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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 훼손범, 왜 사체를 잘 보이는 곳에 뒀을까?
입력 2014.12.12 (17:25) 수정 2014.12.13 (15:16) 사회
수원에서 발생한 '훼손 시신'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어젯밤 피의자 박 모 씨(가명. 56세)를 긴급체포해 조사 중인 가운데, 일각에선 범행 의도 못지않게 사체를 유기한 방식에 대한 의문이 깊어지고 있다.

시신의 유기 방식을 통해 범행의 의도를 어느 정도 추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살인범은 범행을 숨기기 위해 사체를 야산 깊숙한 곳에 묻거나 강물에 빠뜨리는 등의 방식을 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경우는 조금 다르다는 것이다.

지난 4일 처음으로 훼손 시신이 발견된 곳은 경기도청 뒤편 팔달산 등산로였고, 어제(11일) 추가로 피해자의 살점이 발견된 곳은 수원천 산책로 주변이었다.



두 곳 모두 사람들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곳인데다, 훼손된 신체 일부가 모두 검정 비닐봉지에 담겨 유기됐다.

특히 어제 발견된 피해자의 살점은 수원천 매세교와 세천교 사이 작은 나무들과 잡초 덤불 사이에 흩어져 있었는데, 비닐봉지의 매듭도 지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렇다보니 범인이 자신의 범행을 숨기기보다는 오히려 세상에 알리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소 엇갈린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람들 왕래가 잦은 곳에 사체를 유기한걸 보면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 피해자의 사체가 공개되는 만큼 자신의 분노가 해소되고 일종의 보상심리를 느끼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특히 피해자와 가해자가 가까운 사이일수록 치정이나 원한관계 등으로 인해 범행수법이 잔인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범인이 사체를 공개된 장소에 유기한 이유에 대해 납득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다”면서 “유기 당시 자신이 쉽게 잡히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어 “사체가 발견된 두 장소의 유기시점도 다를 것으로 보이는데, 경찰과 일종의 게임을 하려고 했을 수도 있다. 일반적인 우리의 가치관과는 다른 행동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두 장소의 유기시점에 대해 ‘아직 확인중’이라는 답변만 전했다.

반면 범인의 미숙함에서 비롯된 행동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은 “상식적으로 보면 범인이 범행을 과시하거나 공권력에 도전하려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범인이 한국사회에 녹아들지 못한 경우라면 오히려 미숙함에서 비롯된 행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범인 입장에선 나름 최대한 멀리, 들키지 않는 장소에 유기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단 얘기다.

경찰 조사 결과 피의자와 피해자는 동거하던 사이로, 모두 중국동포인 것으로 밝혀졌다.
사건이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알려진지 일주일이 지나도록 피의자가 유기 장소 근처에 머문 것도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사체가 발견된 두 지점은 1.2km 남짓으로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였고, 어젯밤 피의자가 체포된 곳도 유기 지점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

이와 관련해 이윤호 교수는 “흔히 범죄자들이 범죄 후 먼 곳으로 떠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고 어디로 이동할지를 훤히 꿰뚫고 있는 지역 안에 있어야 심리적 안정감을 얻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표창원 소장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그는 “멀리 도주해 장기간 지체할 수 있는 경제력이 없고, 자신을 거둬줄 지인도 없을 경우 범행 지역에 그대로 남게 된다”면서 “과거 김길태나 정남규 같은 살인범들도 예상과 달리 범행 장소에 머물다 붙잡혔다”고 강조했다.

이수정 교수는 “아마도 주변인이 자신을 신고할 거라고 예상을 못한 것 같다. 중국과는 사회 환경이 많이 다른 만큼, 우리 상식대로 생각하면 안 될 것 같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피해자의 신체가 수원 지역에서 발견될 확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상황을 감안하면 범인이 넓은 지역에 걸쳐 사체를 유기하진 않았을 것이란 추측이다.

