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열패밀리’ 승진 잔치…과장·부장님은 허탈

입력 2014.11.30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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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서열 4위인 LG그룹은 최근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내년 1월1일자로, 작년 규모(126명)와 비슷한 130명의 임원 승진이 이뤄졌다. 임원 승진 대상자 중 단연 눈에 띄는 건,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아들인 구광모(36) ㈜LG 시너지팀 부장.

구 부장은 오너가 4세로, 미국 로체스터 인스티튜트 공과대학을 졸업한 후 국내 IT솔루션회사에 3년간 산업 기능요원으로 일했다. 이 경력을 인정받아, 2006년 LG전자 재경부서에 대리로 입사했고, 미국 뉴저지 법인 근무를 거쳐 작년 1월 국내로 들어왔다. 창원공장에서 근무하다 지주사인 LG 시너지팀으로 옮겼다.


<구광모 LG시너지팀 부장>

구 부장이 LG전자에 입사해 임원으로 승진하기까지 걸린 기간은 불과 8년. 그야말로 초고속 승진인 셈인데, 이를 바라보는 LG 임직원의 마음은 허탈할 수 밖에 없다.

LG의 주력 계열사인 LG전자의 인사 시스템은 올해부터 바뀌었다.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의 기본 승급 기준을 4-4-4-4년에서 4-4-5-5년으로 변경했다. 과장에서 차장, 차장에서 부장의 승진연한을 각각 4년에서 5년으로 1년씩 늘린 것. LG전자 신입사원이 부장이 되려면 무려 18년이나 걸리고, '기업의 별'인 임원이 되려면 20년은 넘어야 한다는 얘기다.

반면 구 부장은 이러한 인사 시스템에서 벗어나, 무려 10년 이상을 앞당겨 LG의 임원으로 승진한 셈이다.

◆ 거침없는 '로열패밀리' 승진

'로열 패밀리'의 후계자들 승진은 거침없다.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49개 기업집단 중 상장사를 보유한 44개 그룹 234개 기업의 임원 현황(올해 1분기 보고서 기준)을 조사한 결과, 총 7679명 임원 중 대주주 일가가 137명이었다.

대주주 일가의 상무 평균 나이는 41세로 대주주가 아닌 임원(51세)보다 10년이나 젊었다. 평균 나이로 보면, 첫 임원인 상무는 40.2세, 전무 42.2세 등 대주주 일가의 고위임원 평균 나이는 40대 초반에 불과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오른쪽)>

로열 패밀리 출신은 초고속 승진이 많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6)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남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45)은 모두 10년 이내에 임원으로 승진한 경우다.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로열 패밀리 출신의 30대 젊은 임원도 수두룩하다. 그만큼 고속 승진의 배를 탔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막내딸 대한항공 조현민(31) 전무, 서울도시가스 김영민 회장의 장남 김요한(32) 부사장, 유니온 이건영 회장의 장남인 이우선(32) 상무, 삼천리 이만득 회장의 셋째 딸 이은선(32) 이사, GS 허창수 회장의 장남 GS건설 허윤홍(35) 상무, LS전선 구자엽 회장의 외아들인 LS산전 구본규(35) 이사, 금호그룹 고 박정구 전 회장의 아들인 금호석유화학 박철완(36) 상무, 박찬구 회장의 장남 박준경(36) 상무, 세아그룹 고 이운형 회장 장남인 세아베스틸 이태성(36) 상무, 세아홀딩스 이순형 회장의 장남 이주성(36) 상무, 하이트진로 박문덕 회장의 장남 박태영(36) 전무 등이 꼽힌다.

◆ 샐러리맨, 임원 승진 확률 1%도 안돼

그렇다면 평범한 직장인들은 어떨까. 월급을 받는 샐러리맨이 평사원으로 입사해 임원으로 승진할 확률은 1%도 안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219개 기업을 대상으로‘2014년 승진·승급관리 실태’를 조사한 결과, 승급 기준에 맞춰 승진할 경우 신입사원이 임원으로 승진하는 비율은 0.74%에 불과했다. 1000명 중 7명 정도만 승진했다는 얘기다.

샐러리맨의 임원 승진 기회도 점차 줄고 있다. 2005년 조사에서는 12명, 2011년은 7.9명으로 임원이 되기 위한 문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수십년간 한 회사에서 일하는 샐러리맨 입장에서는, 이들 로열 패밀리와의 괴리감에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A대기업에 근무하는 한 부장은 "오너의 자녀이고 경영권 승계를 위한 기업의 전략으로 본다"며 "스스로 위로한다"고 말했다. B대기업에 다니는 한 부장은 "10여년 이상을 앞질러 승진하는 로열 패밀리를 보면서, 그동안 내가 뭘 했는지 상대적 박탈감이 들기도 한다"고 전했다.

