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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 카레라스 “노래하는 인간으로 남고 싶어요”
입력 2014.11.22 (18:52) 수정 2014.11.23 (09:41)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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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테너 중 한명으로, 백혈병을 이겨낸 호세 카레라스가 4년 만에 우리나라를 다시 찾았습니다.

'사랑'을 주제로, 자신의 음악인생 40년을 돌아보는 자리이기도 한 이번 공연과 그동안의 근황,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KBS가 들어봤습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Q1. 4년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소감은?

-저번에 2010년에 왔던 것 같은데요, 항상 설레요.

한국 팬들은 언제나 참 따뜻하고, 저한테 많은 애정을 보여주시거든요.

큰 기쁨이죠.

그리고 그 외에도 한국 청중들은 갈수록 지식의 지평이 넓어지는 것 같아요.

50년 전에는 거의 시작하는 단계였다면 요즘은 문화로 자리잡아 가고 있구나 하는 게 느껴져요.

그리고 한국 출신의 음악가나 성악가들도 주목하고 있어요.

지금 미국이나 유럽에서 많이 공부하고 있는데 참 실력이 좋아요. 요즘은 음악계에서도 한국 사람들의 활약이 큰 것 같아요.

2. 건강은 어떠신가요?

-물어봐줘서 고마워요. 아주 좋아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삶은 이제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왔고요, 특별히 약을 먹거나 치료를 받는 것도 없고, 이미 오래 전에 의사들이 이제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해도 된다는 청신호를 줬어요. 아주 운이 좋은 거죠.

3. 축구는 여전히 좋아하세요?

-그럼요, 항상 제일 좋아하는 거죠. 물론 음악보다야 아니겠지만요.

제 고향팀인 FC 바르셀로나의 오랜 팬이고, 늘 그들을 사랑하고 응원하고 있어요.

바르셀로나에 있을 때는 아들과 자주 경기도 보러가고 그래요.

지금도 멀리 아시아에 있지만, 토요일날 바르셀로나에서 경기가 열리거든요.

요즘은 기술이 좋잖아요. 그래서 경기를 볼 거에요.

시차 때문에 새벽 네 시에 일어나야겠지만, 그래도 볼 거에요.

4. 그 동안 삶의 변화가 있었다면?

-2006년과 비교했을 때 손주가 넷이나 늘었어요.

손자 둘, 손녀 둘인데 기적같은 일이죠.

성악가로서의 삶은 계속되고 있고요.

일상은 비슷해요. 세계를 돌며 콘서트도 하고요.

올 봄과 여름에는 저를 위해 헌정된 새로운 오페라를 했는데 아주 반응이 좋았어요.사람들이 아주 좋아했죠.

일흔을 바라보는 이 나이에도 새로운 도전은 항상 좋은 것 같아요.

5. 같은 시기 도밍고가 내한해 라이벌 아니냐고 묻는데?

-당연한 질문이죠. 아주 클래식한 질문이에요. 늘 이야기하듯이 잘못된 질문은 없고, 나쁜 답이 있을 뿐인데요.

어떤 분들은 플라시도 도밍고와 제가 라이벌이 아니냐고 생각하시는데 그렇지 않아요.

우리는 직업적으로나 개인적으로도 아주 좋은 친구랍니다.

6. 백혈병을 계기로 관계가 좋아졌다는데?

-일례를 하나 얘기해줄게요. 백혈병 때문에 미국 씨애틀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을 때 도밍고가 병문안을 왔었어요.

그것만 봐도 우리가 그냥 직업적 동료의 관계만은 아니고 그 이상이라는 걸 알 수가 있죠. 그리고 그 때는 쓰리 테너스 공연을 하기 전이었어요.

우리는 이미 1970년대부터 좋은 관계를 맺고 있었고, 개인적으로 도밍고에게 고마운게 많아요.

그는 항상 저를 응원해주고 도와주려고 해요.

이제 우리가 경쟁 관계가 아니라는 거 아시겠죠?

7. 병문안하러 왔을 때 기분이 어땠는지?

-그 때는 정말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였죠.

하지만 도밍고가 굉장히 많은 용기를 주었고, 진정한 친구가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친구에게 해줄 수 있는 많은 격려의 말들을 해주었어요.

