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취재·보도 방해

입력 2014.12.21 (17:08) 수정 2014.12.21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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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얼마 전 뉴스전문채널 YTN이 롯데 측의 저지로 생방송에 차질을 빚는 초유의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당시 이 방송사는 제2롯데월드 건물 앞에 중계차를 대놓고 이 건물의 대형 수족관에서 물이 샌다는 소식을 전하던 중이었습니다.

오늘은 먼저 언론의 자유와 취재 접근의 허용 범위 차원에서 이 사건의 전말을 짚어보겠습니다.

류란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질문>
류란 기자, 문제의 사건이 일어난 게 지난 9일이었죠? 먼저 사건의 자초지종부터 알아볼까요?

<답변>
YTN은 그 전 주말에 시민의 제보를 받고 여러 단계의 취재를 거쳐서 가장 먼저 누수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신속하게 보도를 하기 위해 현장 생중계가 결정됐는데 사고가 났죠. 당시 방송화면부터 먼저 보시겠습니다.

<리포트>

<녹취> YTN ‘뉴스정석’ : “제2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 물이 새고 있다는 소식이 지금 막 들어왔습니다. 현장에 저희 기자가 나가 있죠? 김경수 기자!”

<녹취> 김경수 기자 멘트 : “콘크리트 벽면에 7cm정도 균열이 생겨”

<녹취> YTN ‘뉴스정석’ : “(허가증, 허가증 받으셨냐고요.) 자자, 잠시만요. 롯데월드 관계자가 저희 취재를 방해하는 겁니까? 물이 새는 걸 방송하는데...”

생방송 중인 기자를 가로 막고 불쑥 뉴스 화면에 등장한 한 무리의 남성들, 롯데 측 관계자들입니다.

<녹취> YTN ‘뉴스정석’ 롯데측 : “방송하면 안 되신다고요. 허가증을 받고... (지금 생방송으로 전해드리고 있는데, 롯데월드몰 쪽 관계자가 취재를 방해하고 있습니다.) 방해하는 게 아니고, 규정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기자가 차분하게 생방송 사실을 알리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더 많은 인원이 동원돼 더욱 적극적으로 카메라를 가립니다.

<녹취> YTN ‘뉴스정석’ : “김경수 기자, 당황하지 마십시오! 저희가 사실이 아닌 걸 방송하는 것도 아닌데 왜 방송을 못 하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취재를 막지 말고, 터진 수조를 막아야죠?”

이런 유례없는 상황은 약 2분간 전국에 생중계됐습니다.

<인터뷰> 최영재(한림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한 마디로 롯데 측의 위기관리, 홍보관리의 수준이 엉망이란 걸 드러낸 사건입니다. 사유 건물 내부도 아니고 외부 공간에서 하는 생방송을 저지하는 모습은, 롯데 측이 시민의 안전과 언론을 대하는 자세와 태도의 문제로 봐야 합니다.”

<질문>
참 황당한 상황인데, 혹시 카메라를 가린 분들이 생방송인 걸 몰랐던 게 아닐까요?

<답변>
많은 분들이 그런 의문을 갖고 계실 겁니다.그런데 아마 방송기자들은 다 알고 있을 텐데, 저렇게 현장에서 생중계를 하려면 준비하는 시간이 상당히 걸립니다.

장비 세팅도 해야 하고 연결 상태도 점검을 해야 하기 때문인데, 롯데 정도 되는 대기업이면 카메라가 준비되고 기자가 마이크를 들고 앞에서 왔다갔다 하면 곧바로 나와서 상황을 반드시 체크합니다.

무슨 방송에 나가는지, 어떤 내용인지 등.. 그런데 그런 과정이 없었다는 건지, 저도 궁금한 게 많았는데요.

그래서 YTN 기자를 직접 만나 뒷얘기들을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이번 겨울 들어 가장 추웠던 지난 수요일, 문제의 잠실 현장에서 YTN 취재 기자를 만났습니다.

<인터뷰> 김경수 YTN 기자 : "이 쪽에 카메라가 있었고, 저는 여기서 서서 중계를 하고 있었어요."

당시 김 기자가 방송을 한 곳은 제2롯데월드 건물에서 약 70~80미터쯤 떨어진 보행로, 생방송용 중계 카메라는 화단에 세워져 있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YTN 김경수 기자 : "(당시 롯데 측 분들은 생방송인지 몰랐던 게 아니냐는 얘기가 있어요) 네, 그런 말씀들을 하시더라고요. 이쪽에서 준비를 하고 있는데 맨 처음에 경비 한 분이 오셔서 물어보셨어요. 무슨 촬영을 하느냐? (준비 중에?) 네, 그런데 지금 당장 생중계를 들어가야 하니, 이것만 연결을 하고 바로 홍보팀에다 연락을 주겠다라고 말씀을 드렸어요."

