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6살 아이를 ‘정말’ 100대 때렸다
입력 2014.12.24 (11:47)
수정 2014.12.26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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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로 100대?
지난 22일 9시 뉴스로, 강원도 원주의 한 무술 체육관에서 6살 남자아이가 20대 무술 사범에게 체벌돼 입원하는 등 크게 다쳤다는 뉴스를 보도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부터 전국의 많은 시청자와 강원도 원주지역 시민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 내용의 공통점은 정말로 100대를 때렸느냐는 것이다.
"어떻게 6살 아이의 엉덩이를 100대 때릴 수 있는가요?"
모 무술 체육관에서의 체벌 소식을 접해 취재를 시작했던 기자 역시 처음엔 의아했다. 정말로 작은 체구의 아이를 100대나 때렸을까? 다소 과장된 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취재를 시작했다. 하지만 체벌된 아이의 부모님을 어렵게 만나고, 또 아이를 때린 무술 사범과 무술 체육관 관장 등을 만난 뒤 확실해졌다. 정말로 '100대'를 때린 것이다.
20대 무술 사범은 아이를 엎드려 놓고 무술 교습에 사용하는 목검으로 엉덩이와 허벅지를 체벌했다. 그것도 다른 아이들이 지켜보는 데 이뤄졌다.
실제, 피해 아동의 사진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새빨갛게 피멍이 든 엉덩이와 허벅지, 심하게 부어오른 모습은 고통을 그대로 전해주는 듯했다.
■ 학대 이유는?
이렇게 가혹하게 벌받은 아이는 아무런 치료도 받지 못한 채 무술 체육관을 나와 집으로 갔고, 제대로 걷지 못하는 아이를 발견한 어머니가 아이의 엉덩이와 다리를 보고 체벌을 확인했다. 그리고 아이는 우울감을 보이면서 병원에 입원했다. 또, 피해 부모는 경찰에 아동학대 피해를 신고했다.
아이를 체벌한 무술 사범은 20대 초반의 여성 무술 사범이다. 무술 체육관에서 아이를 담당하는 지도 사범. 이 사범은 아이가 최근 몇 차례에 걸쳐 체육관에 다니는 다른 아이들의 과자나 장난감을 가지고 가는 일이 몇 차례 생겨 꾸중하고 주의를 준 상태였다고 말했다. 또다시 남의 물건에 손을 대는 일이 생기면 100대를 맞겠다는 반성문을 써놓은 상태였다고...
이런 사실은 아이 부모도 알고 있었고, '100대 체벌'이 있기 바로 몇 분 전에도 피해 아동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아이의 잘못을 알리고, 예전 반성문 약속(?)대로 훈육 목적의 체벌을 가하겠다고 직접 전했다고 밝혔다.
■ 100대 체벌이 훈육?..분노한 아동 부모
입원 치료 중인 아이는 신체적 통증도 심했지만, 무엇보다 아이의 마음이 다쳤다. 친구들 앞에서 자신의 잘못이 낱낱이 밝혀져 심하게 체벌됐기 때문이다. 심리적 치료가 시급한 상황.
아이의 부모는 6살 된 아들의 잘못을 일깨워, 다시는 같은 실수가 재발하지 않도록 훈육하겠다는 무술 사범의 말에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피해 아동 부모는 가해 무술 사범이 아이를 훈육하겠다고 해 상식적인 수준의 훈육으로만 생각하고 '동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체벌은 교습용 목검으로 100대를 때리는 사실상 폭력이었다. 아이 어머니는 훈육의 차원을 넘어선 것이라고 울먹이며 말했다.
■ 잘못된 훈육..오히려 '독'
훈육의 방식이 너무도 잘못됐다. 아이를 때린 무술 사범은 체벌 이후, 경찰 조사와 부모와의 대화 과정에서 아이에게 사과했다. 체벌이 너무 과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부모에게도 사과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아이를 잘 이끌어주기 위한 마음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양해를 구했다.
