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장성택 처형 1년…북 정권의 두 기둥 최룡해·김여정

입력 2014.12.12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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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2일, 북한의 2인자로 군림했던 장성택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일인지하 만인지상이었던 그가 양손에 수갑을 차고 고개를 숙인 채 보위부원들에게 끌려가는 사진은 오랫동안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다. 그 뒤 1년, 김정은은 독자 권력을 다져 홀로서기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정은의 유일영도 체제를 떠받들고 있는 두 기둥은 최룡해와 김여정, 즉 빨치산계와 백두혈통으로 집약된다.

◆‘최고존엄’의 ‘최고신임’ 최룡해

최룡해는 올해 64살로 김일성의 항일 빨치산 동료이자 인민무력부장을 지낸 최현(1907~1982)의 아들이다. 최현은 김일성 1인 독재체제 구축의 일등공신이었을 뿐만 아니라, 1972년 빨치산 원로회의에서 김정일 후계체계 확립에 공을 세운 충신으로 알려져 있다. 그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가 여러 편 제작되었을 정도다.

최룡해 역시 아버지의 후광을 등에 업고 김정일의 각별한 신임을 받았다. 특히 김정은 집권 이후에는 조선인민군 차수와 인민군 총정치국장에 이어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의 자리까지 올랐다. 북한 노동당의 핵심인 정치국 상무위원은 김정은과 김영남을 제외하고 최룡해가 유일하다.

지난해 5월 김정은의 첫 특사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을 만났고, 지난 달 18일엔 역시 김정은의 특사 자격으로 모스크바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나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했다. 지난 10월 아시안게임 폐막식 때는 전격적으로 인천을 방문해 정홍원 총리 등을 만났다. 중국과 러시아, 한국에 김정은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실상의 대리인 역할을 한 셈이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최룡해에 대한 신임은 역시 그의 충성심에서 기인한다. 최룡해는 김일성부터 김정은 시대에 이르기까지 주민들의 무한 충성심을 이끌어내는 선전선동의 귀재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7월 정전 60주년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에 등장한 소년단의 수류탄 착용, 그리고 800만 청년동맹원이 김정일을 결사옹위하자는 90년대의 ‘800만 총폭탄’ 구호도 최룡해의 작품이다.

김정은이 40일 동안의 칩거 끝에 처음 등장한 위성과학자 주택지구 시찰에서는 최룡해에 대한 김정은의 신임 정도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을 발견할 수 있다. 김정은 주변에 서서 열심히 지시사항을 받아 적는 다른 수행원들과 달리 최룡해만 김정은과 함께 소파에 앉아 있는 사진이었다. 연풍 과학자 휴양소 현지지도 때는 김정은과 최룡해가 배를 타고 긴밀히 대화를 나누는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최룡해 외에도 다른 항일 빨치산 2세들도 권력의 핵심을 구성하고 있다. 혁명 1세대인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인 오일정 노동당 부장, 오백룡 전 조선인민혁명군 사령관의 아들인 오금철 부총참모장도 김정은의 핵심 측근이다. 전문가들은 장성택 처형 이후 김정은이 믿을 수 있는 건 역시 충성심으로 무장한 빨치산 후손들이라는 생각이 작용한 것 같다고 분석한다.







◆‘백두혈통’ 김여정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의 공식 직급이 처음으로 확인된 건 지난달 27일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서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의 4.26 만화영화촬영소 방문을 수행한 김여정을 우리의 차관급인 노동당 부부장이라고 공개했다. 소속이 공식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선전선동부나 조직지도부에서 오빠를 밀착 보좌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선전선동부는 최고지도자에 대한 우상화와 체제선전, 주민 사상교육을 관장하고, 조직지도부는 인사권을 갖고 모든 간부와 당원, 주민의 조직생활을 통제하는 부서다.