8. 성악가가 아니라면 의사가 되고 싶다고 했는데?

-백혈병 투병 이후로 의사들을 많이 알게 됐죠.

다 나아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병을 이길 수 있어서 말이에요.

이후 저는 백혈병 연구를 위한 재단을 세웠고, 지금은 국제적인 조직으로 발전해 고향 바르셀로나에 본부가 있고, 스위스와 미국, 독일에도 지부가 있어요.

재단 일을 하면서 의사와 연구원, 환자들을 많이 만나는데 특히 혈액학자를 많이 만나게 됐어요.

그러면서 그 분들이 하는 일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알게 됐어요.

의사 선생님들 뿐 아니라 의료계에 종사하시는 모든 분들이요.

9. 처음 백혈병 진단을 받았을 때 어떠셨나요?

-맨 처음에 백혈병 진단을 받았을 때는 "아, 왜 저에게 이런 일을..." 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스스로를 동정하고 신을 원망하게 되죠.

하지만 그건 하루 정도 뿐이에요.

곧 그런 비관적 태도는 아무 데도 쓸모가 없고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되죠.

그리고 이제 어떻게 해야할 지 생각하게 됩니다.

백만 분의 일이라도 가망성이 있다고 하면, 그걸 잡아야죠.

마음을 굳게 먹고 싸울 준비를 해야 하는 겁니다. 그리고 응전하는 거죠.

의사들의 얘기도 들어야 하고, 아무리 가망성이 없다고 해도 그 적은 가망성을 잡고 싸워야 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 때는 주변 환경도 매우 중요하죠.

의료진 뿐 아니라 가족, 친구들이 당신의 피신처가 되어주고 모든 게 다 잘 작용해야 해요.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환자의 마음 가짐이죠.

나는 이제 전사로서 싸울 준비가 되었다라는 결연함이요.

10. 병을 극복하며 얻은 점이 있다면?

-당신의 한계를 넘어서 살아남게 되면 인생에서 이해의 폭이 넓어지죠.

삶에서 우선 순위도 바뀌고요.

이제껏 집중하고 오랫동안 중시했던 것들이 여전히 중요하게 생각되긴 해도 삶에서 근본적으로 중요하지는 않다고 느끼는 경우도 생깁니다.

더 성숙해진다고 할까요? 더 겸허해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사람들하고 이해의 폭도 더 넓어지고요.

아마 어려운 시기를 겪은 모든 환자들이 다 그럴 것 같아요.

저처럼 오랫동안 병마와 싸워본 사람들이라면요.

11. 병을 극복하고 다시 무대에 섰을 때는?

-아마 상상도 못할 걸요. 영어로 말하려니 힘든데, 맨날 하는 일상적인 일들 있잖아요.

몇 달이 지난 후에 몸에 아무런 기기도 붙이지 않은 채 샤워를 할 수 있게 됐을 때의 그 기쁨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몰라요.

하나의 예에 불과하지만, 제가 10개월 정도 지나서 퇴원했을 때 여전히 의사 선생님들께서 "조심하세요. 여전히 경과를 유심히 지켜봐야 하고요, 그리고 병이 완전히 나았는지도 계속 관찰하야 합니다.

그리고 몇 달 후까지는 이틀에 한 번 계속해서 혈액검사를 해야 됩니다." 라고 주의를 주셨지만, 그래도 날아갈 듯한 기분은 뭐라 말할 수가 없어요. 승자가 된 기분이죠.

비할 데 없는 자유로움이에요.

다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랄까요.

12. 평소에는 어떻게 지내세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거나 재단 일로 바빠요.

개인 트레이너와 운동도 하고요.

아침 9시쯤 일어나고 저녁 때 늦게 자요.

새벽 두 시 전에는 거의 자는 법이 없어요.

독서도 하고, 티브이도 보고 그러죠.

할 일이 많아요. 감사하게도.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복도 많이 받았고, 제 주위에 좋은 사람들도 많고요.

가족들 뿐 아니라 함께 일하고 항상 저를 도와주는 사람들이요.

13. 연습은 얼마나 하시나요?

-때에 따라 달라요. 왜냐 하면 어떤 때는 목소리는 많은 연습을 필요로 하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쉬는 게 더 필요할 때도 있거든요.

