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처형 1년, 지금 북한은]③집권 4년차 김정은호 내년에도 순항할까

입력 2014.12.12 (11:51) 수정 2014.12.12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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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정권의 2인자로 40여년 간 군림했던 장성택이 처형된 지 오늘(12일)로 1년을 맞았다.

당시 장성택의 처형을 두고 북한 내부의 동요를 불러일으켜 김정은의 권력 기반을 약화시킬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김정은은 장성택 계파를 계속 숙청하면서 군 수뇌부 등을 수시로 교체하는 공포정치로 1년이 지난 현재 자신의 체제를 더 굳건하게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남북관계는 롤러코스터를 타며 부침이 심한 일년을 보냈지만 내년에는 이희호 여사의 방북 및 광복 70주년인 만큼, 남북 양측이 새로운 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마련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중국통이었던 장성택의 제거와 북핵문제로 인해 악화되고 있는 북중관계와 열악한 경제상황은 김정은 정권의 과제로 남았다.



■ 노동당 정치 부활을 통한 통치권 강화

장성택 처형 후 김정은은 노동당 정치를 부활하며 사회주의 정치를 복원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김일성 시대의 노동당은 모든 정책을 결정하는 중심기구였지만, 김정일 시대에는 '선군정치'에 밀려 국가의 중요 결정이 김정일을 둘러싼 군부에 의해 좌우되곤 했다.

그러나 김정은 체제의 노동당이 김일성 시대로 다시 돌아가면서 사회주의 국가의 공산당 중심 통치 체제가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만 해도 3월과 4월 김정은 주재 하에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어 군부의 조직문제 등을 논의했다. 군부 인사가 노동당 회의를 통해 결정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노동당 중심의 정치 시스템이 강화되면서 각 분야에 대한 정책적 지도를 전담한 노동당 전문 부서의 기능과 역할도 한층 강화되는 양상이다.

최근 김정은의 군부대 시찰 및 군사훈련 참관에 오일정 당 부장이 빈번히 수행하는 것도 당 중시 차원의 한 예로 볼수 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이처럼 노동당 중시 정책을 펼치는 것은 결국 군부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최근 군부 인사가 노동당 중앙 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며 “ 당 관료 출신이 군부의 조직문제와 인사 등을 총괄하는 총정치국장 자리를 잇달아 차지하는 점도 군부에 대한 노동당의 통제가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밝혔다.



실제로 김정은 정권의 첫 총정치국장 최룡해는 노동당에서만 활동해온 정통 당료로서 김정은 체제에서 군복을 입은 인물이고, 최룡해의 후임 황병서는 수십년을 노동당 조직지도부에서 활동해온 당 관료 출신이다.

김정은은 아울러 군 수뇌부를 수시 교체하고 강등과 복권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정권에 대한 군부의 충성심을 유도했다.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최룡해에서 황병서로, 인민무력부장을 장정남에서 현영철로 교체한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장정남은 군 계급이 대장→상장→대장→상장으로 강등과 복권을 거듭했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이 단순한 군부대 시찰에서 벗어나 해군 지휘관들의 수영 훈련에 참관하는 등 훈련 위주로 시찰하고 있다”며 “군부 장악력 확대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부족한 정치적 리더십을 채우고 군부를 견제하기 위해 노동당 창당 70주년을 맞는 내년에도 노동당 중심의 정치시스템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 날로 악화되는 북한 경제

북한 경제는 장성택 처형 이후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는 김정은이 경제 효율성 보다는 장성택의 잔재를 없애는 데 집중하다보니 북한의 경제 여건 개선에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경제분야에서 ‘장성택 그림자 지우기’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것은, 장성택이 주관한 평양 10만호 건설사업이다.
김정은은 자금 부족을 이유로 2만호 건설로 중단시켰고, 대신 위성과학자주택지구, 평양육아원, 김책공대 교육자 살림집 등 김정은의 치적을 과시하기 위한 전시사업이 들어섰다.

장성택이 추진했던 각종 경제 프로젝트의 명칭도 바뀌었다.

김정은은 올 2월 6개 신규 경제개발구를 발표하며 신의주 경제지대의 명칭을 특수경제지대에서 국제경제지대로 바꿨고, 지난 8월에는 장성택이 이권을 챙겼던 대동강 타일공장 이름을 천리마 타일공장으로 변경했다.

여기에 김정은의 보여주기식 사업도 북한 경제를 암울하게 하고 있다.