물론 과거와 달리, 오너의 자녀라는 신분을 앞세워 특권을 행사하는 로열 패밀리는 이제 거의 없다는 게 재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오히려 수수하거나 평범한 모습으로, 직원들과 호흡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오너의 자녀와 같이 일해 본 경험이 있다는 C대기업의 한 직원은 "평범한 직장인처럼, 저녁에 같이 술도 먹고 밤을 세워 일하기도 했다"며 "나중에 오너의 자녀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도, 평소처럼 근무해 별 다른 거부감이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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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1-30 07:40:04
    경제
재계 서열 4위인 LG그룹은 최근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내년 1월1일자로, 작년 규모(126명)와 비슷한 130명의 임원 승진이 이뤄졌다. 임원 승진 대상자 중 단연 눈에 띄는 건,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아들인 구광모(36) ㈜LG 시너지팀 부장. 구 부장은 오너가 4세로, 미국 로체스터 인스티튜트 공과대학을 졸업한 후 국내 IT솔루션회사에 3년간 산업 기능요원으로 일했다. 이 경력을 인정받아, 2006년 LG전자 재경부서에 대리로 입사했고, 미국 뉴저지 법인 근무를 거쳐 작년 1월 국내로 들어왔다. 창원공장에서 근무하다 지주사인 LG 시너지팀으로 옮겼다. <구광모 LG시너지팀 부장> 구 부장이 LG전자에 입사해 임원으로 승진하기까지 걸린 기간은 불과 8년. 그야말로 초고속 승진인 셈인데, 이를 바라보는 LG 임직원의 마음은 허탈할 수 밖에 없다. LG의 주력 계열사인 LG전자의 인사 시스템은 올해부터 바뀌었다.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의 기본 승급 기준을 4-4-4-4년에서 4-4-5-5년으로 변경했다. 과장에서 차장, 차장에서 부장의 승진연한을 각각 4년에서 5년으로 1년씩 늘린 것. LG전자 신입사원이 부장이 되려면 무려 18년이나 걸리고, '기업의 별'인 임원이 되려면 20년은 넘어야 한다는 얘기다. 반면 구 부장은 이러한 인사 시스템에서 벗어나, 무려 10년 이상을 앞당겨 LG의 임원으로 승진한 셈이다. ◆ 거침없는 '로열패밀리' 승진 '로열 패밀리'의 후계자들 승진은 거침없다.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49개 기업집단 중 상장사를 보유한 44개 그룹 234개 기업의 임원 현황(올해 1분기 보고서 기준)을 조사한 결과, 총 7679명 임원 중 대주주 일가가 137명이었다. 대주주 일가의 상무 평균 나이는 41세로 대주주가 아닌 임원(51세)보다 10년이나 젊었다. 평균 나이로 보면, 첫 임원인 상무는 40.2세, 전무 42.2세 등 대주주 일가의 고위임원 평균 나이는 40대 초반에 불과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오른쪽)> 로열 패밀리 출신은 초고속 승진이 많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6)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남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45)은 모두 10년 이내에 임원으로 승진한 경우다.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로열 패밀리 출신의 30대 젊은 임원도 수두룩하다. 그만큼 고속 승진의 배를 탔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막내딸 대한항공 조현민(31) 전무, 서울도시가스 김영민 회장의 장남 김요한(32) 부사장, 유니온 이건영 회장의 장남인 이우선(32) 상무, 삼천리 이만득 회장의 셋째 딸 이은선(32) 이사, GS 허창수 회장의 장남 GS건설 허윤홍(35) 상무, LS전선 구자엽 회장의 외아들인 LS산전 구본규(35) 이사, 금호그룹 고 박정구 전 회장의 아들인 금호석유화학 박철완(36) 상무, 박찬구 회장의 장남 박준경(36) 상무, 세아그룹 고 이운형 회장 장남인 세아베스틸 이태성(36) 상무, 세아홀딩스 이순형 회장의 장남 이주성(36) 상무, 하이트진로 박문덕 회장의 장남 박태영(36) 전무 등이 꼽힌다. ◆ 샐러리맨, 임원 승진 확률 1%도 안돼 그렇다면 평범한 직장인들은 어떨까. 월급을 받는 샐러리맨이 평사원으로 입사해 임원으로 승진할 확률은 1%도 안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219개 기업을 대상으로‘2014년 승진·승급관리 실태’를 조사한 결과, 승급 기준에 맞춰 승진할 경우 신입사원이 임원으로 승진하는 비율은 0.74%에 불과했다. 1000명 중 7명 정도만 승진했다는 얘기다. 샐러리맨의 임원 승진 기회도 점차 줄고 있다. 2005년 조사에서는 12명, 2011년은 7.9명으로 임원이 되기 위한 문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수십년간 한 회사에서 일하는 샐러리맨 입장에서는, 이들 로열 패밀리와의 괴리감에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A대기업에 근무하는 한 부장은 "오너의 자녀이고 경영권 승계를 위한 기업의 전략으로 본다"며 "스스로 위로한다"고 말했다. B대기업에 다니는 한 부장은 "10여년 이상을 앞질러 승진하는 로열 패밀리를 보면서, 그동안 내가 뭘 했는지 상대적 박탈감이 들기도 한다"고 전했다. 물론 과거와 달리, 오너의 자녀라는 신분을 앞세워 특권을 행사하는 로열 패밀리는 이제 거의 없다는 게 재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오히려 수수하거나 평범한 모습으로, 직원들과 호흡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오너의 자녀와 같이 일해 본 경험이 있다는 C대기업의 한 직원은 "평범한 직장인처럼, 저녁에 같이 술도 먹고 밤을 세워 일하기도 했다"며 "나중에 오너의 자녀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도, 평소처럼 근무해 별 다른 거부감이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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