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자동차 번호판이 ‘로또’인 이유

입력 2014.11.30 (15:38) 수정 2014.11.30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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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가히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건 단연 '자동차'다. 베이징에서 출퇴근 시간이 되면 ‘빅뱅(대폭발)’을 연상케 할 정도로 많은 차량들이 도로로 쏟아져 나온다. 얼마전까지 만해도 텐안먼 광장을 가득 메운 자전거는 이제 거의 사라졌다. 자전거는 더 이상 베이징의 명물이 아니다. 실제로 중국 공안부교통관리국은 11월 27일 현재 중국내 차량 운전자 수가 3억 명을 돌파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중에 2억 4천4백여 만 명이 자가용 운전자라는 것이다. 이것은 운전자 수로 세계 1위라며 중국이 본격적인 자동차 사회에 접어들었다고 중국 언론은 그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전체 차량 보유 대수도 이미 2억 6천4백만 대를 넘어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차량 보유국이 됐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는 올해 2천만 대를 돌파했다.

그런데 이런 엄청난 운전자 수도 놀랍지만 그 증가속도는 더욱 놀랍다. 중국이 건국한 1949년 이후 처음으로 운전자 수가 1억 명에 도달한 것은 2003년이다. 54년만의 일이다. 그런데 그 이후 운전자 수가 2억 명에 도달한 해는 2010년이다. 1억 명이 늘어나는데 불과 7년밖에 걸리지 않은 것이다. 그러더니 또다시 1억 명이 늘어난 3억 명을 돌파하는데는 4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운전자 수가 급증하다 보니 차량 증가 속도도 폭발적이다.

지난 10년 동안 평균 1,500만 대의 차량이 해마다 늘고 있다. 자가용 차량만 1억 5천 4백만대에 이르고 베이징과 청두,선전 등 중국내 10개 도시는 차량이 이미 2백만 대를 넘어섰다.

그런데 폭발적인 차량 급증에는 차량 소외 계층이 따로 있을 수 없다. 25세 이하 낮은 연령층과 여성층, 60세 이상의 고연령층에서도 차량 운전이 크게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 공안부 교통관리국은 지난 10년 전과 비교해 25세 이하 저연령층 운전자는 11배 늘어난 2,777만 명에 달하고, 여성 운전자는 19배 늘어난 6,059만 명, 60세 이상 고연령층은 38배 늘어난 393만에 이른다고 밝혔다.

‘야오하오’베이징

현재 베이징의 차량 등록 대수는 537만 대 정도 된다. 베이징 100가구 당 63대의 차량을 보유한 셈이다. 이는 런던의 4배, 싱가포르의 3배, 도쿄와 홍콩의 2.5배에 해당한다.

서울은 올해 300만 대를 넘어섰다. 이렇게 차량들이 많다 보니 택시나 지하철, 버스와 같은 공공부문의 교통 수단 분담률이 도쿄나 홍콩의 절반 정도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렇게 베이징 차량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도로는 밀리고 배출가스로 인한 스모그는 갈수록 횟수와 농도가 심화되면서 시 당국의 고민이 깊어졌다. 그래서 나온 것이 2011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야호하오’(摇號) 정책이다. 말하자면 ‘로또’추첨하듯이 차량 번호판을 추첨해서 발급하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구청에 가서 신고하면 언제든지 차량 번호판을 발급받을 수 있다. 하지만 베이징에서는 아무리 돈이 많아 고급 차량을 살 수 있어도 번호판을 받지 못하면 자동차를 굴릴 수 없다. 베이징 시는 현재 530만 대 수준의 차량을 오는 2017년까지 600만 대 수준으로 묶으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야호하오’ 정책으로 차량 총량 관리를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베이징 번호판을 새로 받는다는 건 거의 ‘하늘의 별따기’다. 우선 추첨에 참가할 수 있는 신청 자격부터 까다롭다. 베이징에 호적을 둔 시민이나 베이징 주둔 현역 군인이나 경찰로 제한하고 있다. 외지인은 5년 이상 사회보험과 개인 소득세 납세 실적이 있어야 신청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런 신청 자격을 갖췄다고 해도 베이징 번호판을 쉽게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베이징 시는 야호하오 정책을 처음으로 시행하던 2011년에는 연간 24만대 차량 번호판을 발급했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15만대 까지로 더욱 줄였다. 그래서 두 달에 한번씩 추첨해 매번 2만대 씩 차량 번호판을 발급한다. 그런데 그 추첨에 참가 신청한 수가 200만 명에 달한다. 경쟁률 100대 1이다. 최근 시행한 추첨은 116대 1이라는 기록적인 경쟁률을 기록했다.

