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야구’ 꼭 5개 팀이 해야 하나?

입력 2014.12.10 (17:06) 수정 2014.12.10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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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프로야구에서는 정규리그 5위 팀도 포스트시즌(PS)에 진출해 가을 야구를 할 수 있다.

어제(9일) 한국야구위원회는(KBO)는 내년 시즌부터 정규리그 4위와 5위가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놓고 벌이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도입하기로 했다.

올 시즌까지 1~4위에게 주어지는 포스트시즌 진출권이 다음 시즌부터는 5위에게도 주어지는 것이다.

이는 내년에 KT가 새로 합류하면서 프로야구 구단이 총 10개로 늘어나는 데 따른 조치다.

KBO 관계자는 "현재 4강 포스트시즌 체제는 8개 구단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10개 구단으로 늘어난 만큼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도입해 5강 포스트시즌 체제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정규리그에서 5위를 차지하더라도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4위를 꺾고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를 이기면 시즌 챔피언이 될 수 있다.

다만 프로야구 규정에는 반드시 정규리그 상위 50% 팀으로 포스트시즌을 진행한다는 규정은 없다.

10개 구단으로 늘었다고 해서 반드시 5강 포스트시즌 체제를 구축해야 하는 것은 아닌 셈이다.



◆ 흥행 수익은 늘겠지만…

내년 각 구단과 KBO는 올해보다 대폭 늘어난 이익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올해 9개 구단에서 내년 10개 구단으로 늘어나면 팀당 경기 수는 128경기에서 144경기로 16경기 증가한다.

게다가 와일드카드 결정전의 도입으로 팬들의 큰 관심을 받는 포스트시즌 경기가 최대 2경기 늘어난다.

경기 수 증가에 따른 입장권 판매 수익 상승을 비롯해 큰 폭의 이익 증가가 예상된다.


▲ 2014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넥센 대 LG 경기 장면

반면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의 위상은 전보다 떨어질 것이라는 부정적 시각이 존재한다.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는 한 시즌 동안 각 구단의 성패를 판단하는 좋은 기준이 됐다.

야구 팬들도 실력이 좋은 상위 팀들 끼리 벌이는 수준 높은 포스트시즌을 손꼽아 기다렸다.

하지만 앞으로 10개 팀 가운데 5개 팀이나 진출하는 포스트시즌이 팬들의 기대를 얼마나 충족시킬지 의문이다.

지난 1989년 준플레이오프(3·4위 간 경기)를 시행한 뒤 국내 프로야구는 줄곧 ‘4강 싸움’이었다.

특히 1993년부터 1998년까지는 3위와 4위 팀 간 게임 차가 3.5게임 이상이면 준플레이오프를 치르지 않았다.

정규리그 상위 팀의 기록을 존중하고, 포스트시즌의 진입 장벽을 높여 스스로 포스트시즌 경기의 위상을 높이는 조치였다.

실제로 1995년 정규리그 4위를 기록한 해태는 3위 롯데에 4.5게임 뒤져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 2014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넥센 대 LG 경기 장면

내년 시즌 도입되는 와일드카드는 이러한 과거 시스템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특히 4위와 5위의 승차에 관계없이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르기로 한 점은 포스트시즌의 격을 대폭 낮췄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초 KBO는 4위와 5위의 게임 차가 1.5게임 이하일 때만 와일드카드를 치르는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시즌 막판 ‘5위 팀 밀어주기’ 등 승부가 조작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5위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특별한 조건을 달지 않았다.

정희준 동아대 스포츠과학대학 교수는 "포스트시즌은 정규리그를 통해 엄선된 팀들이 진검승부를 하는 무대여야 한다"며 "10개 팀 중 절반이 올라가는 포스트시즌은 스스로 격을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한 구단 관계자는 “현재 4강 포스트시즌 체제가 유지됐다면 10개 팀이 정규리그에서 더 긴장감을 유지하며 치열한 승부를 했을 수도 있다”며 “포스트시즌의 문이 더 넓어지면서 오히려 리그에 대한 관심이 적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 2014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삼성 대 넥센 경기 장면

◆ 선수들 체력 부담 어찌할까?

또한, 정규리그 경기 수와 포스트시즌 확대로 타자와 투수 모두 체력적으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선수층이 얇은 팀이 많은 국내 프로야구 여건상 리그 후반 경기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특히 와일드카드 결정전 도입으로 전체 포스트시즌 기간도 불가피하게 늘어난다.

가을 야구라고 불리는 포스트시즌이 실제로는 이른 겨울에 진행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정규리그에서 144경기를 치르며 피로가 쌓인 선수들의 부상 위험은 추운 날씨에 더 높아진다.

길어진 포스트시즌이 정규리그 1위 팀에게는 독(毒)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약 20일간 실전 게임을 치르지 못하는 1위 팀 선수들은 경기 감각이 저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4년 연속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며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삼성라이온즈는 2013년·2014년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심각한 타격 부진으로 모두 졌다.