김여정의 부상 역시 김정은의 잠행 이후 두드러진다. 김여정은 올해 모두 12번 김정은을 수행했는데, 지난 10월 수산사업소 수행 이후 최근엔 정치성 현지지도로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김여정은 최고지도자의 여동생이란 면에서 김정일 시대 김경희와 비교된다. 김경희는 노동당 비서로서 남편인 장성택과 함께 오빠인 김정일 정권의 유지 강화에 기여했다. 하지만 29살에 노동당 국제부 과장을 시작으로 오빠를 보좌했던 김경희에 비해, 27살의 나이에 권력 핵심에 다가선 김여정의 역할은 김경희를 훨씬 능가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앞으로 김여정은 김경희의 공백을 메우면서 체제 선전의 일선에서 김정은의 우상화와 주민 결속 등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빨치산’과 ‘백두혈통’ 양 날개…김정은 정권의 앞날은?

정부 당국은 장성택 처형 후 1년 동안 김정은의 권력이 단기적으로는 강화된 것으로 평가한다. 조직지도부와 국가안전보위부의 위상이 높아졌고, 군 수뇌부 수시 교체와 강등 복권을 통해 군부에 대한 장악력도 높아졌다는 것이다. 장성택 관련자에 대한 숙청은 현재진행형이고, 각종 기층조직을 통한 우상화 작업도 본격 추진되고 있다. 이 같은 권력 강화의 최일선에는 최룡해와 김여정, 두 기둥이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내부 권력기관의 강화가 장기적으로는 김정은의 권력을 불안정하게 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조직지도부와 국가안전보위부의 힘이 굳이 김정은이 아닌 다른 사람을 내세워 조직 이기주의를 관철할 수 있을 정도로 커진다면 김정은의 권력이 탄탄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통일부 당국자는 설명한다. 아울러 잇따른 숙청으로 인해 권력층의 불안이 확대되면 권력이 안정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12월 17일은 김정일 사망 3주기이면서 김정은 집권 만 3년이 되는 날이다. 빨치산계와 백두혈통의 친정체제를 구축한 김정은이 권력 강화를 위해 새해 어떤 정책을 펼지 신년사가 주목된다.