차량 11대 경매에 4,000명 몰려

이렇게 ‘야호하오’로 차량 번호판을 받기가 어렵자 법원 경매로 나온 차량의 번호판을 노리는 일까지 생겨났다. 베이징 법원은 최근 가압류와 압수된 차량 11대에 대해 인터넷을 통해 경매를 진행했다. 그런데 신청자가 무려 4,000명이나 몰렸다. 제규어와 벤츠, BMW 등 고가 차량이 대부분으로 감정가가 최고 31만 위안(5천 5백만 원)에서부터 제일 낮은 건 10만 4백3십 위안(1천 8백만 원)이다. 그런데 이들 경매 차량들은 말만 차이지 사실상 차가 아니다. 중고도 이런 중고가 없다. 어떤 차량은 축전기에 전기도 없거나 거의 부서진 차량도 있다. 또 벌점과 벌금은 수북이 쌓여 있다.

차량 상태를 전혀 알 수 없다. 모든 책임은 낙찰자가 지는 조건으로 법원 경매가 진행된다. 그런데도 경매 진행 3분 만에 경매가 완료됐다. 그것도 감정가의 150%인 최고가에 모두 낙찰됐다. 심지어 벤츠 등 9대는 경매 개시 1분 만에 최고가에 도달해 낙찰자가 정해졌다.

그런데 낙찰자를 정하는 방식이 참 재미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입찰에 참여하게 되면 쉽게 최고가에 도달한다. 최고가를 써낸 사람이 여러 명일 경우 누가 ‘야호하오’에서 얼마나 많이 떨어져 봤느냐 하는 기록과 야호하오 등록 시간이 가장 빠른 사람이 최종 낙찰자로 선정된다.




베이징 시가 2011년부터 시행한 ‘야호하오’는 지금까지 모두 41차례 실시됐다. 그런데 이번 법원 입찰에서 최종 낙찰자 11명을 분석한 결과 무려 7명이 41번 모두 떨어진 경력이 있고, 40번 떨어진 사람이 3명, 38번 떨어진 사람이 1명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하늘에서 별을 딴 사람은 법원에 차량 대금을 모두 지불하고 차량 검사를 실시해야 한다. 그런데 차량 검사 중 발생하는 수리비는 모두 낙찰자가 내야 한다. 거기에 벌금과 벌점도 낙찰자가 감당해야 한다. 심지어 소유권 명의를 변경하지 못하는 위험도 있다.
그런데도 이들은 최종 낙찰자로 선정되면 환호성을 지른다. 차는 못쓰더라도 차량 번호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감수해서라도 베이징 차량 번호판을 받을 수 있다면 이들에게 돈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야호하오’ 담당 교통 국장 낙마

