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서울 도심 노점 극한 갈등…해법은?

입력 2014.11.07 (21:17) 수정 2014.11.07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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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지금 제가 서 있는 곳은 노점이 밀집해 있는 서울 명동입니다.

노점은 영세상인들에게는 최후의 경제적 보루로서, 일정부분 사회안전망 역할을 담당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도로 점용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시설입니다.

보행자 불편, 인근 점포 상인들과의 마찰 등으로 많은 민원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요즘 서울 도심에서는 거의 매일 행정당국과 노점상 간의 충돌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먼저 최준혁 기자입니다.

▼ 쫓고 쫓기는 단속반-노점상 전쟁 ▼

<리포트>

푸른색 조끼 차림의 구청 공무원들과, 마주 앉아 있는 노점상들.

관할 구청이 매일 밤 단속반원 50여 명을 투입해 아예 노점을 설치하지 못하도록 자리를 선점하면서 벌어진 대치입니다.

노점을 막으려는 구청 단속반과 노점을 펴려는 상인들 사이의 대치는 벌써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2미터 안팎의 좁은 인도 양쪽을 2백 개가 넘는 노점이 차지하면서 통행 안전에 위협이 된다는 게 가장 큰 단속 이윱니다.

<인터뷰> 최희재(서울 중구청 팀장) : "지금 제가 서 있는 이 위치도 좌판을 펼쳐서 통행을 할 수 없는 지경입니다. 이 지역에 민원이 하도 많아서…."

천막 하나를 둘러싸고 심한 몸싸움이 벌어지고, 거리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됩니다.

노점을 철거하려는 용역업체 직원들과 이를 막으려는 노점상 사이에 충돌이 빚어진 겁니다.

한 달 사이에 서울 강남대로에서만 마흔 개 가량의 노점이 철거됐는데, 저항의 강도가 갈수록 세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윤춘애(노점상) : "물론, 우리가 불법인 건 사실이에요, 길에서 하니까. 그렇다고 해서 하루 이틀 장사하는 것도 아니고, 없는 사람 뭐 먹고 살겠어요."

생존권을 내세우는 노점상과 더 이상 불법은 용납할 수 없다는 관할 구청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양측의 대치와 충돌에 출구가 보이지 않습니다.

▼ 도 넘은 ‘노점 사유화’ ▼

<기자 멘트>

공공도로의 주인은 국민입니다.

모든 사람이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죠.

하지만 현실에선 이런 사실이 무시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부 지역에선 노점상들이 자신들의 구역을 정해놓고 다른 노점상의 진입을 막고 있습니다.

온갖 규제와 단속을 무릅쓰고 확보한 일종의 '기득권'인 셈이죠.

이 기득권은 자릿세라는 명목으로 비싼 값에 거래되기도 합니다.

김수연 기자가 노점의 사유화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 명당 파는 ‘기업형’ vs 고통받는 ‘생계형’ ▼

<리포트>

하루 관광객 150만 명이 찾는 명동 거리.

거리 양 옆에 늘어선 노점마다 손님이 줄지어 있습니다.

이처럼 목 좋은 곳에는 이른바 기업형 노점상도 있습니다.

4~5개 점포를 소유하면서 수백만 원대의 월세를 받고 가맹점 형태로 빌려주거나 자릿값을 받고 매매하기도 합니다.

<녹취> 명동 관광특구 협의회 관계자 : "(매매는) 몇 억 되지. 자리 하나 어떻게 해가지고선 '여기는 내구역이다' 하고 (월세) 한 500(만 원) 받고."

매매 사이트에는 수천만 원 대 노점들이 나와 있습니다.

이 중 한 노점상을 직접 방문해 봤습니다.

<녹취> 해당 노점상 주인(음성 변조) : "2천 3백만 원 주시면 오토바이 다 드리고 여기 있는 것은 다 드리니까."

기업형 노점상이 거리를 장악하면, 당연히 생계형 노점상은 설 자리를 잃습니다.

얼마 전까지 노점을 운영했던 40대 김모씨는 기업형으로 구역내 노점들을 관리하는 다른 노점상인에게 자릿세 110만 원을 내고, 매달 20만 원씩 관리비까지 내왔습니다.