목소리는 변덕이 매우 심해요.

특히 테너 가수는 더 그렇죠.

아주 세심하게 목소리를 다루고 신경써줘야 해요.

휴식을 주는 것까지 포함해서.

그러니까 운동도 하고, 연습도 하고 적절히 균형을 맞춰 해야죠.

연습과 쉼 둘 다요.

14. 다시 태어나도 성악가가 되고 싶다고 했는데?

-성악가가 저한테 왜 좋은지는 얘기할 수 있어요.

왜냐면 성악은 제가 직업인으로서의 자아 뿐만 아니라 인간 호세 카레라스로서 존재의 이유를 느끼게 해줘요.

제가 느끼는 감정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으니까요.

제가 제 안에 느끼고 갖고 있는 감정들을 제 목소리를 통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세상에서 그보다 더 좋은 직업은 없는 것 같아요.

노래를 하면서 자아를 표현할 수 있고 남들과도 소통할 수 있죠.

15. 처음에 어떻게 성악가의 길로 들어서게 됐나?

-좀 유치할 수도 있는데, 어렸을 때 부모님을 따라 영화관에 갔어요.

그 때 우연히 카루소의 일생을 다룬 영화를 보게 됐는데, 마리오 란자라고 하는 미국 테너가 출연했어요. 카루소 역할이었는데 감미로운 목소리 뿐 아니라 아주 매력있는 캐릭터와 카리스마까지 겸비하고 있었어요.

그 때 저는 어렸지만, 그의 노래 실력 뿐 아니라 그 사람에 반했어요.

아마도 그 경험이 음악적 본능과 성악에 대한 저의 열정을 일깨운 것 같아요.

그 날 이후로 저는 그 영화에서 들었던 노래들을 부르기 시작했고, 어찌나 고집을 부렸는지 부모님께서 결국 음악을 시작하게 해주셨어요.

일곱 살 때였죠. 저는 줄곧 성악가가 되기 위해 노력했고, 악기를 다룬다거나, 지휘자가 된다거나 하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어요.

오직 성악가가 되고 싶었죠.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운명이 제가 성악가로 성공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 거죠.

16. 이후로 죽 성공가도를 달려오신 건가요?

-네, 운이 좋았어요. 직업적 성악가로 나섰을 때가 스물세 살이었는데 어렸죠.

그런데 실력이 꽤 괜찮았어요. 테너는 말이죠, 실력이 괜찮으면 성공하기가 쉬워요.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제 경우가 그랬단 말입니다.

스물일곱 살에 이미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무대에 섰고, 라 스칼라 극장과 런던, 빈, 도쿄 등에서도 공연했어요. 아주 운이 좋았던 거죠.

테너 가수의 경우 젊어서부터 두각을 나타내면 빨리 성공하기가 쉬워요.

17. 흔히 사람의 목소리를 최고의 악기라고 하는데?

-일단 사람의 목소리잖아요. 그 어떤 악기보다도 인간적인 거죠.

악기연주자들조차도 사람다운 방식으로 연주하면서 악기를 통하여 많은 감정을 전달하려고 하지만, 그래도 악기와 사람 목소리로 노래부르는 것과는 차이가 있죠.

물론 그래서 안 좋은 점도 있어요.

제 몸에 악기를 지니고 있다보니까 케이스에 넣을 수도 없고, 가지고 다닐 수도 없고, 또는 피아노처럼 닫아놓을 수도 없죠.

다시 말해 많은 요인들의 영향을 받는다는 뜻이에요.

공기, 에어컨, 바이러스 등등.

저는 이제 더 이상 준비나 재능에 기대는 시기는 지났고, 이제는 신체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시기예요.

아시다시피 성대는 1인치 밖에 안 되잖아요.

그래서 작은 것에도 영향을 많이 받고 어제는 괜찮았는데 그 다음 날은 몸 상태 때문에 안 괜찮은 상황도 되는 거죠.

18. 미래의 호세 카레라스를 꿈 꾸는 사람들에게?

-좀 엄하게 이야기해야겠는데요. 재능으로만은 되지 않습니다.

최상의 상태라고 되는 것도 아니에요.

연습 시설이라든지 공연장 시설이 좋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요.

제 낮은 생각으로는,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훈련(노력)이에요.