김정은은 마식령스키장·문수물놀이장 등 북한 주민들의 민생 개선과 무관한 전시성 사업에 치중하고 재정건전성 확보 등 경제성장과 관련한 정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2011년 12월 김정은 집권 이후 3년간 전시성 건설사업에만 투입된 자금이 3억달러(약 3,300억원)가 넘는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은 장성택의 잔재를 청산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지만 전시성 사업은 자원배분의 왜곡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재정건전성과도 관련이 없는 만큼 북한 경제를 회생하는 데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 사면초가에 빠진 북한 외교

장성택 사후 북한의 외교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특히 중국통인 장성택의 처형으로 가뜩이나 3차 핵실험으로 불편했던 북중관계는 더욱 악화됐다.

김정일과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 시절에 연 45회에 달하던 북중 정치분야 교류는 현재 3분의 1수준으로 줄었다. 연 5~6회 달하던 군사교류는 올해는 아예 전무했다.

북한은 지난 7월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에 동참한 중국을 겨냥해 '줏대없는 나라'라고 표현하고 중국은 북한에 보내는 축전에서 북중 친선을 상징하는 '16자 방침'을 생략하는 등 올해 양국은 냉랭한 관계를 이어왔다.

그러나 최근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중국이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면서 북한으로서는 관계 개선의 명분이 생긴데다 중국 역시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계 확산을 의식해 북한과 서먹한 관계를 고집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중관계가 소원해진 데 반해 북러 교류는 크게 늘었다.

올해만 해도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 이어 리수용 외무상과 최룡해 당 비서 등 북한 고위급 인사들이 러시아를 연이어 방문했다.

하지만 북러 관계가 북중관계를 대체할 수 없다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양무진 교수는 “러시아는 중국보다 북한과의 접경지대가 짧은데다 전통적으로 아시아보다 유럽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북한이 러시아와 밀착하는 것은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인 납치 문제 등으로 갈등을 지속하던 북한과 일본은 지난 5월 북일협상에 합의하며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양측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협상의 진척이 없는 상황에서 북한이 인권결의안 통과를 주도한 일본을 강하게 비난하고 있어 장밋빛 미래를 그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아베 정권이나 북한 모두 협상을 통해 기대하는 실익이 있는 만큼 내년 북일협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은 미국과는 내년에도 힘겨루기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한미 합동군사훈련, MD체계 등을 강하게 비난하면서도 인권 문제를 의식한 듯 미국인 억류자 3명을 전격 석방하는 등 유화적 손짓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인권결의안 채택 이후 북한이 이를 미국의 '인권 소동'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북미 간 강한 냉기류가 조성됐다.

미국은 북한의 핵위협 등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북한 역시 서방의 압박을 군사적 도발의 명분으로 삼고자 쉽게 관계개선에 나서진 않을 것으로 보여 내년에도 전향적인 관계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남북관계는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시계추처럼 제자리걸음만 반복하고 있다.

올해에도 지난 2월 1차 고위급 접촉에 이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로 남북 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는가 싶었지만, 북한 미사일 발사, 한미 합동군사훈련 등으로 다시 갈등 국면이 이어졌다.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황병서·최룡해·김양건 등 실세 3인방이 남한을 전격 방문하면서 잠시 낙관적인 기대도 나왔지만, 탈북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로 다시 남북은 살얼음판을 걸어야 했다.

일각에서는 내년이 광복 70주년인 만큼 이를 계기로 남북이 새로운 관계 개선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송봉선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최근 정부 고위 당국자가 이산가족 문제, 5·24조치 해제 등 현안들을 북측과 포괄적으로 협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관계 개선의 전망이 밝아지고 있는 모양새”라며 “내년 이희호 여사의 방문을 계기로 집권 3년차를 맞는 박근혜 정부도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김정은호 순항할까?

일단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장성택 ‘물빼기’작업 이후 자신만의 색깔로 채우며 권력 기반이 비교적 안정됐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은은 노동당을 통해 군부의 힘을 빼면서 자신에게 충성을 강요하며 권력을 만들어 가고 있다”며 “당분간 김정은 체제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은 장성택 처형 후 부정부패 등을 내세워 정치적 숙청을 진행하면서 공포정치를 펼치고 있다”며 “앞으로도 유일영도체제 구축을 위해 숙청작업과 고위급 인사의 전격 발탁 및 퇴진 등을 통해 권력 기반을 다져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김정은에게 큰 시련이 닥칠 가능성도 계속 제기하고 있다.