지난 5월, 베이징시 공안 교통관리국 쏭젠궈(宋建国) 국장이 부패 혐의로 낙마했다. 바로 ‘야호하오’를 담당하는 국장인데 직무를 이용해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사리사욕을 채웠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12年 5월부터 11월까지 ‘야호하오’(추첨)를 시행하면서 7개월 연속 ‘리우쉐메이(刘雪梅)’란 이름의 똑같은 당첨자가 나왔다. 하늘의 별을 한 두번도 아니고 7번이나 땄으니 이상한 소문이 도는 것은 당연하다. 이즈음 돈으로 번호판을 살 수 있다는 소문이 자자했고 암시장과 차량 대리점에서는 베이징 번호판이 20만 위안(3천 5백만원) 이상이라는 말이 돌았다는 것이다. 이런 보도가 나온 이후 쏭젠궈 국장은 엄중 규율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낙마했다. 베이징 번호판을 둘러싼 잡음은 로또 정책을 버리지 않는 한 끊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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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이징 자동차 번호판이 ‘로또’인 이유
    • 입력 2014-11-30 15:38:17
    • 수정2014-11-30 16:27:01
    국제
중국에서 가히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건 단연 '자동차'다. 베이징에서 출퇴근 시간이 되면 ‘빅뱅(대폭발)’을 연상케 할 정도로 많은 차량들이 도로로 쏟아져 나온다. 얼마전까지 만해도 텐안먼 광장을 가득 메운 자전거는 이제 거의 사라졌다. 자전거는 더 이상 베이징의 명물이 아니다. 실제로 중국 공안부교통관리국은 11월 27일 현재 중국내 차량 운전자 수가 3억 명을 돌파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중에 2억 4천4백여 만 명이 자가용 운전자라는 것이다. 이것은 운전자 수로 세계 1위라며 중국이 본격적인 자동차 사회에 접어들었다고 중국 언론은 그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전체 차량 보유 대수도 이미 2억 6천4백만 대를 넘어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차량 보유국이 됐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는 올해 2천만 대를 돌파했다.

그런데 이런 엄청난 운전자 수도 놀랍지만 그 증가속도는 더욱 놀랍다. 중국이 건국한 1949년 이후 처음으로 운전자 수가 1억 명에 도달한 것은 2003년이다. 54년만의 일이다. 그런데 그 이후 운전자 수가 2억 명에 도달한 해는 2010년이다. 1억 명이 늘어나는데 불과 7년밖에 걸리지 않은 것이다. 그러더니 또다시 1억 명이 늘어난 3억 명을 돌파하는데는 4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운전자 수가 급증하다 보니 차량 증가 속도도 폭발적이다.

지난 10년 동안 평균 1,500만 대의 차량이 해마다 늘고 있다. 자가용 차량만 1억 5천 4백만대에 이르고 베이징과 청두,선전 등 중국내 10개 도시는 차량이 이미 2백만 대를 넘어섰다.

그런데 폭발적인 차량 급증에는 차량 소외 계층이 따로 있을 수 없다. 25세 이하 낮은 연령층과 여성층, 60세 이상의 고연령층에서도 차량 운전이 크게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 공안부 교통관리국은 지난 10년 전과 비교해 25세 이하 저연령층 운전자는 11배 늘어난 2,777만 명에 달하고, 여성 운전자는 19배 늘어난 6,059만 명, 60세 이상 고연령층은 38배 늘어난 393만에 이른다고 밝혔다.

‘야오하오’베이징

현재 베이징의 차량 등록 대수는 537만 대 정도 된다. 베이징 100가구 당 63대의 차량을 보유한 셈이다. 이는 런던의 4배, 싱가포르의 3배, 도쿄와 홍콩의 2.5배에 해당한다.

서울은 올해 300만 대를 넘어섰다. 이렇게 차량들이 많다 보니 택시나 지하철, 버스와 같은 공공부문의 교통 수단 분담률이 도쿄나 홍콩의 절반 정도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렇게 베이징 차량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도로는 밀리고 배출가스로 인한 스모그는 갈수록 횟수와 농도가 심화되면서 시 당국의 고민이 깊어졌다. 그래서 나온 것이 2011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야호하오’(摇號) 정책이다. 말하자면 ‘로또’추첨하듯이 차량 번호판을 추첨해서 발급하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구청에 가서 신고하면 언제든지 차량 번호판을 발급받을 수 있다. 하지만 베이징에서는 아무리 돈이 많아 고급 차량을 살 수 있어도 번호판을 받지 못하면 자동차를 굴릴 수 없다. 베이징 시는 현재 530만 대 수준의 차량을 오는 2017년까지 600만 대 수준으로 묶으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야호하오’ 정책으로 차량 총량 관리를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베이징 번호판을 새로 받는다는 건 거의 ‘하늘의 별따기’다. 우선 추첨에 참가할 수 있는 신청 자격부터 까다롭다. 베이징에 호적을 둔 시민이나 베이징 주둔 현역 군인이나 경찰로 제한하고 있다. 외지인은 5년 이상 사회보험과 개인 소득세 납세 실적이 있어야 신청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런 신청 자격을 갖췄다고 해도 베이징 번호판을 쉽게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베이징 시는 야호하오 정책을 처음으로 시행하던 2011년에는 연간 24만대 차량 번호판을 발급했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15만대 까지로 더욱 줄였다. 그래서 두 달에 한번씩 추첨해 매번 2만대 씩 차량 번호판을 발급한다. 그런데 그 추첨에 참가 신청한 수가 200만 명에 달한다. 경쟁률 100대 1이다. 최근 시행한 추첨은 116대 1이라는 기록적인 경쟁률을 기록했다.