성악가나 연주자, 또 사업가 조차도 그 누구도 진짜 열심히 노력하고 훈련하지 않고 성공하는 사람은 없어요.

그리고 다른 또 한 가지는 신념(의지)입니다.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해요.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알아야 하고, 이 정도면 됐다 싶을 만큼 준비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만약 스스로 판단이 잘 안 선다면 다른 사람들로부터 조언이나 의견을 구할 필요도 있어요.

당신에게 그런 조언을 줄 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요.

그래서 훈련(연습)과 신념(의지)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수없이 음악을 들어야지요.

선생님으로부터 목소리 교정을 받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매일 오페라 하나씩을 들어야하고 이해해야 합니다.

스폰지 같이 흡수해야 돼요.

음악과 오페라, 성악을 적절히 다 소화해야 하죠.

수 많은 성악가들이 노래하는 걸 듣고, 이 사람은 어떻게 이런 소리를 내는지, 어떻게 이게 가능한지, 나라면 어떻게 소화했을지 고민해봐야 합니다.

누구를 흉내내기 위해서가 아니고, 당신이 어떻게 해야 할 지 알기 위해서, 또 어떻게 하면 안 되는지 파악하기 위해서 당신은 철저히 몰입(imbuido)해야 합니다.

완전히 음악과 오페라에 빠져야 합니다.

하루 적어도 세 시간은 오페라를 듣고 레퍼토리를 익혀야 하죠.

19. 은퇴 계획은?

-구체적인 계획은 없습니다.

몸 상태도 좋고, 현재 하고 있는 일이 좋아요.

좀 이기적인지 모르겠지만, 저는 제 일이 좋고, 여행다니는 게 여전히 즐겁고, 공연 때의 그 긴장감을 계속 느끼고 싶습니다.

모르겠어요. 제 바람은 몇 년 더 이렇게 활동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몇 년 동안 말이에요.

20. 이번 공연의 주제가 'For Love'이던데 카레라스에게 사랑이란?

-늘 하는 이야기인데, 제 생각엔 사랑이 우리 삶 속 모든 것의 원동력인 것 같아요.

사랑에는 아주 많은 다른 종류의 사랑이 있죠.

반려자에 대한 사랑, 청소년기에 배우를 향한 불타는 사랑, 파트너에 대한 열정, 가족, 부모, 형제와 자매를 향한 사랑도 중요하고, 친구들에 대한 사랑도요.

인생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의지할 수 있는 그런 상대에 대한 사랑, 그리고 자녀들에 대한 사랑이나 저처럼 손주들에 대한 사랑도 있고, 그리고 나의 직업, 즉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사랑이요.

제 생각에 가장 행복한 삶은 당신의 직업, 당신이 하는 일이 당신의 천직인 삶인 것 같아요. 그 무엇과도 비할 수 없죠.

매일 일어났을 때, "와, 오늘도 내 일이 있어서 행복해"라고 느낄 수 있다면 인생에서 그 보다 더 좋은 건 없는 것 같아요.

21. 마지막으로 한 인간으로서 남기고 싶은 말은?

-맨날 하는 그런 이야기-즉, 모두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이런 것 말고요. 그건 당연하니까요.

그리고 지금 아파 계신 분들께 빨리 나으셨으면 좋겠다는 말씀 이외에 또 중요한 메시지가 있는데 사람들이 간혹 저더러 "어떻게 기억되고 싶으냐?"고 물어요.

제 대답은. "저는 테너 가수로서 기억되고 싶지 않아요." "저는 노래를 했던 한 사람으로서 기억되고 싶어요." 입니다.

그 둘의 차이는, 제가 노래를 부름으로써 전달하고 싶은 것은, 제가 테너 가수라는 게 아니라 노래하는 인간이라는 것이에요.

22. 그 둘이 어떻게 다른가요?

-그 둘의 차이는, 인간으로서는 고음의 소리를 아름답게 낼 줄 아는 테너라는 사실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요. 물론 제가 평생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기교에만 관심있고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겠죠.

어떻게 좋은 소리를 내고, 좋은 공연을 하는지에만 관심이 있는 그런 사람 말에요.