그러던 중 기업형 노점상 단속에 걸리자 관리비 외에 피해 분담금을 과도하게 요구해 결국 김 씨는 노점을 포기했습니다.

<인터뷰> 김○○(올해 초 노점 폐업) : "(단속 과정에서) 안 좋은 일이 있으면 분담금을 걷어가더라고요. 힘들죠. 매출보다 더 많이 걷어가는데."

기업형 노점상에 밀려 생계형 노점상은 그나마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 노점 허가제 논의…과제는? ▼

<기자 멘트>

이렇게 복잡한 노점 문제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서울의 한 구청은 노점 상인들의 재산을 조사해 부부 2인 기준으로 2억 원이 넘지 않는 경우에는 노점을 공식적으로 허가해줬습니다.

물론 재산 조사에 응한 노점상에 한해 이뤄진 조칩니다.

서울시도 노점상 '정책 자문단'을 꾸리고 '노점 허가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노점상에게 도로 점용료를 내고, 규격화된 노점에서 영업을 하도록 허가하되,

1년 단위로 허가를 갱신하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첫 단추인 실태 조사부터 삐걱대고 있습니다.

생계형 노점과 기업형 노점을 가려내기 위해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는 게 서울시의 입장인데요…….

이에 대해 노점 단체에서는 먼저, '노점 허가제'를 실시하겠다는 시 조례를 통과시켜 놓고 실태 조사를 해야 한다며,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노점 운영의 실태와 개인 정보가 고스란히 드러나게 될 거라는 우려와 잦은 정책 변화로 관청에 신뢰가 없는 것 등이 이윱니다.

기업형 노점에 대한 입장도 양측이 전혀 다릅니다.

서울의 노점수는 약 9천 개, 시당국은 노점의 20%가량을 기업형 노점으로 보는 반면, 노점 단체는 기업형 노점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노점 문제 해결을 위한 첫발은 내디뎠지만, 갈 길은 아직 멀어보입니다.

KBS 뉴스 장성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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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서울 도심 노점 극한 갈등…해법은?
    • 입력 2014-11-07 21:17:19
    • 수정2014-11-07 22: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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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가 서 있는 곳은 노점이 밀집해 있는 서울 명동입니다.

노점은 영세상인들에게는 최후의 경제적 보루로서, 일정부분 사회안전망 역할을 담당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도로 점용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시설입니다.

보행자 불편, 인근 점포 상인들과의 마찰 등으로 많은 민원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요즘 서울 도심에서는 거의 매일 행정당국과 노점상 간의 충돌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먼저 최준혁 기자입니다.

▼ 쫓고 쫓기는 단속반-노점상 전쟁 ▼

<리포트>

푸른색 조끼 차림의 구청 공무원들과, 마주 앉아 있는 노점상들.

관할 구청이 매일 밤 단속반원 50여 명을 투입해 아예 노점을 설치하지 못하도록 자리를 선점하면서 벌어진 대치입니다.

노점을 막으려는 구청 단속반과 노점을 펴려는 상인들 사이의 대치는 벌써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2미터 안팎의 좁은 인도 양쪽을 2백 개가 넘는 노점이 차지하면서 통행 안전에 위협이 된다는 게 가장 큰 단속 이윱니다.

<인터뷰> 최희재(서울 중구청 팀장) : "지금 제가 서 있는 이 위치도 좌판을 펼쳐서 통행을 할 수 없는 지경입니다. 이 지역에 민원이 하도 많아서…."

천막 하나를 둘러싸고 심한 몸싸움이 벌어지고, 거리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됩니다.

노점을 철거하려는 용역업체 직원들과 이를 막으려는 노점상 사이에 충돌이 빚어진 겁니다.

한 달 사이에 서울 강남대로에서만 마흔 개 가량의 노점이 철거됐는데, 저항의 강도가 갈수록 세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윤춘애(노점상) : "물론, 우리가 불법인 건 사실이에요, 길에서 하니까. 그렇다고 해서 하루 이틀 장사하는 것도 아니고, 없는 사람 뭐 먹고 살겠어요."

