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온실가스 감축, 오바마의 약속은 지켜질까?

입력 2014.12.03 (07:01) 수정 2014.12.03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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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수처리장의 악취도 에너지다!”

하수처리장에서도 이젠 에너지를 얻습니다. 하수, 흔히 말하는 ‘썩은 물’은 실제로는 미생물의 영양분, 즉 유기물이 많은 물입니다. 이 유기물을 미생물이 먹고 분해하면 물이 정화되면서‘메탄’이 나옵니다. 그 메탄을 포집하면 가스연료로 쓸 수 있습니다. 메탄에 불을 붙이면 맹렬하게 타오르니까요. 요즘 짓는 하수처리장은 이렇게 하수에 미생물을 투입해서 메탄을 생산하는‘메탄 포집시설을 많이 만듭니다. 지금까지는 이 방법이 하수에서 청정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최선의 방법이었습니다.

그런데 미국 대학의 한 연구기관은 여기서 한발 더 나갔습니다. 하수처리장 악취의 주범, 바로 암모니아 가스에 주목한 겁니다. 암모니아 가스 역시 미생물이 하수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데, 그런 질소 화합가스도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겁니다.

바로 아산화질소(N2O), 엔진에 폭발력을 주는 강력한 에너지원입니다. 물론 복잡한 공정을 거칩니다. 전체 하수 가스 중에서 차지하는 에너지 양도 메탄에 비하면 1/5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캘리포니아의 스탠포드 대학의 에너지 연구소는 이 기술 연구에 투자했고 이제는 상용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메탄뿐만 아니라 질소가스까지 포집해서 하수에서 얻을 수 있는 최대한의 에너지를 확보하겠다는 겁니다. 이처럼 스탠포드 대학에서만 200여 명의 교수들이 온갖 다양한 분야에서 청정에너지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 “청정에너지 전쟁,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최대한의 청정 에너지를 얻어내는 것, 이것이 바로 기후변화 시대 에너지 연구의 최전선입니다. 미국은 그 기술 연구에 있어서도 선진 대열에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미국이 청정에너지 개발에 투자한 돈은 2013년 기준으로 367억 달러(약 40조 8천억 원)입니다. 세계 2위입니다. 중국이 1위로 542억 달러(약 60조 3천억 원)입니다. 우리나라는 10억 달러(1조 천억 원)로 G20 국가 가운데 15위입니다. 미국이 GDP 대비 0.22%를 투자한 반면, 우리는 0.1%가량에 불과합니다. 미국의 비영리재단인 ‘퓨 자선기금’의 연례 보고서에 나온 통계입니다. 한때 우리는 녹색 성장을 국가 핵심 전략으로 선전했습니다. 그런데도 청정에너지 개발에 투자한 돈은 지난해 1조 천억 원, 4대강 사업에 들어간 22조 원과 비교하면 초라하기 그지없습니다.

■ “온실가스 1,2위 배출국 중국과 미국의 약속”



중국과 미국은 이렇게 세계 1,2위를 다투며 청정에너지 개발에 열심입니다. 최근에는 두 나라가 APEC 정상회담에서 온실가스 감축 합의안을 발표했습니다. 두 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 세계 배출량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처음으로 양국간의 합의가 나온 만큼 그 의미가 컸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25년까지 2005년 배출량 기준으로 26~28% 감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기존에 제시했던 감축 목표보다 더 강력한 감축 계획입니다. 시진핑 주석은 2030년 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의 정점을 찍고 감축에 들어가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중국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 시점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두 나라 지도자의 공동 발표에 대해 유엔과 유럽연합을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와 환경단체들이 환영의 뜻을 나타냈습니다. 두 나라가 선도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나선다면 2015년에 체결될 새로운 기후협정의 내용이 더욱 강력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기후협정은 전 세계 모든 나라가 의무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도록 하는 방안을 담을 예정입니다. 하지만 두 나라의 약속, 특히 미국의 약속이 과연 지켜질까요?