하지만 부모는 그 양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경찰 조사는 무술 체육관에 다니는 아이들을 상대로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있다. 목검으로 100대를 맞은 아이처럼 또 다른 체벌 피해가 있었는지를 수사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아동·청소년 심리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 피해 아동은 나중에 이런 비슷한 상황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됐을 때, 다시 이때의 악몽과도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그리고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이번 기억이 아이를 괴롭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장기간의 심리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직 이성적으로 '상당히' 발달하지 못한 유아나 아동, 청소년들을 훈육하는 방법은 성인들보다 더 신중해야 하고 세밀해야 한다. 큰 부작용을 초래할 위험이 큰 체벌 등 물리적 충격은 훈육의 한 방식에서는 최악의 선택인 것이다.
■ KBS 취재진의 '바람'
취재진이 이번 사건을 취재하면서 가능하면 피해 아동을 직접 촬영하는 방식은 쓰지 않았다. 아이에게 또다시 같은 기억을 떠오르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피해 부모를 취재했고, 가해 사범과 해당 무술 체육관 관계자, 경찰 관계자 등을 중심으로 취재했다.
무엇보다, 취재기자가 아닌 한 명의 성인으로, 같은 지역에 사는 한 사람으로서, 잠시 만날 수 있었던 아이에게 하루빨리 나쁜 기억을 잊고, 건강하고 밝은 아이로 성장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다.
☞ 바로가기 <뉴스9> 무술학원 강사, 훈육한다며 6살 남아 100차례 체벌
지난 22일 9시 뉴스로, 강원도 원주의 한 무술 체육관에서 6살 남자아이가 20대 무술 사범에게 체벌돼 입원하는 등 크게 다쳤다는 뉴스를 보도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부터 전국의 많은 시청자와 강원도 원주지역 시민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 내용의 공통점은 정말로 100대를 때렸느냐는 것이다.
"어떻게 6살 아이의 엉덩이를 100대 때릴 수 있는가요?"
모 무술 체육관에서의 체벌 소식을 접해 취재를 시작했던 기자 역시 처음엔 의아했다. 정말로 작은 체구의 아이를 100대나 때렸을까? 다소 과장된 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취재를 시작했다. 하지만 체벌된 아이의 부모님을 어렵게 만나고, 또 아이를 때린 무술 사범과 무술 체육관 관장 등을 만난 뒤 확실해졌다. 정말로 '100대'를 때린 것이다.
20대 무술 사범은 아이를 엎드려 놓고 무술 교습에 사용하는 목검으로 엉덩이와 허벅지를 체벌했다. 그것도 다른 아이들이 지켜보는 데 이뤄졌다.
실제, 피해 아동의 사진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새빨갛게 피멍이 든 엉덩이와 허벅지, 심하게 부어오른 모습은 고통을 그대로 전해주는 듯했다.
■ 학대 이유는?
이렇게 가혹하게 벌받은 아이는 아무런 치료도 받지 못한 채 무술 체육관을 나와 집으로 갔고, 제대로 걷지 못하는 아이를 발견한 어머니가 아이의 엉덩이와 다리를 보고 체벌을 확인했다. 그리고 아이는 우울감을 보이면서 병원에 입원했다. 또, 피해 부모는 경찰에 아동학대 피해를 신고했다.
아이를 체벌한 무술 사범은 20대 초반의 여성 무술 사범이다. 무술 체육관에서 아이를 담당하는 지도 사범. 이 사범은 아이가 최근 몇 차례에 걸쳐 체육관에 다니는 다른 아이들의 과자나 장난감을 가지고 가는 일이 몇 차례 생겨 꾸중하고 주의를 준 상태였다고 말했다. 또다시 남의 물건에 손을 대는 일이 생기면 100대를 맞겠다는 반성문을 써놓은 상태였다고...
이런 사실은 아이 부모도 알고 있었고, '100대 체벌'이 있기 바로 몇 분 전에도 피해 아동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아이의 잘못을 알리고, 예전 반성문 약속(?)대로 훈육 목적의 체벌을 가하겠다고 직접 전했다고 밝혔다.
■ 100대 체벌이 훈육?..분노한 아동 부모
입원 치료 중인 아이는 신체적 통증도 심했지만, 무엇보다 아이의 마음이 다쳤다. 친구들 앞에서 자신의 잘못이 낱낱이 밝혀져 심하게 체벌됐기 때문이다. 심리적 치료가 시급한 상황.