연쇄살인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봤다. 대개 연쇄살인은 불특정인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경찰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해당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경기지방경찰청 수사본부 관계자는 “피의자가 여전히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어 수사에 어려움이 있지만 제기되는 의혹들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피의자 박 모 씨의 거처에서 토막시신의 것과 동일한 DNA를 가진 혈흔이 발견된 만큼 혐의 입증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 시신 훼손범, 왜 사체를 잘 보이는 곳에 뒀을까?
    • 입력 2014-12-12 17:25:15
    • 수정2014-12-13 15:16:10
    사회
수원에서 발생한 '훼손 시신'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어젯밤 피의자 박 모 씨(가명. 56세)를 긴급체포해 조사 중인 가운데, 일각에선 범행 의도 못지않게 사체를 유기한 방식에 대한 의문이 깊어지고 있다.

시신의 유기 방식을 통해 범행의 의도를 어느 정도 추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살인범은 범행을 숨기기 위해 사체를 야산 깊숙한 곳에 묻거나 강물에 빠뜨리는 등의 방식을 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경우는 조금 다르다는 것이다.

지난 4일 처음으로 훼손 시신이 발견된 곳은 경기도청 뒤편 팔달산 등산로였고, 어제(11일) 추가로 피해자의 살점이 발견된 곳은 수원천 산책로 주변이었다.



두 곳 모두 사람들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곳인데다, 훼손된 신체 일부가 모두 검정 비닐봉지에 담겨 유기됐다.

특히 어제 발견된 피해자의 살점은 수원천 매세교와 세천교 사이 작은 나무들과 잡초 덤불 사이에 흩어져 있었는데, 비닐봉지의 매듭도 지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렇다보니 범인이 자신의 범행을 숨기기보다는 오히려 세상에 알리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소 엇갈린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람들 왕래가 잦은 곳에 사체를 유기한걸 보면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 피해자의 사체가 공개되는 만큼 자신의 분노가 해소되고 일종의 보상심리를 느끼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특히 피해자와 가해자가 가까운 사이일수록 치정이나 원한관계 등으로 인해 범행수법이 잔인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범인이 사체를 공개된 장소에 유기한 이유에 대해 납득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다”면서 “유기 당시 자신이 쉽게 잡히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어 “사체가 발견된 두 장소의 유기시점도 다를 것으로 보이는데, 경찰과 일종의 게임을 하려고 했을 수도 있다. 일반적인 우리의 가치관과는 다른 행동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두 장소의 유기시점에 대해 ‘아직 확인중’이라는 답변만 전했다.

반면 범인의 미숙함에서 비롯된 행동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은 “상식적으로 보면 범인이 범행을 과시하거나 공권력에 도전하려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범인이 한국사회에 녹아들지 못한 경우라면 오히려 미숙함에서 비롯된 행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범인 입장에선 나름 최대한 멀리, 들키지 않는 장소에 유기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단 얘기다.

경찰 조사 결과 피의자와 피해자는 동거하던 사이로, 모두 중국동포인 것으로 밝혀졌다.
사건이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알려진지 일주일이 지나도록 피의자가 유기 장소 근처에 머문 것도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사체가 발견된 두 지점은 1.2km 남짓으로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였고, 어젯밤 피의자가 체포된 곳도 유기 지점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

이와 관련해 이윤호 교수는 “흔히 범죄자들이 범죄 후 먼 곳으로 떠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고 어디로 이동할지를 훤히 꿰뚫고 있는 지역 안에 있어야 심리적 안정감을 얻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표창원 소장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그는 “멀리 도주해 장기간 지체할 수 있는 경제력이 없고, 자신을 거둬줄 지인도 없을 경우 범행 지역에 그대로 남게 된다”면서 “과거 김길태나 정남규 같은 살인범들도 예상과 달리 범행 장소에 머물다 붙잡혔다”고 강조했다.

이수정 교수는 “아마도 주변인이 자신을 신고할 거라고 예상을 못한 것 같다. 중국과는 사회 환경이 많이 다른 만큼, 우리 상식대로 생각하면 안 될 것 같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피해자의 신체가 수원 지역에서 발견될 확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상황을 감안하면 범인이 넓은 지역에 걸쳐 사체를 유기하진 않았을 것이란 추측이다.

연쇄살인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봤다. 대개 연쇄살인은 불특정인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경찰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해당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경기지방경찰청 수사본부 관계자는 “피의자가 여전히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어 수사에 어려움이 있지만 제기되는 의혹들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피의자 박 모 씨의 거처에서 토막시신의 것과 동일한 DNA를 가진 혈흔이 발견된 만큼 혐의 입증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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