저는 그보다 좀 더 깊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저는 감정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 호세 카레라스 “노래하는 인간으로 남고 싶어요”
    • 입력 2014-11-22 18:52:44
    • 수정2014-11-23 09:41:40
    문화
세계 3대 테너 중 한명으로, 백혈병을 이겨낸 호세 카레라스가 4년 만에 우리나라를 다시 찾았습니다.

'사랑'을 주제로, 자신의 음악인생 40년을 돌아보는 자리이기도 한 이번 공연과 그동안의 근황,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KBS가 들어봤습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Q1. 4년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소감은?

-저번에 2010년에 왔던 것 같은데요, 항상 설레요.

한국 팬들은 언제나 참 따뜻하고, 저한테 많은 애정을 보여주시거든요.

큰 기쁨이죠.

그리고 그 외에도 한국 청중들은 갈수록 지식의 지평이 넓어지는 것 같아요.

50년 전에는 거의 시작하는 단계였다면 요즘은 문화로 자리잡아 가고 있구나 하는 게 느껴져요.

그리고 한국 출신의 음악가나 성악가들도 주목하고 있어요.

지금 미국이나 유럽에서 많이 공부하고 있는데 참 실력이 좋아요. 요즘은 음악계에서도 한국 사람들의 활약이 큰 것 같아요.

2. 건강은 어떠신가요?

-물어봐줘서 고마워요. 아주 좋아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삶은 이제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왔고요, 특별히 약을 먹거나 치료를 받는 것도 없고, 이미 오래 전에 의사들이 이제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해도 된다는 청신호를 줬어요. 아주 운이 좋은 거죠.

3. 축구는 여전히 좋아하세요?

-그럼요, 항상 제일 좋아하는 거죠. 물론 음악보다야 아니겠지만요.

제 고향팀인 FC 바르셀로나의 오랜 팬이고, 늘 그들을 사랑하고 응원하고 있어요.

바르셀로나에 있을 때는 아들과 자주 경기도 보러가고 그래요.

지금도 멀리 아시아에 있지만, 토요일날 바르셀로나에서 경기가 열리거든요.

요즘은 기술이 좋잖아요. 그래서 경기를 볼 거에요.

시차 때문에 새벽 네 시에 일어나야겠지만, 그래도 볼 거에요.

4. 그 동안 삶의 변화가 있었다면?

-2006년과 비교했을 때 손주가 넷이나 늘었어요.

손자 둘, 손녀 둘인데 기적같은 일이죠.

성악가로서의 삶은 계속되고 있고요.

일상은 비슷해요. 세계를 돌며 콘서트도 하고요.

올 봄과 여름에는 저를 위해 헌정된 새로운 오페라를 했는데 아주 반응이 좋았어요.사람들이 아주 좋아했죠.

일흔을 바라보는 이 나이에도 새로운 도전은 항상 좋은 것 같아요.

5. 같은 시기 도밍고가 내한해 라이벌 아니냐고 묻는데?

-당연한 질문이죠. 아주 클래식한 질문이에요. 늘 이야기하듯이 잘못된 질문은 없고, 나쁜 답이 있을 뿐인데요.

어떤 분들은 플라시도 도밍고와 제가 라이벌이 아니냐고 생각하시는데 그렇지 않아요.

우리는 직업적으로나 개인적으로도 아주 좋은 친구랍니다.

6. 백혈병을 계기로 관계가 좋아졌다는데?

-일례를 하나 얘기해줄게요. 백혈병 때문에 미국 씨애틀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을 때 도밍고가 병문안을 왔었어요.

그것만 봐도 우리가 그냥 직업적 동료의 관계만은 아니고 그 이상이라는 걸 알 수가 있죠. 그리고 그 때는 쓰리 테너스 공연을 하기 전이었어요.

우리는 이미 1970년대부터 좋은 관계를 맺고 있었고, 개인적으로 도밍고에게 고마운게 많아요.

그는 항상 저를 응원해주고 도와주려고 해요.

이제 우리가 경쟁 관계가 아니라는 거 아시겠죠?

7. 병문안하러 왔을 때 기분이 어땠는지?

-그 때는 정말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였죠.

하지만 도밍고가 굉장히 많은 용기를 주었고, 진정한 친구가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친구에게 해줄 수 있는 많은 격려의 말들을 해주었어요.

