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과잉검진 논란…‘유방촬영검사’가 핵심

입력 2014.12.21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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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을 조기 발견하려고 40세 이상 여성에게 국가암검진 항목으로 권고하는 '유방촬영검사(맘모그래피.mammography)'를 두고 의료 전문가들 사이에서 효용성 논란이 일고 있다. 특정 연령층에서는 이 검사의 효과가 어느 정도 인정되지만, 나머지 연령대에서는 과잉진단과 오진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국립암센터서 열린 제51회 암정복포럼에서 유방암 검진권고안 개정위원회(위원장 정준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는 국내 유방암 전문가들과 함께 그간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유방촬영검사의 효용성을 논의했다.

'국가 5대 암검진 프로그램'에서는 40세 이상 여성에 대해 유방암 조기 발견 차원에서 2년마다 유방촬영검사와 임상의사의 유방 진찰을 함께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 현재 이 권고안의 검진 종료 나이는 정해져 있지 않다.

성균관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신명희 교수는 이날 포럼에서 유방촬영술에 의한 유방암 선별검진이 40~69세 여성에 한해 유방암 사망률을 줄이는데 '중등도(moderate)'의 근거수준이 있지만, 이게 전체 사망률 감소로 이어지는 근거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즉 유방암 자체만 놓고 보면 유방촬영술이 40~60대 연령층에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 전체적인 사망률 감소에 이 검사가 이바지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신 교수는 또 검진함으로써 암을 낮은 병기에 발견하는 '병기 이전(stage shift)' 효과에 대해서도 조기암 쪽으로 가능성이 있으나 이 역시 근거 수준은 낮다고 지적했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암 과잉진단'에 대해 검진으로 암 진단을 받은 환자가 다른 원인으로 사망할 때까지 해당 암이 임상적으로 발견되지 않거나, 암 관련 증상이 나타날 정도로 진행되지 않는 상태로 정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과잉진단에 노출되면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었던 여성이 평생 환자로 살게 되고 추가 검사와 수술 등으로 삶의 질이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유방촬영술에 의한 방사선 피폭의 위해성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번 포럼에서는 40세 이상은 유방촬영검사에 따른 방사선 피폭의 위해성보다 검진의 이득이 더 클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50세 이상과 비교했을 때는 40대에서 방사선 유발 유방암 사망의 위험이 증가하는 만큼 누적 피폭 선량을 줄이는 등의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유방촬영에서 이상 소견이 있다고 판정받았지만, 최종적으로 유방암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는 '위양성(오진)'도 부작용으로 지목됐다. 위양성 검진을 받게 되면 유방암이 없는데도 추가 검사와 생체검사를 받게 됨으로써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게 된다.

순천향대 의대 이은혜 교수는 "유방촬영술을 이른 연령에서 시작할수록, 검진 간격이 짧을수록, 평생 누적 피폭선량이 증가할수록 방사선 유발 유방암 사망자가 늘고 이익 대비 위험(사망)이 증가한다"면서 "위양성률도 검진 연령이 젊을수록, 검진 주기가 짧을수록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검진권고안 개정위원회는 이런 의견을 받아들여 2년 간격으로 유방촬영술을 받아야 하는 연령을 40~69세로 한정하기로 했다. 그동안 없었던 검진종료연령이 69세로 새로 정해짐에 따라 이제 70세 이상에게는 유방촬영술이 권고되지 않는다.

40세 이상 연령대에서 유방촬영술과 함께 권고됐던 유방임상진찰도 근거가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라 앞으로 권고항목에서 빼기로 했다.

정준 위원장은 "유방촬영술의 과잉진단 지적이 있지만, 현재까지 연구논문을 종합 검토해본 바로는 검진을 못하게 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었다"면서 "여러 전문가를 상대로 초안에 대한 의견을 취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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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방암 과잉검진 논란…‘유방촬영검사’가 핵심
    • 입력 2014-12-21 08:09:50
    연합뉴스
유방암을 조기 발견하려고 40세 이상 여성에게 국가암검진 항목으로 권고하는 '유방촬영검사(맘모그래피.mammography)'를 두고 의료 전문가들 사이에서 효용성 논란이 일고 있다. 특정 연령층에서는 이 검사의 효과가 어느 정도 인정되지만, 나머지 연령대에서는 과잉진단과 오진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국립암센터서 열린 제51회 암정복포럼에서 유방암 검진권고안 개정위원회(위원장 정준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는 국내 유방암 전문가들과 함께 그간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유방촬영검사의 효용성을 논의했다. '국가 5대 암검진 프로그램'에서는 40세 이상 여성에 대해 유방암 조기 발견 차원에서 2년마다 유방촬영검사와 임상의사의 유방 진찰을 함께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 현재 이 권고안의 검진 종료 나이는 정해져 있지 않다. 성균관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신명희 교수는 이날 포럼에서 유방촬영술에 의한 유방암 선별검진이 40~69세 여성에 한해 유방암 사망률을 줄이는데 '중등도(moderate)'의 근거수준이 있지만, 이게 전체 사망률 감소로 이어지는 근거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즉 유방암 자체만 놓고 보면 유방촬영술이 40~60대 연령층에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 전체적인 사망률 감소에 이 검사가 이바지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신 교수는 또 검진함으로써 암을 낮은 병기에 발견하는 '병기 이전(stage shift)' 효과에 대해서도 조기암 쪽으로 가능성이 있으나 이 역시 근거 수준은 낮다고 지적했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암 과잉진단'에 대해 검진으로 암 진단을 받은 환자가 다른 원인으로 사망할 때까지 해당 암이 임상적으로 발견되지 않거나, 암 관련 증상이 나타날 정도로 진행되지 않는 상태로 정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과잉진단에 노출되면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었던 여성이 평생 환자로 살게 되고 추가 검사와 수술 등으로 삶의 질이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유방촬영술에 의한 방사선 피폭의 위해성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번 포럼에서는 40세 이상은 유방촬영검사에 따른 방사선 피폭의 위해성보다 검진의 이득이 더 클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50세 이상과 비교했을 때는 40대에서 방사선 유발 유방암 사망의 위험이 증가하는 만큼 누적 피폭 선량을 줄이는 등의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유방촬영에서 이상 소견이 있다고 판정받았지만, 최종적으로 유방암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는 '위양성(오진)'도 부작용으로 지목됐다. 위양성 검진을 받게 되면 유방암이 없는데도 추가 검사와 생체검사를 받게 됨으로써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게 된다. 순천향대 의대 이은혜 교수는 "유방촬영술을 이른 연령에서 시작할수록, 검진 간격이 짧을수록, 평생 누적 피폭선량이 증가할수록 방사선 유발 유방암 사망자가 늘고 이익 대비 위험(사망)이 증가한다"면서 "위양성률도 검진 연령이 젊을수록, 검진 주기가 짧을수록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검진권고안 개정위원회는 이런 의견을 받아들여 2년 간격으로 유방촬영술을 받아야 하는 연령을 40~69세로 한정하기로 했다. 그동안 없었던 검진종료연령이 69세로 새로 정해짐에 따라 이제 70세 이상에게는 유방촬영술이 권고되지 않는다. 40세 이상 연령대에서 유방촬영술과 함께 권고됐던 유방임상진찰도 근거가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라 앞으로 권고항목에서 빼기로 했다. 정준 위원장은 "유방촬영술의 과잉진단 지적이 있지만, 현재까지 연구논문을 종합 검토해본 바로는 검진을 못하게 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었다"면서 "여러 전문가를 상대로 초안에 대한 의견을 취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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