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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계속 하락,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입력 2014.11.30 (06:07) 연합뉴스
국제 유가가 계속 떨어져 배럴당 60달러 시대가 열렸다.

원유를 대거 수입하는 한국으로서는 좋은 소식이다. 기업들은 생산 가격이 내려간 만큼 투자를 확대할 수 있고, 유류비용 부담이 줄어든 가계는 소비를 늘릴 수 있다.

다만, 이미 1%대 초반대인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낮은 유가로 인해 더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져 마냥 반길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 끝없는 유가 내림세…OPEC 합의 실패로 더 떨어질 듯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배럴당 105달러를 넘나들던 두바이유 가격은 9월 들어 100달러 이하로 떨어지더니 11월엔 80달러 선을 뚫고 내려왔다.

세계 원유 생산량의 40% 가량을 차지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생산량을 줄이지 않기로 하자 28일(현지시간)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배럴당 69.09달러까지 하락했다.

같은 날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의 마감가격은 직전 거래일보다 10.2% 폭락한 66.15달러로 5년 2개월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근 국제 유가 하락은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수요 부족과 산유국들의 이해관계에 따른 공급 확대가 복잡하게 맞물린 결과다.

유가 하락의 방아쇠는 미국의 셰일가스가 당겼다. 미국은 발전한 채굴기술을 바탕으로 셰일가스 생산량을 2006년 하루 평균 31만배럴에서 지난해 348만배럴로 늘렸다.

이렇게 되자 위기감을 느낀 OPEC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OPEC은 1일 생산량 한도인 3천만배럴보다 30만∼40만배럴을 더 생산하며 셰일가스 '견제'에 나섰다.

일정 부분 손해를 보더라도 석유 가격을 내려 미국에 패권을 넘겨주지 않겠다는 계산이다.

원유 생산량이 늘어난 상황에서 수요는 오히려 둔화하고 있다. 중국 등 신흥국 경기 회복이 늦어지는 등 세계 경기가 좀처럼 반등할 조짐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에 OPEC이 감산 합의에 실패함에 따라 원유 가격이 앞으로 배럴당 60달러선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기업 생산비용 줄고 가계 소비여력 늘어

국제유가 급락은 자원 수출국인 브라질·러시아 등에는 악영향을 미치겠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원유 순수입국들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가 하락하면 기업의 생산 비용이 줄어든다. 기업은 이렇게 생긴 여력으로 투자를 늘릴 수 있다. 제품가격을 낮출 경우 소비도 진작되는 선순환 구조가 기대된다.

항공과 해운업체들에게 유가 하락은 특히 긍정적이다. 연료비가 절감되는 만큼 영업이익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가계의 경우 유류비 부담이 줄어 소비 여력이 커질 수 있다.

유가 하락으로 수출입 교역 여건도 개선되는 추세다. 지난달에는 수출 가격이 2.9% 내려가는 동안 유가 하락으로 수입 가격(-4.2%)이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렇게 되면 수출로 벌어들인 돈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이 많아진다. 대외 교역을 통한 우리 국민의 구매력이 커지는 것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과거 유가 하락 시 한국 경제의 반응을 반영한 경제 모형으로 보면, 유가가 떨어질 경우 경제성장률이 높아진다"며 "경상수지 흑자가 늘고 물가는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은 국제 유가가 10% 하락하면 기업 투자는 0.02%, 소비는 0.68%, 수출은 1.19% 증가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국내총생산(GDP)은 0.27%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저유가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데는 대체로 이견이 없다. 우리나라는 원유가 변동에 따른 영향을 크게 받는 만큼 저유가를 향유만 할 게 아니라 유가 상승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유가 하락으로 원자재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면 3∼5년 뒤에는 유가 급등이라는 부메랑이 날아올 수 있다"며 "이번에 유가가 떨어졌다고 해서 태양에너지, 전기에너지 등 대체 에너지 개발에 소홀해지면 안된다"고 말했다.

◇ 디플레 압력 증가…석유정제·조선업 수익성 악화 우려

유가 하락은 보통 국내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분석의 배경은 1%대 초반으로 내려온 '저물가'에 있다.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유가 하락에 따른 물가 안정이 반길 일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가가 공급 요인으로만 낮아졌다면 긍정적이지만, 지금으로서는 오히려 디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키면서 수요 부진을 가속화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석유정제산업 등 주력 업종의 수익성에 타격이 올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부담이다. 정유사들은 3분기에 이미 매출 비중의 70%가량을 차지하는 정유 부문에서 대규모 영업 손실을 본 상태다.

유가 하락으로 해상 유전 개발을 위한 해양플랜트 발주가 위축되면 조선업계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근본적으로 유가 하락이 세계 경기 위축에서 비롯됐다는 점도 우려할만한 점이다. 세계적인 수요 부족으로 유가가 내려간 측면이 있는 만큼, 수출 위주의 한국 경제도 전반적 침체 분위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부장은 "유가 하락의 원인이 경기 침체(수요 부족)를 반영했는지, 공급 우위를 반영했는지에 따라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달라진다"며 "지금처럼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유가까지 오르면 치명타인데, 그나마 다행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 국제유가 계속 하락,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 입력 2014-11-30 06:07:29
    연합뉴스
국제 유가가 계속 떨어져 배럴당 60달러 시대가 열렸다.