그런데도 생각지 못한 사고가 발생해 더 당황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YTN 김경수 기자 : “안에 들어가서 영업방해를 한 것도 아니고 보통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에서 중계를 하는데 굳이 그렇게 막아야 했는지...”

이에 대해 롯데 측은 “당시 보안요원들이 생방송 사실을 알지 못 해 벌어진 일“이라고 밝혔는데, 동영상을 보면 의문이 드는 측면이 있습니다.

<녹취> YTN 생방송 화면(지난 9일) : “지금 생방송으로 전해드리고 있는데, 롯데월드몰 쪽 관계자가 취재를 방해하고 있습니다. (방해하는 게 아니고, 규정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기자의 말을 분명히 듣고 반박까지 하지만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롯데 측이 생방송을 막을 정도로 강조한 규정은 무엇일까?

YTN의 방송이 이뤄진 보행로를 포함해 일대의 땅, 약 8만7천 제곱미터가 모두 롯데 소유의 사유지긴 합니다.

그럼 사유지라고 해서 취재와 보도를 할 때 반드시 허가를 받아야 할까?

<인터뷰> 지성우(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단지 사유지란 이유만으로 취재활동을 금지할 순 없습니다. 사유지라 할지라도 언론 표현의 자유를 위해서 제한당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 특히 롯데는 공로를 사유지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럼 그 길을 걸어다니는 사람은 모두 롯데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까? 언론 표현의 자유는 공로를 걸어 다니는 자유보다도 훨씬 중요한 자유입니다.”

더욱이 문제가 된 대형 수족관은 수많은 관람객이 이용하는 다중이용 시설로 공공의 안전과 직결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법적 책임까지 물을 수 있는 사안이라는 게 다수의 전문가들 의견입니다.

<인터뷰> 강병국(변호사) : “YTN은 방송을 하고 있었습니다. 생방송을 하고 있었고, 그건 YTN이 하는 업무입니다. 생방송되는 그 현장을 가려서 정상적인 화면이 나오지 않도록 방해한 것이거든요. 그건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롯데 측은 ‘미디어 인사이드’에 보낸 서면 답변에서 잘못된 대응임을 인정하고, ‘향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언론 취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질문>
이번엔 TV를 통해 생중계 되는 바람에 파장이 좀 컸습니다만, 사실 기자들이 대기업을 취재할 때 거칠게 방해받는 경우가 종종 있지 않습니까?

<답변>
저도 취재 경험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밀려 넘어지거나 밟혀서 멍이 든 경험이 있는데요, 이 정도 수준이 아니라 상당히 의도적인 폭력 수준의 취재 방해도 이뤄지는 게 현실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7월,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

비정규직과 불법 파견 문제를 둘러싸고 노-사 간 갈등이 극에 달했던 시깁니다.

당시 현장에는 많은 기자들이 있었습니다.

<인터뷰> 허재현(한겨레신문 기자) : “제가 한겨레신문의 허재현 기자라고 한다. 혹시 공장 안에 들어가서 살펴봐도 되겠느냐라고 신분을 밝히고 접근을 했습니다.”

기자증을 제시하고 있는데 갑자기 뜻밖의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인터뷰> 허재현(한겨레신문 기자) : “소화기 가루를 제 얼굴에다 확 뿌려버렸어요. 제 눈앞에서 한 1m도 안 되는 곳에서 정조준 사격을 받은 거죠.”

주변의 타사 기자들이 촬영한 당시 허 기자의 모습입니다.

주변 도움으로 정신을 차린 허 기자는 사측 사람들에게 사과를 요구합니다.

<녹취> 허재현(한겨레신문 기자/지난해 7월/울산 현대차공장) : “사과하세요.저는 사과만 받고 갈 겁니다. (아저씨, 왜 기자들한테...)”

언론노조는 비판 성명을 냈습니다.

<녹취> 언론노조 성명서(2013.7.23/현대차는 언론탄압까지 자행하는 폭주자동차인가?) : “폭력이 언론인들에게 자행됐다는 점은 더 충격적이다. 기자들이 자유롭게 현장을 취재하고 기사를 쓸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민주주의 기본에 속하는 사회적 합의다. 이번 현대차 사측의 태도는, 이런 기본을 깡그리 무시했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스럽다”

2006년에는 삼성의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 증여’사건 때 삼성 관계자들이 취재진을 온 몸으로 막아서면서 큰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녹취> MBC 뉴스데스크(2006.12.07) : “삼성 직원들은 항의하는 취재진을 격렬하게 밀어붙이고 일부 기자들을 폭행하기까지 했습니다.”