아이의 부모는 6살 된 아들의 잘못을 일깨워, 다시는 같은 실수가 재발하지 않도록 훈육하겠다는 무술 사범의 말에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피해 아동 부모는 가해 무술 사범이 아이를 훈육하겠다고 해 상식적인 수준의 훈육으로만 생각하고 '동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체벌은 교습용 목검으로 100대를 때리는 사실상 폭력이었다. 아이 어머니는 훈육의 차원을 넘어선 것이라고 울먹이며 말했다.
■ 잘못된 훈육..오히려 '독'
훈육의 방식이 너무도 잘못됐다. 아이를 때린 무술 사범은 체벌 이후, 경찰 조사와 부모와의 대화 과정에서 아이에게 사과했다. 체벌이 너무 과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부모에게도 사과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아이를 잘 이끌어주기 위한 마음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양해를 구했다.
하지만 부모는 그 양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경찰 조사는 무술 체육관에 다니는 아이들을 상대로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있다. 목검으로 100대를 맞은 아이처럼 또 다른 체벌 피해가 있었는지를 수사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아동·청소년 심리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 피해 아동은 나중에 이런 비슷한 상황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됐을 때, 다시 이때의 악몽과도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그리고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이번 기억이 아이를 괴롭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장기간의 심리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직 이성적으로 '상당히' 발달하지 못한 유아나 아동, 청소년들을 훈육하는 방법은 성인들보다 더 신중해야 하고 세밀해야 한다. 큰 부작용을 초래할 위험이 큰 체벌 등 물리적 충격은 훈육의 한 방식에서는 최악의 선택인 것이다.
■ KBS 취재진의 '바람'
취재진이 이번 사건을 취재하면서 가능하면 피해 아동을 직접 촬영하는 방식은 쓰지 않았다. 아이에게 또다시 같은 기억을 떠오르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피해 부모를 취재했고, 가해 사범과 해당 무술 체육관 관계자, 경찰 관계자 등을 중심으로 취재했다.
무엇보다, 취재기자가 아닌 한 명의 성인으로, 같은 지역에 사는 한 사람으로서, 잠시 만날 수 있었던 아이에게 하루빨리 나쁜 기억을 잊고, 건강하고 밝은 아이로 성장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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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4-12-24 11:47:14
- 수정2014-12-26 19:05:52
■ 정말로 100대?
지난 22일 9시 뉴스로, 강원도 원주의 한 무술 체육관에서 6살 남자아이가 20대 무술 사범에게 체벌돼 입원하는 등 크게 다쳤다는 뉴스를 보도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부터 전국의 많은 시청자와 강원도 원주지역 시민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 내용의 공통점은 정말로 100대를 때렸느냐는 것이다.
"어떻게 6살 아이의 엉덩이를 100대 때릴 수 있는가요?"
모 무술 체육관에서의 체벌 소식을 접해 취재를 시작했던 기자 역시 처음엔 의아했다. 정말로 작은 체구의 아이를 100대나 때렸을까? 다소 과장된 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취재를 시작했다. 하지만 체벌된 아이의 부모님을 어렵게 만나고, 또 아이를 때린 무술 사범과 무술 체육관 관장 등을 만난 뒤 확실해졌다. 정말로 '100대'를 때린 것이다.
20대 무술 사범은 아이를 엎드려 놓고 무술 교습에 사용하는 목검으로 엉덩이와 허벅지를 체벌했다. 그것도 다른 아이들이 지켜보는 데 이뤄졌다.
실제, 피해 아동의 사진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새빨갛게 피멍이 든 엉덩이와 허벅지, 심하게 부어오른 모습은 고통을 그대로 전해주는 듯했다.
■ 학대 이유는?
이렇게 가혹하게 벌받은 아이는 아무런 치료도 받지 못한 채 무술 체육관을 나와 집으로 갔고, 제대로 걷지 못하는 아이를 발견한 어머니가 아이의 엉덩이와 다리를 보고 체벌을 확인했다. 그리고 아이는 우울감을 보이면서 병원에 입원했다. 또, 피해 부모는 경찰에 아동학대 피해를 신고했다.
