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기 우즈베크 간 고구려 사신, 벽화로 돌아왔다

입력 2014.12.23 (18:36) 수정 2014.12.23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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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세기 고대 한국인들이 멀리 중앙아시아 지역 국가와도 외교관계를 맺었음을 시사하는 벽화가 모사본으로 복원됐다.

동북아역사재단은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 있는 아프로시압 궁전 벽화 가운데 고구려 사신으로 유력하게 추정되는 인물이 그려진 서벽 그림을 실물 크기로 모사 복원해 23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공개했다.

1965년 처음 발견된 아프로시압 궁전 벽화는 7세기 소그디아나 왕국의 바르후만 왕 재위 당시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정사각형 방 안에 높이 2.6m, 가로 11m 크기의 대형 벽화가 동서남북 4면에 그려져 있다.



이 가운데 서벽 그림 오른쪽 끝부분에서는 새 깃털이 꽂힌 조우관(鳥羽冠)을 머리에 쓰고 고리 모양 손잡이가 있는 환두대도(環頭大刀)를 허리에 찬 인물 2명이 보인다. 복식과 착용품으로 미뤄 고구려 사신으로 추정돼 온 인물들이다.

이런 이유로 학계에서는 아프로시압 벽화가 이후 실크로드의 중요 거점이 된 이 지역의 경제·외교적 번영을 기록함과 더불어 당시 한국인의 외교활동 반경이 매우 넓었음을 입증하는 사료라고 보고 큰 의미를 부여해 왔다.

김학준 동북아재단 이사장은 "고구려 연개소문이 당(唐)의 침공에 대비해 소그디아나와 군사동맹을 맺으려고 사신을 보냈다는 것이 대다수 학자들의 추론"이라며 "과거 우리 민족이 오늘날의 우즈베크 지역까지 진출해 군사동맹을 맺으려 했다는 것은 우리 역사에 대해 새롭게 눈을 뜨게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오랜 세월이 지나 손상이 컸던 벽화는 동북아재단이 우즈베크 국립 사마르칸트 박물관을 지원, 첨단 기술을 투입한 끝에 모사본으로나마 일부 모습을 되찾았다.



재단은 2012년 11월 말~12월 초 아프로시압 벽화를 실태조사하는 과정에서 우즈베크 측과 접촉, 이듬해 7월 벽화 보존·복원을 위한 공동사업을 추진키로 협정을 맺고 올해까지 모사 복원과 디지털 복원작업을 진행했다.

복원 작업에는 각종 첨단 장비와 기술이 동원됐다. 원본을 고해상도로 촬영해 실물과 같은 크기의 이미지를 확보했고, 이미 훼손돼 보이지 않는 윤곽을 현미경이나 레이저로 확인했다.

육안이나 고해상도 사진상으로도 확인되지 않는 미량의 안료는 디지털 현미경으로 확인해 도면으로 옮겼다. 이렇게 확보된 자료를 기초로 원본에 최대한 가까울 것으로 추정되는 모사본을 제작했다.

모사본은 원본 벽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고자 종이가 아닌 벽면에 그렸다. 2벌을 제작됐고, 아프로시압 박물관과 동북아역사재단이 1벌씩 소장하기로 했다.

재단은 아프로시압 유적과 벽화를 3차원 디지털 영상으로도 복원해 한국어·우즈베크어·러시아어·영어·프랑스어 등 5개국어로 제작, 내년 2월 아프로시압 박물관에 설치되는 디지털 복원영상실에서 상영할 계획이다.

무스타포쿨로프 사마리딘 아프로시압 박물관장은 "아프로시압 벽화는 한국과 우즈베크 관계가 언제 시작돼 관계의 맥을 이어왔는지 알려주는 사료"라며 "한국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벽화 모사본을 제작하고 디지털 복원까지 할 수 있었던 것도 양국 관계가 지금까지 역동적으로 발전한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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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세기 우즈베크 간 고구려 사신, 벽화로 돌아왔다
    • 입력 2014-12-23 18:36:39
    • 수정2014-12-23 22:02:38
    연합뉴스
7세기 고대 한국인들이 멀리 중앙아시아 지역 국가와도 외교관계를 맺었음을 시사하는 벽화가 모사본으로 복원됐다.