<질문>
저 정도면 ‘취재 방해’라기보다는 위협이나 폭행 수준인데, 배상이나 처벌 요구 같은 후속조치는 제대로 이뤄지고 있습니까?

<답변>
안타깝게도 이 부분에 대한 언론사와 기자들의 인식이 아직은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또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사회적 인식이 강하다 보니까 적당히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리포트>

중계 카메라를 막아서는 행태에 비난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롯데그룹 측은 즉각 YTN 보도국을 찾아가 사과하는 것으로 사태를 마무리했습니다.

그러난 대부분의 경우 취재 과정에서 벌어지는 문제는 오롯이 기자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기 일쑤입니다.

<인터뷰> 허재현(한겨레신문 기자) : “회사에도 이런 걸 보고했을 때 강력하게 저에게 공격을 한 쪽에 항의를 한다거나 재발방지를 경고한다거나 이런 조처도 없고, 온전히 저 개인으로서 모든 걸 소화하고 감당해야 하니까, 이제는 그런 일을 겪게 되면 섣불리 적극적으로 취재하기가 어려워지는 거죠.”

특히 최근에는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이나 단체의 불법이나 부도덕한 사례를 고발하는 경우에도 소송에 휘말리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재판 결과를 떠나 취재 기자의 심리적 위축은 피할 수 없습니다.

<인터뷰> 최진봉(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유재산과 취재 권한 그리고 국민의 알 권리 이 부분에 대한 연구,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돼요. 그렇지 않으면 얼마든지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 자본권력이든 정치권력이든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자기들이 숨을 공간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고요. 언론이 거기에 접근할 수 없게 되면 국민의 알 권리가 완전히 무시되기 때문에.”

물론 기업들이 언론을 이런 식으로 대하게 된 데는 일정 부분 언론의 책임도 있습니다.

이미지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기업의 특성을 이용해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지엽적인 사안을 크게 부풀리는 잘못된 취재관행이 없지 않습니다.

언론이 자성해야 합니다.

그러나 대기업이 취재를 방해하기 위해 카메라를 가리는 것은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것과 같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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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 넘은 취재·보도 방해
    • 입력 2014-12-21 17:10:06
    • 수정2014-12-21 18:11:02
    미디어 인사이드
<앵커 멘트>

얼마 전 뉴스전문채널 YTN이 롯데 측의 저지로 생방송에 차질을 빚는 초유의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당시 이 방송사는 제2롯데월드 건물 앞에 중계차를 대놓고 이 건물의 대형 수족관에서 물이 샌다는 소식을 전하던 중이었습니다.

오늘은 먼저 언론의 자유와 취재 접근의 허용 범위 차원에서 이 사건의 전말을 짚어보겠습니다.

류란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질문>
류란 기자, 문제의 사건이 일어난 게 지난 9일이었죠? 먼저 사건의 자초지종부터 알아볼까요?

<답변>
YTN은 그 전 주말에 시민의 제보를 받고 여러 단계의 취재를 거쳐서 가장 먼저 누수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신속하게 보도를 하기 위해 현장 생중계가 결정됐는데 사고가 났죠. 당시 방송화면부터 먼저 보시겠습니다.

<리포트>

<녹취> YTN ‘뉴스정석’ : “제2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 물이 새고 있다는 소식이 지금 막 들어왔습니다. 현장에 저희 기자가 나가 있죠? 김경수 기자!”

<녹취> 김경수 기자 멘트 : “콘크리트 벽면에 7cm정도 균열이 생겨”

<녹취> YTN ‘뉴스정석’ : “(허가증, 허가증 받으셨냐고요.) 자자, 잠시만요. 롯데월드 관계자가 저희 취재를 방해하는 겁니까? 물이 새는 걸 방송하는데...”

생방송 중인 기자를 가로 막고 불쑥 뉴스 화면에 등장한 한 무리의 남성들, 롯데 측 관계자들입니다.

<녹취> YTN ‘뉴스정석’ 롯데측 : “방송하면 안 되신다고요. 허가증을 받고... (지금 생방송으로 전해드리고 있는데, 롯데월드몰 쪽 관계자가 취재를 방해하고 있습니다.) 방해하는 게 아니고, 규정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기자가 차분하게 생방송 사실을 알리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더 많은 인원이 동원돼 더욱 적극적으로 카메라를 가립니다.