차량 11대 경매에 4,000명 몰려

이렇게 ‘야호하오’로 차량 번호판을 받기가 어렵자 법원 경매로 나온 차량의 번호판을 노리는 일까지 생겨났다. 베이징 법원은 최근 가압류와 압수된 차량 11대에 대해 인터넷을 통해 경매를 진행했다. 그런데 신청자가 무려 4,000명이나 몰렸다. 제규어와 벤츠, BMW 등 고가 차량이 대부분으로 감정가가 최고 31만 위안(5천 5백만 원)에서부터 제일 낮은 건 10만 4백3십 위안(1천 8백만 원)이다. 그런데 이들 경매 차량들은 말만 차이지 사실상 차가 아니다. 중고도 이런 중고가 없다. 어떤 차량은 축전기에 전기도 없거나 거의 부서진 차량도 있다. 또 벌점과 벌금은 수북이 쌓여 있다.

차량 상태를 전혀 알 수 없다. 모든 책임은 낙찰자가 지는 조건으로 법원 경매가 진행된다. 그런데도 경매 진행 3분 만에 경매가 완료됐다. 그것도 감정가의 150%인 최고가에 모두 낙찰됐다. 심지어 벤츠 등 9대는 경매 개시 1분 만에 최고가에 도달해 낙찰자가 정해졌다.

그런데 낙찰자를 정하는 방식이 참 재미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입찰에 참여하게 되면 쉽게 최고가에 도달한다. 최고가를 써낸 사람이 여러 명일 경우 누가 ‘야호하오’에서 얼마나 많이 떨어져 봤느냐 하는 기록과 야호하오 등록 시간이 가장 빠른 사람이 최종 낙찰자로 선정된다.




베이징 시가 2011년부터 시행한 ‘야호하오’는 지금까지 모두 41차례 실시됐다. 그런데 이번 법원 입찰에서 최종 낙찰자 11명을 분석한 결과 무려 7명이 41번 모두 떨어진 경력이 있고, 40번 떨어진 사람이 3명, 38번 떨어진 사람이 1명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하늘에서 별을 딴 사람은 법원에 차량 대금을 모두 지불하고 차량 검사를 실시해야 한다. 그런데 차량 검사 중 발생하는 수리비는 모두 낙찰자가 내야 한다. 거기에 벌금과 벌점도 낙찰자가 감당해야 한다. 심지어 소유권 명의를 변경하지 못하는 위험도 있다.
그런데도 이들은 최종 낙찰자로 선정되면 환호성을 지른다. 차는 못쓰더라도 차량 번호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감수해서라도 베이징 차량 번호판을 받을 수 있다면 이들에게 돈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야호하오’ 담당 교통 국장 낙마

지난 5월, 베이징시 공안 교통관리국 쏭젠궈(宋建国) 국장이 부패 혐의로 낙마했다. 바로 ‘야호하오’를 담당하는 국장인데 직무를 이용해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사리사욕을 채웠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12年 5월부터 11월까지 ‘야호하오’(추첨)를 시행하면서 7개월 연속 ‘리우쉐메이(刘雪梅)’란 이름의 똑같은 당첨자가 나왔다. 하늘의 별을 한 두번도 아니고 7번이나 땄으니 이상한 소문이 도는 것은 당연하다. 이즈음 돈으로 번호판을 살 수 있다는 소문이 자자했고 암시장과 차량 대리점에서는 베이징 번호판이 20만 위안(3천 5백만원) 이상이라는 말이 돌았다는 것이다. 이런 보도가 나온 이후 쏭젠궈 국장은 엄중 규율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낙마했다. 베이징 번호판을 둘러싼 잡음은 로또 정책을 버리지 않는 한 끊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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