한 구단 관계자는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팀은 정규리그가 끝난 후 경기 감각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이러한 점에서 포스트시즌 확대는 정규리그 1위 팀에게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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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2-10 17:06:13
    • 수정2014-12-10 18:3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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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프로야구에서는 정규리그 5위 팀도 포스트시즌(PS)에 진출해 가을 야구를 할 수 있다.

어제(9일) 한국야구위원회는(KBO)는 내년 시즌부터 정규리그 4위와 5위가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놓고 벌이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도입하기로 했다.

올 시즌까지 1~4위에게 주어지는 포스트시즌 진출권이 다음 시즌부터는 5위에게도 주어지는 것이다.

이는 내년에 KT가 새로 합류하면서 프로야구 구단이 총 10개로 늘어나는 데 따른 조치다.

KBO 관계자는 "현재 4강 포스트시즌 체제는 8개 구단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10개 구단으로 늘어난 만큼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도입해 5강 포스트시즌 체제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정규리그에서 5위를 차지하더라도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4위를 꺾고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를 이기면 시즌 챔피언이 될 수 있다.

다만 프로야구 규정에는 반드시 정규리그 상위 50% 팀으로 포스트시즌을 진행한다는 규정은 없다.

10개 구단으로 늘었다고 해서 반드시 5강 포스트시즌 체제를 구축해야 하는 것은 아닌 셈이다.



◆ 흥행 수익은 늘겠지만…

내년 각 구단과 KBO는 올해보다 대폭 늘어난 이익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올해 9개 구단에서 내년 10개 구단으로 늘어나면 팀당 경기 수는 128경기에서 144경기로 16경기 증가한다.

게다가 와일드카드 결정전의 도입으로 팬들의 큰 관심을 받는 포스트시즌 경기가 최대 2경기 늘어난다.

경기 수 증가에 따른 입장권 판매 수익 상승을 비롯해 큰 폭의 이익 증가가 예상된다.


▲ 2014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넥센 대 LG 경기 장면

반면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의 위상은 전보다 떨어질 것이라는 부정적 시각이 존재한다.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는 한 시즌 동안 각 구단의 성패를 판단하는 좋은 기준이 됐다.

야구 팬들도 실력이 좋은 상위 팀들 끼리 벌이는 수준 높은 포스트시즌을 손꼽아 기다렸다.

하지만 앞으로 10개 팀 가운데 5개 팀이나 진출하는 포스트시즌이 팬들의 기대를 얼마나 충족시킬지 의문이다.

지난 1989년 준플레이오프(3·4위 간 경기)를 시행한 뒤 국내 프로야구는 줄곧 ‘4강 싸움’이었다.

특히 1993년부터 1998년까지는 3위와 4위 팀 간 게임 차가 3.5게임 이상이면 준플레이오프를 치르지 않았다.

정규리그 상위 팀의 기록을 존중하고, 포스트시즌의 진입 장벽을 높여 스스로 포스트시즌 경기의 위상을 높이는 조치였다.

실제로 1995년 정규리그 4위를 기록한 해태는 3위 롯데에 4.5게임 뒤져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 2014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넥센 대 LG 경기 장면

내년 시즌 도입되는 와일드카드는 이러한 과거 시스템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특히 4위와 5위의 승차에 관계없이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르기로 한 점은 포스트시즌의 격을 대폭 낮췄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초 KBO는 4위와 5위의 게임 차가 1.5게임 이하일 때만 와일드카드를 치르는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시즌 막판 ‘5위 팀 밀어주기’ 등 승부가 조작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5위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특별한 조건을 달지 않았다.

정희준 동아대 스포츠과학대학 교수는 "포스트시즌은 정규리그를 통해 엄선된 팀들이 진검승부를 하는 무대여야 한다"며 "10개 팀 중 절반이 올라가는 포스트시즌은 스스로 격을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한 구단 관계자는 “현재 4강 포스트시즌 체제가 유지됐다면 10개 팀이 정규리그에서 더 긴장감을 유지하며 치열한 승부를 했을 수도 있다”며 “포스트시즌의 문이 더 넓어지면서 오히려 리그에 대한 관심이 적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 2014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삼성 대 넥센 경기 장면

◆ 선수들 체력 부담 어찌할까?

또한, 정규리그 경기 수와 포스트시즌 확대로 타자와 투수 모두 체력적으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선수층이 얇은 팀이 많은 국내 프로야구 여건상 리그 후반 경기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특히 와일드카드 결정전 도입으로 전체 포스트시즌 기간도 불가피하게 늘어난다.

가을 야구라고 불리는 포스트시즌이 실제로는 이른 겨울에 진행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정규리그에서 144경기를 치르며 피로가 쌓인 선수들의 부상 위험은 추운 날씨에 더 높아진다.

길어진 포스트시즌이 정규리그 1위 팀에게는 독(毒)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약 20일간 실전 게임을 치르지 못하는 1위 팀 선수들은 경기 감각이 저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4년 연속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며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삼성라이온즈는 2013년·2014년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심각한 타격 부진으로 모두 졌다.

한 구단 관계자는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팀은 정규리그가 끝난 후 경기 감각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이러한 점에서 포스트시즌 확대는 정규리그 1위 팀에게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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