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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가계대출 또다시 급증…4조원 넘게 늘었다
입력 2014.11.30 (07:37) 연합뉴스
가계대출의 급증세가 끊이지 않고 있다.

'초이노믹스'로 불리는 부동산 규제완화와 저금리 정책이 가계대출의 폭증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 그동안 급증한 가계대출은 민간 소비를 급속히 냉각시킨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 11월 가계대출, 8·10월 이어 또다시 4조원 폭증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농협, 기업, 외환은행 등 7개 시중은행의 이달 27일 가계대출 잔액은 443조7천834억원으로 10월 말에 비해 3조9천973억원 급증했다. 마지막 영업일인 28일 증가분을 합치면 증가액은 4조원을 넘어선다.

이들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이 4조원을 넘어선 것은 8월 4조6천302억원, 10월 4조8천459억원에 이어 올해 들어 벌써 세번째다.

이들 7개 은행에 더해 가계대출을 취급하는 나머지 10개 은행을 합산하면 전체 은행권의 11월 가계대출 증가액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10월(6조9천억원 증가)에 버금가는 수준이 될 전망이다.

덩치가 가장 큰 국민, 우리, 신한은행 등 3대 은행의 경우 가계대출 증가액이 10월에 이어 두달 연속 각각 1조원을 넘어섰다.

11월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국민은행 1조2천386억원, 우리은행 1조669억원, 신한은행 1조600억원에 달한다. 10월 2천339억원에 불과했던 하나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도 11월에는 6천366억원으로 세배 가까이로 폭증했다.

가계대출의 급증은 역시 주택담보대출이 주도했다.

7개 은행의 11월 가계대출 증가액은 3조1천518억원에 달해 10월(3조8천586억원)에 이어 두달 연속 3조원을 넘어섰다. 부동산 규제완화로 주택 거래가 살아나면서 주택담보대출의 수요가 크게 늘어난 탓이다.

신용대출 증가액도 9월 1천611억원, 10월 8천279억원에 이어 두달 연속 크게 늘어 올해 들어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선 1조276억원을 기록했다. 부동산 경기의 활성화로 소비 심리가 살아났다는 분석도 있지만, 생계비 부족 등을 메우려는 수요도 만만찮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 "집값 떨어지면 주택대출 급증 '부메랑' 될 것"

중학교 교사인 박모(38)씨는 요즘 불안감을 떨치기 힘들다.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고 집값이 더 올라갈 것이라는 얘기에 2억원에 가까운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지난달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 5억원짜리 아파트를 장만한 것이 화근이 됐다. 집 장만을 한 뒤로 영 마음이 편치 않다.

박씨는 "집값이 더 오른다고 해서 샀는데 요즘 다시 하락세로 접어들었다는 얘기가 자꾸 들린다"며 "교사 박봉에 큰 맘 먹고 샀는데 집값이 다시 떨어질 수 있다니 마음만 불안해져 일단 부인에게 생활비부터 줄이라고 얘기해 놓았다"고 하소연했다.

박씨의 사례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와 저금리 유도를 통한 경기 활성화 정책인 '초이노믹스'의 한계를 드러낸다.

초이노믹스 영향으로 집값이 오르고 주택 매매가 활발해지면 문제는 없다. 부동산 중개업소, 이사업체, 가전·가구업체 등 주택 매매와 관련된 모든 업종이 돈을 벌고, 자산 가치가 늘어난 주택 소유자도 소비를 늘리게 된다.

문제는 초이노믹스의 약효가 떨어져 집값이 하락세로 접어들 때다. 무리해서 빚을 내 집을 산 사람은 질겁을 하게 되고 소비를 줄여 빚 갚기에 바빠진다. 초이노믹스의 일시적인 효과가 '부메랑'이 돼 돌아오는 셈이다.

이미 부동산 시장은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내고 있다.

부동산114의 서울 아파트 가격은 11월 셋째주 들어 22주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국민은행이 조사하는 부동산 현장지표인 'KB부동산 전망지수'는 9월 120.6으로 정점을 찍은 후 10월 113.7, 11월 104.1로 2개월 연속 하락했다.

부동산써브가 지난주 전국 부동산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73.5%가 "9·1 부동산대책 효과가 끝났다"고 답했다. 주택산업연구원의 주택경기실사지수는 지난달 157.6에서 이달 116.3으로 급락했다.

모든 부동산 관련 지표가 주택 시장의 짧았던 호황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나타내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한국은행이 발표한 1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3으로 세월호 참사 직후인 5월(105)보다 낮아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 경제와 관련해 "부동산 활성화 정책으로 인한 가계부채 비율 증가로 민간 소비의 리스크가 상승할 우려가 있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위험을 경고한 것으로 읽힌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풀고 금리를 낮춰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어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부채는 결국 상환해야 하는 자금이므로 장기적으로 소비 위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11월 가계대출 또다시 급증…4조원 넘게 늘었다
    • 입력 2014-11-30 07:37:05
    연합뉴스
가계대출의 급증세가 끊이지 않고 있다.