아이를 체벌한 무술 사범은 20대 초반의 여성 무술 사범이다. 무술 체육관에서 아이를 담당하는 지도 사범. 이 사범은 아이가 최근 몇 차례에 걸쳐 체육관에 다니는 다른 아이들의 과자나 장난감을 가지고 가는 일이 몇 차례 생겨 꾸중하고 주의를 준 상태였다고 말했다. 또다시 남의 물건에 손을 대는 일이 생기면 100대를 맞겠다는 반성문을 써놓은 상태였다고...
이런 사실은 아이 부모도 알고 있었고, '100대 체벌'이 있기 바로 몇 분 전에도 피해 아동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아이의 잘못을 알리고, 예전 반성문 약속(?)대로 훈육 목적의 체벌을 가하겠다고 직접 전했다고 밝혔다.
■ 100대 체벌이 훈육?..분노한 아동 부모
입원 치료 중인 아이는 신체적 통증도 심했지만, 무엇보다 아이의 마음이 다쳤다. 친구들 앞에서 자신의 잘못이 낱낱이 밝혀져 심하게 체벌됐기 때문이다. 심리적 치료가 시급한 상황.
아이의 부모는 6살 된 아들의 잘못을 일깨워, 다시는 같은 실수가 재발하지 않도록 훈육하겠다는 무술 사범의 말에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피해 아동 부모는 가해 무술 사범이 아이를 훈육하겠다고 해 상식적인 수준의 훈육으로만 생각하고 '동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체벌은 교습용 목검으로 100대를 때리는 사실상 폭력이었다. 아이 어머니는 훈육의 차원을 넘어선 것이라고 울먹이며 말했다.
■ 잘못된 훈육..오히려 '독'
훈육의 방식이 너무도 잘못됐다. 아이를 때린 무술 사범은 체벌 이후, 경찰 조사와 부모와의 대화 과정에서 아이에게 사과했다. 체벌이 너무 과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부모에게도 사과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아이를 잘 이끌어주기 위한 마음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양해를 구했다.
하지만 부모는 그 양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경찰 조사는 무술 체육관에 다니는 아이들을 상대로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있다. 목검으로 100대를 맞은 아이처럼 또 다른 체벌 피해가 있었는지를 수사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아동·청소년 심리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 피해 아동은 나중에 이런 비슷한 상황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됐을 때, 다시 이때의 악몽과도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그리고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이번 기억이 아이를 괴롭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장기간의 심리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직 이성적으로 '상당히' 발달하지 못한 유아나 아동, 청소년들을 훈육하는 방법은 성인들보다 더 신중해야 하고 세밀해야 한다. 큰 부작용을 초래할 위험이 큰 체벌 등 물리적 충격은 훈육의 한 방식에서는 최악의 선택인 것이다.
■ KBS 취재진의 '바람'
취재진이 이번 사건을 취재하면서 가능하면 피해 아동을 직접 촬영하는 방식은 쓰지 않았다. 아이에게 또다시 같은 기억을 떠오르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피해 부모를 취재했고, 가해 사범과 해당 무술 체육관 관계자, 경찰 관계자 등을 중심으로 취재했다.
무엇보다, 취재기자가 아닌 한 명의 성인으로, 같은 지역에 사는 한 사람으로서, 잠시 만날 수 있었던 아이에게 하루빨리 나쁜 기억을 잊고, 건강하고 밝은 아이로 성장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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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9시 뉴스로, 강원도 원주의 한 무술 체육관에서 6살 남자아이가 20대 무술 사범에게 체벌돼 입원하는 등 크게 다쳤다는 뉴스를 보도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부터 전국의 많은 시청자와 강원도 원주지역 시민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 내용의 공통점은 정말로 100대를 때렸느냐는 것이다.
"어떻게 6살 아이의 엉덩이를 100대 때릴 수 있는가요?"
모 무술 체육관에서의 체벌 소식을 접해 취재를 시작했던 기자 역시 처음엔 의아했다. 정말로 작은 체구의 아이를 100대나 때렸을까? 다소 과장된 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취재를 시작했다. 하지만 체벌된 아이의 부모님을 어렵게 만나고, 또 아이를 때린 무술 사범과 무술 체육관 관장 등을 만난 뒤 확실해졌다. 정말로 '100대'를 때린 것이다.