8. 성악가가 아니라면 의사가 되고 싶다고 했는데?

-백혈병 투병 이후로 의사들을 많이 알게 됐죠.

다 나아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병을 이길 수 있어서 말이에요.

이후 저는 백혈병 연구를 위한 재단을 세웠고, 지금은 국제적인 조직으로 발전해 고향 바르셀로나에 본부가 있고, 스위스와 미국, 독일에도 지부가 있어요.

재단 일을 하면서 의사와 연구원, 환자들을 많이 만나는데 특히 혈액학자를 많이 만나게 됐어요.

그러면서 그 분들이 하는 일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알게 됐어요.

의사 선생님들 뿐 아니라 의료계에 종사하시는 모든 분들이요.

9. 처음 백혈병 진단을 받았을 때 어떠셨나요?

-맨 처음에 백혈병 진단을 받았을 때는 "아, 왜 저에게 이런 일을..." 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스스로를 동정하고 신을 원망하게 되죠.

하지만 그건 하루 정도 뿐이에요.

곧 그런 비관적 태도는 아무 데도 쓸모가 없고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되죠.

그리고 이제 어떻게 해야할 지 생각하게 됩니다.

백만 분의 일이라도 가망성이 있다고 하면, 그걸 잡아야죠.

마음을 굳게 먹고 싸울 준비를 해야 하는 겁니다. 그리고 응전하는 거죠.

의사들의 얘기도 들어야 하고, 아무리 가망성이 없다고 해도 그 적은 가망성을 잡고 싸워야 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 때는 주변 환경도 매우 중요하죠.

의료진 뿐 아니라 가족, 친구들이 당신의 피신처가 되어주고 모든 게 다 잘 작용해야 해요.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환자의 마음 가짐이죠.

나는 이제 전사로서 싸울 준비가 되었다라는 결연함이요.

10. 병을 극복하며 얻은 점이 있다면?

-당신의 한계를 넘어서 살아남게 되면 인생에서 이해의 폭이 넓어지죠.

삶에서 우선 순위도 바뀌고요.

이제껏 집중하고 오랫동안 중시했던 것들이 여전히 중요하게 생각되긴 해도 삶에서 근본적으로 중요하지는 않다고 느끼는 경우도 생깁니다.

더 성숙해진다고 할까요? 더 겸허해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사람들하고 이해의 폭도 더 넓어지고요.

아마 어려운 시기를 겪은 모든 환자들이 다 그럴 것 같아요.

저처럼 오랫동안 병마와 싸워본 사람들이라면요.

11. 병을 극복하고 다시 무대에 섰을 때는?

-아마 상상도 못할 걸요. 영어로 말하려니 힘든데, 맨날 하는 일상적인 일들 있잖아요.

몇 달이 지난 후에 몸에 아무런 기기도 붙이지 않은 채 샤워를 할 수 있게 됐을 때의 그 기쁨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몰라요.

하나의 예에 불과하지만, 제가 10개월 정도 지나서 퇴원했을 때 여전히 의사 선생님들께서 "조심하세요. 여전히 경과를 유심히 지켜봐야 하고요, 그리고 병이 완전히 나았는지도 계속 관찰하야 합니다.

그리고 몇 달 후까지는 이틀에 한 번 계속해서 혈액검사를 해야 됩니다." 라고 주의를 주셨지만, 그래도 날아갈 듯한 기분은 뭐라 말할 수가 없어요. 승자가 된 기분이죠.

비할 데 없는 자유로움이에요.

다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랄까요.

12. 평소에는 어떻게 지내세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거나 재단 일로 바빠요.

개인 트레이너와 운동도 하고요.

아침 9시쯤 일어나고 저녁 때 늦게 자요.

새벽 두 시 전에는 거의 자는 법이 없어요.

독서도 하고, 티브이도 보고 그러죠.

할 일이 많아요. 감사하게도.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복도 많이 받았고, 제 주위에 좋은 사람들도 많고요.

가족들 뿐 아니라 함께 일하고 항상 저를 도와주는 사람들이요.

13. 연습은 얼마나 하시나요?

-때에 따라 달라요. 왜냐 하면 어떤 때는 목소리는 많은 연습을 필요로 하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쉬는 게 더 필요할 때도 있거든요.

