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꿈꾸며’ 지구 반대편에 보내는 편지 한 통

입력 2014.12.12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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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꿈꾸며' 지구 반대편에 보내는 편지 한 통> 앰네스티, 인권의 날 맞아 '편지쓰기 마라톤'…53년만에 최대 규모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임신이 행복한 일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건강한 아이가 태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지난달 말 서울 마포구의 한 어린이집에 모인 엄마들이 꾹꾹 눌러 한 글자씩 정성스럽게 써 내려간 편지의 일부다.

지구 반대편 남아프리카공화국 음콘도라는 지역에 사는 여성들이 임신했을 때 필요한 보건진료 등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현지 정부에 호소하는 내용이다.

이들은 국제앰네스티가 세계 인권의 날(12월 10일)을 기념해 12월 한 달간 각국에서 동시에 진행 중인 '편지쓰기 마라톤' 캠페인의 '1호 한국인' 참여자들이다.

12일 앰네스티 한국지부에 따르면 편지쓰기 마라톤은 1961년 포르투갈에서 정치 집회에 참여한 대학생들이 수감되자 영국 변호사 피터 베넨슨이 포르투갈 정부에 항의 편지를 보내자고 신문에 기고하면서 시작됐다. 이 사건은 국제앰네스티가 창설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반세기 넘게 이어진 편지쓰기 캠페인은 크고 작은 '기적'을 만들어 냈다.

2012년 과테말라에서는 10여년 전 성폭행을 당하고 숨진 한 15세 소녀의 사연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전 세계 수십만명의 사람들이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정부는 뒤늦게 재조사에 착수했고, 여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특별부서가 생겼다.

53돌을 맞은 올해는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에 군사 기밀을 넘겼다는 이유로 징역 35년을 선고받은 미군 일병 첼시 매닝의 석방과 남아공 음콘도 지역 의료서비스 제공 등 7개 조치를 촉구하는 내용으로 캠페인이 진행된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140여개국에서 편지 230만통을 보내는 게 목표로, 올해 행사는 캠페인이 시작된 이래 최대 규모다.

한국에서는 4만2천통을 보내는 것이 목표인데 지금까지 시민 1만1천여명이 3만7천여통의 편지를 작성했다.

참여를 원하는 시민은 31일까지 홈페이지(http://amnesty.or.kr/letter2014)에서 온라인으로도 참여할 수 있다.

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시민 참여를 늘리기 위해 이날 오후 3시 서울 중구 정동 산다미아노 카페에서 '편지쓰는 밤'(Letter Night) 행사를 연다.

앰네스티 관계자는 "편지 한 통이 모여 수백, 수천 통이 되면 인권 침해를 당하는 이들에게는 희망이 되고 가해자나 가해국에는 압박을 주는 효과가 있다"며 "더 많은 시민이 참여해 기적을 만들어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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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적을 꿈꾸며’ 지구 반대편에 보내는 편지 한 통
    • 입력 2014-12-12 06:19:51
    연합뉴스
<'기적을 꿈꾸며' 지구 반대편에 보내는 편지 한 통> 앰네스티, 인권의 날 맞아 '편지쓰기 마라톤'…53년만에 최대 규모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임신이 행복한 일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건강한 아이가 태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지난달 말 서울 마포구의 한 어린이집에 모인 엄마들이 꾹꾹 눌러 한 글자씩 정성스럽게 써 내려간 편지의 일부다. 지구 반대편 남아프리카공화국 음콘도라는 지역에 사는 여성들이 임신했을 때 필요한 보건진료 등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현지 정부에 호소하는 내용이다. 이들은 국제앰네스티가 세계 인권의 날(12월 10일)을 기념해 12월 한 달간 각국에서 동시에 진행 중인 '편지쓰기 마라톤' 캠페인의 '1호 한국인' 참여자들이다. 12일 앰네스티 한국지부에 따르면 편지쓰기 마라톤은 1961년 포르투갈에서 정치 집회에 참여한 대학생들이 수감되자 영국 변호사 피터 베넨슨이 포르투갈 정부에 항의 편지를 보내자고 신문에 기고하면서 시작됐다. 이 사건은 국제앰네스티가 창설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반세기 넘게 이어진 편지쓰기 캠페인은 크고 작은 '기적'을 만들어 냈다. 2012년 과테말라에서는 10여년 전 성폭행을 당하고 숨진 한 15세 소녀의 사연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전 세계 수십만명의 사람들이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정부는 뒤늦게 재조사에 착수했고, 여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특별부서가 생겼다. 53돌을 맞은 올해는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에 군사 기밀을 넘겼다는 이유로 징역 35년을 선고받은 미군 일병 첼시 매닝의 석방과 남아공 음콘도 지역 의료서비스 제공 등 7개 조치를 촉구하는 내용으로 캠페인이 진행된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140여개국에서 편지 230만통을 보내는 게 목표로, 올해 행사는 캠페인이 시작된 이래 최대 규모다. 한국에서는 4만2천통을 보내는 것이 목표인데 지금까지 시민 1만1천여명이 3만7천여통의 편지를 작성했다. 참여를 원하는 시민은 31일까지 홈페이지(http://amnesty.or.kr/letter2014)에서 온라인으로도 참여할 수 있다. 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시민 참여를 늘리기 위해 이날 오후 3시 서울 중구 정동 산다미아노 카페에서 '편지쓰는 밤'(Letter Night) 행사를 연다. 앰네스티 관계자는 "편지 한 통이 모여 수백, 수천 통이 되면 인권 침해를 당하는 이들에게는 희망이 되고 가해자나 가해국에는 압박을 주는 효과가 있다"며 "더 많은 시민이 참여해 기적을 만들어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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