'초이노믹스'로 불리는 부동산 규제완화와 저금리 정책이 가계대출의 폭증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 그동안 급증한 가계대출은 민간 소비를 급속히 냉각시킨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 11월 가계대출, 8·10월 이어 또다시 4조원 폭증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농협, 기업, 외환은행 등 7개 시중은행의 이달 27일 가계대출 잔액은 443조7천834억원으로 10월 말에 비해 3조9천973억원 급증했다. 마지막 영업일인 28일 증가분을 합치면 증가액은 4조원을 넘어선다.

이들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이 4조원을 넘어선 것은 8월 4조6천302억원, 10월 4조8천459억원에 이어 올해 들어 벌써 세번째다.

이들 7개 은행에 더해 가계대출을 취급하는 나머지 10개 은행을 합산하면 전체 은행권의 11월 가계대출 증가액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10월(6조9천억원 증가)에 버금가는 수준이 될 전망이다.

덩치가 가장 큰 국민, 우리, 신한은행 등 3대 은행의 경우 가계대출 증가액이 10월에 이어 두달 연속 각각 1조원을 넘어섰다.

11월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국민은행 1조2천386억원, 우리은행 1조669억원, 신한은행 1조600억원에 달한다. 10월 2천339억원에 불과했던 하나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도 11월에는 6천366억원으로 세배 가까이로 폭증했다.

가계대출의 급증은 역시 주택담보대출이 주도했다.

7개 은행의 11월 가계대출 증가액은 3조1천518억원에 달해 10월(3조8천586억원)에 이어 두달 연속 3조원을 넘어섰다. 부동산 규제완화로 주택 거래가 살아나면서 주택담보대출의 수요가 크게 늘어난 탓이다.

신용대출 증가액도 9월 1천611억원, 10월 8천279억원에 이어 두달 연속 크게 늘어 올해 들어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선 1조276억원을 기록했다. 부동산 경기의 활성화로 소비 심리가 살아났다는 분석도 있지만, 생계비 부족 등을 메우려는 수요도 만만찮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 "집값 떨어지면 주택대출 급증 '부메랑' 될 것"

중학교 교사인 박모(38)씨는 요즘 불안감을 떨치기 힘들다.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고 집값이 더 올라갈 것이라는 얘기에 2억원에 가까운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지난달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 5억원짜리 아파트를 장만한 것이 화근이 됐다. 집 장만을 한 뒤로 영 마음이 편치 않다.

박씨는 "집값이 더 오른다고 해서 샀는데 요즘 다시 하락세로 접어들었다는 얘기가 자꾸 들린다"며 "교사 박봉에 큰 맘 먹고 샀는데 집값이 다시 떨어질 수 있다니 마음만 불안해져 일단 부인에게 생활비부터 줄이라고 얘기해 놓았다"고 하소연했다.

박씨의 사례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와 저금리 유도를 통한 경기 활성화 정책인 '초이노믹스'의 한계를 드러낸다.

초이노믹스 영향으로 집값이 오르고 주택 매매가 활발해지면 문제는 없다. 부동산 중개업소, 이사업체, 가전·가구업체 등 주택 매매와 관련된 모든 업종이 돈을 벌고, 자산 가치가 늘어난 주택 소유자도 소비를 늘리게 된다.

문제는 초이노믹스의 약효가 떨어져 집값이 하락세로 접어들 때다. 무리해서 빚을 내 집을 산 사람은 질겁을 하게 되고 소비를 줄여 빚 갚기에 바빠진다. 초이노믹스의 일시적인 효과가 '부메랑'이 돼 돌아오는 셈이다.

이미 부동산 시장은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내고 있다.

부동산114의 서울 아파트 가격은 11월 셋째주 들어 22주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국민은행이 조사하는 부동산 현장지표인 'KB부동산 전망지수'는 9월 120.6으로 정점을 찍은 후 10월 113.7, 11월 104.1로 2개월 연속 하락했다.

부동산써브가 지난주 전국 부동산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73.5%가 "9·1 부동산대책 효과가 끝났다"고 답했다. 주택산업연구원의 주택경기실사지수는 지난달 157.6에서 이달 116.3으로 급락했다.

모든 부동산 관련 지표가 주택 시장의 짧았던 호황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나타내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한국은행이 발표한 1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3으로 세월호 참사 직후인 5월(105)보다 낮아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 경제와 관련해 "부동산 활성화 정책으로 인한 가계부채 비율 증가로 민간 소비의 리스크가 상승할 우려가 있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위험을 경고한 것으로 읽힌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풀고 금리를 낮춰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어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부채는 결국 상환해야 하는 자금이므로 장기적으로 소비 위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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