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정국, ‘조기 대선’ 혼란…금융시장 대폭락

입력 2014.12.10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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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연립정부가 구제금융 조기 졸업이 무산되자 대통령 선출을 2개월 앞당기는 도박을 걸면서 정국이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그리스 연정은 이달 말에 구제금융을 졸업하면 이 성과를 발판으로 내년 2월로 예정된 의회의 대통령 선출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대외채권단의 반대로 연내 졸업이 실패하자 연정은 마지막 협상을 앞두고 조기 대선이란 배수진을 쳤다.

그리스 언론들은 연정이 대통령 선출에 필요한 의석수를 확보하지 못해 1, 2차 투표의 부결이 확실시되며 3차 투표에서도 실패해 조기 총선에 따른 정권 교체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금융시장은 채무 탕감을 요구하며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제1야당인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집권해 다시 재정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로 폭락세를 보여 증시는 27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총리, 전 외무장관 대통령 후보 지명…3차 투표서 결정 전망

안토니스 사마라스 총리는 9일(현지시간) 대통령 후보로 스타브로스 디마스(73) 전 외무장관을 지명했다고 밝혔다.

사마라스 총리는 "그리스와 국제사회에서 모두 존경받는 인물이기 때문에 선택했다"며 "3차 투표까지 후보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디마스 전 외무장관은 신민당 부대표로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유럽연합(EU) 집행위원을 역임하고 2011년부터 2012년까지 외무장관을 지냈다.

사마라스 총리는 전날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부총리와 회동하고서 에반겔로스 메이마라키스 국회의장에 대통령 선출 1차 투표를 오는 17일에 실시하자고 요청했다.

그리스 헌법에 따르면 상징적 국가원수인 대통령은 의회에서 선출하며 1차 투표에서 정원(300명)의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가결된다.

1차 투표에서 부결되면 5일 뒤에 2차 투표를 실시하며, 2차에서도 선출되지 못하면 3차 투표를 치른다.

3차 투표의 가결 요건은 정원의 5분의 3 이상이다.

의회가 대통령을 선출하지 못하면 해산하고 조기총선을 치러야 한다.

그리스 일간 프로토테마는 연정이 내세운 대통령 후보에 찬성표를 던질 수 있는 의원은 최대 175명으로 3차 투표의 가결 요건인 180명에 못 미친다고 분석했다.

사마라스 총리가 이끄는 신민당과 베니젤로스 부총리가 당수인 사회당으로 구성된 연립정부는 155석만 확보한 상태이며 제1야당인 급진좌파연합(시리자) 등은 연정이 내세운 후보는 누구든 반대하겠다며 조기 총선을 요구했다.

따라서 17일 치르는 1차 투표와 23일의 2차 투표 모두 부결될 것으로 전망되며 29일께 치를 예정인 3차 투표에서도 선출하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연정 미래·구제금융 협상 모두 안갯속…증시, 27년 만에 최대 낙폭 마감

사마라스 총리가 '모 아니면 도'인 조기 대선 카드를 꺼낸 것은 연내 구제금융 졸업이 무산돼 더 잃을 것이 없는 상황에서 마지막 구제금융 협상과 대통령 선출을 동시에 돌파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조기 대선 발표는 전날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 회의에서 그리스의 구제금융 졸업을 2개월 연장하기로 결정한 직후 나왔다.

프로토테마는 유로그룹 일각에서 6개월 연장을 요구했으나 그리스 정부가 '기술적 연장'을 강력하게 요구해 2개월로 합의됨에 따라 계획보다는 2개월 늦어졌지만 구제금융 조기 졸업 가능성이 커지자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풀이했다.

사마라스 총리는 이날 후보를 발표하면서 "그리스의 경제가 안정됐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이란 구름이 다시 드리워졌다"며 "정부는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완전한 정치 안정을 위해 해야할 일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달 말에 대통령 선출이 끝나면 그리스는 공식적으로 구제금융 졸업 시대에 들어갈 준비를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연정은 예정대로 내년 2월에 대통령을 선출하기로 해도 그전까지 구제금융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하기 때문에 조기 총선 가능성이 큰 상황이므로 대선을 2개월 앞당기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대외채권단 일각에서는 그리스 연정의 붕괴 가능성에 따라 EU의 마지막 구제금융 분할 지원을 앞두고 집권할 가능성이 있는 시리자와도 협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시리자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당수는 이날 당직자와 회의에서 "조기 대선 결정은 대중과 민주주의의 중대한 승리"라며 "결국 시리자가 중심이 된 구원의 정부가 출범할 것"이라고 조기 총선 승리를 확신했다.

치프라스 당수는 구제금융 이행조건인 긴축정책에 반대하고 대외채권단이 채무를 탕감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으며, 신자유주의에 반대해 그리스의 '우고 차베스'란 평가를 받는다.

신민당은 지난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득표율 22.7%에 그쳐 26.6%를 얻은 시리자에 패배했으며, 시리자는 가장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지지율 29%로 신민당(24%)을 5%포인트 앞섰다.

지난해 연정에서 탈퇴한 민주좌파도 이날 성명을 내고 연정이 지명한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의석수 10석인 민주좌파도 반대의사를 밝혀 대통령 선출 가능성이 더욱 낮아졌다.

정국 혼란에 따라 아테네증시의 종합주가지수는 이날 오전 6%대의 폭락세를 보였고 그리스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전날보다 0.4%포인트 급등한 7.64%에 거래됐다.

