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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상사 막말로 ‘가슴에 멍’ 드는 ‘미생’들
입력 2014.12.21 (08:17) 연합뉴스
대한한공 '땅콩 회항' 논란을 계기로 돌아본 직장 내 막말 문화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드라마 '미생'이 직장인들 사이에서 큰 공감을 얻었던 이유 중 하나는 직종을 막론하고 어느 곳에서나 '마 부장'과 같은 막말 상사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21일 연합뉴스가 20∼30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취재한 회사 내 막말 사례를 보면 사회 초년병인 이들이 직장 상사로부터 적잖은 수모를 당하고 있었다.

중공업 계열 대기업에 근무하는 박모(32)씨는 회식 자리에서 때아닌 '범죄자' 취급을 받았다.

박씨는 당시 회식 자리가 시끄러워서 '너는 부서 막내이니 끝자리에 앉아라'라는 부서장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고 잠시 주춤했다.

그러자 그 부서장은 "중역이 말하는 데 집중 안 하는 건 범죄야, 새X야"라고 막말했다.

이후 부서장은 2차, 3차 술자리에서도 계속 박씨를 '범죄자'라고 불렀다.

건설 대기업의 해외 현장에서 일하는 이모(35)씨는 맞교대 선임에게서 들은 욕설을 떠올리면 당장에라도 회사를 때려치우고 싶은 생각이 든다.

주간 근무자인 선임은 야간 근무자인 이씨에게 주간 근무에 해야 할 일을 떠넘기고서 다음날 이씨가 그 일을 다 하지 못하자 "그것도 못 끝내고 뭐 하고 있었냐. 아니 씨X, 그럼 이 일은 누가 하라고. 넌 뭐 하는 놈인데. 꺼져 개XX야"라고 폭언을 퍼부었다.

IT계열 업체에 다니는 김모(33)씨는 회사 대표로부터 개보다 못한 취급을 받았다.

당시 김씨가 속한 팀이 실수하자 회사 대표는 팀 사무실로 와 칸막이에 턱을 괴고는 "이 새X야 왜 말을 못 알아먹어. 우리 집에 있는 개도 너보다 말을 잘 들어"라고 막말을 했다.

전자제품 대기업에서 일하는 최모(32)씨는 10분가량 늦겠다고 팀장에게 전화했다가 자신의 귀를 의심해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50대 팀장은 수화기 너머로 10초 동안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을 쏟아내고는 최씨가 말이 없자 "씨X 열받으면 경찰에 고소해 개XX야"라고 한 뒤 전화를 끊었다.

막말 상사는 공공기관이라고 없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에 다니는 A씨는 '악질 상사'만 생각하면 분통이 터진다.

그 상사는 부하 직원들에게 '개XX', '병신XX'라고 욕하는 것은 기본이고, 자리에 없으면 자신의 상사에게도 서슴없이 욕한다.

A씨는 "나한테 욕하는 것이 기분이 나쁘지만 다른 사람들한테 욕하는 것을 듣는 것도 불안한 느낌이 든다"며 "문화부 소속 공무원이면 더 문화적이고 교양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막말은 여성에게는 성희롱까지 동반한다.

증권사에 다니는 B(28.여)씨는 상사로부터 일을 잘 못한다는 지적과 함께 "너 이런 식으로 할거면 내가 왜 널 뽑았냐. 차라리 얼굴 예쁘고 몸매 쭉빵인 여자 앉혀서 일 시키지"라는 수치스러운 말을 들어야 했다.

대학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는 C(25.여)씨는 신입직원 환영회 때 교직원인 상사가 던진 농담에 화가 났다.

당시 상사는 "대학원생 꾀어서 결혼하려고 여기 들어오는 여자애들 많은데 너희는 그러면 안 된다. 일만 해라"라며 여성을 폄하하는 발언을 했다.

최근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1천8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폭언을 들은 경험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상황은 이와 비슷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직장 상사 등으로부터 막말을 들은 적이 있다는 직장인들이 10명 중 7명 꼴(68.2%)에 달했다.

직장인들이 가장 불쾌감을 느낀 폭언은 '머리는 장식품으로 달고 다니느냐'와 같은 인격모독적인 말(29.3%)이었다.

'잔말 말고 시키는 대로 해'라는 식의 상대방을 무시하는 호통(24.8%), '이걸 완성본이라고 들고 온 거야' 등과 같이 자신이 한 일을 비하하는 발언(22.3%)도 직장인들에게 심한 스트레스를 줬다.

응답자의 33.3%는 직장 내 폭언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기까지 했다.

하지만 응답자 3명 중 2명 꼴(65.1%)은 이런 폭언에 '그냥 참고 넘어간다'고 밝혔다.

