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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둥이 아빠’ 송일국이 읽어주는 우리 소설은?
입력 2014.12.02 (13:44) 수정 2014.12.03 (17:16) 연합뉴스
"괴괴한 밤이었다. 순이는 낑, 하고 돌아눕다가 문득 귓결에, '응응응응응……' 하는 소리를 듣고 머리를 번쩍 들었다……"

가녀리면서도 은근한 목소리가 60평 남짓한 대학로 지하 소극장을 채웠다.

정비석의 소설 '성황당'(1937)을 읽어 내려간 주인공은 배우 예지원이다.

예지원은 EBS가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출판사 커뮤니케이션북스와 함께 진행하는 프로젝트 '100인의 배우, 우리 문학을 읽다'에 참가한 배우 중 한 명이다.

예지원을 비롯해 이순재, 황정민, 안재욱, 손숙, 박혜미, 송일국 등 배우 100명이 한국 근현대문학에서 손꼽히는 중·단편소설 100편을 낭독하고 이를 라디오 방송과 오디오북으로 대중들에게 들려주는 프로젝트다.

2일 오전 대학로의 한 소극장에서 열린 프로젝트 기자간담회에는 신용섭 EBS 사장과 박정자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이사장, 박영률 커뮤니케이션북스 대표, 낭독 시연자인 배우 송일국과 예지원, 남명렬, 김호정 등이 참석했다.

낭독 첫 주자인 박 이사장은 "황순원, 나혜석 등 작가들 이름만 봐도 가슴이 뭉클하다"면서 "낭독은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낀 뒤 머리로 해석하고 혀로 표현하는 과정인데 이 모든 것이 함께하지 않으면 정말 어렵다"고 밝혔다.

김명순의 '나는 사랑한다'(1926) 낭독을 맡은 그는 "1920년대 자유연애와 자유 이혼을 외쳤던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의 자산인 소설을 너무 뒤늦게 발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평소 대한·민국·만세 세 쌍둥이에게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 등 전래 동화를 많이 읽어 준다는 송일국은 "연극배우로서 아직 신인인 제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것만 해도 영광"이라고 밝혔다.

송영의 단편 소설 '석공조합대표'(1927)를 낭독할 송일국은 "낭독은 아니어도 내레이션을 몇 번 한 적이 있는데 음성에 모든 걸 담아야 하기에 또박또박 읽으면서도 고저장단을 챙기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예지원은 "낭독이라고 해서 책을 열심히 읽어야 하는 줄 알았는데 사실상 연기를 해야 할 것 같다"면서 "가슴으로 읽겠다"고 말했다.

낭독 작품은 문학사적 가치와 작품성, 낭독성을 고려해 작가별로 1편씩 총 100편을 선정했다. 1차로 근대문학 태동기인 1910년대부터 한국전쟁 전까지 발표된 작품 50편을 선정했다. 2차로 한국전쟁부터 제5공화국 시기까지 50편을 선정한다.

현진건의 '빈처'(1921),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1934), 김유정의 '봄봄'(1935) 등 우리에게 익숙한 작품뿐 아니라 이익상의 '흙의 세례'(1925), 임노월의 '악마의 사랑'(1924) 같은 낯선 작품들도 눈에 띈다.

EBS는 "민족진영 작가의 작품을 비롯해 카프 진영과 동반자 작가의 작품,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졌던 소설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떨리는 목소리로 최인준의 '암류'(1934)를 낭독한 남명렬은 "최인준은 카프 계열의 작가인데 작품을 읽어보니 이데올로기와는 상관없이 정말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모든 작품은 100년 전 문체 그대로 살려 낭독한다는 것도 이번 프로젝트의 특징이다. 이 때문에 배우들이 낭독에 더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낭독 작품은 다음 달부터 EBS FM '책 읽어 주는 라디오'(104.5 ㎒)에서 방송한다.

커뮤니케이션북스에서 제작하는 오디오북은 내년 3월부터 1차로 50편을 먼저 선보일 예정이다. 오디오북은 개인에게 판매하지만 시각장애인이나 새터민, 다문화 가정 등을 위한 기관에는 무료로 배포된다.

낭독자 인세는 참여 배우 공동 명의로 한국연극인복지재단에 기부된다.