■ “미국 온실가스 감축을 선도하는 캘리포니아”

지난 17일, 일주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 취재했습니다. 미 국무부와 환경청, 스탠포드 대학 청정에너지 연구소, 캘리포니아 전기 가스 사업체, 메릴랜드 주정부 환경부서 등의 관계자들을 만났습니다.


▲ 아산화질소 가스 생산과정을 설명하는 스탠포드 대학 에너지 연구소 유성근 연구원

가장 인상적인 곳은 캘리포니아였습니다. 캘리포니아는 온실가스 감축에서 있어서 미국을 선도하는 곳입니다. 주 전체에서 온실가스 거래제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또 캘리포니아 주는 전기 소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독특한 ‘디커플링’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전기공급회사의 이윤을 전기 판매량이 아니라 투자설비 기준으로 정한 겁니다. 이 제도 때문에 전기 공급업체는 소비자들이 전기 소비를 줄이도록 유도합니다. 소비가 줄수록 이윤이 많아진다는 겁니다.


▲ 캘리포니아 1인당 전기 사용량 추세

이런 제도 덕분에 캘리포니아 주의 1인당 전기 소비량은 현재 8천kwh 가량으로 197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정체된 수준입니다. 반면에 같은 기간 미국의 1인당 전기 소비량은 8천kwh에서 만2천kwh로 크게 늘었습니다. 캘리포니아 주는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보급에도 집중 투자해 주 최대 전기가스 공급업체인 PG&E의 경우 전체 전기 공급에너지의 22%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주는 오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수준으로 낮출 계획입니다.

■ “청정에너지는 국가안보의 문제”

캘리포니아의 모범적 사례를 따라 미국 국무부 관계자는 미국이 오는 202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지금의 두 배로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재생에너지에 기반한 이른바 ‘청정에너지 경제’를 건설하는 것이 

1) 기후변화 대응과
2) 국가안보 확보
3) 경제 성장의 기회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 캘리포니아 풍력 발전 단지

국제사회와도 협력해서 청정에너지를 개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이런 정책 추진을 위해 최근 국무부의 ‘에너지자원국’에 ‘대체재생에너지부’를 따로 만들었습니다. 국무부의 이런 노력이나 캘리포니아 사례를 보면 미국이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국제적 약속을 지킬 수 있을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미국에는 또 다른 측면이 있습니다.

■ “정치에 휘둘리는 온실가스 감축정책”

미국 동부 연안의 10개 주는 공동으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메릴랜드 주는 지난 2007년에 동참했습니다. 동참하자마자 온실가스 배출량이 예상보다 현격하게 줄었습니다. 이 때문에 기존에 정했던 2020년까지의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치 1억4천9백만 톤을 절반 수준인 7천8백만 톤으로 재조정할 정도입니다. 이렇게 배출권 거래제는 큰 성과를 내고 있지만 인근의 뉴저지 주는 최근에 배출권거래제 공동체제에서 탈퇴했습니다. 주지사에 공화당 소속 후보가 당선되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주지사가 바뀌자마자 온실가스 감축의 대표적인 방법인 배출권거래제를 폐기한 겁니다. 현재 뉴저지 주의 주지사는 공화당 대권후보자리를 노리고 있습니다.

미국 공화당, 특히 강경 보수파인 ‘티파티 그룹’은 지구온난화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니 온실가스 감축에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심지어 경제성장에 방해가 되는 미국의 환경청(EPA)을 없애야 한다는 발언까지 하곤 합니다.

이런 공화당이 최근 중간 선거를 통해 상하원을 장악했습니다. 다음 대통령 선거에 공화당 후보가 승리할 수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미국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은 크게 후퇴할 가능성이 큽니다. 사실 지금까지 미국의 정책이 그렇게 변한 적이 많았습니다. 부시 대통령이 교토의정서를 탈퇴한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과연 오바마의 온실가스 감축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요?

