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아시아 최초 ‘바이오 인공간’ 치료 성공

입력 2014.11.17 (11:44) 수정 2014.11.17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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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인공간, 간이식 대기환자 치료 성공

국내 의료진이 아시아에서 최초로 '바이오 인공 간'을 이용해 간 이식 대기 환자를 치료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삼성서울병원 연구팀은 지난달 혼수상태에 빠진 50대 급성 간염 환자에게 무균돼지의 간세포로 만든 '바이오 인공 간'을 연결해 암모니아 같은 간 독소를 제거하고, 간 이식까지 받을 수 있도록 생존 시간을 연장해 치료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습니다. 연구팀은 '바이오 인공 간'이 간 이식을 꼭 필요로 하는 급성 간 질환자들에게 시간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주는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못생긴 바이오 인공간, 태생적 한계?


바이오 인공간 소식을 처음에 듣자마자 작은 럭비공만한 인공 장기를 떠올렸습니다. 하염없이 기다리는 간이식 대기환자들에게 이 인공 간을 대신 넣어준다면 정말 획기적인 기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취재를 해보니, 안타깝게도 제 머릿속 상상의 물건은 아니었습니다. 콩팥이 망가졌을 때 콩팥을 대신하는 투석기처럼 육중한 외부 기계장치였습니다.

아무래도 제 기대가 컸던 탓일까요? 그래서 연구팀에게 소형화될 가능성은 없는지 질문했습니다. 돌아온 답변은 간이 심하게 망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중환자실에서 케어를 하기 때문에 사람 몸에 내장할 필요가 없다고 했습니다. 아뿔싸! 인공간이 사람의 간을 완전히 대체해주는 게 아니었지! 진짜 생간이 나타날 때까지 시간을 벌어주는 일종의 생명연장술이구나! 그제야 인공간의 개념과 외모의 태생적 한계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바이오 인공간, 간이식 대기 환자의 최후보루

그렇다면, 왜 인공간 이 필요할까요? 일반적으로 간은 우리 몸의 독소를 제거해주는 해독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급성 간염이나 간경변증 등으로 간이 심하게 망가지면 해독이 되질 않아 혈중 암모니아 수치가 급격히 올라갑니다. 결국 암모니아 독소 때문에 뇌세포가 손상을 입고 환자는 간성 혼수에 빠집니다. 이럴 경우 치사율이 10~25%에 달하니까 대단히 무서운 상황인데요. 이때 단 며칠이라도 시간을 연장해 간이식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이보다 좋을 순 없을 겁니다. 바로 여기서 ‘바이오 인공간’이 사람의 간을 잠깐 대신해주는 건데요. 환자의 혈액을 12시간 정도 ‘바이오 인공간’에 연결해 순환시키면 일주일 정도는 더 버틸 수 있고 여러 번 돌리면 그 시간은 더 늘어난다고 합니다.

■왜 하필 인공간에 돼지 간세포?

사실 인공간 역할을 하는 독소 여과 장치는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바이오가 아닌 인공 필터막이 암모니아 독소를 걸러주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전신 혈액을 외부 기계장비로 한꺼번에 돌리다보니 제거 효율이 높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혈액이 필터를 통과하면서 흐름이 잘 막히는 등 여러 가지 기술적 문제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게 바이오, 바로 무균 돼지의 간세포입니다. 아무래도 기계보다는 사람의 간과 유사하게 간기능을 수행할거라는 판단 때문입니다. 왜 하필 돼지냐고요? 이유는 돼지의 경우 장기가 크고 유전적 일치도가 비교적 높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아무거나 잘 먹고, 잘 크기 때문에 대량으로 간세포를 배양하기에 좋다고 하네요. 이 때문에 이미 성공한 미국이나 유럽의 여러 나라들도 대부분 돼지의 간을 사용했습니다.

■바이오 인공간의 핵심기술은 미세 캡슐!

‘바이오 인공간’의 모식도를 한번 보면 무균 돼지의 간세포를 배양해 기계통에 넣고 환자의 피를 통과시면 독소는 제거되고, 혈액에 필요한 영양인자는 더해지는 원리입니다. 언뜻 봐선 간단해보이지만, 만만한 기술이 아닙니다. 만약에 돼지간세포로 사람의 혈액을 여과시키다가 돼지세포가 자칫 우리 몸에 유입되면 어떨까요? 돼지 간세포는 사람과 다른 이종장기이기 때문에 심각한 면역부작용이 발생해 자칫 쇼크사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이 난관을 미세캡슐로 해결했는데요. 우선 원형 캡슐 막으로 돼지 간세포를 감싸서 기계장치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가둬놓습니다. 그리고 캡슐 막에 미세 구멍을 만들어서 사람의 혈액만 통과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부작용은 최소화하면서 효율은 극대화시킨 겁니다. 미세캡슐이야말로 바이오 인공간의 성공여부를 가르는 핵심기술로 볼 수 있습니다.

