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공교육 이슬람화’ 논란 가열…대통령도 가세

입력 2014.12.09 (03:02) 수정 2014.12.09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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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국가교육위원회가 오스만터키어를 고교 과목으로 채택하는 등 공교육의 이슬람화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오스만어 수업 강행 의지를 밝혀 논란이 가열됐다.

터키 아나돌루 통신 등은 8일(현지시간) 에르도안 대통령이 "오스만어 수업을 원치 않는 이들이 있는데 이는 매우 큰 위험으로, 원하든 원치 않든 오스만어는 이 나라에서 가르쳐지고 배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것은 외국어가 아니다. 이것은 터키어의 한 형태로 절대 고어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수업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지난주 19차 위원회를 개최해 오스만어를 이슬람계 종교 고등학교인 '이맘하팁'에서는 필수과목으로 일반 고교에서는 선택과목으로 채택하는 권고안을 의결했다.

교육위원회와 교사협회 등으로 구성된 국가교육위원회가 승인한 안건들은 교육부에 공식 권고안으로 제출된다.

오스만어는 페르시아어와 아랍어의 영향을 많이 받은 언어로 오스만제국의 공용어였으며 아랍문자를 쓴다. 그러나 터키를 건국한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는 1928년 언어개혁을 단행해 현대 터키어를 로마자로 표기하도록 함에 따라 사어가 됐다.

국가교육위원회는 또 필수 교과인 종교 수업을 시작하는 학년을 현행 초등학교 4학년에서 1학년으로 낮췄으며, 고등학교의 종교 수업 시간을 주 1시간에서 2시간으로 늘렸다.

이밖에 관광업 전문 고등학교의 교과과정에서 주류 서비스 관련 수업을 폐지했으며 초등학교 4학년부터 '하피즈'(꾸란을 전부 암기하는 사람)가 되려는 학생들에게 2년간 휴학할 수 있도록 허용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세속주의 성향의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 케말 크르츠다로울루 대표는 "'비(非)국가교육위원회'는 터키의 미래에 관심이 없다"며 "이들이 터키를 중세 국가로 만들려는데 절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슬람 성향의 일간지 자만도 집권 정의개발당(AKP)이 과학 중심의 세속주의 교육 체계를 이슬람화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메틴 보스탄즈오울루 전 교육부 장관은 자만에 "국가교육위원회의 권고안이 실행되면 아무것도 질문하지 않는 세대가 나올 것"이라며 "과학적 의견 대신 종교적 수업을 늘리면 논리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학생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간 휴리예트의 이스메트 베르칸 칼럼니스트도 오스만어는 오스만제국의 지배계층만 쓰던 언어라며 반대했다. 그는 오스만어가 교과로 채택되더라도 교사들을 육성해야 하고 교과서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실제 수업은 5~6년 뒤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비판에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터키 종교 당국이 개최한 회의에서 "이 나라에서 종교와 관련한 모든 질문을 공개적으로 토론하도록 독려하는 것이 나의 개인적 의무"라고 밝혔다.

그는 터키와 이슬람이 국제 언론의 공격을 받고 있다며 "내가 '왜 꾸란 수업이 물리학처럼 필수가 되면 안되냐'고 물었을 때 (국제 언론의) 표적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과거 200년 동안 묻지 않았던 세계가 왜 우리를 겨냥하느냐는 질문을 하고 있다"며 "(서방 언론이) 이것을 내일 쓸 것이고 나를 공격할 것임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서방은 우리에게 조용히 있기를 원하지만 우리는 계속 팔레스타인과 이집트의 민주주의, 시리아의 정의 등을 방어하고 있다"며 "우리가 종교를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면 종파 간 분쟁이 끝나고, 우리가 올바른 질문을 할 수 있다면 우리는 중동의 유혈사태를 종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방 언론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을 오스만제국을 동경하며 무슬림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네오 오토만주의자'라고 비판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날 논평에서 터키가 시리아에 안전지대 설정을 주장하는 것은 알아사드 정권을 몰아내고 터키와 가까운 수니파 이슬람주의자인 무슬림형제단이 주도한 망명정부가 집권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터키가 알아사드가 물러난 이후 시리아의 평화를 에르도안의 '네오 오토만' 꿈을 실현하기 위한 차원으로 격하한다면 안전지대는 더 광범위한 전쟁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신보수주의 싱크탱크인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클리포드 메이 대표도 최근 워싱턴타임스에 기고한 '네오 오토만의 부상'이란 글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네오 오토만처럼 보인다"며 "이것이 정확하다면 터키와 서방 간 균열은 벌어지기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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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터키, ‘공교육 이슬람화’ 논란 가열…대통령도 가세
    • 입력 2014-12-09 03:02:10
    • 수정2014-12-09 15:53:42
    연합뉴스
터키 국가교육위원회가 오스만터키어를 고교 과목으로 채택하는 등 공교육의 이슬람화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오스만어 수업 강행 의지를 밝혀 논란이 가열됐다.