이렇게 정치적 지형 변화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온실가스 감축정책은 재생에너지 개발에도 어려움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 퓨(PEW) 자선기금에서 청정에너지를 담당하는 제시카 루벤스키는 “일관된 에너지 정책이 있어야 기업이 청정에너지 개발에 안정적인 투자를 할 수 있다. 지금처럼 의회가 잦은 변덕을 부리면 청정에너지 개발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 “현재 성장인가 미래 안전인가, 지구의 미래는?”

셰일가스 개발 정책에서도 미국의 한계가 여실하게 드러납니다. 셰일가스는 개발 과정에서 지하에 물과 화학물질을 투입해 높은 압력으로 터뜨리는 ‘수압 파쇄공법’을 사용합니다. 지하수 오염 뿐만 아니라 메탄이 지상으로 유출되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그 부작용에 대한 연구는 아직 정확하게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발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부작용에 대한 규명도 없이 어떻게 개발이 선행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미국 환경청(EPA) 관계자는 “셰일가스 개발 허가는 연방정부가 아니라 주 정부 관할 사항이다”라고 답했습니다. 성장과 환경 사이에서 결국 개발을 선택하는 미국의 모습입니다.

미국에서 시작된 셰일가스 개발은 최근 국제 유가의 급락을 가져왔습니다. 낮아진 에너지 가격이 화석연료인 가스와 석유의 소비를 부추기고 재생에너지의 경쟁력을 약화시켜 결국 온실가스 배출을 늘릴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연구 보고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셰일가스 개발을 멈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잠시 개발을 늦췄다가도 시장논리에 따라 유가가 오르면 또다시 대규모 개발에 나설 것이 분명합니다. 더구나 셰일가스가 석유나 석탄에 비해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한다는 이유로 일부는 셰일가스 개발을 찬성하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온실가스 감축 약속은 과연 지켜질까요?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중국은 어떻게 할까요?

전 세계 온실가스의 절반 가량을 배출하는 양대 강국, 그 강국의 선택에 인류 뿐만 아니라 사실상 지구 전체 생명의 미래가 달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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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온실가스 감축, 오바마의 약속은 지켜질까?
    • 입력 2014-12-03 07:01:26
    • 수정2014-12-03 16:28:57
    취재후·사건후
■ “하수처리장의 악취도 에너지다!”

하수처리장에서도 이젠 에너지를 얻습니다. 하수, 흔히 말하는 ‘썩은 물’은 실제로는 미생물의 영양분, 즉 유기물이 많은 물입니다. 이 유기물을 미생물이 먹고 분해하면 물이 정화되면서‘메탄’이 나옵니다. 그 메탄을 포집하면 가스연료로 쓸 수 있습니다. 메탄에 불을 붙이면 맹렬하게 타오르니까요. 요즘 짓는 하수처리장은 이렇게 하수에 미생물을 투입해서 메탄을 생산하는‘메탄 포집시설을 많이 만듭니다. 지금까지는 이 방법이 하수에서 청정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최선의 방법이었습니다.

그런데 미국 대학의 한 연구기관은 여기서 한발 더 나갔습니다. 하수처리장 악취의 주범, 바로 암모니아 가스에 주목한 겁니다. 암모니아 가스 역시 미생물이 하수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데, 그런 질소 화합가스도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겁니다.