원유를 대거 수입하는 한국으로서는 좋은 소식이다. 기업들은 생산 가격이 내려간 만큼 투자를 확대할 수 있고, 유류비용 부담이 줄어든 가계는 소비를 늘릴 수 있다.

다만, 이미 1%대 초반대인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낮은 유가로 인해 더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져 마냥 반길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 끝없는 유가 내림세…OPEC 합의 실패로 더 떨어질 듯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배럴당 105달러를 넘나들던 두바이유 가격은 9월 들어 100달러 이하로 떨어지더니 11월엔 80달러 선을 뚫고 내려왔다.

세계 원유 생산량의 40% 가량을 차지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생산량을 줄이지 않기로 하자 28일(현지시간)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배럴당 69.09달러까지 하락했다.

같은 날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의 마감가격은 직전 거래일보다 10.2% 폭락한 66.15달러로 5년 2개월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근 국제 유가 하락은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수요 부족과 산유국들의 이해관계에 따른 공급 확대가 복잡하게 맞물린 결과다.

유가 하락의 방아쇠는 미국의 셰일가스가 당겼다. 미국은 발전한 채굴기술을 바탕으로 셰일가스 생산량을 2006년 하루 평균 31만배럴에서 지난해 348만배럴로 늘렸다.

이렇게 되자 위기감을 느낀 OPEC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OPEC은 1일 생산량 한도인 3천만배럴보다 30만∼40만배럴을 더 생산하며 셰일가스 '견제'에 나섰다.

일정 부분 손해를 보더라도 석유 가격을 내려 미국에 패권을 넘겨주지 않겠다는 계산이다.

원유 생산량이 늘어난 상황에서 수요는 오히려 둔화하고 있다. 중국 등 신흥국 경기 회복이 늦어지는 등 세계 경기가 좀처럼 반등할 조짐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에 OPEC이 감산 합의에 실패함에 따라 원유 가격이 앞으로 배럴당 60달러선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기업 생산비용 줄고 가계 소비여력 늘어

국제유가 급락은 자원 수출국인 브라질·러시아 등에는 악영향을 미치겠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원유 순수입국들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가 하락하면 기업의 생산 비용이 줄어든다. 기업은 이렇게 생긴 여력으로 투자를 늘릴 수 있다. 제품가격을 낮출 경우 소비도 진작되는 선순환 구조가 기대된다.

항공과 해운업체들에게 유가 하락은 특히 긍정적이다. 연료비가 절감되는 만큼 영업이익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가계의 경우 유류비 부담이 줄어 소비 여력이 커질 수 있다.

유가 하락으로 수출입 교역 여건도 개선되는 추세다. 지난달에는 수출 가격이 2.9% 내려가는 동안 유가 하락으로 수입 가격(-4.2%)이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렇게 되면 수출로 벌어들인 돈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이 많아진다. 대외 교역을 통한 우리 국민의 구매력이 커지는 것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과거 유가 하락 시 한국 경제의 반응을 반영한 경제 모형으로 보면, 유가가 떨어질 경우 경제성장률이 높아진다"며 "경상수지 흑자가 늘고 물가는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은 국제 유가가 10% 하락하면 기업 투자는 0.02%, 소비는 0.68%, 수출은 1.19% 증가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국내총생산(GDP)은 0.27%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저유가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데는 대체로 이견이 없다. 우리나라는 원유가 변동에 따른 영향을 크게 받는 만큼 저유가를 향유만 할 게 아니라 유가 상승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유가 하락으로 원자재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면 3∼5년 뒤에는 유가 급등이라는 부메랑이 날아올 수 있다"며 "이번에 유가가 떨어졌다고 해서 태양에너지, 전기에너지 등 대체 에너지 개발에 소홀해지면 안된다"고 말했다.

◇ 디플레 압력 증가…석유정제·조선업 수익성 악화 우려

유가 하락은 보통 국내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분석의 배경은 1%대 초반으로 내려온 '저물가'에 있다.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유가 하락에 따른 물가 안정이 반길 일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가가 공급 요인으로만 낮아졌다면 긍정적이지만, 지금으로서는 오히려 디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키면서 수요 부진을 가속화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석유정제산업 등 주력 업종의 수익성에 타격이 올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부담이다. 정유사들은 3분기에 이미 매출 비중의 70%가량을 차지하는 정유 부문에서 대규모 영업 손실을 본 상태다.

유가 하락으로 해상 유전 개발을 위한 해양플랜트 발주가 위축되면 조선업계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근본적으로 유가 하락이 세계 경기 위축에서 비롯됐다는 점도 우려할만한 점이다. 세계적인 수요 부족으로 유가가 내려간 측면이 있는 만큼, 수출 위주의 한국 경제도 전반적 침체 분위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부장은 "유가 하락의 원인이 경기 침체(수요 부족)를 반영했는지, 공급 우위를 반영했는지에 따라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달라진다"며 "지금처럼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유가까지 오르면 치명타인데, 그나마 다행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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