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이정현의 ‘예산 폭탄’은 6조 원 짜리

입력 2014.12.03 (17:19) 수정 2014.12.09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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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도 새해 예산이 처리됐다. 예산을 배정하는 과정에서 모두에게 해피엔딩인지는 모르겠지만, 12년 만에 법정 시한을 지켰다는 면에서 평가할만하다. 그리고 그 와중에 빙그레 웃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예산 폭탄'을 공언하며 지난 7월 국회에 입성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다.



■ “이정현 사용법 강의”

지난 10월 새누리당 황인자 의원은 눈길은 가나, 기사화할 수 없는 국정감사 보도자료를 하나 냈다.

제목은 '윤장현 광주광역시장에게 이정현 사용법 강의'.

국정감사 차 광주시를 방문한 황인자 의원이 광주시 재정 문제를 논하며 낸 자료다. 내용을 보면 광주시는 재정 건전화를 위해 자체 수입을 확대해야하고, 국비 추가 확보를 통해 지방비 부담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제시한 해결책이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 사용법>이다.

1. 국정감사 직후 시작될 국회의 2015년도 정부예산안 심사에 앞서 광주광역시의 국비 요청 사업조서부터 들고 간다.
2. 비현실적인 사업은 제외하고, 2% 부족한 사업에 대해 이해를 구하고 도움을 청한다.
3. 호남 지역구의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은 광주광역시 국비 확보를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뛸 것이다.
4. 전북지사, 전남지사와 '이정현 사용법'을 공유해 호남의 예산 폭탄을 현실화 시킨다.


가장 현실적인 것 같기도 하고 코믹하기도 한 이 설명, 실현됐을까?

■ “오늘 새벽에 문자 왔어.”

예산이 통과되는 날 이정현 의원을 만났다.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간 가운데, 호남 예산에 대해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리고 이 의원은 예산 따내기 3단계 전략을 공개했다.

1단계. 찾아가 읍소하기(실제 이정현 의원은 이미 당선 직후부터 세종시를 찾아 기재부 관리들을 만났다.)
2단계. 목소리 높이기(읍소하다 안되면 전화로 "줬던 예산도 다 가져 가쇼"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3단계. 문자 사정하기(그리고 2단계까지 하고도 또 확보해야할 예산이 있으면 시도때도 없이 문자를 보낸다고 했다. 심지어 새벽에도)


그러면서 이 의원은 당일 아침 기재부에서 최종적으로 목포-보성간 철도 사업 관련 예산이 가능하다는 문자를 받았다고 알려줬다. 전날 밤부터 새벽까지 계속해서 기재부 관계자들에게 문자를 보냈더니 최종적으로 문자가 왔다는 것이다. 피곤해 보였지만 빙그레 웃음띤 얼굴이었다.



■ 이정현이 가져온 ‘메기 효과’…그리고 예산 6조?

이정현 의원은 6조라고 이야기했다. 올해 따낸 예산을 시작으로 광주.전남에서 개시될 기간 사업들에 앞으로 투입될 공사 비용말이다. 결국 몇 년에 걸쳐 이뤄지긴 하겠지만 광주.전남 지역에 투입될 예산이라고 보면 된다는 설명이다.

광주-완도간 고속도로 사업 설계비 100억 원을 비롯해, 앞서 밝혔던 목포-보성 철도 착공비 50억 원 등 굵직한 사업들이 많다며 말을 이어갔다.

예산 소위에서 제외됐을 무렵 만났던 이정현 의원은 광주.전남에서 챙겨야할 사업 예산 목록 150여 개를 정리해 가지고 있었다. 그 동안 광주.전남 지자체 공무원들이 드나들며 부탁했고, 또 본인이 꼭 따내야겠다고 생각했던 예산 목록을 정리해 놓은 것들이었다. 그리고 예결위 앞에 텐트를 쳐서라도 따내겠다고 말했었다.

이 의원은 스스로 자기가 뛰니까 새정치연합 의원들도 같이 뛰었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실제 이정현 의원만 뛰어서 예산이 따졌겠는가. 호남의 많은 야당 의원들이 모두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힘을 다했기 때문에 나온 결과물일 것이다. 우윤근, 박지원, 이윤석 의원 등 이 의원은 일일히 이름을 열거하기도 했다.

미꾸라지만 넣어놓은 어항보다, 미꾸라지를 잡아먹는 메기를 함께 넣어야 미꾸라지의 전체 생존률이 높아진다는 게 이른바 '메기 효과'다. 천적인 메기를 피하기 위해 미꾸라지가 움직이는 덕분에 더 오래 살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처럼 영남은 새누리, 호남은 새정치라는 지역별 정당 고착 구도가 공고한 정치 지형에서 이정현 의원은 한 마리 메기인지 모르겠다.