바로 아산화질소(N2O), 엔진에 폭발력을 주는 강력한 에너지원입니다. 물론 복잡한 공정을 거칩니다. 전체 하수 가스 중에서 차지하는 에너지 양도 메탄에 비하면 1/5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캘리포니아의 스탠포드 대학의 에너지 연구소는 이 기술 연구에 투자했고 이제는 상용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메탄뿐만 아니라 질소가스까지 포집해서 하수에서 얻을 수 있는 최대한의 에너지를 확보하겠다는 겁니다. 이처럼 스탠포드 대학에서만 200여 명의 교수들이 온갖 다양한 분야에서 청정에너지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 “청정에너지 전쟁,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최대한의 청정 에너지를 얻어내는 것, 이것이 바로 기후변화 시대 에너지 연구의 최전선입니다. 미국은 그 기술 연구에 있어서도 선진 대열에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미국이 청정에너지 개발에 투자한 돈은 2013년 기준으로 367억 달러(약 40조 8천억 원)입니다. 세계 2위입니다. 중국이 1위로 542억 달러(약 60조 3천억 원)입니다. 우리나라는 10억 달러(1조 천억 원)로 G20 국가 가운데 15위입니다. 미국이 GDP 대비 0.22%를 투자한 반면, 우리는 0.1%가량에 불과합니다. 미국의 비영리재단인 ‘퓨 자선기금’의 연례 보고서에 나온 통계입니다. 한때 우리는 녹색 성장을 국가 핵심 전략으로 선전했습니다. 그런데도 청정에너지 개발에 투자한 돈은 지난해 1조 천억 원, 4대강 사업에 들어간 22조 원과 비교하면 초라하기 그지없습니다.

■ “온실가스 1,2위 배출국 중국과 미국의 약속”



중국과 미국은 이렇게 세계 1,2위를 다투며 청정에너지 개발에 열심입니다. 최근에는 두 나라가 APEC 정상회담에서 온실가스 감축 합의안을 발표했습니다. 두 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 세계 배출량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처음으로 양국간의 합의가 나온 만큼 그 의미가 컸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25년까지 2005년 배출량 기준으로 26~28% 감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기존에 제시했던 감축 목표보다 더 강력한 감축 계획입니다. 시진핑 주석은 2030년 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의 정점을 찍고 감축에 들어가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중국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 시점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두 나라 지도자의 공동 발표에 대해 유엔과 유럽연합을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와 환경단체들이 환영의 뜻을 나타냈습니다. 두 나라가 선도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나선다면 2015년에 체결될 새로운 기후협정의 내용이 더욱 강력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기후협정은 전 세계 모든 나라가 의무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도록 하는 방안을 담을 예정입니다. 하지만 두 나라의 약속, 특히 미국의 약속이 과연 지켜질까요?

■ “미국 온실가스 감축을 선도하는 캘리포니아”

지난 17일, 일주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 취재했습니다. 미 국무부와 환경청, 스탠포드 대학 청정에너지 연구소, 캘리포니아 전기 가스 사업체, 메릴랜드 주정부 환경부서 등의 관계자들을 만났습니다.


▲ 아산화질소 가스 생산과정을 설명하는 스탠포드 대학 에너지 연구소 유성근 연구원

가장 인상적인 곳은 캘리포니아였습니다. 캘리포니아는 온실가스 감축에서 있어서 미국을 선도하는 곳입니다. 주 전체에서 온실가스 거래제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또 캘리포니아 주는 전기 소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독특한 ‘디커플링’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전기공급회사의 이윤을 전기 판매량이 아니라 투자설비 기준으로 정한 겁니다. 이 제도 때문에 전기 공급업체는 소비자들이 전기 소비를 줄이도록 유도합니다. 소비가 줄수록 이윤이 많아진다는 겁니다.


▲ 캘리포니아 1인당 전기 사용량 추세

이런 제도 덕분에 캘리포니아 주의 1인당 전기 소비량은 현재 8천kwh 가량으로 197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정체된 수준입니다. 반면에 같은 기간 미국의 1인당 전기 소비량은 8천kwh에서 만2천kwh로 크게 늘었습니다. 캘리포니아 주는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보급에도 집중 투자해 주 최대 전기가스 공급업체인 PG&E의 경우 전체 전기 공급에너지의 22%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주는 오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수준으로 낮출 계획입니다.

■ “청정에너지는 국가안보의 문제”

캘리포니아의 모범적 사례를 따라 미국 국무부 관계자는 미국이 오는 202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지금의 두 배로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재생에너지에 기반한 이른바 ‘청정에너지 경제’를 건설하는 것이 

1) 기후변화 대응과
2) 국가안보 확보
3) 경제 성장의 기회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 캘리포니아 풍력 발전 단지

국제사회와도 협력해서 청정에너지를 개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이런 정책 추진을 위해 최근 국무부의 ‘에너지자원국’에 ‘대체재생에너지부’를 따로 만들었습니다. 국무부의 이런 노력이나 캘리포니아 사례를 보면 미국이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국제적 약속을 지킬 수 있을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미국에는 또 다른 측면이 있습니다.