동북아역사재단은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 있는 아프로시압 궁전 벽화 가운데 고구려 사신으로 유력하게 추정되는 인물이 그려진 서벽 그림을 실물 크기로 모사 복원해 23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공개했다.

1965년 처음 발견된 아프로시압 궁전 벽화는 7세기 소그디아나 왕국의 바르후만 왕 재위 당시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정사각형 방 안에 높이 2.6m, 가로 11m 크기의 대형 벽화가 동서남북 4면에 그려져 있다.



이 가운데 서벽 그림 오른쪽 끝부분에서는 새 깃털이 꽂힌 조우관(鳥羽冠)을 머리에 쓰고 고리 모양 손잡이가 있는 환두대도(環頭大刀)를 허리에 찬 인물 2명이 보인다. 복식과 착용품으로 미뤄 고구려 사신으로 추정돼 온 인물들이다.

이런 이유로 학계에서는 아프로시압 벽화가 이후 실크로드의 중요 거점이 된 이 지역의 경제·외교적 번영을 기록함과 더불어 당시 한국인의 외교활동 반경이 매우 넓었음을 입증하는 사료라고 보고 큰 의미를 부여해 왔다.

김학준 동북아재단 이사장은 "고구려 연개소문이 당(唐)의 침공에 대비해 소그디아나와 군사동맹을 맺으려고 사신을 보냈다는 것이 대다수 학자들의 추론"이라며 "과거 우리 민족이 오늘날의 우즈베크 지역까지 진출해 군사동맹을 맺으려 했다는 것은 우리 역사에 대해 새롭게 눈을 뜨게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오랜 세월이 지나 손상이 컸던 벽화는 동북아재단이 우즈베크 국립 사마르칸트 박물관을 지원, 첨단 기술을 투입한 끝에 모사본으로나마 일부 모습을 되찾았다.



재단은 2012년 11월 말~12월 초 아프로시압 벽화를 실태조사하는 과정에서 우즈베크 측과 접촉, 이듬해 7월 벽화 보존·복원을 위한 공동사업을 추진키로 협정을 맺고 올해까지 모사 복원과 디지털 복원작업을 진행했다.

복원 작업에는 각종 첨단 장비와 기술이 동원됐다. 원본을 고해상도로 촬영해 실물과 같은 크기의 이미지를 확보했고, 이미 훼손돼 보이지 않는 윤곽을 현미경이나 레이저로 확인했다.

육안이나 고해상도 사진상으로도 확인되지 않는 미량의 안료는 디지털 현미경으로 확인해 도면으로 옮겼다. 이렇게 확보된 자료를 기초로 원본에 최대한 가까울 것으로 추정되는 모사본을 제작했다.

모사본은 원본 벽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고자 종이가 아닌 벽면에 그렸다. 2벌을 제작됐고, 아프로시압 박물관과 동북아역사재단이 1벌씩 소장하기로 했다.

재단은 아프로시압 유적과 벽화를 3차원 디지털 영상으로도 복원해 한국어·우즈베크어·러시아어·영어·프랑스어 등 5개국어로 제작, 내년 2월 아프로시압 박물관에 설치되는 디지털 복원영상실에서 상영할 계획이다.

무스타포쿨로프 사마리딘 아프로시압 박물관장은 "아프로시압 벽화는 한국과 우즈베크 관계가 언제 시작돼 관계의 맥을 이어왔는지 알려주는 사료"라며 "한국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벽화 모사본을 제작하고 디지털 복원까지 할 수 있었던 것도 양국 관계가 지금까지 역동적으로 발전한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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