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문제” vs “경찰이 동네북?”…미국 민심 두 쪽

입력 2014.12.23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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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를 강타한 '경찰 문제'로 미국의 민심이 두 쪽 났다.

한 흑인 남성의 매복·기습 총격으로 순찰 중이던 경관 2명이 사망한 뉴욕시에서는 사건 발생 이틀째인 22일(현지시간)에도 후폭풍이 거세게 불었다.

뉴욕 경찰과 경찰을 옹호하는 쪽은 흑백 차별 철폐와 경찰 공권력 남용 금지를 요구한 시위대를 옹호해 온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에게 경찰 희생의 책임을 추궁했다.

이와 달리 위스콘신 주 밀워키에서는 비무장 흑인을 무참히 사살한 백인 전 경관에 대해 불기소 결정이 내려지면서 경찰과 시법 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더 키웠다.

흑인을 살해한 백인 경찰에 대한 대배심 또는 검찰의 불기소 결정은 미주리 주 퍼거슨, 뉴욕,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에 이어 올해에만 벌써 4번째다.

퍼거슨에서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을 사살한 대런 윌슨 경관에 대한 불기소 결정 이래 정의와 인권 회복을 바라는 시위가 미 전역으로 확산하는 상황에서 돌출된 경관 피격 사망과 4번째 불기소 결정이라는 서로 상반된 성격의 사건은 미국 사회를 또 한차례 격랑에 빠뜨릴 조짐이다.

◇경찰 개혁 이끈 뉴욕 시장 '진퇴양난'

경찰의 잘못된 공권력 남용을 막기 위한 제도 개선 작업에 앞장서 온 민주당 출신 더블라지오 뉴욕 시장은 경관 피격 사망 사건 후 진퇴양난에 몰렸다.

지난 20일 대낮에 순찰차에 타고 있던 경관 류원젠과 라파엘 라모스가 흑인 청년 이스마일 브린슬리의 근접 사격으로 죽은 데 대한 비난의 화살은 이날도 더블라지오 시장에게 쏟아졌다.

조지 파타키 전 뉴욕 주지사,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 등 공화당 출신 보수파 인사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언론 인터뷰에서 "더블라지오 시장이 경찰 편을 들지 않는다는 인상을 줬다"며 시장을 비난하는 경찰 노조 편에 섰다.

더블라지오 시장은 퍼거슨의 브라운, 뉴욕의 에릭 가너 등 비무장 흑인의 목숨을 빼앗은 백인 경관에게 잇달아 내려진 불기소 결정으로 촉발된 미 전역의 시위를 지지하고 경찰 재교육 종합 대책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행보에 대해 시장 반대파는 경찰 개혁과 신뢰 회복 대신 반(反) 경찰 분위기만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블라지오 뉴욕 시장은 22일 오전 사망한 두 경관의 자택을 방문해 유족을 위로한 뒤 오후 열린 경찰 자선 행사에서 브린슬리의 총격을 "민주주의와 우리 모두를 향한 공격"으로 간주하며 경찰 조직을 진정시키는 데 주력했다.

그는 아울러 "두 경관의 장례식이 끝날 때까지 뉴욕 인권 시위대와 정치권에 시위와 정쟁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경찰과 시장 사이에 벌어진 균열에 대해 뉴욕 경찰 3만5천명의 수장인 빌 브래턴 뉴욕 경찰국장은 NBC 방송 투데이에 출연해 더블라지오 시장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사태 진화에 힘을 보탰다.

브래턴 국장은 "우리는 올해 예산에서 경찰 훈련과 시설 개선 명목으로 4억 달러 이상을 추가로 지원받았다"며 더블라지오 시장의 경찰 지원 소홀과 관련한 일각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또 전날 더블라지오 시장이 경관의 영안실을 방문했을 때 늘어선 경찰들이 등을 돌려 간접적으로 항의한 것과 관련해 "옳은 행동이라고 보지 않지만, 일부 경찰관의 분노 표출로 이해한다"며 시장에게 쏟아지는 비판을 전체가 아닌 일부의 견해로 인식했다.

◇밀워키 검찰, 비무장 흑인에 총 14발 난사한 백인 경관 불기소

위스콘신 주 밀워키에서는 경찰에 맞서 인권 회복을 요구하는 시위대를 자극하는 결정이 나왔다.