이번에 국내에서 처음 치료에 성공한 ‘바이오 인공간’은 임상시험 등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은 상황입니다. 장기 기증자가 부족한 국내 현실을 비춰볼 때 하루 빨리 ‘바이오 인공간’이 상용화된다면 생사가 달린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간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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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1-17 11:44:27
    • 수정2014-11-17 12:15:47
    취재후

■바이오 인공간, 간이식 대기환자 치료 성공

국내 의료진이 아시아에서 최초로 '바이오 인공 간'을 이용해 간 이식 대기 환자를 치료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삼성서울병원 연구팀은 지난달 혼수상태에 빠진 50대 급성 간염 환자에게 무균돼지의 간세포로 만든 '바이오 인공 간'을 연결해 암모니아 같은 간 독소를 제거하고, 간 이식까지 받을 수 있도록 생존 시간을 연장해 치료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습니다. 연구팀은 '바이오 인공 간'이 간 이식을 꼭 필요로 하는 급성 간 질환자들에게 시간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주는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못생긴 바이오 인공간, 태생적 한계?


바이오 인공간 소식을 처음에 듣자마자 작은 럭비공만한 인공 장기를 떠올렸습니다. 하염없이 기다리는 간이식 대기환자들에게 이 인공 간을 대신 넣어준다면 정말 획기적인 기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취재를 해보니, 안타깝게도 제 머릿속 상상의 물건은 아니었습니다. 콩팥이 망가졌을 때 콩팥을 대신하는 투석기처럼 육중한 외부 기계장치였습니다.

아무래도 제 기대가 컸던 탓일까요? 그래서 연구팀에게 소형화될 가능성은 없는지 질문했습니다. 돌아온 답변은 간이 심하게 망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중환자실에서 케어를 하기 때문에 사람 몸에 내장할 필요가 없다고 했습니다. 아뿔싸! 인공간이 사람의 간을 완전히 대체해주는 게 아니었지! 진짜 생간이 나타날 때까지 시간을 벌어주는 일종의 생명연장술이구나! 그제야 인공간의 개념과 외모의 태생적 한계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바이오 인공간, 간이식 대기 환자의 최후보루

그렇다면, 왜 인공간 이 필요할까요? 일반적으로 간은 우리 몸의 독소를 제거해주는 해독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급성 간염이나 간경변증 등으로 간이 심하게 망가지면 해독이 되질 않아 혈중 암모니아 수치가 급격히 올라갑니다. 결국 암모니아 독소 때문에 뇌세포가 손상을 입고 환자는 간성 혼수에 빠집니다. 이럴 경우 치사율이 10~25%에 달하니까 대단히 무서운 상황인데요. 이때 단 며칠이라도 시간을 연장해 간이식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이보다 좋을 순 없을 겁니다. 바로 여기서 ‘바이오 인공간’이 사람의 간을 잠깐 대신해주는 건데요. 환자의 혈액을 12시간 정도 ‘바이오 인공간’에 연결해 순환시키면 일주일 정도는 더 버틸 수 있고 여러 번 돌리면 그 시간은 더 늘어난다고 합니다.

■왜 하필 인공간에 돼지 간세포?

사실 인공간 역할을 하는 독소 여과 장치는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바이오가 아닌 인공 필터막이 암모니아 독소를 걸러주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전신 혈액을 외부 기계장비로 한꺼번에 돌리다보니 제거 효율이 높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혈액이 필터를 통과하면서 흐름이 잘 막히는 등 여러 가지 기술적 문제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게 바이오, 바로 무균 돼지의 간세포입니다. 아무래도 기계보다는 사람의 간과 유사하게 간기능을 수행할거라는 판단 때문입니다. 왜 하필 돼지냐고요? 이유는 돼지의 경우 장기가 크고 유전적 일치도가 비교적 높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아무거나 잘 먹고, 잘 크기 때문에 대량으로 간세포를 배양하기에 좋다고 하네요. 이 때문에 이미 성공한 미국이나 유럽의 여러 나라들도 대부분 돼지의 간을 사용했습니다.

■바이오 인공간의 핵심기술은 미세 캡슐!

‘바이오 인공간’의 모식도를 한번 보면 무균 돼지의 간세포를 배양해 기계통에 넣고 환자의 피를 통과시면 독소는 제거되고, 혈액에 필요한 영양인자는 더해지는 원리입니다. 언뜻 봐선 간단해보이지만, 만만한 기술이 아닙니다. 만약에 돼지간세포로 사람의 혈액을 여과시키다가 돼지세포가 자칫 우리 몸에 유입되면 어떨까요? 돼지 간세포는 사람과 다른 이종장기이기 때문에 심각한 면역부작용이 발생해 자칫 쇼크사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이 난관을 미세캡슐로 해결했는데요. 우선 원형 캡슐 막으로 돼지 간세포를 감싸서 기계장치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가둬놓습니다. 그리고 캡슐 막에 미세 구멍을 만들어서 사람의 혈액만 통과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부작용은 최소화하면서 효율은 극대화시킨 겁니다. 미세캡슐이야말로 바이오 인공간의 성공여부를 가르는 핵심기술로 볼 수 있습니다.

이번에 국내에서 처음 치료에 성공한 ‘바이오 인공간’은 임상시험 등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은 상황입니다. 장기 기증자가 부족한 국내 현실을 비춰볼 때 하루 빨리 ‘바이오 인공간’이 상용화된다면 생사가 달린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간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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