단순히 이정현 의원이 지역 예산을 얼마나 따냈느냐에 시선을 두기 보다, 이 의원이 어떤 변화의 바람을 불러올지 주목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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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이정현의 ‘예산 폭탄’은 6조 원 짜리
    • 입력 2014-12-03 17:19:04
    • 수정2014-12-09 14:25:17
    취재후·사건후
2015년도 새해 예산이 처리됐다. 예산을 배정하는 과정에서 모두에게 해피엔딩인지는 모르겠지만, 12년 만에 법정 시한을 지켰다는 면에서 평가할만하다. 그리고 그 와중에 빙그레 웃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예산 폭탄'을 공언하며 지난 7월 국회에 입성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다.



■ “이정현 사용법 강의”

지난 10월 새누리당 황인자 의원은 눈길은 가나, 기사화할 수 없는 국정감사 보도자료를 하나 냈다.

제목은 '윤장현 광주광역시장에게 이정현 사용법 강의'.

국정감사 차 광주시를 방문한 황인자 의원이 광주시 재정 문제를 논하며 낸 자료다. 내용을 보면 광주시는 재정 건전화를 위해 자체 수입을 확대해야하고, 국비 추가 확보를 통해 지방비 부담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제시한 해결책이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 사용법>이다.

1. 국정감사 직후 시작될 국회의 2015년도 정부예산안 심사에 앞서 광주광역시의 국비 요청 사업조서부터 들고 간다.
2. 비현실적인 사업은 제외하고, 2% 부족한 사업에 대해 이해를 구하고 도움을 청한다.
3. 호남 지역구의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은 광주광역시 국비 확보를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뛸 것이다.
4. 전북지사, 전남지사와 '이정현 사용법'을 공유해 호남의 예산 폭탄을 현실화 시킨다.


가장 현실적인 것 같기도 하고 코믹하기도 한 이 설명, 실현됐을까?

■ “오늘 새벽에 문자 왔어.”

예산이 통과되는 날 이정현 의원을 만났다.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간 가운데, 호남 예산에 대해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리고 이 의원은 예산 따내기 3단계 전략을 공개했다.

1단계. 찾아가 읍소하기(실제 이정현 의원은 이미 당선 직후부터 세종시를 찾아 기재부 관리들을 만났다.)
2단계. 목소리 높이기(읍소하다 안되면 전화로 "줬던 예산도 다 가져 가쇼"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3단계. 문자 사정하기(그리고 2단계까지 하고도 또 확보해야할 예산이 있으면 시도때도 없이 문자를 보낸다고 했다. 심지어 새벽에도)


그러면서 이 의원은 당일 아침 기재부에서 최종적으로 목포-보성간 철도 사업 관련 예산이 가능하다는 문자를 받았다고 알려줬다. 전날 밤부터 새벽까지 계속해서 기재부 관계자들에게 문자를 보냈더니 최종적으로 문자가 왔다는 것이다. 피곤해 보였지만 빙그레 웃음띤 얼굴이었다.



■ 이정현이 가져온 ‘메기 효과’…그리고 예산 6조?

이정현 의원은 6조라고 이야기했다. 올해 따낸 예산을 시작으로 광주.전남에서 개시될 기간 사업들에 앞으로 투입될 공사 비용말이다. 결국 몇 년에 걸쳐 이뤄지긴 하겠지만 광주.전남 지역에 투입될 예산이라고 보면 된다는 설명이다.

광주-완도간 고속도로 사업 설계비 100억 원을 비롯해, 앞서 밝혔던 목포-보성 철도 착공비 50억 원 등 굵직한 사업들이 많다며 말을 이어갔다.

예산 소위에서 제외됐을 무렵 만났던 이정현 의원은 광주.전남에서 챙겨야할 사업 예산 목록 150여 개를 정리해 가지고 있었다. 그 동안 광주.전남 지자체 공무원들이 드나들며 부탁했고, 또 본인이 꼭 따내야겠다고 생각했던 예산 목록을 정리해 놓은 것들이었다. 그리고 예결위 앞에 텐트를 쳐서라도 따내겠다고 말했었다.

이 의원은 스스로 자기가 뛰니까 새정치연합 의원들도 같이 뛰었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실제 이정현 의원만 뛰어서 예산이 따졌겠는가. 호남의 많은 야당 의원들이 모두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힘을 다했기 때문에 나온 결과물일 것이다. 우윤근, 박지원, 이윤석 의원 등 이 의원은 일일히 이름을 열거하기도 했다.

미꾸라지만 넣어놓은 어항보다, 미꾸라지를 잡아먹는 메기를 함께 넣어야 미꾸라지의 전체 생존률이 높아진다는 게 이른바 '메기 효과'다. 천적인 메기를 피하기 위해 미꾸라지가 움직이는 덕분에 더 오래 살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처럼 영남은 새누리, 호남은 새정치라는 지역별 정당 고착 구도가 공고한 정치 지형에서 이정현 의원은 한 마리 메기인지 모르겠다.

단순히 이정현 의원이 지역 예산을 얼마나 따냈느냐에 시선을 두기 보다, 이 의원이 어떤 변화의 바람을 불러올지 주목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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