임정선 서울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언어폭력 피해는 눈에 보이지 않아 피해를 본 사람이 개인적으로 해결하려 하고 가해자도 '너가 민감하다'는 식으로 넘어가려 한다"며 "피해자가 개인적으로 해결하려다 보면 장기적으로 불안, 우울, 수면장애, 정서 장애 등 장애를 겪게 된다"고 지적했다.
  • 직장상사 막말로 ‘가슴에 멍’ 드는 ‘미생’들
    • 입력 2014-12-21 08:17:04
    연합뉴스
대한한공 '땅콩 회항' 논란을 계기로 돌아본 직장 내 막말 문화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드라마 '미생'이 직장인들 사이에서 큰 공감을 얻었던 이유 중 하나는 직종을 막론하고 어느 곳에서나 '마 부장'과 같은 막말 상사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21일 연합뉴스가 20∼30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취재한 회사 내 막말 사례를 보면 사회 초년병인 이들이 직장 상사로부터 적잖은 수모를 당하고 있었다.

중공업 계열 대기업에 근무하는 박모(32)씨는 회식 자리에서 때아닌 '범죄자' 취급을 받았다.

박씨는 당시 회식 자리가 시끄러워서 '너는 부서 막내이니 끝자리에 앉아라'라는 부서장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고 잠시 주춤했다.

그러자 그 부서장은 "중역이 말하는 데 집중 안 하는 건 범죄야, 새X야"라고 막말했다.

이후 부서장은 2차, 3차 술자리에서도 계속 박씨를 '범죄자'라고 불렀다.

건설 대기업의 해외 현장에서 일하는 이모(35)씨는 맞교대 선임에게서 들은 욕설을 떠올리면 당장에라도 회사를 때려치우고 싶은 생각이 든다.

주간 근무자인 선임은 야간 근무자인 이씨에게 주간 근무에 해야 할 일을 떠넘기고서 다음날 이씨가 그 일을 다 하지 못하자 "그것도 못 끝내고 뭐 하고 있었냐. 아니 씨X, 그럼 이 일은 누가 하라고. 넌 뭐 하는 놈인데. 꺼져 개XX야"라고 폭언을 퍼부었다.

IT계열 업체에 다니는 김모(33)씨는 회사 대표로부터 개보다 못한 취급을 받았다.

당시 김씨가 속한 팀이 실수하자 회사 대표는 팀 사무실로 와 칸막이에 턱을 괴고는 "이 새X야 왜 말을 못 알아먹어. 우리 집에 있는 개도 너보다 말을 잘 들어"라고 막말을 했다.

전자제품 대기업에서 일하는 최모(32)씨는 10분가량 늦겠다고 팀장에게 전화했다가 자신의 귀를 의심해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50대 팀장은 수화기 너머로 10초 동안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을 쏟아내고는 최씨가 말이 없자 "씨X 열받으면 경찰에 고소해 개XX야"라고 한 뒤 전화를 끊었다.

막말 상사는 공공기관이라고 없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에 다니는 A씨는 '악질 상사'만 생각하면 분통이 터진다.

그 상사는 부하 직원들에게 '개XX', '병신XX'라고 욕하는 것은 기본이고, 자리에 없으면 자신의 상사에게도 서슴없이 욕한다.

A씨는 "나한테 욕하는 것이 기분이 나쁘지만 다른 사람들한테 욕하는 것을 듣는 것도 불안한 느낌이 든다"며 "문화부 소속 공무원이면 더 문화적이고 교양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막말은 여성에게는 성희롱까지 동반한다.

증권사에 다니는 B(28.여)씨는 상사로부터 일을 잘 못한다는 지적과 함께 "너 이런 식으로 할거면 내가 왜 널 뽑았냐. 차라리 얼굴 예쁘고 몸매 쭉빵인 여자 앉혀서 일 시키지"라는 수치스러운 말을 들어야 했다.

대학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는 C(25.여)씨는 신입직원 환영회 때 교직원인 상사가 던진 농담에 화가 났다.

당시 상사는 "대학원생 꾀어서 결혼하려고 여기 들어오는 여자애들 많은데 너희는 그러면 안 된다. 일만 해라"라며 여성을 폄하하는 발언을 했다.

최근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1천8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폭언을 들은 경험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상황은 이와 비슷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직장 상사 등으로부터 막말을 들은 적이 있다는 직장인들이 10명 중 7명 꼴(68.2%)에 달했다.

직장인들이 가장 불쾌감을 느낀 폭언은 '머리는 장식품으로 달고 다니느냐'와 같은 인격모독적인 말(29.3%)이었다.

'잔말 말고 시키는 대로 해'라는 식의 상대방을 무시하는 호통(24.8%), '이걸 완성본이라고 들고 온 거야' 등과 같이 자신이 한 일을 비하하는 발언(22.3%)도 직장인들에게 심한 스트레스를 줬다.

응답자의 33.3%는 직장 내 폭언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기까지 했다.

하지만 응답자 3명 중 2명 꼴(65.1%)은 이런 폭언에 '그냥 참고 넘어간다'고 밝혔다.

임정선 서울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언어폭력 피해는 눈에 보이지 않아 피해를 본 사람이 개인적으로 해결하려 하고 가해자도 '너가 민감하다'는 식으로 넘어가려 한다"며 "피해자가 개인적으로 해결하려다 보면 장기적으로 불안, 우울, 수면장애, 정서 장애 등 장애를 겪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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