코로나'를 선보이고 있는 스쿨뮤직은 최근 비대칭 몸체(바디)와 머리(헤드)가 없는 기타 등 신제품 10종을 대거 선보였다. 기존 제품과 차별화를 둔 것인데, '아프로디테'란 기타는 헤드가 없고, 음을 조율하는 조율기(헤드머신)를 바디 뒤쪽에 장착했다. 이는 이 회사가 오랜 기간 연구 끝에 개발한 것으로, 특허 출원도 마쳤다. 안정모 스쿨뮤직 대표는 "악기 시장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3D(3차원) 기타를 생산할 공장을 국내에 설립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삼익악기는 중국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 중산층이 늘어나면서 피아노 교육 열풍이 불자, 현지 판매가 연 30% 이상 증가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삼익악기는 인도네시아 피아노 생산 공장에 가정용 피아노 생산시설을 추가로 늘리기로 했다. '영창피아노' 브랜드와 미국의 전자악기 전문기업인 '커즈와일'을 보유한 영창뮤직은 디지털 분야를 강화하고 있다. 디지털피아노로 대표되는 전자악기와 관현악기 등 실용악기를 전면에 배치한 것. 전국 피아노 대리점 중 30곳을 실용음악 전문 판매점으로 바꿔 매출 증가 효과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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