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잔혹사’ 끝…LIG, 10년만 첫 승리 감격

입력 2014.12.21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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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겹고도 암울했던 10년을 씻어내는 승리였다.

LIG손보가 21일 현대캐피탈에 프로배구 출범 이후 통산 여섯 번째 승리를 거뒀다.

세트 스코어 3-2(34-32, 21-25, 24-26, 25-17, 16-14)에서 보듯 실로 쉽지 않은 경기였다.

이날 승리까지 더해 통산 전적이 6승 56패인 상대 현대캐피탈을 이긴 것 자체로도 감격적이지만 LIG손보 선수들이 경기 종료 후 서로 얼싸안고 코트에 뒹군 것에서 보듯 '천안 현대캐피탈전'은 그 의미가 남달랐다.

LIG손보가 프로배구 출범 이후 천안에서 현대캐피탈과 맞붙어 승리한 것은 이날이 사상 처음이었다.

지금까지 LIG손보는 천안에만 가면 '고양이 앞의 쥐'가 됐다.

팽팽하게 맞붙다가 무너졌느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었다.

내용 면에서도 거의 항상 LIG손보의 완패였다. 치열한 대결 끝에 아쉽게 패하는 것조차 사치였다.

2005년 3월29일 천안에서 벌인 첫 대결 0-3 완패는 기나긴 암흑의 전조였다.

2008년 3월9일까지 9경기 연속 천안에서 0-3 영패를 당한 LIG손보는 그해 12월25일 크리스마스가 돼서야 2-3으로 지면서 처음으로 세트를 따내는 씁쓸함 속의 작은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2010년 1월30일 경기는 연패를 '13'에서 끊을 호기였다. 세트 스코어 1-2에서 4세트를 따내며 기사회생했고 5세트도 듀스까지 몰고 갔지만 결국 16-18로 내주면서 다시 무릎 꿇었다.

그렇게 지금까지 당해온 패배는 0-3이 무려 15차례나 됐고 1-3이 8번, 2-3 풀세트 접전은 고작 3번에 불과했다.

이날도 LIG손보는 패배 문턱까지 갔다. 5세트에 12-14로 매치 포인트를 현대캐피탈에 먼저 내줬다.

연패 숫자가 '27'로 늘어나기 직전, 현대캐피탈 박주형이 밀어 넣기 공격을 하다가 네트를 넘기지 못해 기사회생한 LIG손보는 뜻밖에도 김진만이 블로킹과 오픈공격으로 2점을 잇달아 가져오며 15-14로 앞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김요한이 후위공격을 내리꽂으며 길었던 수치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었다.

현대캐피탈전에서 공격 성공률 41.27%로 썩 좋지 않았던 외국인 선수 토마스 에드가 역시 이날만큼은 양팀 선수 최다인 39점에 성공률 55.55%를 기록하며 없던 힘까지 짜냈다.

LIG손보가 이날 객관적으로 얻은 것은 승점 2짜리 1승이 전부다. 여전히 최하위 우리카드보다 한 단계 높은 6위일 뿐이다.

그러나 마침내 천적과 연패 사슬의 굴레를 벗어나 예전과는 다른 자신감으로 무장한 LIG손보의 행보는 올 시즌 프로배구에 흥미를 한층 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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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안 잔혹사’ 끝…LIG, 10년만 첫 승리 감격
    • 입력 2014-12-21 17:21:53
    연합뉴스
힘겹고도 암울했던 10년을 씻어내는 승리였다. LIG손보가 21일 현대캐피탈에 프로배구 출범 이후 통산 여섯 번째 승리를 거뒀다. 세트 스코어 3-2(34-32, 21-25, 24-26, 25-17, 16-14)에서 보듯 실로 쉽지 않은 경기였다. 이날 승리까지 더해 통산 전적이 6승 56패인 상대 현대캐피탈을 이긴 것 자체로도 감격적이지만 LIG손보 선수들이 경기 종료 후 서로 얼싸안고 코트에 뒹군 것에서 보듯 '천안 현대캐피탈전'은 그 의미가 남달랐다. LIG손보가 프로배구 출범 이후 천안에서 현대캐피탈과 맞붙어 승리한 것은 이날이 사상 처음이었다. 지금까지 LIG손보는 천안에만 가면 '고양이 앞의 쥐'가 됐다. 팽팽하게 맞붙다가 무너졌느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었다. 내용 면에서도 거의 항상 LIG손보의 완패였다. 치열한 대결 끝에 아쉽게 패하는 것조차 사치였다. 2005년 3월29일 천안에서 벌인 첫 대결 0-3 완패는 기나긴 암흑의 전조였다. 2008년 3월9일까지 9경기 연속 천안에서 0-3 영패를 당한 LIG손보는 그해 12월25일 크리스마스가 돼서야 2-3으로 지면서 처음으로 세트를 따내는 씁쓸함 속의 작은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2010년 1월30일 경기는 연패를 '13'에서 끊을 호기였다. 세트 스코어 1-2에서 4세트를 따내며 기사회생했고 5세트도 듀스까지 몰고 갔지만 결국 16-18로 내주면서 다시 무릎 꿇었다. 그렇게 지금까지 당해온 패배는 0-3이 무려 15차례나 됐고 1-3이 8번, 2-3 풀세트 접전은 고작 3번에 불과했다. 이날도 LIG손보는 패배 문턱까지 갔다. 5세트에 12-14로 매치 포인트를 현대캐피탈에 먼저 내줬다. 연패 숫자가 '27'로 늘어나기 직전, 현대캐피탈 박주형이 밀어 넣기 공격을 하다가 네트를 넘기지 못해 기사회생한 LIG손보는 뜻밖에도 김진만이 블로킹과 오픈공격으로 2점을 잇달아 가져오며 15-14로 앞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김요한이 후위공격을 내리꽂으며 길었던 수치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었다. 현대캐피탈전에서 공격 성공률 41.27%로 썩 좋지 않았던 외국인 선수 토마스 에드가 역시 이날만큼은 양팀 선수 최다인 39점에 성공률 55.55%를 기록하며 없던 힘까지 짜냈다. LIG손보가 이날 객관적으로 얻은 것은 승점 2짜리 1승이 전부다. 여전히 최하위 우리카드보다 한 단계 높은 6위일 뿐이다. 그러나 마침내 천적과 연패 사슬의 굴레를 벗어나 예전과는 다른 자신감으로 무장한 LIG손보의 행보는 올 시즌 프로배구에 흥미를 한층 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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