한 대북소식통은 “현재 김정은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반발이 생각보다 심하다. 여기에 경제가 더 어려워지면 급변사태가 발생할수 있다”며 “또 김정은의 통치 자금이 떨어지면 그에게 충성을 맹세한 간부들도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 북한은 큰 혼돈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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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2-12 11:51:38
    • 수정2014-12-12 13:3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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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정권의 2인자로 40여년 간 군림했던 장성택이 처형된 지 오늘(12일)로 1년을 맞았다. 당시 장성택의 처형을 두고 북한 내부의 동요를 불러일으켜 김정은의 권력 기반을 약화시킬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김정은은 장성택 계파를 계속 숙청하면서 군 수뇌부 등을 수시로 교체하는 공포정치로 1년이 지난 현재 자신의 체제를 더 굳건하게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남북관계는 롤러코스터를 타며 부침이 심한 일년을 보냈지만 내년에는 이희호 여사의 방북 및 광복 70주년인 만큼, 남북 양측이 새로운 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마련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중국통이었던 장성택의 제거와 북핵문제로 인해 악화되고 있는 북중관계와 열악한 경제상황은 김정은 정권의 과제로 남았다. ■ 노동당 정치 부활을 통한 통치권 강화 장성택 처형 후 김정은은 노동당 정치를 부활하며 사회주의 정치를 복원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김일성 시대의 노동당은 모든 정책을 결정하는 중심기구였지만, 김정일 시대에는 '선군정치'에 밀려 국가의 중요 결정이 김정일을 둘러싼 군부에 의해 좌우되곤 했다. 그러나 김정은 체제의 노동당이 김일성 시대로 다시 돌아가면서 사회주의 국가의 공산당 중심 통치 체제가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만 해도 3월과 4월 김정은 주재 하에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어 군부의 조직문제 등을 논의했다. 군부 인사가 노동당 회의를 통해 결정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노동당 중심의 정치 시스템이 강화되면서 각 분야에 대한 정책적 지도를 전담한 노동당 전문 부서의 기능과 역할도 한층 강화되는 양상이다. 최근 김정은의 군부대 시찰 및 군사훈련 참관에 오일정 당 부장이 빈번히 수행하는 것도 당 중시 차원의 한 예로 볼수 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이처럼 노동당 중시 정책을 펼치는 것은 결국 군부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최근 군부 인사가 노동당 중앙 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며 “ 당 관료 출신이 군부의 조직문제와 인사 등을 총괄하는 총정치국장 자리를 잇달아 차지하는 점도 군부에 대한 노동당의 통제가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밝혔다. 실제로 김정은 정권의 첫 총정치국장 최룡해는 노동당에서만 활동해온 정통 당료로서 김정은 체제에서 군복을 입은 인물이고, 최룡해의 후임 황병서는 수십년을 노동당 조직지도부에서 활동해온 당 관료 출신이다. 김정은은 아울러 군 수뇌부를 수시 교체하고 강등과 복권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정권에 대한 군부의 충성심을 유도했다.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최룡해에서 황병서로, 인민무력부장을 장정남에서 현영철로 교체한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장정남은 군 계급이 대장→상장→대장→상장으로 강등과 복권을 거듭했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이 단순한 군부대 시찰에서 벗어나 해군 지휘관들의 수영 훈련에 참관하는 등 훈련 위주로 시찰하고 있다”며 “군부 장악력 확대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부족한 정치적 리더십을 채우고 군부를 견제하기 위해 노동당 창당 70주년을 맞는 내년에도 노동당 중심의 정치시스템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 날로 악화되는 북한 경제 북한 경제는 장성택 처형 이후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는 김정은이 경제 효율성 보다는 장성택의 잔재를 없애는 데 집중하다보니 북한의 경제 여건 개선에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경제분야에서 ‘장성택 그림자 지우기’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것은, 장성택이 주관한 평양 10만호 건설사업이다. 김정은은 자금 부족을 이유로 2만호 건설로 중단시켰고, 대신 위성과학자주택지구, 평양육아원, 김책공대 교육자 살림집 등 김정은의 치적을 과시하기 위한 전시사업이 들어섰다. 장성택이 추진했던 각종 경제 프로젝트의 명칭도 바뀌었다. 김정은은 올 2월 6개 신규 경제개발구를 발표하며 신의주 경제지대의 명칭을 특수경제지대에서 국제경제지대로 바꿨고, 지난 8월에는 장성택이 이권을 챙겼던 대동강 타일공장 이름을 천리마 타일공장으로 변경했다. 여기에 김정은의 보여주기식 사업도 북한 경제를 암울하게 하고 있다. 김정은은 마식령스키장·문수물놀이장 등 북한 주민들의 민생 개선과 무관한 전시성 사업에 치중하고 재정건전성 확보 등 경제성장과 관련한 정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2011년 12월 김정은 집권 이후 3년간 전시성 건설사업에만 투입된 자금이 3억달러(약 3,300억원)가 넘는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은 장성택의 잔재를 청산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지만 전시성 사업은 자원배분의 왜곡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재정건전성과도 관련이 없는 만큼 북한 경제를 회생하는 데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 사면초가에 빠진 북한 외교 장성택 사후 북한의 외교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특히 중국통인 장성택의 처형으로 가뜩이나 3차 핵실험으로 불편했던 북중관계는 더욱 악화됐다. 