☞바로가기 [뉴스9] 장성택 숙청 1년…최룡해·김여정 ‘친정체제’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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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2-12 15:42:52
    취재후·사건후
지난해 12월 12일, 북한의 2인자로 군림했던 장성택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일인지하 만인지상이었던 그가 양손에 수갑을 차고 고개를 숙인 채 보위부원들에게 끌려가는 사진은 오랫동안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다. 그 뒤 1년, 김정은은 독자 권력을 다져 홀로서기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정은의 유일영도 체제를 떠받들고 있는 두 기둥은 최룡해와 김여정, 즉 빨치산계와 백두혈통으로 집약된다. ◆‘최고존엄’의 ‘최고신임’ 최룡해 최룡해는 올해 64살로 김일성의 항일 빨치산 동료이자 인민무력부장을 지낸 최현(1907~1982)의 아들이다. 최현은 김일성 1인 독재체제 구축의 일등공신이었을 뿐만 아니라, 1972년 빨치산 원로회의에서 김정일 후계체계 확립에 공을 세운 충신으로 알려져 있다. 그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가 여러 편 제작되었을 정도다. 최룡해 역시 아버지의 후광을 등에 업고 김정일의 각별한 신임을 받았다. 특히 김정은 집권 이후에는 조선인민군 차수와 인민군 총정치국장에 이어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의 자리까지 올랐다. 북한 노동당의 핵심인 정치국 상무위원은 김정은과 김영남을 제외하고 최룡해가 유일하다. 지난해 5월 김정은의 첫 특사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을 만났고, 지난 달 18일엔 역시 김정은의 특사 자격으로 모스크바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나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했다. 지난 10월 아시안게임 폐막식 때는 전격적으로 인천을 방문해 정홍원 총리 등을 만났다. 중국과 러시아, 한국에 김정은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실상의 대리인 역할을 한 셈이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최룡해에 대한 신임은 역시 그의 충성심에서 기인한다. 최룡해는 김일성부터 김정은 시대에 이르기까지 주민들의 무한 충성심을 이끌어내는 선전선동의 귀재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7월 정전 60주년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에 등장한 소년단의 수류탄 착용, 그리고 800만 청년동맹원이 김정일을 결사옹위하자는 90년대의 ‘800만 총폭탄’ 구호도 최룡해의 작품이다. 김정은이 40일 동안의 칩거 끝에 처음 등장한 위성과학자 주택지구 시찰에서는 최룡해에 대한 김정은의 신임 정도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을 발견할 수 있다. 김정은 주변에 서서 열심히 지시사항을 받아 적는 다른 수행원들과 달리 최룡해만 김정은과 함께 소파에 앉아 있는 사진이었다. 연풍 과학자 휴양소 현지지도 때는 김정은과 최룡해가 배를 타고 긴밀히 대화를 나누는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최룡해 외에도 다른 항일 빨치산 2세들도 권력의 핵심을 구성하고 있다. 혁명 1세대인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인 오일정 노동당 부장, 오백룡 전 조선인민혁명군 사령관의 아들인 오금철 부총참모장도 김정은의 핵심 측근이다. 전문가들은 장성택 처형 이후 김정은이 믿을 수 있는 건 역시 충성심으로 무장한 빨치산 후손들이라는 생각이 작용한 것 같다고 분석한다. ◆‘백두혈통’ 김여정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의 공식 직급이 처음으로 확인된 건 지난달 27일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서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의 4.26 만화영화촬영소 방문을 수행한 김여정을 우리의 차관급인 노동당 부부장이라고 공개했다. 소속이 공식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선전선동부나 조직지도부에서 오빠를 밀착 보좌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선전선동부는 최고지도자에 대한 우상화와 체제선전, 주민 사상교육을 관장하고, 조직지도부는 인사권을 갖고 모든 간부와 당원, 주민의 조직생활을 통제하는 부서다. 김여정의 부상 역시 김정은의 잠행 이후 두드러진다. 김여정은 올해 모두 12번 김정은을 수행했는데, 지난 10월 수산사업소 수행 이후 최근엔 정치성 현지지도로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김여정은 최고지도자의 여동생이란 면에서 김정일 시대 김경희와 비교된다. 김경희는 노동당 비서로서 남편인 장성택과 함께 오빠인 김정일 정권의 유지 강화에 기여했다. 하지만 29살에 노동당 국제부 과장을 시작으로 오빠를 보좌했던 김경희에 비해, 27살의 나이에 권력 핵심에 다가선 김여정의 역할은 김경희를 훨씬 능가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앞으로 김여정은 김경희의 공백을 메우면서 체제 선전의 일선에서 김정은의 우상화와 주민 결속 등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빨치산’과 ‘백두혈통’ 양 날개…김정은 정권의 앞날은? 정부 당국은 장성택 처형 후 1년 동안 김정은의 권력이 단기적으로는 강화된 것으로 평가한다. 조직지도부와 국가안전보위부의 위상이 높아졌고, 군 수뇌부 수시 교체와 강등 복권을 통해 군부에 대한 장악력도 높아졌다는 것이다. 장성택 관련자에 대한 숙청은 현재진행형이고, 각종 기층조직을 통한 우상화 작업도 본격 추진되고 있다. 이 같은 권력 강화의 최일선에는 최룡해와 김여정, 두 기둥이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내부 권력기관의 강화가 장기적으로는 김정은의 권력을 불안정하게 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조직지도부와 국가안전보위부의 힘이 굳이 김정은이 아닌 다른 사람을 내세워 조직 이기주의를 관철할 수 있을 정도로 커진다면 김정은의 권력이 탄탄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통일부 당국자는 설명한다. 아울러 잇따른 숙청으로 인해 권력층의 불안이 확대되면 권력이 안정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12월 17일은 김정일 사망 3주기이면서 김정은 집권 만 3년이 되는 날이다. 빨치산계와 백두혈통의 친정체제를 구축한 김정은이 권력 강화를 위해 새해 어떤 정책을 펼지 신년사가 주목된다. ☞바로가기 [뉴스9] 장성택 숙청 1년…최룡해·김여정 ‘친정체제’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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