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오징어인 줄 알았다’ 관세 체납자 된 수입업자

입력 2014.12.17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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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오징어를 수입했던 한 수입업자가 관세 고액·상습 체납자 신세가 돼 이름이 공개됐다.

관세를 안 내려고 북한에서 수입한 것처럼 꾸미다가 적발된 사례는 그동안 여러차례 있었지만, 북한 물품 수입업자의 명단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17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6일 올해 5억원 이상 관세와 수입물품 관련 내국세 등을 1년 이상 체납한 관세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이 공개됐다.

명단은 올해 처음 이름이 올라간 고액·상습 체납자 11명과 재공개 체납자 69명 등 총 80명이다. 이 중에는 북한에서 오징어를 수입했던 황명규(51) 씨도 포함됐다.

황 씨가 체납자 명단에 오른 사연은 이렇다.

그는 2007년 9월 '동북무역'이라는 회사를 차리고, 중국 업체를 통해 북한산 오징어를 수입했다.

당시만 해도 남북 간 교역이 활성화돼 북한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터라 북한 오징어가 중국산 등 다른 지역산보다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북한에서 수입되는 물품은 다른 해외에서 수입되는 것과 달리 국내에서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 것도 큰 이점이었다.

황 씨가 수입한 북한산 오징어는 국내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이에 그는 2008년 한 해 동안만 30억원이 넘는 오징어를 수입했다.

잘 되는 것처럼 보였던 그의 오징어 사업은 그러나 1년여만에 발목이 잡혔다.

'북한산' 오징어를 수상히 여긴 관세청이 조사에 들어갔고, 관세청은 황 씨가 수입한 오징어가 북한산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북한산이라고 하면 북한에서 서식하던지, 아니면 조미 오징어의 경우 북한에서 충분히 가공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그가 수입한 오징어 중에는 태평양에 사는 대왕오징어도 발견됐다.

이에 관세청은 황 씨에게 9억여원의 관세와 가산세를 부과했다.

그는 중국에 있는 회사와 구매계약을 체결하고, 북한산으로 알고 수입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황 씨는 그래도 북한산이라고 믿었지만, 이듬해 천안함 사태가 발발해 남북 교역이 교착화되면서 오징어 수입조차도 어렵게 됐다.

결국, 그는 자금 융통이 막혔고 3년 만인 2010년에 폐업했다.

조세심판원에도 행정심판을 청구했지만, 지난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관세청 한 관계자는 "관세 포탈범은 대부분 형사입건되지만, 황 씨는 의도성은 없는 단순 신고 누락으로 보고 형사 입건은 되지 않았다"며 "그는 북한산인 줄 알고 수입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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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산 오징어인 줄 알았다’ 관세 체납자 된 수입업자
    • 입력 2014-12-17 07:31:58
    연합뉴스
북한산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오징어를 수입했던 한 수입업자가 관세 고액·상습 체납자 신세가 돼 이름이 공개됐다. 관세를 안 내려고 북한에서 수입한 것처럼 꾸미다가 적발된 사례는 그동안 여러차례 있었지만, 북한 물품 수입업자의 명단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17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6일 올해 5억원 이상 관세와 수입물품 관련 내국세 등을 1년 이상 체납한 관세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이 공개됐다. 명단은 올해 처음 이름이 올라간 고액·상습 체납자 11명과 재공개 체납자 69명 등 총 80명이다. 이 중에는 북한에서 오징어를 수입했던 황명규(51) 씨도 포함됐다. 황 씨가 체납자 명단에 오른 사연은 이렇다. 그는 2007년 9월 '동북무역'이라는 회사를 차리고, 중국 업체를 통해 북한산 오징어를 수입했다. 당시만 해도 남북 간 교역이 활성화돼 북한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터라 북한 오징어가 중국산 등 다른 지역산보다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북한에서 수입되는 물품은 다른 해외에서 수입되는 것과 달리 국내에서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 것도 큰 이점이었다. 황 씨가 수입한 북한산 오징어는 국내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이에 그는 2008년 한 해 동안만 30억원이 넘는 오징어를 수입했다. 잘 되는 것처럼 보였던 그의 오징어 사업은 그러나 1년여만에 발목이 잡혔다. '북한산' 오징어를 수상히 여긴 관세청이 조사에 들어갔고, 관세청은 황 씨가 수입한 오징어가 북한산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북한산이라고 하면 북한에서 서식하던지, 아니면 조미 오징어의 경우 북한에서 충분히 가공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그가 수입한 오징어 중에는 태평양에 사는 대왕오징어도 발견됐다. 이에 관세청은 황 씨에게 9억여원의 관세와 가산세를 부과했다. 그는 중국에 있는 회사와 구매계약을 체결하고, 북한산으로 알고 수입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황 씨는 그래도 북한산이라고 믿었지만, 이듬해 천안함 사태가 발발해 남북 교역이 교착화되면서 오징어 수입조차도 어렵게 됐다. 결국, 그는 자금 융통이 막혔고 3년 만인 2010년에 폐업했다. 조세심판원에도 행정심판을 청구했지만, 지난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관세청 한 관계자는 "관세 포탈범은 대부분 형사입건되지만, 황 씨는 의도성은 없는 단순 신고 누락으로 보고 형사 입건은 되지 않았다"며 "그는 북한산인 줄 알고 수입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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