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 아이콘’ 최장기 독일 베를린 시장 퇴진

입력 2014.12.11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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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스 보베라이트(61) 독일 베를린시장이 11일(현지시간) 퇴장했다. 13년여 최장기 시장을 지내서고서다.

그의 등장은 예사롭지 않았다.

자신이 속한 사회민주당(SPD)의 구원투수로서 2001년 6월 48세 나이로 처음 시장에 당선됐다. 당시 베를린 정부를 이끌던 맞수 기독교민주당(CDU)이 정치자금 추문으로 비틀거릴 때 CDU 소속 시장의 잔여 임기를 채우는 자리였지만 그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선거 과정에서 "나는 동성애자다. 그래도 좋다"라고 밝히는 당당함으로, 그리고 이후 세련된 매너와 폭넓은 네트워크로 대중들의 열광과 환호를 끌어냈다.

이번 퇴임을 앞두고도 전날 시청 청사에서 베를린-브란덴부르크의 게이·레즈비언 단체(LSVD) 40곳 대표들의 공개적 환대를 받았다. 다양성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무지개 깃발이 펄럭이고 '섬웨어 오버 더 레인보우'의 합창이 따랐다.

이 환대 속에 보베라이트는 자신의 반려자인 요른 쿠비키와 축하객들이 마련해준 하트 모양의 커다란 풍선을 들고 환하게 웃었다.

독일 주간 슈피겔은 그의 퇴임 기사에서 "게이의 아이콘"으로 보베라이트를 그렸다.

보베라이트는 2004년에는 베를린에 대해 "가난하지만 섹시하다"라고 평가하면서 관광도시로 키우고 일자리를 늘려 경제를 되살렸다는 평도 들었다.

그 결과 잔여 임기를 채운 이후 두 차례 연속 시장 자리를 꿰차고, 한때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대항마로까지 거론되기도 했다.

독일 현지 언론 역시 그가 베를린 시정을 책임지는 동안 베를린이 세계적인 도시로 성장했다는 점만큼은 상당히 평가한다.

그러나 간판 프로젝트였던 베를린-브란덴부르크 국제공항 건설 사업이 실패하면서 보베라이트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2년 개장을 목표로 했던 이 사업은 기약 없이 미뤄지고 그 사이 설계는 수없이 변경됐으며 예산은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사업비리 추문까지 터져 사태는 악화했다.

또 자선행사와 같은 공식 이벤트에서 그의 친근한 매너는 절제 없는 유희로 이어져 '파티 시장'이라는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리더십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시작된 지지율 하락은 2016년 가을로 예정된 차기 선거에서 그의 재선을 어둡게 했다. 임기 2년여를 앞두고 지난 8월 전격 사임 의사를 밝히고 나선 배경이다.

시정부 집권당인 SPD가 보베라이트 후임으로 내정한 같은 당의 미하엘 뮐러(50) 시정부 건설개발부 장관은 이날 시장 선출 투표 결과 찬성 87표, 반대 58표, 기권 1표로 무난히 바통을 이어받게 됐다.

뮐러 신임 시장은 보베라이트와 호흡을 맞춰 2001년부터 2011년까지 원내대표를 지내고 장관직을 맡아 행정 경험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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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이 아이콘’ 최장기 독일 베를린 시장 퇴진
    • 입력 2014-12-11 20:49:51
    연합뉴스
클라우스 보베라이트(61) 독일 베를린시장이 11일(현지시간) 퇴장했다. 13년여 최장기 시장을 지내서고서다. 그의 등장은 예사롭지 않았다. 자신이 속한 사회민주당(SPD)의 구원투수로서 2001년 6월 48세 나이로 처음 시장에 당선됐다. 당시 베를린 정부를 이끌던 맞수 기독교민주당(CDU)이 정치자금 추문으로 비틀거릴 때 CDU 소속 시장의 잔여 임기를 채우는 자리였지만 그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선거 과정에서 "나는 동성애자다. 그래도 좋다"라고 밝히는 당당함으로, 그리고 이후 세련된 매너와 폭넓은 네트워크로 대중들의 열광과 환호를 끌어냈다. 이번 퇴임을 앞두고도 전날 시청 청사에서 베를린-브란덴부르크의 게이·레즈비언 단체(LSVD) 40곳 대표들의 공개적 환대를 받았다. 다양성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무지개 깃발이 펄럭이고 '섬웨어 오버 더 레인보우'의 합창이 따랐다. 이 환대 속에 보베라이트는 자신의 반려자인 요른 쿠비키와 축하객들이 마련해준 하트 모양의 커다란 풍선을 들고 환하게 웃었다. 독일 주간 슈피겔은 그의 퇴임 기사에서 "게이의 아이콘"으로 보베라이트를 그렸다. 보베라이트는 2004년에는 베를린에 대해 "가난하지만 섹시하다"라고 평가하면서 관광도시로 키우고 일자리를 늘려 경제를 되살렸다는 평도 들었다. 그 결과 잔여 임기를 채운 이후 두 차례 연속 시장 자리를 꿰차고, 한때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대항마로까지 거론되기도 했다. 독일 현지 언론 역시 그가 베를린 시정을 책임지는 동안 베를린이 세계적인 도시로 성장했다는 점만큼은 상당히 평가한다. 그러나 간판 프로젝트였던 베를린-브란덴부르크 국제공항 건설 사업이 실패하면서 보베라이트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2년 개장을 목표로 했던 이 사업은 기약 없이 미뤄지고 그 사이 설계는 수없이 변경됐으며 예산은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사업비리 추문까지 터져 사태는 악화했다. 또 자선행사와 같은 공식 이벤트에서 그의 친근한 매너는 절제 없는 유희로 이어져 '파티 시장'이라는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리더십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시작된 지지율 하락은 2016년 가을로 예정된 차기 선거에서 그의 재선을 어둡게 했다. 임기 2년여를 앞두고 지난 8월 전격 사임 의사를 밝히고 나선 배경이다. 시정부 집권당인 SPD가 보베라이트 후임으로 내정한 같은 당의 미하엘 뮐러(50) 시정부 건설개발부 장관은 이날 시장 선출 투표 결과 찬성 87표, 반대 58표, 기권 1표로 무난히 바통을 이어받게 됐다. 뮐러 신임 시장은 보베라이트와 호흡을 맞춰 2001년부터 2011년까지 원내대표를 지내고 장관직을 맡아 행정 경험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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