터키 아나돌루 통신 등은 8일(현지시간) 에르도안 대통령이 "오스만어 수업을 원치 않는 이들이 있는데 이는 매우 큰 위험으로, 원하든 원치 않든 오스만어는 이 나라에서 가르쳐지고 배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것은 외국어가 아니다. 이것은 터키어의 한 형태로 절대 고어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수업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지난주 19차 위원회를 개최해 오스만어를 이슬람계 종교 고등학교인 '이맘하팁'에서는 필수과목으로 일반 고교에서는 선택과목으로 채택하는 권고안을 의결했다.

교육위원회와 교사협회 등으로 구성된 국가교육위원회가 승인한 안건들은 교육부에 공식 권고안으로 제출된다.

오스만어는 페르시아어와 아랍어의 영향을 많이 받은 언어로 오스만제국의 공용어였으며 아랍문자를 쓴다. 그러나 터키를 건국한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는 1928년 언어개혁을 단행해 현대 터키어를 로마자로 표기하도록 함에 따라 사어가 됐다.

국가교육위원회는 또 필수 교과인 종교 수업을 시작하는 학년을 현행 초등학교 4학년에서 1학년으로 낮췄으며, 고등학교의 종교 수업 시간을 주 1시간에서 2시간으로 늘렸다.

이밖에 관광업 전문 고등학교의 교과과정에서 주류 서비스 관련 수업을 폐지했으며 초등학교 4학년부터 '하피즈'(꾸란을 전부 암기하는 사람)가 되려는 학생들에게 2년간 휴학할 수 있도록 허용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세속주의 성향의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 케말 크르츠다로울루 대표는 "'비(非)국가교육위원회'는 터키의 미래에 관심이 없다"며 "이들이 터키를 중세 국가로 만들려는데 절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슬람 성향의 일간지 자만도 집권 정의개발당(AKP)이 과학 중심의 세속주의 교육 체계를 이슬람화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메틴 보스탄즈오울루 전 교육부 장관은 자만에 "국가교육위원회의 권고안이 실행되면 아무것도 질문하지 않는 세대가 나올 것"이라며 "과학적 의견 대신 종교적 수업을 늘리면 논리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학생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간 휴리예트의 이스메트 베르칸 칼럼니스트도 오스만어는 오스만제국의 지배계층만 쓰던 언어라며 반대했다. 그는 오스만어가 교과로 채택되더라도 교사들을 육성해야 하고 교과서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실제 수업은 5~6년 뒤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비판에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터키 종교 당국이 개최한 회의에서 "이 나라에서 종교와 관련한 모든 질문을 공개적으로 토론하도록 독려하는 것이 나의 개인적 의무"라고 밝혔다.

그는 터키와 이슬람이 국제 언론의 공격을 받고 있다며 "내가 '왜 꾸란 수업이 물리학처럼 필수가 되면 안되냐'고 물었을 때 (국제 언론의) 표적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과거 200년 동안 묻지 않았던 세계가 왜 우리를 겨냥하느냐는 질문을 하고 있다"며 "(서방 언론이) 이것을 내일 쓸 것이고 나를 공격할 것임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서방은 우리에게 조용히 있기를 원하지만 우리는 계속 팔레스타인과 이집트의 민주주의, 시리아의 정의 등을 방어하고 있다"며 "우리가 종교를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면 종파 간 분쟁이 끝나고, 우리가 올바른 질문을 할 수 있다면 우리는 중동의 유혈사태를 종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방 언론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을 오스만제국을 동경하며 무슬림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네오 오토만주의자'라고 비판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날 논평에서 터키가 시리아에 안전지대 설정을 주장하는 것은 알아사드 정권을 몰아내고 터키와 가까운 수니파 이슬람주의자인 무슬림형제단이 주도한 망명정부가 집권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터키가 알아사드가 물러난 이후 시리아의 평화를 에르도안의 '네오 오토만' 꿈을 실현하기 위한 차원으로 격하한다면 안전지대는 더 광범위한 전쟁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신보수주의 싱크탱크인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클리포드 메이 대표도 최근 워싱턴타임스에 기고한 '네오 오토만의 부상'이란 글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네오 오토만처럼 보인다"며 "이것이 정확하다면 터키와 서방 간 균열은 벌어지기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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