봅슬레이·스켈레톤, 흔들림 없는 ‘희망 질주’

입력 2014.12.21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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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분산 개최 논란에 흔들릴 법도 했지만, 한국 봅슬레이·스켈레톤이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희망의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20∼21일(이하 한국시간) 2014-2015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FIBT) 월드컵 2차 대회가 열린 캐나다 캘거리에서 연달아 낭보가 전해졌다.

한국 봅슬레이의 간판스타인 원윤종(29)·서영우(24·이상 경기연맹)는 20일 열린 남자 2인승에서 1·2차 레이스 합계 1분49초88의 기록으로 전체 5위에 올랐다.

한국 봅슬레이가 국제대회에서 따낸 사상 첫 번째 월드컵 메달이다. 봅슬레이에서는 6위까지 메달을 준다.

원윤종과 서영우는 앞서 13일 벌어진 월드컵 1차 대회에서 아시아 최초로 월드컵 '톱10'에 진입, 8위에 오른 데 이어 불과 1주일 만에 역대 최고 성적을 세 계단이나 끌어올렸다.

소치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스티븐 홀컴(미국)을 비롯해 자국 트랙에서 경기를 펼친 캐나다의 세 팀까지 제치는 등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원윤종과 서영우는 이어 21일 벌어진 4인승 2차 대회에서도 대표팀의 주축으로 출전, 1분48초74의 기록으로 13위에 올랐다.

2인승 성적보다 다소 떨어져 보이지만, 4인승에서는 한국 봅슬레이의 첫 월드컵 무대였다는 점에서 성과가 작지 않다.

특히 2차 레이스에서는 54초43의 전체 10위 기록을 작성, 4인승에서도 '톱10'이 멀지 않았음을 예고했다.

봅슬레이의 질주에 앞서, 스켈레톤에서는 '신성' 윤성빈(20·한국체대)이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3위에 오르는 '기적의 레이스'를 펼쳤다.

윤성빈은 20일 열린 2차 대회에서 1·2차 레이스 합계 1분52초23의 기록으로 한국 썰매 종목의 사상 첫 월드컵 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2012년 강광배 한국체대 교수의 권유로 스켈레톤에 입문해 경력이 2년여에 불과한 윤성빈은 올해 대륙간컵에서 사상 첫 금메달을 따내고, 소치올림픽에서 역대 최고인 16위에 오른 데 이어 올 시즌에도 경기에 나설 때마다 새 역사를 쓰고 있다.

한국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의 선전은 특히 최근 들어 평창올림픽이 '분산 개최'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에서 더 눈길을 끈다.

평창올림픽 분산 개최 논란은 썰매 트랙을 일본 등 다른 나라에서 개최하는 방안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거론되면서 시작됐다.

심리적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이들이 이 종목의 선수들이었다.

썰매 종목은 트랙에 대한 이해가 경기력에 특히 큰 영향을 준다.

국제무대에서 최정상이라 하기 어렵던 러시아 선수들이 소치올림픽의 썰매 종목 3곳에서 3개의 금메달을 휩쓸 수 있던 원동력도 자국 트랙을 마음껏 이용하며 이해도를 높인 데 있었다.

윤성빈과 봅슬레이 대표팀이 첫 메달을 획득한 배경에도 캐나다 캘거리 트랙에서 연간 200차례 이상 주행 훈련을 치러 선수들이 완벽히 적응한 준비가 있었다.

한국 썰매종목은 이를 근거로 평창올림픽의 사상 첫 메달을 꿈꾸던 터였으나, 썰매 종목을 분산 개최한다면 이런 이점이 모두 사라지고 선수들도 실의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도 분산 개최 논란이 불거지자 "선수들의 사기 저하가 우려된다"며 속앓이를 하던 터였다.

그러나 선수들은 이런 우려를 씻어내고 월드컵에서 연일 메달 행진을 벌이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봅슬레이 대표팀의 이용 감독은 "처음 분산 개최 논란이 일어났을 때에는 선수들이 다소 불안해하는 기색을 보였지만, 그럴 리 없다고 다독여 이제는 '우리의 할 일을 하자'며 집중력을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이 가능성을 보인 만큼, 이제는 논란을 종식시키고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는 일이 시급해 보인다.

