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또 사망’ 119 신고도 안 한 제2롯데

입력 2014.12.16 (22:48) 수정 2014.12.16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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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 균열, 수족관 누수 등 잡음이 끊이지 않는 서울 송파구 제2롯데월드 공사장에서 또다시 근로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롯데 측은 관할 소방서에 신고하지 않고 지정병원에만 연락했는데, 정작 구급차는 사고 발생 22분 후에야 현장에 도착했다.

롯데 측이 늑장대응으로 생명을 살릴 기회, 이른바 황금 시간(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난이 이는 이유다.

◇ '잃어버린 22분' 늑장대응에 골든타임 놓쳐 = 경찰 등에 따르면 12일 낮 12시 58분께 비계 해체작업공 김모(63)씨가 제2롯데월드 쇼핑몰동 콘서트홀 공사장에서 두개골이 깨지고 목뼈와 왼쪽 다리뼈가 탈골된 채 발견됐다.

김씨를 발견한 화기감시원은 119에 신고하는 대신 사측에 보고했고, 사측은 7분 만인 오후 1시 5분께에야 지정병원인 서울병원에 연락해 구급차를 불렀다.

하지만 구급차는 15분이 지난 뒤에야 현장에 도착했다. 결국 김씨는 22분간 별다른 조치를 받지 못한 채 현장에 방치된 셈이다.

서울병원은 제2롯데월드 쇼핑몰에서 2.66㎞ 거리에 있다. 반면 소방서는 가장 가까운 잠실 119안전센터가 1.3㎞ 거리다.

잠실 119안전센터 소속 소방차는 지난 9월 롯데그룹과 경찰·송파구청 등이 참여한 민관합동 종합방재훈련에서 불과 3분 6초 만에 현장에 도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결국 김씨는 서울병원 구급차에 실려 아산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숨졌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롯데 측이 119 대신 긴급 출동 체제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사설병원에 신고하는 바람에 김씨가 희박하나마 살아날 기회를 놓쳤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롯데 측이 사고 사실을 감추려고 119에 신고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소방방재본부 관계자는 "사상사고가 발생했을 때 119에 신고해야 한다는 의무규정은 없지만, 신고하지 않는다면 본부로서는 사상사고 등이 발생해도 전혀 알 길이 없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를 아산병원에 데려다 준 서울병원 관계자들은 즉각 119에 신고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 경찰관에게 "출발 당시 의식이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병원 측 구급차에 응급조치 전문가가 동승하지 않아 김씨가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롯데그룹은 지난 4월 제2롯데월드에서 배관공사 중이던 근로자 한 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소방서에 즉각 신고하지 않아 사망 사고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샀다.

당시 현장 근로자는 "작업 도중 사고가 나면 119에 신고하지 말고 지정 사설병원으로 전화하라고 조회 때마다 교육을 받는다"면서 "사설 지정병원의 번호가 안전모에 적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보통 119와 지정병원에 함께 연락하는데 사고 당시 협력 업체 직원과 안전관리자들이 김씨에게 의식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빨리 치료해야 한다는 생각에 경황이 없어 서울병원에만 연락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 유가족·동료 "작업 중 추락" = 롯데그룹 측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비계 해체는 2인 이상이 하며 혼자 하는 작업은 없다"면서 "이번 사고를 목격한 근로자와 연락이 닿지 않아 사망원인은 더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가족과 동료들은 김씨가 작업 중에 추락해 숨졌다고 전했다.

김씨의 사위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장인어른과 한 조로 일하시던 동료 작업자분은 '점심 식사를 일찌감치 마친 뒤 공사장에 와 비계에 올라 작업 준비를 하던 중 김씨가 추락했다'고 말씀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씨의 사고 장면을 목격한 동료 근로자와 현장소장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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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로자 또 사망’ 119 신고도 안 한 제2롯데
    • 입력 2014-12-16 22:48:22
    • 수정2014-12-16 22:49:03
    연합뉴스
천장 균열, 수족관 누수 등 잡음이 끊이지 않는 서울 송파구 제2롯데월드 공사장에서 또다시 근로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롯데 측은 관할 소방서에 신고하지 않고 지정병원에만 연락했는데, 정작 구급차는 사고 발생 22분 후에야 현장에 도착했다. 롯데 측이 늑장대응으로 생명을 살릴 기회, 이른바 황금 시간(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난이 이는 이유다. ◇ '잃어버린 22분' 늑장대응에 골든타임 놓쳐 = 경찰 등에 따르면 12일 낮 12시 58분께 비계 해체작업공 김모(63)씨가 제2롯데월드 쇼핑몰동 콘서트홀 공사장에서 두개골이 깨지고 목뼈와 왼쪽 다리뼈가 탈골된 채 발견됐다. 김씨를 발견한 화기감시원은 119에 신고하는 대신 사측에 보고했고, 사측은 7분 만인 오후 1시 5분께에야 지정병원인 서울병원에 연락해 구급차를 불렀다. 하지만 구급차는 15분이 지난 뒤에야 현장에 도착했다. 결국 김씨는 22분간 별다른 조치를 받지 못한 채 현장에 방치된 셈이다. 서울병원은 제2롯데월드 쇼핑몰에서 2.66㎞ 거리에 있다. 반면 소방서는 가장 가까운 잠실 119안전센터가 1.3㎞ 거리다. 잠실 119안전센터 소속 소방차는 지난 9월 롯데그룹과 경찰·송파구청 등이 참여한 민관합동 종합방재훈련에서 불과 3분 6초 만에 현장에 도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결국 김씨는 서울병원 구급차에 실려 아산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숨졌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롯데 측이 119 대신 긴급 출동 체제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사설병원에 신고하는 바람에 김씨가 희박하나마 살아날 기회를 놓쳤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롯데 측이 사고 사실을 감추려고 119에 신고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소방방재본부 관계자는 "사상사고가 발생했을 때 119에 신고해야 한다는 의무규정은 없지만, 신고하지 않는다면 본부로서는 사상사고 등이 발생해도 전혀 알 길이 없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를 아산병원에 데려다 준 서울병원 관계자들은 즉각 119에 신고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 경찰관에게 "출발 당시 의식이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병원 측 구급차에 응급조치 전문가가 동승하지 않아 김씨가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롯데그룹은 지난 4월 제2롯데월드에서 배관공사 중이던 근로자 한 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소방서에 즉각 신고하지 않아 사망 사고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샀다. 당시 현장 근로자는 "작업 도중 사고가 나면 119에 신고하지 말고 지정 사설병원으로 전화하라고 조회 때마다 교육을 받는다"면서 "사설 지정병원의 번호가 안전모에 적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보통 119와 지정병원에 함께 연락하는데 사고 당시 협력 업체 직원과 안전관리자들이 김씨에게 의식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빨리 치료해야 한다는 생각에 경황이 없어 서울병원에만 연락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 유가족·동료 "작업 중 추락" = 롯데그룹 측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비계 해체는 2인 이상이 하며 혼자 하는 작업은 없다"면서 "이번 사고를 목격한 근로자와 연락이 닿지 않아 사망원인은 더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가족과 동료들은 김씨가 작업 중에 추락해 숨졌다고 전했다. 김씨의 사위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장인어른과 한 조로 일하시던 동료 작업자분은 '점심 식사를 일찌감치 마친 뒤 공사장에 와 비계에 올라 작업 준비를 하던 중 김씨가 추락했다'고 말씀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씨의 사고 장면을 목격한 동료 근로자와 현장소장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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