■ “정치에 휘둘리는 온실가스 감축정책”

미국 동부 연안의 10개 주는 공동으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메릴랜드 주는 지난 2007년에 동참했습니다. 동참하자마자 온실가스 배출량이 예상보다 현격하게 줄었습니다. 이 때문에 기존에 정했던 2020년까지의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치 1억4천9백만 톤을 절반 수준인 7천8백만 톤으로 재조정할 정도입니다. 이렇게 배출권 거래제는 큰 성과를 내고 있지만 인근의 뉴저지 주는 최근에 배출권거래제 공동체제에서 탈퇴했습니다. 주지사에 공화당 소속 후보가 당선되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주지사가 바뀌자마자 온실가스 감축의 대표적인 방법인 배출권거래제를 폐기한 겁니다. 현재 뉴저지 주의 주지사는 공화당 대권후보자리를 노리고 있습니다.

미국 공화당, 특히 강경 보수파인 ‘티파티 그룹’은 지구온난화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니 온실가스 감축에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심지어 경제성장에 방해가 되는 미국의 환경청(EPA)을 없애야 한다는 발언까지 하곤 합니다.

이런 공화당이 최근 중간 선거를 통해 상하원을 장악했습니다. 다음 대통령 선거에 공화당 후보가 승리할 수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미국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은 크게 후퇴할 가능성이 큽니다. 사실 지금까지 미국의 정책이 그렇게 변한 적이 많았습니다. 부시 대통령이 교토의정서를 탈퇴한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과연 오바마의 온실가스 감축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요?

이렇게 정치적 지형 변화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온실가스 감축정책은 재생에너지 개발에도 어려움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 퓨(PEW) 자선기금에서 청정에너지를 담당하는 제시카 루벤스키는 “일관된 에너지 정책이 있어야 기업이 청정에너지 개발에 안정적인 투자를 할 수 있다. 지금처럼 의회가 잦은 변덕을 부리면 청정에너지 개발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 “현재 성장인가 미래 안전인가, 지구의 미래는?”

셰일가스 개발 정책에서도 미국의 한계가 여실하게 드러납니다. 셰일가스는 개발 과정에서 지하에 물과 화학물질을 투입해 높은 압력으로 터뜨리는 ‘수압 파쇄공법’을 사용합니다. 지하수 오염 뿐만 아니라 메탄이 지상으로 유출되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그 부작용에 대한 연구는 아직 정확하게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발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부작용에 대한 규명도 없이 어떻게 개발이 선행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미국 환경청(EPA) 관계자는 “셰일가스 개발 허가는 연방정부가 아니라 주 정부 관할 사항이다”라고 답했습니다. 성장과 환경 사이에서 결국 개발을 선택하는 미국의 모습입니다.

미국에서 시작된 셰일가스 개발은 최근 국제 유가의 급락을 가져왔습니다. 낮아진 에너지 가격이 화석연료인 가스와 석유의 소비를 부추기고 재생에너지의 경쟁력을 약화시켜 결국 온실가스 배출을 늘릴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연구 보고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셰일가스 개발을 멈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잠시 개발을 늦췄다가도 시장논리에 따라 유가가 오르면 또다시 대규모 개발에 나설 것이 분명합니다. 더구나 셰일가스가 석유나 석탄에 비해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한다는 이유로 일부는 셰일가스 개발을 찬성하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온실가스 감축 약속은 과연 지켜질까요?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중국은 어떻게 할까요?

전 세계 온실가스의 절반 가량을 배출하는 양대 강국, 그 강국의 선택에 인류 뿐만 아니라 사실상 지구 전체 생명의 미래가 달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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