밀워키 카운티의 존 치솜 검사는 흑인 돈트레 해밀턴(31)에게 권총 14발을 쏴 살해한 백인 전 경관 크리스토퍼 매니에 대해 공무 집행에 따른 정당방위였다며 불기소하기로 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매니 전 경관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경찰의 대응 규정을 지키지 않은 탓에 지난 10월 15일 밀워키 경찰서에서 해고된 상태로 현재 일반인 신분이다.

지난 4월 30일 밀워키 시내 레드 애로우 공원에서 잠을 자던 흑인 해밀턴의 몸을 수색하다가 그와 몸싸움을 벌인 매니 전 경관은 자신에게서 경찰봉을 빼앗아 휘두르던 해밀턴에게 무려 14발의 총알을 퍼부어 그를 숨지게 했다.

해밀턴은 정신분열 증세로 치료를 받은 전력이 있다.

지난 8개월간 매니 전 경관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자료 검토에 들어간 치솜 검사는 "모든 증거와 분석 내용을 검토할 때 매니 전 경관의 행동은 정당한 자기방어였고, 그래서 범죄로 기소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사건 발생 후 유족과 시위대는 해밀턴이 정신질환을 앓았으나 폭력 증상은 보이지 않았다며 과도하게 공권력을 남용한 매니 전 경관을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8개월간 사건을 조사한 검찰은 "해밀턴의 거듭된 경찰봉 공격으로 생명에 위협을 느꼈다"던 매니 전 경관의 진술을 받아들여 정당한 공권력 집행이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미국시민자유연맹(ACLU)과 유족은 "형법이 과연 과도한 공권력의 희생자인 해밀턴과 같은 사람을 보호하고 있느냐"면서 "경찰이 법 위에 군림하고 있다"며 분노를 표시하고 연방 정부에 투명한 사건 조사를 촉구했다.