목소리는 변덕이 매우 심해요.

특히 테너 가수는 더 그렇죠.

아주 세심하게 목소리를 다루고 신경써줘야 해요.

휴식을 주는 것까지 포함해서.

그러니까 운동도 하고, 연습도 하고 적절히 균형을 맞춰 해야죠.

연습과 쉼 둘 다요.

14. 다시 태어나도 성악가가 되고 싶다고 했는데?

-성악가가 저한테 왜 좋은지는 얘기할 수 있어요.

왜냐면 성악은 제가 직업인으로서의 자아 뿐만 아니라 인간 호세 카레라스로서 존재의 이유를 느끼게 해줘요.

제가 느끼는 감정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으니까요.

제가 제 안에 느끼고 갖고 있는 감정들을 제 목소리를 통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세상에서 그보다 더 좋은 직업은 없는 것 같아요.

노래를 하면서 자아를 표현할 수 있고 남들과도 소통할 수 있죠.

15. 처음에 어떻게 성악가의 길로 들어서게 됐나?

-좀 유치할 수도 있는데, 어렸을 때 부모님을 따라 영화관에 갔어요.

그 때 우연히 카루소의 일생을 다룬 영화를 보게 됐는데, 마리오 란자라고 하는 미국 테너가 출연했어요. 카루소 역할이었는데 감미로운 목소리 뿐 아니라 아주 매력있는 캐릭터와 카리스마까지 겸비하고 있었어요.

그 때 저는 어렸지만, 그의 노래 실력 뿐 아니라 그 사람에 반했어요.

아마도 그 경험이 음악적 본능과 성악에 대한 저의 열정을 일깨운 것 같아요.

그 날 이후로 저는 그 영화에서 들었던 노래들을 부르기 시작했고, 어찌나 고집을 부렸는지 부모님께서 결국 음악을 시작하게 해주셨어요.

일곱 살 때였죠. 저는 줄곧 성악가가 되기 위해 노력했고, 악기를 다룬다거나, 지휘자가 된다거나 하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어요.

오직 성악가가 되고 싶었죠.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운명이 제가 성악가로 성공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 거죠.

16. 이후로 죽 성공가도를 달려오신 건가요?

-네, 운이 좋았어요. 직업적 성악가로 나섰을 때가 스물세 살이었는데 어렸죠.

그런데 실력이 꽤 괜찮았어요. 테너는 말이죠, 실력이 괜찮으면 성공하기가 쉬워요.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제 경우가 그랬단 말입니다.

스물일곱 살에 이미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무대에 섰고, 라 스칼라 극장과 런던, 빈, 도쿄 등에서도 공연했어요. 아주 운이 좋았던 거죠.

테너 가수의 경우 젊어서부터 두각을 나타내면 빨리 성공하기가 쉬워요.

17. 흔히 사람의 목소리를 최고의 악기라고 하는데?

-일단 사람의 목소리잖아요. 그 어떤 악기보다도 인간적인 거죠.

악기연주자들조차도 사람다운 방식으로 연주하면서 악기를 통하여 많은 감정을 전달하려고 하지만, 그래도 악기와 사람 목소리로 노래부르는 것과는 차이가 있죠.

물론 그래서 안 좋은 점도 있어요.

제 몸에 악기를 지니고 있다보니까 케이스에 넣을 수도 없고, 가지고 다닐 수도 없고, 또는 피아노처럼 닫아놓을 수도 없죠.

다시 말해 많은 요인들의 영향을 받는다는 뜻이에요.

공기, 에어컨, 바이러스 등등.

저는 이제 더 이상 준비나 재능에 기대는 시기는 지났고, 이제는 신체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시기예요.

아시다시피 성대는 1인치 밖에 안 되잖아요.

그래서 작은 것에도 영향을 많이 받고 어제는 괜찮았는데 그 다음 날은 몸 상태 때문에 안 괜찮은 상황도 되는 거죠.

18. 미래의 호세 카레라스를 꿈 꾸는 사람들에게?

-좀 엄하게 이야기해야겠는데요. 재능으로만은 되지 않습니다.

최상의 상태라고 되는 것도 아니에요.

연습 시설이라든지 공연장 시설이 좋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요.