생존권을 내세우는 노점상과 더 이상 불법은 용납할 수 없다는 관할 구청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양측의 대치와 충돌에 출구가 보이지 않습니다.

▼ 도 넘은 ‘노점 사유화’ ▼

<기자 멘트>

공공도로의 주인은 국민입니다.

모든 사람이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죠.

하지만 현실에선 이런 사실이 무시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부 지역에선 노점상들이 자신들의 구역을 정해놓고 다른 노점상의 진입을 막고 있습니다.

온갖 규제와 단속을 무릅쓰고 확보한 일종의 '기득권'인 셈이죠.

이 기득권은 자릿세라는 명목으로 비싼 값에 거래되기도 합니다.

김수연 기자가 노점의 사유화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 명당 파는 ‘기업형’ vs 고통받는 ‘생계형’ ▼

<리포트>

하루 관광객 150만 명이 찾는 명동 거리.

거리 양 옆에 늘어선 노점마다 손님이 줄지어 있습니다.

이처럼 목 좋은 곳에는 이른바 기업형 노점상도 있습니다.

4~5개 점포를 소유하면서 수백만 원대의 월세를 받고 가맹점 형태로 빌려주거나 자릿값을 받고 매매하기도 합니다.

<녹취> 명동 관광특구 협의회 관계자 : "(매매는) 몇 억 되지. 자리 하나 어떻게 해가지고선 '여기는 내구역이다' 하고 (월세) 한 500(만 원) 받고."

매매 사이트에는 수천만 원 대 노점들이 나와 있습니다.

이 중 한 노점상을 직접 방문해 봤습니다.

<녹취> 해당 노점상 주인(음성 변조) : "2천 3백만 원 주시면 오토바이 다 드리고 여기 있는 것은 다 드리니까."

기업형 노점상이 거리를 장악하면, 당연히 생계형 노점상은 설 자리를 잃습니다.

얼마 전까지 노점을 운영했던 40대 김모씨는 기업형으로 구역내 노점들을 관리하는 다른 노점상인에게 자릿세 110만 원을 내고, 매달 20만 원씩 관리비까지 내왔습니다.

그러던 중 기업형 노점상 단속에 걸리자 관리비 외에 피해 분담금을 과도하게 요구해 결국 김 씨는 노점을 포기했습니다.

<인터뷰> 김○○(올해 초 노점 폐업) : "(단속 과정에서) 안 좋은 일이 있으면 분담금을 걷어가더라고요. 힘들죠. 매출보다 더 많이 걷어가는데."

기업형 노점상에 밀려 생계형 노점상은 그나마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 노점 허가제 논의…과제는? ▼

<기자 멘트>

이렇게 복잡한 노점 문제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서울의 한 구청은 노점 상인들의 재산을 조사해 부부 2인 기준으로 2억 원이 넘지 않는 경우에는 노점을 공식적으로 허가해줬습니다.

물론 재산 조사에 응한 노점상에 한해 이뤄진 조칩니다.

서울시도 노점상 '정책 자문단'을 꾸리고 '노점 허가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노점상에게 도로 점용료를 내고, 규격화된 노점에서 영업을 하도록 허가하되,

1년 단위로 허가를 갱신하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첫 단추인 실태 조사부터 삐걱대고 있습니다.

생계형 노점과 기업형 노점을 가려내기 위해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는 게 서울시의 입장인데요…….

이에 대해 노점 단체에서는 먼저, '노점 허가제'를 실시하겠다는 시 조례를 통과시켜 놓고 실태 조사를 해야 한다며,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노점 운영의 실태와 개인 정보가 고스란히 드러나게 될 거라는 우려와 잦은 정책 변화로 관청에 신뢰가 없는 것 등이 이윱니다.

기업형 노점에 대한 입장도 양측이 전혀 다릅니다.

서울의 노점수는 약 9천 개, 시당국은 노점의 20%가량을 기업형 노점으로 보는 반면, 노점 단체는 기업형 노점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노점 문제 해결을 위한 첫발은 내디뎠지만, 갈 길은 아직 멀어보입니다.

KBS 뉴스 장성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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