김정일과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 시절에 연 45회에 달하던 북중 정치분야 교류는 현재 3분의 1수준으로 줄었다. 연 5~6회 달하던 군사교류는 올해는 아예 전무했다. 북한은 지난 7월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에 동참한 중국을 겨냥해 '줏대없는 나라'라고 표현하고 중국은 북한에 보내는 축전에서 북중 친선을 상징하는 '16자 방침'을 생략하는 등 올해 양국은 냉랭한 관계를 이어왔다. 그러나 최근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중국이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면서 북한으로서는 관계 개선의 명분이 생긴데다 중국 역시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계 확산을 의식해 북한과 서먹한 관계를 고집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중관계가 소원해진 데 반해 북러 교류는 크게 늘었다. 올해만 해도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 이어 리수용 외무상과 최룡해 당 비서 등 북한 고위급 인사들이 러시아를 연이어 방문했다. 하지만 북러 관계가 북중관계를 대체할 수 없다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양무진 교수는 “러시아는 중국보다 북한과의 접경지대가 짧은데다 전통적으로 아시아보다 유럽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북한이 러시아와 밀착하는 것은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인 납치 문제 등으로 갈등을 지속하던 북한과 일본은 지난 5월 북일협상에 합의하며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양측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협상의 진척이 없는 상황에서 북한이 인권결의안 통과를 주도한 일본을 강하게 비난하고 있어 장밋빛 미래를 그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아베 정권이나 북한 모두 협상을 통해 기대하는 실익이 있는 만큼 내년 북일협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은 미국과는 내년에도 힘겨루기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한미 합동군사훈련, MD체계 등을 강하게 비난하면서도 인권 문제를 의식한 듯 미국인 억류자 3명을 전격 석방하는 등 유화적 손짓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인권결의안 채택 이후 북한이 이를 미국의 '인권 소동'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북미 간 강한 냉기류가 조성됐다. 미국은 북한의 핵위협 등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북한 역시 서방의 압박을 군사적 도발의 명분으로 삼고자 쉽게 관계개선에 나서진 않을 것으로 보여 내년에도 전향적인 관계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남북관계는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시계추처럼 제자리걸음만 반복하고 있다. 올해에도 지난 2월 1차 고위급 접촉에 이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로 남북 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는가 싶었지만, 북한 미사일 발사, 한미 합동군사훈련 등으로 다시 갈등 국면이 이어졌다.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황병서·최룡해·김양건 등 실세 3인방이 남한을 전격 방문하면서 잠시 낙관적인 기대도 나왔지만, 탈북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로 다시 남북은 살얼음판을 걸어야 했다. 일각에서는 내년이 광복 70주년인 만큼 이를 계기로 남북이 새로운 관계 개선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송봉선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최근 정부 고위 당국자가 이산가족 문제, 5·24조치 해제 등 현안들을 북측과 포괄적으로 협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관계 개선의 전망이 밝아지고 있는 모양새”라며 “내년 이희호 여사의 방문을 계기로 집권 3년차를 맞는 박근혜 정부도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김정은호 순항할까? 일단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장성택 ‘물빼기’작업 이후 자신만의 색깔로 채우며 권력 기반이 비교적 안정됐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은은 노동당을 통해 군부의 힘을 빼면서 자신에게 충성을 강요하며 권력을 만들어 가고 있다”며 “당분간 김정은 체제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은 장성택 처형 후 부정부패 등을 내세워 정치적 숙청을 진행하면서 공포정치를 펼치고 있다”며 “앞으로도 유일영도체제 구축을 위해 숙청작업과 고위급 인사의 전격 발탁 및 퇴진 등을 통해 권력 기반을 다져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김정은에게 큰 시련이 닥칠 가능성도 계속 제기하고 있다. 한 대북소식통은 “현재 김정은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반발이 생각보다 심하다. 여기에 경제가 더 어려워지면 급변사태가 발생할수 있다”며 “또 김정은의 통치 자금이 떨어지면 그에게 충성을 맹세한 간부들도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 북한은 큰 혼돈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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