제 낮은 생각으로는,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훈련(노력)이에요.

성악가나 연주자, 또 사업가 조차도 그 누구도 진짜 열심히 노력하고 훈련하지 않고 성공하는 사람은 없어요.

그리고 다른 또 한 가지는 신념(의지)입니다.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해요.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알아야 하고, 이 정도면 됐다 싶을 만큼 준비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만약 스스로 판단이 잘 안 선다면 다른 사람들로부터 조언이나 의견을 구할 필요도 있어요.

당신에게 그런 조언을 줄 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요.

그래서 훈련(연습)과 신념(의지)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수없이 음악을 들어야지요.

선생님으로부터 목소리 교정을 받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매일 오페라 하나씩을 들어야하고 이해해야 합니다.

스폰지 같이 흡수해야 돼요.

음악과 오페라, 성악을 적절히 다 소화해야 하죠.

수 많은 성악가들이 노래하는 걸 듣고, 이 사람은 어떻게 이런 소리를 내는지, 어떻게 이게 가능한지, 나라면 어떻게 소화했을지 고민해봐야 합니다.

누구를 흉내내기 위해서가 아니고, 당신이 어떻게 해야 할 지 알기 위해서, 또 어떻게 하면 안 되는지 파악하기 위해서 당신은 철저히 몰입(imbuido)해야 합니다.

완전히 음악과 오페라에 빠져야 합니다.

하루 적어도 세 시간은 오페라를 듣고 레퍼토리를 익혀야 하죠.

19. 은퇴 계획은?

-구체적인 계획은 없습니다.

몸 상태도 좋고, 현재 하고 있는 일이 좋아요.

좀 이기적인지 모르겠지만, 저는 제 일이 좋고, 여행다니는 게 여전히 즐겁고, 공연 때의 그 긴장감을 계속 느끼고 싶습니다.

모르겠어요. 제 바람은 몇 년 더 이렇게 활동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몇 년 동안 말이에요.

20. 이번 공연의 주제가 'For Love'이던데 카레라스에게 사랑이란?

-늘 하는 이야기인데, 제 생각엔 사랑이 우리 삶 속 모든 것의 원동력인 것 같아요.

사랑에는 아주 많은 다른 종류의 사랑이 있죠.

반려자에 대한 사랑, 청소년기에 배우를 향한 불타는 사랑, 파트너에 대한 열정, 가족, 부모, 형제와 자매를 향한 사랑도 중요하고, 친구들에 대한 사랑도요.

인생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의지할 수 있는 그런 상대에 대한 사랑, 그리고 자녀들에 대한 사랑이나 저처럼 손주들에 대한 사랑도 있고, 그리고 나의 직업, 즉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사랑이요.

제 생각에 가장 행복한 삶은 당신의 직업, 당신이 하는 일이 당신의 천직인 삶인 것 같아요. 그 무엇과도 비할 수 없죠.

매일 일어났을 때, "와, 오늘도 내 일이 있어서 행복해"라고 느낄 수 있다면 인생에서 그 보다 더 좋은 건 없는 것 같아요.

21. 마지막으로 한 인간으로서 남기고 싶은 말은?

-맨날 하는 그런 이야기-즉, 모두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이런 것 말고요. 그건 당연하니까요.

그리고 지금 아파 계신 분들께 빨리 나으셨으면 좋겠다는 말씀 이외에 또 중요한 메시지가 있는데 사람들이 간혹 저더러 "어떻게 기억되고 싶으냐?"고 물어요.

제 대답은. "저는 테너 가수로서 기억되고 싶지 않아요." "저는 노래를 했던 한 사람으로서 기억되고 싶어요." 입니다.

그 둘의 차이는, 제가 노래를 부름으로써 전달하고 싶은 것은, 제가 테너 가수라는 게 아니라 노래하는 인간이라는 것이에요.

22. 그 둘이 어떻게 다른가요?

-그 둘의 차이는, 인간으로서는 고음의 소리를 아름답게 낼 줄 아는 테너라는 사실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요. 물론 제가 평생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기교에만 관심있고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겠죠.

어떻게 좋은 소리를 내고, 좋은 공연을 하는지에만 관심이 있는 그런 사람 말에요.

저는 그보다 좀 더 깊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저는 감정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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