금융시장은 오후 들어 대통령 후보가 발표되자 급락세가 더욱 가팔라져 증시는 결국 12.8% 폭락해 1987년 이후 일간 최대 하락폭을 보였고, 국채 10년물 금리도 8.09%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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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스 정국, ‘조기 대선’ 혼란…금융시장 대폭락
    • 입력 2014-12-10 02:29:30
    연합뉴스
그리스 연립정부가 구제금융 조기 졸업이 무산되자 대통령 선출을 2개월 앞당기는 도박을 걸면서 정국이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그리스 연정은 이달 말에 구제금융을 졸업하면 이 성과를 발판으로 내년 2월로 예정된 의회의 대통령 선출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대외채권단의 반대로 연내 졸업이 실패하자 연정은 마지막 협상을 앞두고 조기 대선이란 배수진을 쳤다. 그리스 언론들은 연정이 대통령 선출에 필요한 의석수를 확보하지 못해 1, 2차 투표의 부결이 확실시되며 3차 투표에서도 실패해 조기 총선에 따른 정권 교체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금융시장은 채무 탕감을 요구하며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제1야당인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집권해 다시 재정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로 폭락세를 보여 증시는 27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총리, 전 외무장관 대통령 후보 지명…3차 투표서 결정 전망 안토니스 사마라스 총리는 9일(현지시간) 대통령 후보로 스타브로스 디마스(73) 전 외무장관을 지명했다고 밝혔다. 사마라스 총리는 "그리스와 국제사회에서 모두 존경받는 인물이기 때문에 선택했다"며 "3차 투표까지 후보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디마스 전 외무장관은 신민당 부대표로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유럽연합(EU) 집행위원을 역임하고 2011년부터 2012년까지 외무장관을 지냈다. 사마라스 총리는 전날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부총리와 회동하고서 에반겔로스 메이마라키스 국회의장에 대통령 선출 1차 투표를 오는 17일에 실시하자고 요청했다. 그리스 헌법에 따르면 상징적 국가원수인 대통령은 의회에서 선출하며 1차 투표에서 정원(300명)의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가결된다. 1차 투표에서 부결되면 5일 뒤에 2차 투표를 실시하며, 2차에서도 선출되지 못하면 3차 투표를 치른다. 3차 투표의 가결 요건은 정원의 5분의 3 이상이다. 의회가 대통령을 선출하지 못하면 해산하고 조기총선을 치러야 한다. 그리스 일간 프로토테마는 연정이 내세운 대통령 후보에 찬성표를 던질 수 있는 의원은 최대 175명으로 3차 투표의 가결 요건인 180명에 못 미친다고 분석했다. 사마라스 총리가 이끄는 신민당과 베니젤로스 부총리가 당수인 사회당으로 구성된 연립정부는 155석만 확보한 상태이며 제1야당인 급진좌파연합(시리자) 등은 연정이 내세운 후보는 누구든 반대하겠다며 조기 총선을 요구했다. 따라서 17일 치르는 1차 투표와 23일의 2차 투표 모두 부결될 것으로 전망되며 29일께 치를 예정인 3차 투표에서도 선출하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연정 미래·구제금융 협상 모두 안갯속…증시, 27년 만에 최대 낙폭 마감 사마라스 총리가 '모 아니면 도'인 조기 대선 카드를 꺼낸 것은 연내 구제금융 졸업이 무산돼 더 잃을 것이 없는 상황에서 마지막 구제금융 협상과 대통령 선출을 동시에 돌파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조기 대선 발표는 전날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 회의에서 그리스의 구제금융 졸업을 2개월 연장하기로 결정한 직후 나왔다. 프로토테마는 유로그룹 일각에서 6개월 연장을 요구했으나 그리스 정부가 '기술적 연장'을 강력하게 요구해 2개월로 합의됨에 따라 계획보다는 2개월 늦어졌지만 구제금융 조기 졸업 가능성이 커지자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풀이했다. 사마라스 총리는 이날 후보를 발표하면서 "그리스의 경제가 안정됐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이란 구름이 다시 드리워졌다"며 "정부는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완전한 정치 안정을 위해 해야할 일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달 말에 대통령 선출이 끝나면 그리스는 공식적으로 구제금융 졸업 시대에 들어갈 준비를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연정은 예정대로 내년 2월에 대통령을 선출하기로 해도 그전까지 구제금융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하기 때문에 조기 총선 가능성이 큰 상황이므로 대선을 2개월 앞당기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대외채권단 일각에서는 그리스 연정의 붕괴 가능성에 따라 EU의 마지막 구제금융 분할 지원을 앞두고 집권할 가능성이 있는 시리자와도 협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시리자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당수는 이날 당직자와 회의에서 "조기 대선 결정은 대중과 민주주의의 중대한 승리"라며 "결국 시리자가 중심이 된 구원의 정부가 출범할 것"이라고 조기 총선 승리를 확신했다. 치프라스 당수는 구제금융 이행조건인 긴축정책에 반대하고 대외채권단이 채무를 탕감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으며, 신자유주의에 반대해 그리스의 '우고 차베스'란 평가를 받는다. 신민당은 지난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득표율 22.7%에 그쳐 26.6%를 얻은 시리자에 패배했으며, 시리자는 가장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지지율 29%로 신민당(24%)을 5%포인트 앞섰다. 지난해 연정에서 탈퇴한 민주좌파도 이날 성명을 내고 연정이 지명한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의석수 10석인 민주좌파도 반대의사를 밝혀 대통령 선출 가능성이 더욱 낮아졌다. 정국 혼란에 따라 아테네증시의 종합주가지수는 이날 오전 6%대의 폭락세를 보였고 그리스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전날보다 0.4%포인트 급등한 7.64%에 거래됐다. 금융시장은 오후 들어 대통령 후보가 발표되자 급락세가 더욱 가팔라져 증시는 결국 12.8% 폭락해 1987년 이후 일간 최대 하락폭을 보였고, 국채 10년물 금리도 8.09%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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