20대 무술 사범은 아이를 엎드려 놓고 무술 교습에 사용하는 목검으로 엉덩이와 허벅지를 체벌했다. 그것도 다른 아이들이 지켜보는 데 이뤄졌다.
실제, 피해 아동의 사진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새빨갛게 피멍이 든 엉덩이와 허벅지, 심하게 부어오른 모습은 고통을 그대로 전해주는 듯했다.
■ 학대 이유는?
이렇게 가혹하게 벌받은 아이는 아무런 치료도 받지 못한 채 무술 체육관을 나와 집으로 갔고, 제대로 걷지 못하는 아이를 발견한 어머니가 아이의 엉덩이와 다리를 보고 체벌을 확인했다. 그리고 아이는 우울감을 보이면서 병원에 입원했다. 또, 피해 부모는 경찰에 아동학대 피해를 신고했다.
아이를 체벌한 무술 사범은 20대 초반의 여성 무술 사범이다. 무술 체육관에서 아이를 담당하는 지도 사범. 이 사범은 아이가 최근 몇 차례에 걸쳐 체육관에 다니는 다른 아이들의 과자나 장난감을 가지고 가는 일이 몇 차례 생겨 꾸중하고 주의를 준 상태였다고 말했다. 또다시 남의 물건에 손을 대는 일이 생기면 100대를 맞겠다는 반성문을 써놓은 상태였다고...
이런 사실은 아이 부모도 알고 있었고, '100대 체벌'이 있기 바로 몇 분 전에도 피해 아동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아이의 잘못을 알리고, 예전 반성문 약속(?)대로 훈육 목적의 체벌을 가하겠다고 직접 전했다고 밝혔다.
■ 100대 체벌이 훈육?..분노한 아동 부모
입원 치료 중인 아이는 신체적 통증도 심했지만, 무엇보다 아이의 마음이 다쳤다. 친구들 앞에서 자신의 잘못이 낱낱이 밝혀져 심하게 체벌됐기 때문이다. 심리적 치료가 시급한 상황.
아이의 부모는 6살 된 아들의 잘못을 일깨워, 다시는 같은 실수가 재발하지 않도록 훈육하겠다는 무술 사범의 말에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피해 아동 부모는 가해 무술 사범이 아이를 훈육하겠다고 해 상식적인 수준의 훈육으로만 생각하고 '동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체벌은 교습용 목검으로 100대를 때리는 사실상 폭력이었다. 아이 어머니는 훈육의 차원을 넘어선 것이라고 울먹이며 말했다.
■ 잘못된 훈육..오히려 '독'
훈육의 방식이 너무도 잘못됐다. 아이를 때린 무술 사범은 체벌 이후, 경찰 조사와 부모와의 대화 과정에서 아이에게 사과했다. 체벌이 너무 과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부모에게도 사과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아이를 잘 이끌어주기 위한 마음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양해를 구했다.
하지만 부모는 그 양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경찰 조사는 무술 체육관에 다니는 아이들을 상대로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있다. 목검으로 100대를 맞은 아이처럼 또 다른 체벌 피해가 있었는지를 수사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아동·청소년 심리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 피해 아동은 나중에 이런 비슷한 상황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됐을 때, 다시 이때의 악몽과도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그리고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이번 기억이 아이를 괴롭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장기간의 심리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직 이성적으로 '상당히' 발달하지 못한 유아나 아동, 청소년들을 훈육하는 방법은 성인들보다 더 신중해야 하고 세밀해야 한다. 큰 부작용을 초래할 위험이 큰 체벌 등 물리적 충격은 훈육의 한 방식에서는 최악의 선택인 것이다.
■ KBS 취재진의 '바람'
취재진이 이번 사건을 취재하면서 가능하면 피해 아동을 직접 촬영하는 방식은 쓰지 않았다. 아이에게 또다시 같은 기억을 떠오르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피해 부모를 취재했고, 가해 사범과 해당 무술 체육관 관계자, 경찰 관계자 등을 중심으로 취재했다.
무엇보다, 취재기자가 아닌 한 명의 성인으로, 같은 지역에 사는 한 사람으로서, 잠시 만날 수 있었던 아이에게 하루빨리 나쁜 기억을 잊고, 건강하고 밝은 아이로 성장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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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 기자 yjkim1@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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