<녹취> YTN ‘뉴스정석’ : “김경수 기자, 당황하지 마십시오! 저희가 사실이 아닌 걸 방송하는 것도 아닌데 왜 방송을 못 하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취재를 막지 말고, 터진 수조를 막아야죠?”

이런 유례없는 상황은 약 2분간 전국에 생중계됐습니다.

<인터뷰> 최영재(한림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한 마디로 롯데 측의 위기관리, 홍보관리의 수준이 엉망이란 걸 드러낸 사건입니다. 사유 건물 내부도 아니고 외부 공간에서 하는 생방송을 저지하는 모습은, 롯데 측이 시민의 안전과 언론을 대하는 자세와 태도의 문제로 봐야 합니다.”

<질문>
참 황당한 상황인데, 혹시 카메라를 가린 분들이 생방송인 걸 몰랐던 게 아닐까요?

<답변>
많은 분들이 그런 의문을 갖고 계실 겁니다.그런데 아마 방송기자들은 다 알고 있을 텐데, 저렇게 현장에서 생중계를 하려면 준비하는 시간이 상당히 걸립니다.

장비 세팅도 해야 하고 연결 상태도 점검을 해야 하기 때문인데, 롯데 정도 되는 대기업이면 카메라가 준비되고 기자가 마이크를 들고 앞에서 왔다갔다 하면 곧바로 나와서 상황을 반드시 체크합니다.

무슨 방송에 나가는지, 어떤 내용인지 등.. 그런데 그런 과정이 없었다는 건지, 저도 궁금한 게 많았는데요.

그래서 YTN 기자를 직접 만나 뒷얘기들을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이번 겨울 들어 가장 추웠던 지난 수요일, 문제의 잠실 현장에서 YTN 취재 기자를 만났습니다.

<인터뷰> 김경수 YTN 기자 : "이 쪽에 카메라가 있었고, 저는 여기서 서서 중계를 하고 있었어요."

당시 김 기자가 방송을 한 곳은 제2롯데월드 건물에서 약 70~80미터쯤 떨어진 보행로, 생방송용 중계 카메라는 화단에 세워져 있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YTN 김경수 기자 : "(당시 롯데 측 분들은 생방송인지 몰랐던 게 아니냐는 얘기가 있어요) 네, 그런 말씀들을 하시더라고요. 이쪽에서 준비를 하고 있는데 맨 처음에 경비 한 분이 오셔서 물어보셨어요. 무슨 촬영을 하느냐? (준비 중에?) 네, 그런데 지금 당장 생중계를 들어가야 하니, 이것만 연결을 하고 바로 홍보팀에다 연락을 주겠다라고 말씀을 드렸어요."

그런데도 생각지 못한 사고가 발생해 더 당황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YTN 김경수 기자 : “안에 들어가서 영업방해를 한 것도 아니고 보통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에서 중계를 하는데 굳이 그렇게 막아야 했는지...”

이에 대해 롯데 측은 “당시 보안요원들이 생방송 사실을 알지 못 해 벌어진 일“이라고 밝혔는데, 동영상을 보면 의문이 드는 측면이 있습니다.

<녹취> YTN 생방송 화면(지난 9일) : “지금 생방송으로 전해드리고 있는데, 롯데월드몰 쪽 관계자가 취재를 방해하고 있습니다. (방해하는 게 아니고, 규정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기자의 말을 분명히 듣고 반박까지 하지만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롯데 측이 생방송을 막을 정도로 강조한 규정은 무엇일까?

YTN의 방송이 이뤄진 보행로를 포함해 일대의 땅, 약 8만7천 제곱미터가 모두 롯데 소유의 사유지긴 합니다.

그럼 사유지라고 해서 취재와 보도를 할 때 반드시 허가를 받아야 할까?

<인터뷰> 지성우(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단지 사유지란 이유만으로 취재활동을 금지할 순 없습니다. 사유지라 할지라도 언론 표현의 자유를 위해서 제한당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 특히 롯데는 공로를 사유지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럼 그 길을 걸어다니는 사람은 모두 롯데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까? 언론 표현의 자유는 공로를 걸어 다니는 자유보다도 훨씬 중요한 자유입니다.”

더욱이 문제가 된 대형 수족관은 수많은 관람객이 이용하는 다중이용 시설로 공공의 안전과 직결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법적 책임까지 물을 수 있는 사안이라는 게 다수의 전문가들 의견입니다.