검찰의 불기소 결정으로 일대 소요가 예상되는 가운데 위스콘신 주 정부는 시위가 격화할 경우를 대비해 치안 유지를 위해 주 방위군 투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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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이 문제” vs “경찰이 동네북?”…미국 민심 두 쪽
    • 입력 2014-12-23 07:46:13
    연합뉴스
연말연시를 강타한 '경찰 문제'로 미국의 민심이 두 쪽 났다. 한 흑인 남성의 매복·기습 총격으로 순찰 중이던 경관 2명이 사망한 뉴욕시에서는 사건 발생 이틀째인 22일(현지시간)에도 후폭풍이 거세게 불었다. 뉴욕 경찰과 경찰을 옹호하는 쪽은 흑백 차별 철폐와 경찰 공권력 남용 금지를 요구한 시위대를 옹호해 온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에게 경찰 희생의 책임을 추궁했다. 이와 달리 위스콘신 주 밀워키에서는 비무장 흑인을 무참히 사살한 백인 전 경관에 대해 불기소 결정이 내려지면서 경찰과 시법 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더 키웠다. 흑인을 살해한 백인 경찰에 대한 대배심 또는 검찰의 불기소 결정은 미주리 주 퍼거슨, 뉴욕,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에 이어 올해에만 벌써 4번째다. 퍼거슨에서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을 사살한 대런 윌슨 경관에 대한 불기소 결정 이래 정의와 인권 회복을 바라는 시위가 미 전역으로 확산하는 상황에서 돌출된 경관 피격 사망과 4번째 불기소 결정이라는 서로 상반된 성격의 사건은 미국 사회를 또 한차례 격랑에 빠뜨릴 조짐이다. ◇경찰 개혁 이끈 뉴욕 시장 '진퇴양난' 경찰의 잘못된 공권력 남용을 막기 위한 제도 개선 작업에 앞장서 온 민주당 출신 더블라지오 뉴욕 시장은 경관 피격 사망 사건 후 진퇴양난에 몰렸다. 지난 20일 대낮에 순찰차에 타고 있던 경관 류원젠과 라파엘 라모스가 흑인 청년 이스마일 브린슬리의 근접 사격으로 죽은 데 대한 비난의 화살은 이날도 더블라지오 시장에게 쏟아졌다. 조지 파타키 전 뉴욕 주지사,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 등 공화당 출신 보수파 인사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언론 인터뷰에서 "더블라지오 시장이 경찰 편을 들지 않는다는 인상을 줬다"며 시장을 비난하는 경찰 노조 편에 섰다. 더블라지오 시장은 퍼거슨의 브라운, 뉴욕의 에릭 가너 등 비무장 흑인의 목숨을 빼앗은 백인 경관에게 잇달아 내려진 불기소 결정으로 촉발된 미 전역의 시위를 지지하고 경찰 재교육 종합 대책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행보에 대해 시장 반대파는 경찰 개혁과 신뢰 회복 대신 반(反) 경찰 분위기만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블라지오 뉴욕 시장은 22일 오전 사망한 두 경관의 자택을 방문해 유족을 위로한 뒤 오후 열린 경찰 자선 행사에서 브린슬리의 총격을 "민주주의와 우리 모두를 향한 공격"으로 간주하며 경찰 조직을 진정시키는 데 주력했다. 그는 아울러 "두 경관의 장례식이 끝날 때까지 뉴욕 인권 시위대와 정치권에 시위와 정쟁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경찰과 시장 사이에 벌어진 균열에 대해 뉴욕 경찰 3만5천명의 수장인 빌 브래턴 뉴욕 경찰국장은 NBC 방송 투데이에 출연해 더블라지오 시장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사태 진화에 힘을 보탰다. 브래턴 국장은 "우리는 올해 예산에서 경찰 훈련과 시설 개선 명목으로 4억 달러 이상을 추가로 지원받았다"며 더블라지오 시장의 경찰 지원 소홀과 관련한 일각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또 전날 더블라지오 시장이 경관의 영안실을 방문했을 때 늘어선 경찰들이 등을 돌려 간접적으로 항의한 것과 관련해 "옳은 행동이라고 보지 않지만, 일부 경찰관의 분노 표출로 이해한다"며 시장에게 쏟아지는 비판을 전체가 아닌 일부의 견해로 인식했다. ◇밀워키 검찰, 비무장 흑인에 총 14발 난사한 백인 경관 불기소 위스콘신 주 밀워키에서는 경찰에 맞서 인권 회복을 요구하는 시위대를 자극하는 결정이 나왔다. 밀워키 카운티의 존 치솜 검사는 흑인 돈트레 해밀턴(31)에게 권총 14발을 쏴 살해한 백인 전 경관 크리스토퍼 매니에 대해 공무 집행에 따른 정당방위였다며 불기소하기로 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매니 전 경관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경찰의 대응 규정을 지키지 않은 탓에 지난 10월 15일 밀워키 경찰서에서 해고된 상태로 현재 일반인 신분이다. 지난 4월 30일 밀워키 시내 레드 애로우 공원에서 잠을 자던 흑인 해밀턴의 몸을 수색하다가 그와 몸싸움을 벌인 매니 전 경관은 자신에게서 경찰봉을 빼앗아 휘두르던 해밀턴에게 무려 14발의 총알을 퍼부어 그를 숨지게 했다. 해밀턴은 정신분열 증세로 치료를 받은 전력이 있다. 지난 8개월간 매니 전 경관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자료 검토에 들어간 치솜 검사는 "모든 증거와 분석 내용을 검토할 때 매니 전 경관의 행동은 정당한 자기방어였고, 그래서 범죄로 기소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사건 발생 후 유족과 시위대는 해밀턴이 정신질환을 앓았으나 폭력 증상은 보이지 않았다며 과도하게 공권력을 남용한 매니 전 경관을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8개월간 사건을 조사한 검찰은 "해밀턴의 거듭된 경찰봉 공격으로 생명에 위협을 느꼈다"던 매니 전 경관의 진술을 받아들여 정당한 공권력 집행이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미국시민자유연맹(ACLU)과 유족은 "형법이 과연 과도한 공권력의 희생자인 해밀턴과 같은 사람을 보호하고 있느냐"면서 "경찰이 법 위에 군림하고 있다"며 분노를 표시하고 연방 정부에 투명한 사건 조사를 촉구했다. 검찰의 불기소 결정으로 일대 소요가 예상되는 가운데 위스콘신 주 정부는 시위가 격화할 경우를 대비해 치안 유지를 위해 주 방위군 투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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