이번 프로젝트는 출판과 연극, 라디오의 컬래버레이션(협업)이라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박영률 커뮤니케이션북스 대표는 "방송과 연극, 출판 이렇게 가장 오래됐지만 어려움에 부닥친 3개 미디어가 더 어려운 상황에 있는 문학을 함께 이야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 ‘삼둥이 아빠’ 송일국이 읽어주는 우리 소설은?
    • 입력 2014-12-02 13:44:49
    • 수정2014-12-03 17:16:14
    연합뉴스
"괴괴한 밤이었다. 순이는 낑, 하고 돌아눕다가 문득 귓결에, '응응응응응……' 하는 소리를 듣고 머리를 번쩍 들었다……"

가녀리면서도 은근한 목소리가 60평 남짓한 대학로 지하 소극장을 채웠다.

정비석의 소설 '성황당'(1937)을 읽어 내려간 주인공은 배우 예지원이다.

예지원은 EBS가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출판사 커뮤니케이션북스와 함께 진행하는 프로젝트 '100인의 배우, 우리 문학을 읽다'에 참가한 배우 중 한 명이다.

예지원을 비롯해 이순재, 황정민, 안재욱, 손숙, 박혜미, 송일국 등 배우 100명이 한국 근현대문학에서 손꼽히는 중·단편소설 100편을 낭독하고 이를 라디오 방송과 오디오북으로 대중들에게 들려주는 프로젝트다.

2일 오전 대학로의 한 소극장에서 열린 프로젝트 기자간담회에는 신용섭 EBS 사장과 박정자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이사장, 박영률 커뮤니케이션북스 대표, 낭독 시연자인 배우 송일국과 예지원, 남명렬, 김호정 등이 참석했다.

낭독 첫 주자인 박 이사장은 "황순원, 나혜석 등 작가들 이름만 봐도 가슴이 뭉클하다"면서 "낭독은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낀 뒤 머리로 해석하고 혀로 표현하는 과정인데 이 모든 것이 함께하지 않으면 정말 어렵다"고 밝혔다.

김명순의 '나는 사랑한다'(1926) 낭독을 맡은 그는 "1920년대 자유연애와 자유 이혼을 외쳤던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의 자산인 소설을 너무 뒤늦게 발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평소 대한·민국·만세 세 쌍둥이에게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 등 전래 동화를 많이 읽어 준다는 송일국은 "연극배우로서 아직 신인인 제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것만 해도 영광"이라고 밝혔다.

송영의 단편 소설 '석공조합대표'(1927)를 낭독할 송일국은 "낭독은 아니어도 내레이션을 몇 번 한 적이 있는데 음성에 모든 걸 담아야 하기에 또박또박 읽으면서도 고저장단을 챙기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예지원은 "낭독이라고 해서 책을 열심히 읽어야 하는 줄 알았는데 사실상 연기를 해야 할 것 같다"면서 "가슴으로 읽겠다"고 말했다.

낭독 작품은 문학사적 가치와 작품성, 낭독성을 고려해 작가별로 1편씩 총 100편을 선정했다. 1차로 근대문학 태동기인 1910년대부터 한국전쟁 전까지 발표된 작품 50편을 선정했다. 2차로 한국전쟁부터 제5공화국 시기까지 50편을 선정한다.

현진건의 '빈처'(1921),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1934), 김유정의 '봄봄'(1935) 등 우리에게 익숙한 작품뿐 아니라 이익상의 '흙의 세례'(1925), 임노월의 '악마의 사랑'(1924) 같은 낯선 작품들도 눈에 띈다.

EBS는 "민족진영 작가의 작품을 비롯해 카프 진영과 동반자 작가의 작품,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졌던 소설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떨리는 목소리로 최인준의 '암류'(1934)를 낭독한 남명렬은 "최인준은 카프 계열의 작가인데 작품을 읽어보니 이데올로기와는 상관없이 정말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모든 작품은 100년 전 문체 그대로 살려 낭독한다는 것도 이번 프로젝트의 특징이다. 이 때문에 배우들이 낭독에 더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낭독 작품은 다음 달부터 EBS FM '책 읽어 주는 라디오'(104.5 ㎒)에서 방송한다.

커뮤니케이션북스에서 제작하는 오디오북은 내년 3월부터 1차로 50편을 먼저 선보일 예정이다. 오디오북은 개인에게 판매하지만 시각장애인이나 새터민, 다문화 가정 등을 위한 기관에는 무료로 배포된다.

낭독자 인세는 참여 배우 공동 명의로 한국연극인복지재단에 기부된다.

이번 프로젝트는 출판과 연극, 라디오의 컬래버레이션(협업)이라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박영률 커뮤니케이션북스 대표는 "방송과 연극, 출판 이렇게 가장 오래됐지만 어려움에 부닥친 3개 미디어가 더 어려운 상황에 있는 문학을 함께 이야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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