<인터뷰> 강병국(변호사) : “YTN은 방송을 하고 있었습니다. 생방송을 하고 있었고, 그건 YTN이 하는 업무입니다. 생방송되는 그 현장을 가려서 정상적인 화면이 나오지 않도록 방해한 것이거든요. 그건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롯데 측은 ‘미디어 인사이드’에 보낸 서면 답변에서 잘못된 대응임을 인정하고, ‘향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언론 취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질문>
이번엔 TV를 통해 생중계 되는 바람에 파장이 좀 컸습니다만, 사실 기자들이 대기업을 취재할 때 거칠게 방해받는 경우가 종종 있지 않습니까?

<답변>
저도 취재 경험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밀려 넘어지거나 밟혀서 멍이 든 경험이 있는데요, 이 정도 수준이 아니라 상당히 의도적인 폭력 수준의 취재 방해도 이뤄지는 게 현실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7월,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

비정규직과 불법 파견 문제를 둘러싸고 노-사 간 갈등이 극에 달했던 시깁니다.

당시 현장에는 많은 기자들이 있었습니다.

<인터뷰> 허재현(한겨레신문 기자) : “제가 한겨레신문의 허재현 기자라고 한다. 혹시 공장 안에 들어가서 살펴봐도 되겠느냐라고 신분을 밝히고 접근을 했습니다.”

기자증을 제시하고 있는데 갑자기 뜻밖의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인터뷰> 허재현(한겨레신문 기자) : “소화기 가루를 제 얼굴에다 확 뿌려버렸어요. 제 눈앞에서 한 1m도 안 되는 곳에서 정조준 사격을 받은 거죠.”

주변의 타사 기자들이 촬영한 당시 허 기자의 모습입니다.

주변 도움으로 정신을 차린 허 기자는 사측 사람들에게 사과를 요구합니다.

<녹취> 허재현(한겨레신문 기자/지난해 7월/울산 현대차공장) : “사과하세요.저는 사과만 받고 갈 겁니다. (아저씨, 왜 기자들한테...)”

언론노조는 비판 성명을 냈습니다.

<녹취> 언론노조 성명서(2013.7.23/현대차는 언론탄압까지 자행하는 폭주자동차인가?) : “폭력이 언론인들에게 자행됐다는 점은 더 충격적이다. 기자들이 자유롭게 현장을 취재하고 기사를 쓸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민주주의 기본에 속하는 사회적 합의다. 이번 현대차 사측의 태도는, 이런 기본을 깡그리 무시했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스럽다”

2006년에는 삼성의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 증여’사건 때 삼성 관계자들이 취재진을 온 몸으로 막아서면서 큰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녹취> MBC 뉴스데스크(2006.12.07) : “삼성 직원들은 항의하는 취재진을 격렬하게 밀어붙이고 일부 기자들을 폭행하기까지 했습니다.”

<질문>
저 정도면 ‘취재 방해’라기보다는 위협이나 폭행 수준인데, 배상이나 처벌 요구 같은 후속조치는 제대로 이뤄지고 있습니까?

<답변>
안타깝게도 이 부분에 대한 언론사와 기자들의 인식이 아직은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또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사회적 인식이 강하다 보니까 적당히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리포트>

중계 카메라를 막아서는 행태에 비난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롯데그룹 측은 즉각 YTN 보도국을 찾아가 사과하는 것으로 사태를 마무리했습니다.

그러난 대부분의 경우 취재 과정에서 벌어지는 문제는 오롯이 기자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기 일쑤입니다.

<인터뷰> 허재현(한겨레신문 기자) : “회사에도 이런 걸 보고했을 때 강력하게 저에게 공격을 한 쪽에 항의를 한다거나 재발방지를 경고한다거나 이런 조처도 없고, 온전히 저 개인으로서 모든 걸 소화하고 감당해야 하니까, 이제는 그런 일을 겪게 되면 섣불리 적극적으로 취재하기가 어려워지는 거죠.”

특히 최근에는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이나 단체의 불법이나 부도덕한 사례를 고발하는 경우에도 소송에 휘말리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재판 결과를 떠나 취재 기자의 심리적 위축은 피할 수 없습니다.

<인터뷰> 최진봉(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유재산과 취재 권한 그리고 국민의 알 권리 이 부분에 대한 연구,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돼요. 그렇지 않으면 얼마든지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 자본권력이든 정치권력이든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자기들이 숨을 공간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고요. 언론이 거기에 접근할 수 없게 되면 국민의 알 권리가 완전히 무시되기 때문에.”

물론 기업들이 언론을 이런 식으로 대하게 된 데는 일정 부분 언론의 책임도 있습니다.

이미지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기업의 특성을 이용해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지엽적인 사안을 크게 부풀리는 잘못된 취재관행이 없지 않습니다.

언론이 자성해야 합니다.

그러나 대기업이 취재를 방해하기 위해 카메라를 가리는 것은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것과 같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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