하루라도 빨리 평창에 썰매 트랙이 완성돼 선수들이 몇 번이라도 더 그곳에서 경험을 쌓고, 마음 편히 운동에 전념할 환경을 만들어준다면 지금의 상승세에 '날개'를 달아 평창올림픽의 메달을 꿈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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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봅슬레이·스켈레톤, 흔들림 없는 ‘희망 질주’
    • 입력 2014-12-21 13:54:27
    연합뉴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분산 개최 논란에 흔들릴 법도 했지만, 한국 봅슬레이·스켈레톤이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희망의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20∼21일(이하 한국시간) 2014-2015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FIBT) 월드컵 2차 대회가 열린 캐나다 캘거리에서 연달아 낭보가 전해졌다. 한국 봅슬레이의 간판스타인 원윤종(29)·서영우(24·이상 경기연맹)는 20일 열린 남자 2인승에서 1·2차 레이스 합계 1분49초88의 기록으로 전체 5위에 올랐다. 한국 봅슬레이가 국제대회에서 따낸 사상 첫 번째 월드컵 메달이다. 봅슬레이에서는 6위까지 메달을 준다. 원윤종과 서영우는 앞서 13일 벌어진 월드컵 1차 대회에서 아시아 최초로 월드컵 '톱10'에 진입, 8위에 오른 데 이어 불과 1주일 만에 역대 최고 성적을 세 계단이나 끌어올렸다. 소치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스티븐 홀컴(미국)을 비롯해 자국 트랙에서 경기를 펼친 캐나다의 세 팀까지 제치는 등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원윤종과 서영우는 이어 21일 벌어진 4인승 2차 대회에서도 대표팀의 주축으로 출전, 1분48초74의 기록으로 13위에 올랐다. 2인승 성적보다 다소 떨어져 보이지만, 4인승에서는 한국 봅슬레이의 첫 월드컵 무대였다는 점에서 성과가 작지 않다. 특히 2차 레이스에서는 54초43의 전체 10위 기록을 작성, 4인승에서도 '톱10'이 멀지 않았음을 예고했다. 봅슬레이의 질주에 앞서, 스켈레톤에서는 '신성' 윤성빈(20·한국체대)이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3위에 오르는 '기적의 레이스'를 펼쳤다. 윤성빈은 20일 열린 2차 대회에서 1·2차 레이스 합계 1분52초23의 기록으로 한국 썰매 종목의 사상 첫 월드컵 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2012년 강광배 한국체대 교수의 권유로 스켈레톤에 입문해 경력이 2년여에 불과한 윤성빈은 올해 대륙간컵에서 사상 첫 금메달을 따내고, 소치올림픽에서 역대 최고인 16위에 오른 데 이어 올 시즌에도 경기에 나설 때마다 새 역사를 쓰고 있다. 한국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의 선전은 특히 최근 들어 평창올림픽이 '분산 개최'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에서 더 눈길을 끈다. 평창올림픽 분산 개최 논란은 썰매 트랙을 일본 등 다른 나라에서 개최하는 방안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거론되면서 시작됐다. 심리적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이들이 이 종목의 선수들이었다. 썰매 종목은 트랙에 대한 이해가 경기력에 특히 큰 영향을 준다. 국제무대에서 최정상이라 하기 어렵던 러시아 선수들이 소치올림픽의 썰매 종목 3곳에서 3개의 금메달을 휩쓸 수 있던 원동력도 자국 트랙을 마음껏 이용하며 이해도를 높인 데 있었다. 윤성빈과 봅슬레이 대표팀이 첫 메달을 획득한 배경에도 캐나다 캘거리 트랙에서 연간 200차례 이상 주행 훈련을 치러 선수들이 완벽히 적응한 준비가 있었다. 한국 썰매종목은 이를 근거로 평창올림픽의 사상 첫 메달을 꿈꾸던 터였으나, 썰매 종목을 분산 개최한다면 이런 이점이 모두 사라지고 선수들도 실의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도 분산 개최 논란이 불거지자 "선수들의 사기 저하가 우려된다"며 속앓이를 하던 터였다. 그러나 선수들은 이런 우려를 씻어내고 월드컵에서 연일 메달 행진을 벌이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봅슬레이 대표팀의 이용 감독은 "처음 분산 개최 논란이 일어났을 때에는 선수들이 다소 불안해하는 기색을 보였지만, 그럴 리 없다고 다독여 이제는 '우리의 할 일을 하자'며 집중력을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이 가능성을 보인 만큼, 이제는 논란을 종식시키고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는 일이 시급해 보인다. 하루라도 빨리 평창에 썰매 트랙이 완성돼 선수들이 몇 번이라도 더 그곳에서 경험을 쌓고, 마음 편히 운동에 전념할 환경을 만들어준다면 지금의 상승세에 '날개'를 달아 평창올림픽의 메달을 꿈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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